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from the Field

보통 직장인? 우리도 지식 나눌 수 있어요

89호 (2011년 9월 Issue 2)

두 종류의 지식인

위대한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크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지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지극히 꺼려해 이른바다빈치코드라고 알려진 난해한 방식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

반면 미술계에서 다빈치와 동일한 반열에서 평가되고 있는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스스로 개발한 투시 기법과 보조 장치 등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에 아낌없이 공개했다. 갈릴레이에 의해 수차례 인용됐을 만큼 깊이 있는 내용으로 정평이 난 이 책은 당대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지식과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됐다.

위의 두 인물이 보여준지식 나눔에 대한 태도를 토대로 지식인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폐쇄적인 관점에서 지식을 다루는다빈치형과 지식을 외부와 적극적으로 나누고자 하는뒤러형이다. 두 가지 유형 중 현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지식인 상은 뒤러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정보의 가치가 중요해질수록 자신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나눔으로써 본인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번영과 진보에 도움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식 나눔의 확산 움직임

최근 공동체 기여의 한 수단으로 재능 기부가 확산되면서 자신의 재능을 다수와 나누고자 하는 뒤러형 지식인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프로보노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프로보노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에서 유래한 용어로 1990년대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됐다. 현재는 법률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세무,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지식 기부로까지 그 의미가 확장됐다. 이전에는 전문가들 위주로 활동이 이뤄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일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참여 대상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필자도 지난해 SK그룹에서 전 계열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모집한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해 한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 중심의 경영 자문을 수행한 바 있다. 주로 해당 기업의 네이밍(naming) 변경과 프로모션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가운데 청년 CEO인 회사 대표와 함께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및 수익성 문제에 대해서도 수차례 토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업무 노하우나 프로세스 등도 중소기업에는 매우 유용한 경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인의 지식 나눔은 온라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한 경제 일간지의 주도로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지식 제공을 주목적으로 하는 지식포털 사이트가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일반 직장인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마스터로 선정돼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 실용 지식 분야에 대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필자도 오픈 초기부터 지식마스터로 참여해 계속 활동 중인데 각계 각층에서 수백 명이 넘는 자원자가 나서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지식 나눔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일부 지식마스터들은 최소한 몇 십만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고급 정보와 지식을 아낌없이 공개하는통 큰 나눔을 통해 많은 이용자의 호평과 지지를 받았다.

 

직장인의 지식 나눔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현재 많은 직장인들이 지식 나눔에 참여하고 있으며, 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의 경우 전문직에 비해 아직 지식 나눔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하고 근무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우며 표준화, 정형화된 지식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등의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직장인의 지식 나눔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첫째, 지식 나눔에 대해나눈 것 이상 얻는과정으로 그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지식 나눔은 일방적으로 퍼주는 희생적 행위가 결코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지식 나눔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나눈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 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일본의 지식경영 이론가 노나카 이쿠지로는 지식에 대해 이런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지식은 암묵지(暗默知)와 명시지(明示知)의 사회적 상호 작용, 곧 경험을 공유하여 암묵지를 체득하는공동화(共同化)’, 구체화된 암묵지를 명시지로 전환하는표출화(表出化)’, 표출된 명시지를 체계화하는연결화(連結化)’, 표출화와 연결화로 공유된 정신모델, 기술적 노하우가 개인의 암묵지로 전환되는내면화(內面化)’ 등 네 가지 과정을 순환하며 창조된다.”

직장인의 지식은 사실 암묵지에 해당되는 것이 많은데 이를 명시지로 구체화하는 동시에 두 지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혜자와 수혜자 모두 지식의 폭과 깊이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지식 나눔이다.

