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치열한 경쟁의 무대에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한국의 수출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효과 등으로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간 쌓아온 본원적인 경쟁력이 없었다면 금융위기의 거친 파도 속에서 좌초하고 말았을 것이다.
한국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인가. 한국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볼 때 제조업 부문의 비중이 크고,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작다. 일본만 하더라도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70%, 미국은 77%인 반면 우리나라는 55% 정도에 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제조업 부문의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가 금융서비스 산업의 몰락으로 직격탄을 받은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견실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에도 그럴 것인가. 여러 개발도상국들이 한국과 동일한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성장 전략을 쓰며 거세게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 중심의 단순한 성장 전략으로는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제는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 미래의 새로운 경영 환경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며, 미래의 가장 중요한 경영 환경 변동 요인으로 서비스 산업과 녹색 성장의 부상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정책을 운영하며 서비스 산업에 차별적 규제와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만으로는 도전해오는 개도국과의 경쟁에서도 앞설 수 없다. 기업지원서비스 부문을 강화해 제조업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금융, 보험, 통신, 경영, 도소매, 운수, 보관 등 서비스 부문의 발전이 제조업을 강화시키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기업지원서비스 부문은 제조업으로 무장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비교 우위로 작용할 것이다.
소득이 늘수록 국민들의 수요 패턴은 바뀔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욕구도 커질 것이다. 결국 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불가피하며, 관련 규제의 빗장도 조만간 풀릴 전망이다. 기업은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규제로 막혀 있는 산업에 한발 앞서 들어가 규제가 풀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선제적인 전략을 펼쳐야 한다. 서비스 부문에 블루오션의 금맥이 있다고 하겠다.
세계 모든 국가의 화두인 ‘저탄소 녹색 성장’에서도 미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녹색 성장의 중심은 에너지 산업이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주역이 바로 정보기술(IT)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전력 산업에 IT 기술을 융합시킨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다. ‘스마트 그리드’ 기술의 도입으로 전력 시장은 독점 시장에서 주식 시장과 같은 경쟁 시장으로 바뀔 것이다. 풍력, 태양광 발전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많은 사업자들이 전력망에 접속하게 되며, 다수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각축하는 경쟁 시장이 될 것이다. 전력 가격도 시시각각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결정되며, 가장 비효율적인 사업자는 시장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전력 수요의 시간대별 진폭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와 전력 설비 투자비를 줄여준다. 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전기차 등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그린 IT야말로 산업 부문의 환경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수출 호조로 비교적 순조롭게 세계적 금융위기를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미래에도 지속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변동 요인인 서비스 산업과 그린 IT에 대비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필자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과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정보보호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경영과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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