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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기업가정신

기존 문화와 융합하는 혁신조직 구축하라

김학수 | 68호 (2010년 11월 Issue 1)
 
 
 
일반적으로 기업가정신은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부단히 탐색하고 적절한 지식 또는 기술을 이용해 다른 기업가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업기회를 보다 경쟁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가의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 우리에게 기업가정신은 창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새로운 기업을 일으키는 창업활동은 기업가정신이 발현되는 한 형태일 뿐이다. 이 글은 기존 기업들의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내 기업가정신(Corporate Entrepreneurship 또는 Intrapreneurship)’이 창업활동과는 어떻게 다르며 어떤 형태로 발현하는지를 살펴보고 적절한 유형의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 형태를 선택함으로써 기업의 이윤 확대와 나아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사내 기업가정신의 정의 및 중요성
이미 특정한 사업 분야에서 기업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기존 기업들의 기업가정신은 창업과 다른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 물론 기존 기업들이 기업가정신 발현의 일환으로 모기업의 사업 영역과는 다른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 활동할 새로운 기업을 만들거나 모기업의 일부 조직을 분사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업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창업활동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기존 기업들이 외부의 벤처기업에 자금지원을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이윤을 실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 기업 내에 이미 정착돼 있는 핵심 사업 분야의 수익창출 모형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추가하는 기업가의 행동은 분사 또는 창업활동이나 벤처캐피털과는 또 다른 형태의 기업가정신의 발현이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현재 유지되고 있는 기업 핵심 사업 분야의 수익성을 제고하거나 수익성이 있는 새로운 사업 분야를 기존 기업내부 조직에 정착시킴으로써 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기업 전체의 성장을 도모하려는 기업가의 행동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사내 기업가정신은 기존 핵심 사업 분야의 수익성이 낮아지거나 성장이 둔화할 때 특히 중요한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이윤기회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에 앞서 수많은 실패가 선행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되거나 성장둔화에 직면한 시점에서 새로운 이윤기회를 탐색하고 실현하고자 한다면 실기를 하거나 기업이 위기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존 기업들은 새로운 이윤기회를 부단히 탐색하며 새로운 이윤창출의 기회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보다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해야만 한다.
 
기존 핵심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거나 수익성이 있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기존 기업내부 조직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한 기업의 수익성 제고를 통한 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국가경제의 성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창업 중심의 기업가정신의 발현보다 기존 기업들의 수익성 제고와 성장동력 확보가 국가경제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간과되기 쉽다. 이러한 사실은 2009년 말에 국세청에서 처음 발표한 2008년 개업 일자별 법인세 신고현황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의 자료를 이용해 재구성한 2008년 실적기준 업령(業齡)별 법인세 신고현황을 살펴보면, 업령이 오래될수록 평균적으로 적자법인의 비율이 낮고 결산서상 기업평균 당기 순이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표1) 결산서상 당기 순손실(절대값) 대비 순이익 배율도 20년 이상 업령 기업은 평균 1.7∼5.5배인 반면, 20년 이하 기업은 평균 0.6∼0.8 배 사이에 그쳤다. 40년 이상 지속된 기업의 평균 순이익은 개업한 지 3년 이하 기업의 평균 순이익의 130배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평균 법인세 부담액도 업령이 오래될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창업활동을 통해 새로 설립된 3년 미만의 신생기업들보다 오랜 기간 기업 활동을 유지해 오고 있는 기업들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정신을 창업활동 중심으로 이해하고 강조하는 것은 기업가정신의 본질을 크게 왜곡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창업활동을 통해 새로운 혁신적 기업들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한 기업들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기업 활동을 영위하며 존속할 수 있는 근원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윤기회를 탐색하고 다른 기업들보다 민첩하게 탐색된 새로운 이윤기회를 실현함으로써 기업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성장을 달성하는 데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성장의 원동력이며 나아가 국가경제의 성장동인으로서 사내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강조돼야 마땅하다.
 