둘째, 지식 공급자와 수요자 간중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현실적인 여건상 지식 공급자인 직장인과 수요자인 중소기업 등이 직접 지식을 주고받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해 양측을 서로 연결해주는 중개자를 필요로 한다. 비록 금전적인 대가가 오가는 거래가 아닐지라도 지식 나눔 또한 엄연히 공급자와 수요자 간 각기 다른 니즈와 이해관계를 갖는 만큼 거래 활성화를 위한 중개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美 전략컨설팅 회사인 마케팅 플랫폼 다이내믹스 소속의 데이비드 에번스와 리처드 슈말렌지가 언급한카탈리스트 반응(둘 이상의 상호 의존적인 고객그룹 사이의 거래를 중개함으로써 추가적인 가치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매끄럽게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기업의 프로보노 활동을 대행하고 있는 한 기관의 경우 직장인과 사회적 기업을 매칭하고 활동 실태와 결과 등을 보고하는 행정 절차 등에 내부 자원이 집중된 결과, 직장인 프로보노와 사회적 기업 간의 활동 내역 및 범위 등을 조율해야 하는 본연의 주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에 경영지식을 제공하는 한 온라인 사이트는 각종 지식을 무료로 제공할 용의가 있는 대규모의 인력풀을 확보하고 있으나 운영진이 이들과 이용자 간에 이렇다 할 상호 교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개의 핵심 역할을 전담할 인력과 조직을 확보하는 한편 지식 수요자와 공급자가 각기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셋째, 개인적 동기를 집단의 이타성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식 나눔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전적으로 지식 나눔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70∼80%의 순수한 동기 외에 20∼30% 정도는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중요한 점은 이 계산들을 속속들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사심이 공공의 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단시간 내 활성화를 목적으로 물질적 보상을 우선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美 캘리포니아대의 우리 그니지 교수가 인센티브 실험을 통해 밝혀낸돈은 충분히 주거나 아예 주지 마라는 결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어설픈 당근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뿐이다. 금전적인 인센티브 대신 참여자가 내심 기대하는 것에 부합되는 적절한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명예를 중시하는 참여자에게는 지식 나눔 활동을 포인트로 환산해 그의 이름으로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으며 명성을 원하는 참여자에게는 그의 활동을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소개해주는 것이 보다 매력적인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또한 지식 나눔 공간에서는 비영리 형태로 활동을 전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영리 목적의 컨설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 또는 기업 차원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장치들을 개발해내는 것이 앞서 언급한 지식 나눔의 중개자가 수행해야 할 또 하나의 핵심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끝으로, 최고경영진이 직접 참여하면서 확고한 지원 의지를 보여야 한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업 안팎의 요구가 점증하고 중소기업과의 협력과 상생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시대적 조류를 감안할 때 최고경영진부터 기업 구성원들의 지식 나눔을 단순히 개인 차원의 봉사로 간주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하는 직원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경영진이 방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바쁜 업무 가운데 조직의 눈치를 살펴가면서 나눔 활동에 참여할 직장인은 그리 많지 않다. 중소기업 및 사회적 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별다른 비용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지식 나눔에 대해 회사 차원의 배려와 지원이 기대된다.

프로보노 활동 경험상,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직장인 1∼2명이 장기간에 걸쳐 간헐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 단기간 내에 해당 기업의 경영 전반에 걸쳐 집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훨씬 유용한 만큼 짧은 기간일지라도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하는 구성원을 사외 파견 형태로 공식화하는 등의 조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지식 나눔을 업무 외의 추가적인 부담으로 인식해 지원하기를 꺼려했던 다수 구성원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SK에너지 정현천 상무가 <나는 왜 사라지고 있을까>라는 저서를 통해 타인과 함께 하는 가장 이기적인 생존전략으로포용을 제시한 바 있다. 이제 기업경영에서 나눔이나 상생은 필수적인 활동이다.

경기 불황, 물가 인상 등으로 사회적 약자의 시름이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상황에서 대기업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지식 나눔이 더욱 확대돼 중소기업 및 사회적 기업 등 산업 생태계의 약자들과 보다 적극적인 공존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장성규 SK브로드밴드 매니저 janglieut@nate.com

필자는 서강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SK브로드밴드 판매기획팀 매니저로 재직 중이다. SK그룹 내 재능/지식 기부 모임인 ‘SK 프로보노로 활동했으며 지식포털오아시스의 마케팅, 전략/기획 분야지식마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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