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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지 말고 빌리자?

박용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자동차 강국 독일의 기술과 시계 명가 스위스의 디자인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수사자와 암호랑이의 교잡으로 태어난 ‘라이거’처럼 부모 세대의 우성 인자가 전수된 잡종 강세가 나올까요.
 
독일 다임러의 2인승 소형차 ‘스마트’가 바로 이 업종 간 하이브리드의 결과물입니다. 스마트는 벤츠의 기술력과 스와치의 발랄하고 실용적인 젊은 디자인이 만나 탄생한 미래형 소형차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마트가 최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다임러는 올해 독일 프랑크모터쇼에서 스마트의 새로운 쓰임새를 공개했습니다. 스마트를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 공동이용 서비스인 ‘카투고(Car2go)’ 프로젝트입니다.
 
카투고는 자동차를 사지 않고도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자가용처럼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자동차의 소유보다 자동차가 제공하는 이동성(mobility)에 초점을 맞춘 ‘서비사이징(Servi-cizing)’ 프로젝트입니다.(동아비즈니스리뷰 42호 스페셜리포트 ‘서비스사이징’ 참고)
 
예컨대, 대중교통에 익숙한 ‘뚜벅이’도 자가용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할인점에서 잔뜩 쇼핑을 했거나, 교외 드라이브를 원하는 연인의 데이트 신청을 받았을 때는 난감하죠. 카투고는 이런 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합니다. 택시나 렌터카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2인승 스마트를 자가용처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무료 회원에 가입한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주변의 차를 ‘주문’하고, 필요한 만큼 탄 뒤에 목적지 가까운 곳에 반납하면 됩니다. 사용료는 택시나 렌터카 이용요금보다 저렴하답니다. 다임러는 지난해 독일 울름에서 스마트를 이용한 카투고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시로 확대한다고 하네요.
 
1987년 스위스에서 처음 시작된 자동차 공동이용 서비스는 1988년 독일, 1994년 캐나다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미국의 집카(ZipCar) 등의 비즈니스모델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주차 공간을 공동 이용하는 서비스까지 나왔다고 하네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수전 새힌 교수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미국에 25개의 자동차 공유 프로그램이 있으며, 등록 회원 32만3681명, 등록차량은 7772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프랑스 파리와 같은 대도시는 시 당국이 나서 자전거 무인대여시스템인 ‘밸리브’에 이어 카투고 서비스를 활용한 자동차 무인대여서비스 ‘오토리브’ 계획도 진행하고 있답니다.
 
인구 증가, 에너지 소비 급증, 도시화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면서 앞으로 자동차 공동이용 서비스는 더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성적인 교통 체증과 주차난에 시달리는 서울 등 한국의 대도시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자동차 생산업체인 다임러가 자동차 소비에 영향을 줄지도 모를 자동차 공용서비스를 들고 나왔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다임러의 주력 상품이 자동차 공유서비스의 영향권에서 비켜 서 있는 고급 승용차 벤츠이니 밑질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대중차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대중적인 자동차를 생산하는 한국의 자동차 업계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가 조화를 이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한국산 ‘라이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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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

    박용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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