사내 기업가정신, 기존 조직문화와 상충 가능성
기업들이 현재 핵심 사업 분야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 기업을 합병하며, 기존 제품·서비스에서 약간 변형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만으로 빠른 성장을 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핵심 사업 분야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해야만 한다. 그러나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한 혁신적 신규 사업 분야를 기존 기업 조직 내부에 정착시키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수익성뿐 아니라 성장성이 있는 신규 사업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에 따른 핵심 사업 분야의 수익성 개선방안이나 혁신적 신규 사업 분야는 기존 기업 조직, 업무 진행 절차, 조직 문화와 잘 융화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 기업들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핵심 사업 분야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재의 고객과 기술 수준에 맞춰서 조직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기존 핵심 사업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 조직의 내부 환경은 예상 가능하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혁신적 사업 분야들은 기존 핵심 사업 분야와 관계가 적을수록 기존 조직의 환경과 다른 보다 독자적이고 고유한 조직 환경을 요구한다. 특히 예산과 인사 관련 조직의 경우, 성공에 앞서 많은 실패가 선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신규 사업 부문을 지원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혁신적 신규 사업들과 관련된 시장규모는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따라서 혁신적 신규 사업 모형들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 제대로 정립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기존 핵심 사업 분야보다 훨씬 큰 불확실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이 신규 사업 모형들을 추진해 가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조직 환경에 변화를 주는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존 조직과 신규 사업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의 상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두 가지 접근을 시도한다. 첫 번째 접근은 신규 사업의 도출을 기존 사업조직에 고루 분산시켜서 수행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신규 사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전담하는 특수 목적 조직을 신설하고 해당 업무를 그 조직에 집중시키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안은 각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신규 사업의 도출과 성장의 책임을 기존 사업부문의 조직에 분산시키는 첫 번째 접근 방법을 선택한 CEO는 기존 핵심 사업부문을 확장하는 것처럼 모든 조직원들이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헌신적으로 전념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숙련된 조직원일수록 과거 기술이나 업무 방식을 대체할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장시킬 가능성이 높아서 CEO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기 어려울 수 있다. 혁신적 신규 사업을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기존 조직 전체를 압도해 기업 전체의 재무여건을 악화시키고, 조직 운영의 규율을 흔들어버릴 수도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사내 기업가정신 제고를 위해 현재 대부분의 대규모 기업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조직 형태다. 신규 사업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기존 기업 내 조직으로부터 분리된 특수 목적 조직을 기업 내부나 외부에 설립하는 것은, 신규 사업 분야의 발굴이라는 1차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매우 효율적인 조직형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발굴된 신규 사업과 기존 핵심 사업 부문을 통합하고자 할 때 발생한다. 우선, 신규사업 책임자와 기존 사업부문 경영진 사이의 권력 투쟁이 발생할 수 있다. 신규 사업부문과 기존 사업부문의 충돌이 확대되면 신규 사업분야에서 사용된 혁신적 조직 운영 문화 및 기술을 기존 사업부문에 정착시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성공적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 양상
Wolcott and Lippitz(2007)는 기존 사업 부문에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혁신적 신규 사업 부문을 성공적으로 접목한 기업들의 사례분석을 통해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 유형을 결정하는 요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신규 사업의 발굴을 책임질 공식적 조직이 있느냐는 것과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별도의 전용 재원이 있느냐는 것이다. Wolcott and Lippitz(2007)는 이 요인들의 조합을 통해 <그림 1>과 같이 네 가지 형태의 사내 기업가정신 발현 유형을 제시했다.
 
 
기회형 사내 기업가정신 모든 기업의 사내 기업가정신은 기회형으로부터 시작된다. 혁신적 신규 사업 발굴을 전담할 공식적 조직도 존재하지 않고 전용 예산도 배분되지 않는다. 단지 낮은 성공 가능성에도 굴하지 않고 노력한 개별 조직원의 성과가 있을 뿐이다. 수많은 기회형 사내 기업가정신 사례들 중 프랑스의 전력배전 전문업체 머린 저린(Merlin-Gerin·1992년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합병)의 주조 사업과 의료장비를 판매하는 미국의 짐머 홀딩스(Zimmer Holdings)의 사례를 살펴보자.
 
머린 저린은 전력배전 전문업체이지만 기존 핵심 사업부문에 필요한 주물을 공급하기 위해1929년 주조 사업체를 인수하며 사업분야를 확장했다. 그러나 사업 인수 후 주조 기술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주조 사업부문의 경쟁력이 약화돼 갔다. 주조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회복한 것은 1959년, 새로운 알루미늄 주조기술을 갖고 있는 전문가 로저 휴이트(Roger Huet)를 고용하면서부터다. 그는 기술 혁신을 통해 엄청난 수익성 개선과 함께 기대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다. 대외 경쟁력도 향상돼 1967년에는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에 경량의 고강도 부품을 공급하게 됐다. 로저 휴이트가 머린 저린에 합류하게 된 것은 순전히 머린 저린 CEO와의 개인적 친분 덕택이었다.
 
