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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트렌드 워치

성공한 CEO·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ENTJ’

노승욱,정리=백상경 | 423호 (2025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성공한 CEO나 창업가들에겐 자신만의 성공 비결이 있다. 어떤 이는 영업과 처세에 능한 외향적인 CEO로 성공을 거두고, 어떤 이는 트렌드나 데이터에서 탁월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내향적인 CEO로 일가를 이룬다. 개인의 성향은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절대적인 성공 방정식은 없다. 하지만 성공한 CEO·창업가들의 성격 유형을 살펴보면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끈 특성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유사 과학’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성향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MBTI를 통해 성공한 스타트업 CEO, 장사 고수들의 성격 유형을 살펴보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다. 업종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외향(Extraversion), 직관(Intuition), 사고(Thinking), 판단(Judging) 유형의 집합체인 ENTJ였다. 특히 처음부터 ENTJ가 아니었지만 사업을 하다 보니 ENTJ 성향으로 바뀐 이가 많았다. 이 유형이 사업을 키우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업을 잘하는 성격이 있을까?’

수천 명의 성공한 CEO를 인터뷰하면서 늘 궁금했던 질문이다. 혹자는 초면에 먼저 술자리를 제안할 만큼 외향적인가 하면 혹자는 ‘은둔형 CEO’라 불릴 만큼 내향적인 이들도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성공 비결과 스스로의 강점도 판이했다. 전자는 7전8기의 자세로 밀어붙이는 영업과 처세의 달인, 후자는 트렌드나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는 전략가에 가까웠다.

내향적인 편인 필자는 후자의 방식이 더 끌렸다. 정확히 말하면 외향적인 CEO의 성공 비결을 따라 할 자신이 없었다. 그의 성공 방정식은 그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에게만 유효하다.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절대적 항등식은 아닌 셈이다.1

그래서 직접 조사를 해봤다. 스타트업 CEO와 장사 고수 각 107명의 성격 유형(MBTI)을 살펴봤다.2 여기서 장사 고수는 프랜차이즈 대표, 다점포 점주, 5년 이상 장수 가게, 월 매출 5000만 원 이상 고매출 점주, 흑백요리사 등에 출연한 유명 셰프 등을 조사 대상으로 했다. 다만 최근에는 프랜차이즈도 스타트업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어 두 조사 그룹 간 차이는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성공한 CEO의 성격 유형을 먼저 알고 그의 성공 비결을 참고한다면 더욱 균형 있게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자신과 같은 성격 유형의 CEO를 찾아 롤모델로 삼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번 조사 목적 중 하나다.3


CEO 214명 중 ENTJ 55명(25.7%) 압도적 1위

정반대인 ISFP는 3명뿐(1.4%)⋯
외향(E)이 내향(I) 3배

결론부터 얘기하자. 스타트업 CEO와 장사 고수 각 107명씩, 총 214명에게 MBTI 성격 유형을 물은 결과, 업종 불문 가장 많은 유형은 ENTJ였다. 스타트업 CEO 조사 결과는 필자가 직접 취재한4 스타트업 CEO 중에선 이수진 야놀자 대표, 김슬아 컬리 대표, 이승건 토스 대표,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등 25명이, 장사 고수 중에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최승윤 백억커피(오가다) 대표, 이만재 고반식당 대표, 유상 심퍼티쿠시 대표 등 30명이 스스로가 ENTJ라고 답했다. 조사 대상 중 각각 23.3%, 28%에 달하는 수치다.

외향(Extraversion), 직관(Intuition), 사고(Thinking), 판단(Judging) 유형의 집합체인 ENTJ는 16가지 MBTI 유형 중 하나이므로 단순히 평균 확률만 생각하면 6.25% 비중만 차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일반 사장님을 대상으로 조사한 MBTI 유형 설문이 그랬다. 응답한 655명 중 ENTJ는 47명(7.2%)으로 확률적 기댓값에 가까웠다.5 평범한 자영업자와 달리 적어도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키운 성장형 CEO 중에는 ENTJ 성향이 압도적으로 많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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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MBTI는 현대 심리학에서 주류로 인정받지 못해 ‘유사 과학’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맹신하는 것은 필자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스타트업과 자영업이라는 서로 다른 두 분야에서 각각 107명을 조사했음에도 ENTJ가 확률적 기댓값의 3~4배에 달하는 특이한 결과가 공통적으로 나왔다는 점이다.6

둘째, 이들 중 상당수는 “처음부터 ENTJ는 아니었고 사업을 하다 보니 ENTJ 성격으로 변하게 됐다”라는 비슷한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ENTJ라는 성격 유형이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음을 유추해볼 만한 대목이다.

