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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家 성공 비결은 탁월한 ‘문제 발견’ 능력

김익철 | 32호 (2009년 5월 Issue 1)
먼저 질문을 하나 해보자. 지금 여러분이 신규 비즈니스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자금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비즈니스 아이템(성장 동력)이 없어서일까? 전자로 답했다면 당신은 ‘장사꾼’이고, 후자를 택했다면 ‘기업가’다.
 
현재 우리 기업이 직면한 성장 한계와 이익 감소 등의 심각한 문제의 원인은 1960년대 산업화 시기와는 다르다. 과거에는 자금이 없어서 문제였지만, 지금은 아이템(DBR TIP 참조)이 없어 신규 비즈니스를 하지 못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기업과 기업가들이 그동안 비즈니스라는 장에서 ‘문제 해결’만 했지 ‘문제 발견’을 한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신규 비즈니스 기회는 문제의 발견에서 나온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문제 발견과 관련한 경험과 지식, 역량이 선진 기업들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의 본질은 ‘문제 발견 역량이 부족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메디치가의 비즈니스 기회 발견
문제 발견이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신규 비즈니스’의 정의에서 찾을 수 있다. 신규 비즈니스란 새로운 문제, 즉 사업 기회의 ‘블루오션’을 찾아 그것을 고객이 공감하게 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해 이익을 만들어내는 제반 절차를 말한다.
 
휴대전화 비즈니스는 고객이 이동하면서 전화를 할 수 없다는 유선전화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나왔다. 택시는 승용차를 아무 곳에서나 사용하고 싶다는 욕구, 은행은 돈을 안전하게 맡기거나 빌리고 싶다는 욕구의 해결책이다.
 
유럽 최대 금융 비즈니스를 만든 메디치 가문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가문은 15세기 로마 교황청이 갖고 있던 문제를 발견해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했다.

당시 교황청은 유럽 각국의 교회가 거둔 헌금을 일단 바티칸으로 직접 가져왔다. 교회들이 거둔 헌금의 총 액수가 얼마인지를 알아야 다음 해 재정 운용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황청이 거둬들인 헌금은 집계와 재정 계획 입안이 끝난 후 다시 각 지역으로 분배됐다.
 
문제는 거액의 헌금을 직접 수송하는 데 많은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다. 수송대가 중간에 도둑이나 강도를 만날 수도 있고, 수송 담당자가 헌금을 착복할 수도 있었다. 물론 헌금을 로마로 가져오지 않으면 이런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헌금을 거둬들여 합산하지 않으면 교황청의 재정을 확보하고 다음 해의 살림 계획을 짤 수가 없다. 이것을 트리즈의 문제로 표현하면 <그림1>과 같다.

메디치 가문은 이 모순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들은 돈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돈의 정보(총 금액)를 보내는 신규 비즈니스를 고안했다. 즉 교황청이 거둬들인 모든 헌금(연간 약 4조 원)을 유럽 각국에 있는 자기 가문의 은행에 입금하게 했다. 그리고 교황청에는 고유 계좌를 만들어줘 자산을 관리하도록 했다. 돈이 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움직이는 ‘온라인 송금’을 인류 최초로 고안해냈다는 말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교황청은 재정과 관련한 모순을 해결했다. 메디치 가문은 유럽 최대의 ‘돈줄’인 교황청의 환전 수익은 물론, 예금을 재투자하는 등의 신규 비즈니스도 일으켜 재산을 계속 늘려갔다. 이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비즈니스의 생성, 발전, 소멸 과정에는 문제 발견이 개입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모토로라가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비즈니스는 시장, 제품, 생활, 프로세스, 가치라는 5개 영역에서 고객이 가진 문제를 발견, 공감, 해결해주고 대가를 받는 행위다.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해왔다. 모토로라가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오늘날 거대한 이동통신 시장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샤프가 액정표시장치(LCD)를 상용화하지 않았다면 평판TV나 모니터 시장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존 오프라인 채널에 문제가 있었기에 인터넷 비교 구매라는 새로운 프로세스가 만들어졌으며, 교통카드라는 새로운 프로세스는 현금 지불 프로세스를 몰아냈다. 비즈니스 발전 과정을 돌이켜보면, 반드시 기존 비즈니스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창조하려는 사람이나 기업은 반드시 먼저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찾아내야 한다.
 
다시 앞의 질문을 반복해보자.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위기의 본질은 성장 동력의 상실로 더 이상 경제 발전이 어렵고, 공공 부문에 비효율이 많다는 데 있다. 왜 그런가? 그것은 근본적인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문제의 발견보다는 해결에 더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진정한 기회의 발견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앞으로 기업은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고객이 공감하도록 하며, 해결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가진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 신제품, 생활 방식, 프로세스, 가치를 만들어 번영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훌륭한 생각의 도구다. 트리즈는 이를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연재 기사를 통해 기업 현장에서 어떻게 트리즈를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DBR TIP]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템들
 
여러분이 만약 다음과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 대머리 치료 약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시장이 만들어질까?
- 먹기만 하면 부작용 없이 살이 빠지는 약이 있다면 매출이 얼마일까?
- 대전 시내에서 서울역까지 30분 만에 올 수 있다면 어떤 시장이 만들어질까?
- 공부를 게임처럼 할 수 있는 수단이 나온다면 엄마들이 그것을 사줄까?
- 화력 발전의 열효율을 80%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떤 시장이 만들어질까?
- 자신의 역량과 천성을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오해 없이 알릴 수 있다면 어떤 시장이 만들어질까?
-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자동 번역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어떤 시장이 만들어질까?
- 무선 인터넷과 구글, 기계 번역이 합쳐진다면 어떤 시장이 만들어질까?
- 사람들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다른 사람을 원하는 대로 만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어떤 시장이 만들어질까?
- 태양 전지의 발전 단가가 1달러/W가 된다면 어떤 시장이 만들어질까?
- 작동 온도가 2000도 이상인 가스 터빈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시장이 만들어질까?
- 인쇄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시장이 만들어질까?
 
필자는 현재 한국트리즈협회 회장과 테크인포 대표를 맡고 있다. 쌍용양회 중앙연구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일했고, 1996년 삼성종합기술원 근무 당시 삼성그룹에 ‘트리즈’를 도입했다. 현재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하이닉스, 포항제철, 한국항공, KT, 한양대학교, 중소기업연수원 등에서 트리즈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비즈니스 트리즈>(공저)와 <과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등이 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한국트리즈협회는 이번 호부터 격호로 ‘비즈니스 트리즈’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러시아에서 개발된 ‘트리즈’는 발명 특허 패턴의 분석을 기반으로 창의적 문제 발견과 해결의 방법론을 40가지 원리로 정리한 것입니다. 창의성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오늘, 비즈니스 트리즈가 우리 기업들의 경영 혁신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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