짐머 홀딩스의 사례 역시 중간 관리자와 외과 의사와의 개인적 관계에서 시작된다. 짐머의 중간관리자는 어느 외과의사가 갖고 있는 최소 절개 고관절 치환수술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상업화하기 위해 최고 경영진의 승인을 받은 후 짐머의 재원을 활용했다. 새로운 수술기법을 외과의사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교육기관(Zimmer Institute)을 설립했고, 약 6000여 명(2006년 기준)의 외과 의사들에게 12가지 최소 절개 수술 절차를 전수했다. 이 방법을 통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예후가 이전 방식대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보다 좋은데다 전체 수술 비용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판명됐고, 결국 이 신규 사업은 짐머 기업 전체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앞의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회형 사내 기업가정신은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 및 기업내부 조직 계층 간의 신뢰가 형성된 경우에 발현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의 내적·외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가 사장되거나 충분한 재정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조직적이거나 체계적이지 않은 기회형 사내 기업가정신은 기업의 자생적 성장을 위한 혁신과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머린 저린의 주조 사업은 그 비약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기업의 투자 역량을 벗어나는 규모의 신규 투자수요로 인해 1982년 다른 기업(미국 알코아)에 매각돼야만 했다. 반면 짐머는 최소 절개 수술 절차 등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기 위한 공식적인 조직을 제도화해 사업을 계속 영속시켜 나갈 수 있었다.
 
상시 가능형 사내 기업가정신 상시 가능형 사내 기업가정신은 기회형의 경우처럼 기업 내부 또는 외부에 별도의 전담 조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사내 기업가정신 발현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위한 별도의 재원이 준비돼 있는 경우다.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위해 조직원 누구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고 최고경영진은 일정한 선정기준에 따라 유망한 아이디어를 선정해 프로젝트로 발전시키고 사업화하는 데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상시 가능형 사내 기업가정신의 성공적 발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 구성원들의 혁신 성향이 강해야 한다. 또한 유망한 아이디어를 선정하는 최고경영진에겐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잘 인식할 수 있는 높은 안목이 요구된다.
 
구글(Google)은 이러한 형태의 사내 기업가정신을 장려하는 전형적인 기업이다. 구글 직원들은 20%의 업무시간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사내에 홍보하고 자발적으로 팀을 형성해 사업 모형을 개발, 구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자발적으로 조직된 팀은 구글 결과물 위원회에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재정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창립자를 포함한 최고경영진과 기술팀 권위자들로 구성돼 있는 위원회는 제안된 아이디어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면,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초기 재원을 지원해준다. 이런 식으로 지원받는 신규 사업 아이디어들은 100여 개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들에 대한 정보는 내부 DB에서 검색 가능하다. 경영진에 따르면 이러한 신규 사업 프로젝트들의 70% 정도가 현재의 핵심 사업 분야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를 하고 있고 20% 정도는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사업 아이디어들이라고 한다. 또한 나머지 10%는 매우 모험적 실험에 관련된 프로젝트들이라고 한다. 성공적 프로젝트의 팀원들은 때로는 수백만 달러에 상당하는 ‘창립자상’이라는 두둑한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NHN이나 다음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이와 같은 형태로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추구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상 기존의 모든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진화되고 있어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사내 기업가정신은 특정한 조직에 의해 추진되는 것보다 전사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게 보다 효과적이다. NHN은 신규 사업을 탐색하기 위한 별도의 조직이 있기는 하지만 사내 모든 조직이 신규 사업 창출에 관련돼 있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상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상반기에만 250여 개의 기존 서비스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신규 서비스 출시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한다.
 
기존 사업 개선이나 신규 사업 프로젝트 발굴을 위해 NHN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상시적으로 공모하고, 때로는 특별 사내 공모전을 통해 신규 서비스를 창출한다.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실패하는 경우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되면 어떠한 인사상의 불이익도 주지 않으며 사내 기업가정신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시적 노력으로 사내 기업가정신이 발현된 NHN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는 2003년 하반기에 블로그와 카페 서비스를 네이버의 통합검색에 접목시킨 것이다. 블로그와 카페 서비스를 통합검색에 연동해 제공함으로써, NHN은 당시 침체되어 가던 국내 홈페이지 시장을 대체하며 지속적으로 사용자 제작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s) 중심의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한글 DB 구축 및 활용에 매우 큰 기여를 했다.
 
