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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와의 전쟁’과 기업의 역할

노한균 | 1호 (2008년 1월)
당신 회사가 만약 전세계적으로 매년 1억 개 이상의 수요가 보장되는 제품을 개발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문제는 이 수요가 인명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말라리아는 anopheles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무서운 열대병으로 전세계 인구의 40%가 감염 위험에 처해 있다. 매년 3억에서 5억 건의 임상사례가 발생, 그 중 1백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특히 5세 이하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치명적이며 희생자의 90% 이상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매 30초마다 어린이 1명이 이 병으로 죽는다는 얘기다.
 
자연히 말라리아 퇴치는 국제사회의 오랜 관심사였다. 각국 정부와 단체로부터 47억불의 기여금을 약속받아 2001년 시작한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가 이 국제적 노력의 한 사례였다. 이 펀드가 지원한 154개 사업 중 하나가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둔 다국적 제약기업 Novartis의 말라리아 치료약 개발이었다.
 
Novartis
가 개발한 Coartem이란 약은 Artemisia annua란 일종의 쑥에서 추출한 물질을 원료로 한, 세계 유일의 말라리아 치료 복용제이다. Novartis는 자사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약의 원가 공급을 약속했으며 이 약 공급 및 사용에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말라리아 퇴치에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원료 공급과 수요 양 쪽에서 발생했다. 경쟁사가 쑥 재배업자들에게 웃돈을 주고 원료를 사가는 바람에 Novartis에 원료를 공급하던 Tonghe라는 중국회사는 원료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금년 중 3천만 단위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불과 1천 3백만 단위만 주문되었다. 행정 차질과 지원금 부족이 주된 이유였다. 내년에는 1억 2천만 단위의 치료제가 필요할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전망에 일부에서는 Novartis가 수요 증가에 맞는 시설확장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만, 원가로 공급하는 상황에서 시장 수요도 불투명한데 무작정 증설 투자를 한다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최빈곤국들의 최소한의 인권 보장을 위한 제약회사의 기여는 사회 공헌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원료난과 수요 불투명이라는 시장상황 속에서 회사는 어느 정도까지 약품 공급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 더군다나 이 약은 공적 자금으로 개발되었고, 이 약 없이는 매 30초마다 어린이 1명이 생명을 잃는다.

©
노한균 2005. Business Ethics Abroad (2005/10/9)
 
이 글은 필자가 2005년 브루넬대학 재직 시절 작성한 Business Ethics Abroad 시리즈의 일부로, 당시 국가청렴위원회 (현 국민권익위원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된 내용을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참고 문헌
 
Jack, A. (2005). ‘Malaria deaths fear after low drug orders’. Financial Times. 10월 3일. 10쪽.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 (http://www.theglobalfund.org/en/)
Malaria and Health (maintained by Novartis) (http://www.malariaandhealth.com/)
Roll Back Malaria Partnership (http://www.rbm.wh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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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한균

    노한균

    - (현)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현) 지속가능경영연구센터장
    - (전) 영국 브루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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