ENTJ와 정반대 성격 유형인 ISFP CEO는 얼마나 될까. 역시 평범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우아한형제들 설문에선 47명으로 ENTJ와 똑같이 7.2%를 차지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CEO 중에선 단 1명(0.9%)7 , 장사 고수 중에선 2명(1.8%)8 뿐이었다. 내향(Introversion), 감각(Sensing), 감정(Feeling), 인식(Perceiving)의 집합체인 ISFP는 적어도 성장형 CEO 중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성격 유형인 셈이다.

세부 유형별로 쪼개어 봐도 결과는 비슷하다. 장사 고수 중 EN(외향·직관) 유형은 60명(56%), TJ(사고·판단) 유형은 49명(45.8%)으로 단순 평균 확률인 25%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반면 IS(내향·감각) 유형과 FP(감정·인식) 유형은 각각 10명(9.3%), 16명(15%)으로 평균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외향적 성향(E)은 80명(74.8%), 내향적 성향(I)은 27명(25.2%)으로 3배나 차이가 난다. 흔히 ‘숲을 본다’ ‘큰 그림을 그린다’고 설명되는 직관적 성향(N)은 78명(72.9%), ‘나무를 본다’ ‘눈앞의 현실에 집중한다’고 설명되는 감각적 성향(S)은 29명(27.1%)으로 역시 비슷하게 차이 난다. 이성과 논리에 더 집중하는 사고형(T)은 74명(69.2%), 감성과 정서에 더 민감한 감정형(F)은 33명(30.8%)이다. 매사에 계획적인 판단형(J)은 65명(60.7%), 임기응변에 능한 인식형(P)은 42명(39.3%)이다. 스타트업 CEO 조사 결과도 이와 대동소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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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J 성향과 사업의 상관관계

추진력 강해 성과 내지만
‘독불장군’ 경영이 毒 되기도

ENTJ에는 ‘타고난 사업가’ ‘대담한 통솔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ENTJ 성격의 어떤 면이 이들을 이렇게 만드는 걸까. 정중교 프레시지 대표는 “ENTJ는 추진력이 좋다는데 이 유형의 성격이 실제로 창업 초기 수많은 아이디어를 적극 현실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퓨전다이닝 등 10여 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상 심퍼티쿠시 공동대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직관적 판단이 중요한 순간에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 3개를 운영 중인 전강현 리원 대표는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사업을 하면서 손님 혹은 (거래처) 사장님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음식점을 2개 운영하며 외식 창업 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이재창 장사준비연구소 대표 역시 ENTJ다. 비용 절감을 중시한다는 그는 “인력 최적화를 위해 몇 시간을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업체를 찾기 위해 철저히 조사한다. 매장 하나를 오픈할 때 굉장히 많은 대안을 비교해 창업한다”면서도 “비교는 오래 하지만 확신이 들면 주저 없이 계약한다”고 말했다.

물론 ENTJ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너무 목표지향적이다 보니 업무 추진 과정에서 감정적 공감에 소홀하게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지나치게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해 의도했던 대로 문제가 풀리지 않았던 경우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전강형 리원 대표는 “업무에 있어서 너무 감정을 배제하려고 하는 성향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상은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고 사는 건데 너무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정신을 차렸던 적이 있다”며 “아무래도 사업을 하다 보니 책임이라는 것에 너무 예민해져서 쫓기듯이 지낸 것 같다”고 밝혔다.

그 밖에 “‘이걸 왜 못 하지?’라는 사고방식이 되레 직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이 돼 곤란할 때가 있다”(김준헌 오사카에프앤비 대표), “혼자 속도 나갈 때가 있다”(이문경 헤비스테이크 대표), “독불장군적인 성향을 억제하려고 노력 중”(김봉제 유가네닭갈비 5개 점 점주) 등 비슷한 답변이 많았다.