상시 가능형 사내 기업가정신은 단순히 재정지원을 쏟아 붓는다고 성공적으로 발현되는 건 아니다. 우선 인사조직의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래 기술 변화에 대한 높은 안목을 지닌 최고경영진이 적극적 참여를 통해 혁신 지향적 조직원들의 잠재된 기업가적 성향을 이끌어내야만 한다는 점 역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옹호형 사내 기업가정신 옹호형 사내 기업가정신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존 사업 부문들을 활성화하거나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새로운 사업기회를 탐색하고 신규 사업 모형을 개발해서 기존 사업 부문들에 전수하는 등 사내 기업가정신을 전담하는 조직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담 조직에 대한 재정 지원은 기존 사업 부문들과 연계해 필요에 따라 조정되는 형태로 발현된다. 이 조직은 기업의 핵심 사업분야들과 상대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된 신규 사업 분야나 효율성 제고 방안을 기존 사업 부문에 제공함으로써 사내 기업가정신의 전도사로서 기존 사업부문의 성장과 수익성 제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센터나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유형의 사내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옹호형 사내 기업가정신은 듀폰(Dupont)과 같은 글로벌 대규모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혁신지향적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이다. 수많은 사례 중 하나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평화정공과 이 회사의 비상장 계열사(평화발레오, 한국파워트레인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평화정공과 계열사들은 각각의 기업에 개별 연구소를 설치하고 제품의 품질향상을 통해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회사를 지향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3년 1154억 원 수준이던 평화정공의 매출은 2009년 3203억 원으로 성장하며 연평균 18.5%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시현하고 있다. 또한 평화발레오와 한국파워트레인도 같은 기간 각각 12.5%, 12.2%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평화정공의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주요 고객도 현대, 기아 등의 국내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미국 및 유럽 지역의 주요 자동차 회사들로 다변화하고 있다.
 
200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 듀폰은 1999년 성장 정체에 직면하자, ‘시장 주도 성장 이니셔티브(Market Driven Growth initiative)’를 주도하기 위해 소규모 내부 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아이디어 발굴부터 상업화에 이르는 모든 사업화 단계에서 폭넓은 조언을 제공하고 사업 계획 수립과 관련된 각종 워크숍 프로그램 등을 운영함으로써 듀폰 기존 사업 부문들의 변화를 독려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듀폰 최고경영진은 적극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지지했지만 다른 사업부들에 이 프로그램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제하지는 않았다. 단지, 프로그램에 대한 사업 부문의 참여를 유발하기 위해 초창기에 각 사업 부문들의 리더들과 함께 논의하며 프로그램의 미션, 성장 영역, 사업기회 기준들을 명확히 규정했다. 또 프로그램에 대한 기존 사업 부서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룹 전체 재원으로 프로그램 프로세스 개발 및 시범 사업들을 수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 사례가 속속 나타나면서, 이후로는 각 사업 부문들이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옹호형 사내 기업가정신이 성공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부문과 연관이 깊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착수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소규모 전문가 집단이 전담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전담 조직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CEO의 지원 역시 필요하다.
 
생산자형 사내 기업가정신 생산자형 사내 기업가정신은 매우 큰 규모의 전용 재원을 가지고 있는 공식 조직을 형성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탐색하며 잠재되어 있는 기업가적 성향을 계발하는 과정에서 발현된다. 이 유형의 사내 기업가정신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국내 대규모 기업뿐만 아니라 IBM, 모토로라(Motorola), 카길(Cargill)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추구되고 있는 형태로, 기존 핵심 사업 부문과 큰 연관이 없는 신산업 분야의 사업기회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최근 삼성전자의 투자계획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기존의 핵심 사업영역을 넘어서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바이오 및 헬스 분야 등 신수종 사업분야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수종 사업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음은 삼성종합기술원의 연구영역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삼성그룹의 기술혁신과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을 위한 별도의 전담 조직인 삼성종합기술원은 기존의 핵심 사업분야인 반도체나 이와 관련된 전자분야의 연구뿐만 아니라 신재생 에너지와 바이오 및 헬스 분야의 기본적인 기술 연구 및 사업성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풍부한 재원을 가지고 있는 별도의 전담조직을 두는 이유는, 단기적 성과에 의해 인센티브를 받는 기존 조직의 관리자들은 혁신적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지고도 현재의 사업 부문과 관련이 크게 없다면 새로운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카길도 그랬다. 카길 그룹 내 제빙 사업부서는 혁신적 제빙기술을 확보하고도, 그 기술이 전세계 교량 건설업자들에게 매우 비싼 가격에 팔릴 수도 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히 북미 지역 운송 담당 관청들에 자사제품을 싼 값으로 납품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결국 새로운 혁신적 제빙기술은 카길이 사내 기업가정신을 촉진하고자 설립된 EBA(Emerging Business Accelerator)로 이전되면서 전세계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EBA는 전 세계 각지에 분포하고 있는 카길 각 사업 부문들의 새로운 사업 기회와 가치 산정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EBA는 3년 이내에 매출을 발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때문에 연구를 위한 연구만을 하는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조직이라는 신뢰를 기존의 사업 부문들로부터 받게 됐다.
 
