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목적이 이끄는 삶 vs. 목적이 있는 성과

이방실 | 93호 (2011년 11월 Issue 2)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크포레스트에 있는 새들백교회의 담임목사인 릭 워런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개신교계 리더 중 한 명이다. 워런 목사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그의 저서 <목적이 이끄는 삶(The Purpose-Driven Life)>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02년 출간된 이 책은 지금까지 전 세계 50여 개 언어로 번역돼 4000만 부 이상 팔렸다. 인생의 참된 의미와 목적, 진정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법에 대해 다뤄 기독교인은 물론 비신자들에게도 널리 읽혔다.

 

<목적이 이끄는 삶>을 비즈니스와 연관지어 생각할 때 떠오르는 회사는 세계 2위의 식음료 업체인 펩시코다. 1902년 콜라 회사로 출발한 이 기업은 경쟁사인 코카콜라에 밀려 근 100년간만년 2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탄산음료에 집중돼 있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과일주스(트로피카나), 스포츠음료(게토레이) 등 무탄산음료와 오트밀(퀘이커) 등 웰빙 스낵으로 다각화하며 2000년대 들어 코카콜라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펩시코의 눈부신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은 <포춘>지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우먼으로 선정(2009, 2010)한 인드라 누이다. 1994년 펩시코에 합류한 인드라 누이는 피자헛, 타코벨 등 외식사업부 분리 매각, 트로피카나 인수, 퀘이커와의 합병 등을 이끌며 펩시코 체질 변화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가 2006 CEO로 등극했을 때 내건 기치가목적이 있는 성과(Performance with Purpose)’.

 

‘목적이 있는 성과는 펩시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캐치프레이즈다. 영양적으로 균형을 갖춘 건강한 먹거리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해 이익을 창출, 건전한 재정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역 사회에 환원한다는 게 골자다. 대표적인 실천 사례로 지난해 인드라 누이가 공표한 페루농업개발연구소(CEDAP) 설립 계획을 들 수 있다. 3년간 총 300만 달러가 투입될 CEDAP는 앞으로 다양한 감자 신품종을 개발하고 관련 재배 기술을 지역 농가에 전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펩시코의 포테이토칩(프리토레이)에 사용할 감자의 품질을 높이려면 감자의 원산지이지만 가난한 페루 농가의 소득 및 생산성 증진에 힘써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계획이다.

 

최근 콜라 시장에서 펩시코의펩시가 코카콜라의코크뿐 아니라다이어트코크에까지 밀려 3위로 추락한 것을 두고 펩시코가 위기를 맞았다는 등의 뉴스가 신문을 장식했다. 하지만 전체 성장성 측면에서 펩시코는 여전히 코카콜라보다 우위에 있다. 목적이 있는 성과라는 성장 전략에 따라 제품을 다각화하고 지역사회와 공동 성장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 일궈낸 성과다. 이는 라젠드라 시소디어 벤틀리대 교수가 주장하는깨어 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창안한 개념인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타계한 스티브 잡스가 1983년 당시 펩시코 임원이었던 존 스컬리를 애플로 영입하기 위해평생 설탕물이나 팔고 살 거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때 설탕물만 팔던 그 회사는 핵심 비즈니스와 지역 사회 간 공동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 펩시코뿐 아니다. 네슬레, GE, IBM 등 유수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형태로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사회 공헌을 동시에 추구하며 공유가치를 만들어가는 데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적대적 관계 속에 소모적인 상생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인간이건 기업이건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목적과 사명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필자는 서울대 영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를 거쳐 올리버 와이만에서 글로벌화 및 경쟁전략 수립 등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가입하면 무료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