지나친 확신과 추진력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디저트 제조·유통 사업을 하는 이은성 신바드 대표는 “공장 운영 초기 아이템이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이자마자 ‘이건 된다’는 확신만으로 바로 확장에 들어갔다가 큰 손실을 봤다”고 회고했다. 그는 “제품 라인을 계속 늘리고, 시설을 투자하고, 인력을 투입했는데 정작 내부 운영 시스템이나 자금 흐름 정리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직관은 맞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빨랐고 준비가 덜 된 팀원들과 현장의 흐름이 버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상 심퍼티쿠시 공동대표도 “현실보다 이상을 좇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미래를 위한 투자가 과해 현재 수익성을 갉아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ENTJ가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속도 조절’과 ‘다양성 존중’이 꼽힌다. 이은성 신바드 대표는 “ENTJ는 ‘내가 옳아도, 타인은 준비가 안 됐을 수 있다’는 걸 놓치기 쉽다”며 “단순히 ‘옳은 방향’이 아니라 ‘모두가 움직일 수 있는 속도’로 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수현 스페이스클라우드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근거 있게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잘 납득을 못해 갈등이 생기는 약점이 있었다”면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 의견을 듣는 연습을 많이 하고 내부적으로 ‘리뷰 데이’를 열어 제안을 많이 청취하는 방식으로 보완 중”이라고 전했다.


‘후천적 ENTJ’도 적잖아

김슬아 컬리 대표 “원래 ENFP⋯
사업하니 데이터 의존하게 돼”

재밌는 점은 이들 중 상당수는 창업 초기에는 ENTJ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수진 야놀자 대표, 김슬아 컬리 대표 등이 대표 사례다. 김슬아 대표는 컬리 창업 전에는 ENFP였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며 MBTI 결과도 계속 바뀌더라. 처음에는 ENFP였는데 중간에는 ENFJ, 최근에는 ENTJ가 나왔다”며 “이상주의적인 ENFP 성향 덕분에 조금 무모해 보이는 사업에 도전했다가 단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TJ형(사고·계획형)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성장하면서 여러 이슈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해 직관이나 이상보다는 분석과 데이터에 더 의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수진 대표는 한때는 INTP 유형이 나왔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내향형(I)과 외향형(E)이 51대49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이번에도 54대46으로 역시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도 양쪽 성향이 비슷하게 나와서 ‘나는 중간형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수진 대표는 계획형을 뜻하는 J 성향이 75%로 상당히 높게 나왔다. 투자 유치, 상장 준비 등 긴 호흡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경영자의 특성이 그를 ‘계획형 인간’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2~5위는 ENTP·ENFP·ESTJ·ENFJ

5명 중 3명은 ‘외향 직관(EN)’⋯
ENTP “70점만 돼도 일단 실행”

ENTJ 다음으로는 ENTP·ENFP·ESTJ·ENFJ 순으로 많았다. ESTJ를 제외하면 모두 외향 직관(EN) 성향이 공통적으로 많았다는 게 눈에 띈다. 조사 대상 214명 중 EN 유형은 총 123명으로 57.5%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2위 ENTP(스타트업 CEO 18명, 장사 고수 10명), 3위 ENFP(15명, 12명), 4위 ESTJ(9명, 8명), 5위 ENFJ(5명, 9명) 순이었다.

‘변론가’ 유형인 ENTP CEO는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대표(티몬 창업자),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 신재식 네스트컴퍼니 대표(데일리호텔 창업자), 김기록 코리아센터 대표,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가 대표적이다. 장사 고수 중에선 중기부가 ‘강한 소상공인’으로 선정한 정승호 더캡슐 대표, 편의점을 10여 개 운영 중인 강득수 LK컴퍼니 대표, 제주도에서 ‘고씨네천지국수’를 운영하는 김혁 기업가형소상공인협회장 등이 있다.

역시 외향 직관을 활용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이재후 대표는 “중고 거래, 온라인 유통처럼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고객이 놀랄 만한 혁신적 가치에 대한 갈구가 필요하다”며 “이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공감을 받아 변화를 끌어내는 데 ENTP 성향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재식 대표는 “ENTP는 평소 토론을 즐기며 문제가 어려울수록 흥미가 생기는 편이라는데 정말 그렇다”면서 “부족한 공감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정승호 더캡슐 대표는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공상하는 성격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성도가 100점 만점에 70점만 돼도 일단 해보고 판단한다’는 결정 덕에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검증할 수 있었다”면서 “계획과 다르게 일이 흘러가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여 계획을 수정하고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에 빠르게 착수한다”고 설명했다.

