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제조업 경쟁력, 3C에 달려있다

64호 (2010년 9월 Issue 1)

 
20세기 후반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곧 제조업의 발전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의 패러다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조업은 영원하다’가 아닐까. 1990년대에는 분위기가 급변했다. 제조업의 한계가 부각되는 반면, 금융 및 서비스업의 발전 속도가 빨라졌고 이 분야를 육성하는 일이 국가 경제의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동북아 금융 허브가 국가 주요 과제로 설정된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08년 발발한 세계 금융위기는 역설적으로 금융업의 태생적 한계와 제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제조업이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이라는 사실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나라가 금융위기의 극복도 빨랐다는 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제조업의 중요성은 영원하지만 제조업의 경쟁력은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로자베스 모스 캔터 경영학 교수는 20세기 후반 글로벌 경제 속에서 급성장한 도시 지역을 3C라는 세 가지 입지 유형으로 정리했다. 3C란 발상(Concept), 연계망(Connections), 경쟁력(Competence)다. 이때 ‘발상’은 지식과 아이디어, ‘연계망’은 주변과의 네트위킹 파워, ‘경쟁력’은 제품 생산에 유리한 자연환경과 노동력을 의미한다.
대표적 예를 보자. 미국 보스턴은 연구개발 거점도시로 발상(Concept)을 특화해 성공했다. 높은 교육수준과 쾌적한 생활환경이 성공요인이었다.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는 중남미 출신들이 모여 산다는 점을 활용해 중남미와 연계한 교역 거점도시 연계망(Connections)으로 성공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는 풍부한 노동력, 용수, 교통망 등 생산거점 경쟁력 (Competence)을 살렸다.
3C는 20세기 제조업의 경쟁력이 자연자원이나 노동력과 같은 하드웨어 요소에서 갈렸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딜로이트의 제조업 경쟁력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에는 혁신 능력, 인재, 기업 문화 등 소프트웨어 요소가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한국에는 상당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20세기 후반 저가격 대량생산을 통해 제조업 기지로의 위치를 굳혔으나 21세기에는 중국, 인도 등 후발주자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즉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은 땅과 풍부한 노동력을 가진 후발주자의 도전에 맞서 한국 제조업이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에는 어떤 3C가 필요할까. 바로 창조성(Creativity), 개방성(Cosmopolitanism), 융합(Convergence)이다. 딜로이트 보고서는 제조업 혁신의 핵심은 창조성, 개방성, 융합 역량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창조성은 관습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추구하는 조직 역량이다.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이미 1990년대에 ‘앞으로 기업 내부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보다 외부 지식을 내부화해 활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개방성은 창조성의 기본 조건이자 집단지성이 중요한 21세기에 꼭 필요한 개념이다. 소비재 분야의 대기업인 P&G는1999년 R&D(Research & Development) 개념을 C&D(Connect & Development) 로 전환했다. P&G는 내부 9000 여 명의 과학자와 외부 150만 명의 연구자를 연결하는 개방적 혁신 체제를 도입했다. 인터넷으로 전세계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경변화를 내부 혁신역량과 접목시킨 사례다.
융합은 21세기 제조업의 신패러다임이자 가능성이다. 전기, 전자, 화학, 기계 등 전통적 산업영역이 서로 만나 불꽃을 일으키며 신개념 제품과 서비스가 속출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닌텐도의 위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들며 기술과 감성의 접점을 찾아 성공한 대표 작품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 조선, 화학, 자동차 산업 역시 융합의 관점에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21세기 제조업은 진정한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제조업의 시대가 갔다는 의견이야말로 철 지난 노래나 다름없다. 21세기형 3C를 통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할 때가 왔다.
 
김경준
대표는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쌍용투자증권, 쌍용경제연구원 등을 거쳐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니는 왜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나> <뛰어난 직원은 분명 따로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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