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서비스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도 빨라지고 있다.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이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과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2005년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78.8%, 프랑스는 73.6%로 70%를 훌쩍 넘어섰다. 일본도 69.6%로 70%대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의 개발도상국들도 빠른 속도로 서비스 중심 국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세계 서비스 교역 규모는 상품 무역의 약 4분의 1에 이르고 있으며, 그 증가율도 제조업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향후 교역에서 서비스 교역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우리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과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선진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서비스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기준 56.3%에 불과하다.
서비스 산업은 크게 생산자 서비스, 유통 서비스, 개인 서비스, 사회 서비스 등 4개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생산성이 높고 부가가치 창출력이 높은 생산자 서비스의 비중이 11%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선진국 평균(17%)보다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 수지도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다. 총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서비스 수출액 비중은 2003년 기준 14.2%로 미국(29.1%)과 프랑스(21.5%)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도 OECD 국가 중 거의 최하위다.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을 제조업 종사자의 노동생산성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서비스업의 제조업 대비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66%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 96.2%, 독일은 92.6%에 이른다. 제조업이 매우 강한 선진국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격차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 산업 구조의 측면에서 개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전체 서비스업(중 분류 서비스 업종 기준) 가운데 도·소매업 종사자 비중은 최근 10년간 34%에서 25%로 급격히 줄었다.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의 비중은 같은 기간 8%에서 14%로 늘었다. 하지만 사업서비스업의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고 양적인 성장에만 그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생산성 증대와 산업 구조 개선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치열한 글로벌 생존 경쟁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주요 국정 과제로 선정하고,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서비스 산업에 불리한 차별 제도가 개선되고 불합리한 규제가 철폐되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자리를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경제 위기 이후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산업의 서비스화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종으로 인력 이동이 많이 일어나도록 산업 정책도 유도해야 한다. 정보기술(IT) 투자와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해 저부가 서비스업을 고부가 서비스업으로 전환시키는 정책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제조업 위주로 성장해 ‘서비스’에 대한 ‘산업’적 인식이 부족하므로 서비스업에 대한 비즈니스 마인드도 강화해야 한다.
이제는 보다 과학적이고 전략적인 방식으로 ‘산업의 서비스화’와 ‘서비사이징(servicizing)’을 촉진하고, ‘글로벌 지향성’도 강화해야 한다. ‘서비스 사이언스’를 전 산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단기간에 글로벌 서비스 강국으로 부상하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 서비스 경제, 서비스 기업의 꿈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지금 우리의 결단과 행동에 미래가 달려 있다.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KAIST 경영과학 석사 학위와 미국 플로리다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이며, 서비스사이언스전국포럼 상임운영위원장, 서비스사이언스학회 총무부회장, 한국IT서비스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