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경영진의 역할 중 기업 문화와 가치관을 육성하고 새롭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스티븐 그린 HSBC 회장은 세계화로 대표되는 변화의 시대에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할 리더십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상의 변화와 동떨어진 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기에 개인이 직면하는 까다로운 요구사항과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근 ‘회복력(resilience)’이 경영 관련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로 부상했습니다. 위기가 한창이며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세상으로 여겨지는 요즘보다 회복력이라는 주제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적은 없습니다. 위기 이후 지리적 영향력의 변화를 바라보는 회장님의 관점은 무엇입니까?
이 세계의 중력 중심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변화가 엄청난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볼 때 최근의 변화는 결국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귀의 움직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1820년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었습니다. 2020년이 되면 중국은 또 다시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될 겁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데 글로벌 금융 위기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친 건가요?
금융 위기는 변화의 속도를 한층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비단 중국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시아에 관한 이야기만도 아닙니다. 브라질에서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상당한 경제 성장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변화들은 서로 얽혀 있는 겁니다. 사실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천연자원이 부족한 지역입니다. 따라서 콩은 물론 철광석의 주요 수출국이며 현재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는 브라질과, 세계 최대 규모의 화석 연료 보유지역인 중동 등이 아시아 경제 성장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투자가 옮겨가고 있는 현상을 비롯해 개도국 간의 무역 및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21세기 전반을 설명하는 중요한 경제 금융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핵심 정치 세력들에게 상당한 탄력성이 요구될 거라는 얘기처럼 들리는군요.
그렇습니다. 정치적인 측면의 국제 관계를 볼 때, 이 모든 변화가 틀림없이 영향을 미칩니다. G20국가들이 이번 위기를 해결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하는 국제 조정 집단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G20국가들은 인류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G7 국가와 G8 국가의 상대적인 소외 현상이 내포돼 있습니다. 단 하나의 초강대국만이 존재하고 하나의 경제 블록이 세계에서 발생하는 전반적인 일을 결정짓는 시대는 이제 빠른 속도로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장님께서는 전통적인 경제 블록들이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나갈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번 위기는 모든 차원에서 오랫동안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경제 블록 및 지역에 상당한 도전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정부 간 관계를 생각해 봅시다. 이번 위기는 기후 변화와 같은 주제는 말할 것도 없고 교역 및 투자 정책 등 수많은 사안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에 기회일 수도 있고, 위협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변화에 맞춰나갈 필요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특히, 우리 개개인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자신이 쌓아 나가고자 하는 경력 등을 결정한다고 생각해보면 한층 이해가 쉬울 겁니다. 외부의 변화와 동떨어진 채로 단순하게 세상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일입니다.
반면,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즉 위기를 통해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특히 금융 부문을 외부에서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보입니다.
저는 그런 위험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은행의 건전성을 지켜내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갈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 등장한 유해한 관습으로 회귀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