이처럼 생산자형 사내 기업가정신이 성공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사내 기업가정신을 위해 설립된 공식 조직이 기존 사업부문을 위협하는 요소가 아니라 협조하는 부서라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전담 조직은 기업 내부 정치의 기술에 능통한 고위 지도자에 의해 운영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기존 사업 부문들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적합한 유형의 선택
사내 기업가정신이 발현되는 네 가지 유형 중, 첫 번째 기회형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유형은 사내 기업가정신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이 의도적으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재원을 지원하거나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경우다. 하나의 기업 안에 한 가지 유형의 사내 기업가정신만이 추구되고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규모 기업의 경우 옹호형이나 생산자형에서처럼 별도의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부문내에 상시 가능형의 사내 기업가정신을 추구할 수도 있다. 사내 기업가정신을 제고하려는 기업들은 회사의 비전, 현재 기업 여건 및 필요에 따라 적절한 유형을 선택하고 진화시켜야 한다.
 
상시 가능형과 옹호형 사내 기업가정신은 기존의 핵심 사업 분야를 성장시키겠다는 기업 비전에 보다 적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시 가능형은 일정 수준의 협업과 혁신 지향적인 사내 문화가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최고경영진이 투명한 프로젝트 선정 및 재정지원 기준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할 때 보다 효과적이다. 특히 IT와 같은 혁신지향적 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에 보다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옹호형 사내 기업가정신의 경우에는 제한적인 예산을 가지고 있는 별도의 전담 조직이 기존 사업 부문들의 필요에 맞는 과제를 선정, 성공적 결과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이 경우 프로젝트들의 목표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되지 않도록 경영진은 주시하고 관리해야 한다.
 
생산자형의 사내 기업가정신은 기존 핵심 사업분야를 넘어서 새로운 성장 영역이나 획기적 사업기회를 모색하거나 잠재적 경쟁자들의 추격을 떨쳐내는 데 효과적이다. 생산자형 사내 기업가정신은 특히 단기적 성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존 사업 부문들이 추구하기 어려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생산자형의 사내 기업가정신은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인적 자원이 동원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핵심 사업부문과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적이고 협조적인 관계라는 신뢰가 형성되도록 최고경영진의 리더십 역시 수반돼야 한다.
 
어떤 유형의 사내 기업가정신을 추구해야 하는가는 전적으로 기업의 비전과 현재의 여건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그러나 혁신적 변화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진들은 이러한 혁신 과정들이 기존 조직문화와 상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처해야 한다. 특히 기존 사업부문과 혁신적 신규 사업부문 또는 사내 기업가정신 전담 조직 사이의 신뢰관계가 정착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 등을 역임했다. 산업분석과 세제분석을 통한 기업 경쟁력 제고, 연구개발 투자 및 법인세제 개편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 기업가정신으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참고문헌
국세청(2009), 『국세통계연보』
Garvin, D. A. and L. C. Levesque(2006), “Meeting the Challenge of Corporate Entrepreneurship,” Harvard Business Review, October 2006 Issue.
Badguerahanian, L. and P. A. Abetti(1995), “The Rise and Fall of the Merlin-Gerin Foundry Business: A Case Stude in Frech Corporate Entrepreneurship,”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10.
Wolcott, R. C. and M. J. Lippitz(2007), “The Four Models of Corporate Entrepreneurship,” MIT Sloan Management Review 49(1).
  • 김학수 |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산업연구원연구위원 역임
    -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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