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여 년간 대학과 기업들에서 쏟아져 나온 여러 경영기법들이 약(藥)이 된 동시에 독(毒)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기업의 효율성이나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 측면이 약이었다면 기업 경영의 본류(本流)를 놓치고 지류(支流)만을 보도록 시선을 왜곡한 게 독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지류를 이용하되 본류를 놓치지 않은 기업들은 성장하고, 지류를 이용하느라 본류를 놓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기업 경영의 본류인가 하는 것이다. 필자가 주장하는 본류는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때론 간과되기도 하고 심지어 잊혀지기도 하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연구개발(R&D)’이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기업의 핵심은 R&D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나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R&D를 통해 상품성이 뛰어나고 모방이 어려운 핵심기술 개발이 가능할 때 판매전략이든 생산비용 절감이든 다른 무엇이든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애플은 R&D라는 본류를 놓치지 않았기에 스마트폰 시장을 창출하고 주도하는 것이 가능했고, 한국의 조선업체들도 이러한 본류를 망각하지 않았기에 업계의 리더가 될 수 있었다. 반면 도요타는 생산비용 절감이라는 지류에 집착하다가 잠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나마 R&D를 통한 기술축적 덕분에 예상보다 빨리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잘나갈 때에는 본류를 벗어나기 쉽다. 잘 알려진 일부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R&D보다 마케팅 혹은 전략을 앞세우다가 애플 아이폰이라는 강적을 만나 비틀거리고 있다. 이들의 회복 가능성도 역시 R&D에 달려있다.
둘째는 ‘통합(integration)’이다. 통합은 기업 내 여러 부서 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외부 환경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내부 혁신을 유도하는 데 필수적인 역량이다. 통합은 부서 간 정보의 공유, 효과적인 이견 조율, 빠른 의사결정 등을 가능케 한다. 경영서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지만 실무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업 내에서 통합을 유도하는 데는 리더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2000년대 초반 관료화에 따른 경직성의 늪에서 제록스가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통합시스템 구축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앤 멀케이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녀는 부서들 간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제록스가 시장변화를 정확히 읽고,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실행하도록 만들었다.
셋째는 ‘유연성(flexibility)’이다. 기업 유연성은 외부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정도를 결정짓는데, 여기에는 유연한 기업문화 구축이 필수조건이다. 유연한 기업문화는 내부 구성원들이 고객과 함께하고, 변화를 즐기며, 항상 학습하려는 자세를 갖게 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여러 성장단계에서 직면하는 서로 다른 외부 위협요인들을 유연한 기업문화를 통해 극복해나갔다.
지난 십여 년간 제시됐던 경영기법들은 대부분 활용가치가 높다. 특히 R&D, 통합, 유연성이라는 삼각 축 위에 놓여질 때 활용가치는 극대화될 수 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본류는 잊지 말아야 한다.
현선해 성균관대 경영학부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twokds@skku.edu
필자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입학처장, 글로벌 경영전공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관심분야는 조직 이론과 조직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