브런치 전문점 직가맹점을 10여 개 운영하는 김태진 포시즌키친 대표 역시 ‘실행’ 측면에서 강점을 꼽았다. 그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하는 것을 중요시한다”며 “훈연 퍼포먼스가 있는 브런치 메뉴나 한식 퓨전을 가미한 양식 메뉴 등 남들과 차별화한 메뉴도 그러한 성향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ENTP의 단점으로는 ‘너무 즉흥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란 응답이 많았다. 김태진 대표는 “상황에 따라 계획형일 때도 있고 즉흥적일 때도 있는데 장사 하나만 할 때는 괜찮았지만 지점이 여러 개로 늘어 사업이 되면서는 대표가 즉흥적인 업무 진행을 할 때 직원들이 피로도를 많이 느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예를 들어 메뉴 개편을 할 때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잡고 해야 하는데 외국 트렌드를 보다가 꽂히면 빠르게 진행을 하다 보니 다소 급하게 메뉴가 나와 실패했던 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디테일이 부족해 벌린 일을 수습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배문진 제이디브랜딩 대표),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에 금방 질려 해서 관리 수준을 잘 유지하지 못한다”(정승호 대표), “계획 없이 자신감으로 도전하다 보니 3년 전 3억 원을 투자받아 육가공 공장을 운영할 때 리스크 계산이 너무나 미흡해서 큰 손실을 입은 경험이 있다”(장원준 장가컴퍼니 대표) 등의 발언도 있었다.

단점 보완 방법으로는 타인의 의견 존중, 반대 성향 직원 배치 등이 꼽혔다. “메뉴 개편 관련해 좀 더 직원들에게 업무를 분배하고 급하게 하자는 욕심을 다소 내려놨다”(김태진 대표)거나 “‘(남들의) 좋은 점은 배워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배우고 모방한다”(김혁 대표), “단순 반복 업무는 적절한 직원을 배치해 관리 수준을 유지하고 당사자인 직원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반영했다”(정승호 대표) 등의 답변이 나왔다.


내향형 CEO는 INTP·INTJ 각 12명 ‘공동 1위’

다음·직방·에이블리는 INTP,
패스트벤처스·생활맥주는 INTJ

내향형(I) 스타트업 CEO는 24명, 장사 고수 중에선 27명으로 51명(23.8%)에 그쳤다. 그중에선 ‘사색가’ INTP와 ‘전략가’ INTJ가 각각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내향(I)·직관(N)·사고(T) 성격 유형이 공통적으로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스타트업 CEO 중 INTP 유형은 포털 사이트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 안성우 직방 대표,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 강민준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창업자 등 8명이다. 사색가답게 추상적이고 내향 직관을 발휘해 창업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강민준 창업자는 “INTP는 지적 호기심이 많고 분석적, 논리적”이라며 “의사결정 전 여러 가능성과 시사점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시간이 주어져야 새롭고 혁신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면서 “창업 초기 마케팅과 비즈니스 모델도 이렇게 얻은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즉흥적이고 사교성이 부족하다는 INTP의 단점을 극복한 비결은 ‘경청’과 ‘권한 위임’이다. 강민준 창업자는 “첫인상이 차갑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과묵한 편이지만 실제로는 털털한 성격”이라며 “직원들에게 선뜻 다가가기보다는 얘기를 경청하는 CEO가 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강석훈 대표는 필자에게 원고지 9매에 달하는 가장 긴 답변서를 보내왔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이 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가능성), 어떻게 해야 될지 상상하고(추상적), 일단 해본 뒤 반응에 따라 계획을 수시로 변경(즉흥적)해왔다. 이런 방식이 초기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자원을 초반에 다 쓰거나 가설을 수정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진격만 고집한다면 그 조직은 느리게 성장할 것이다. INTP는 내성적이고 친화력이 다소 부족해 소통에 둔감한 측면이 있다는 데 스스로 인정한다. 이런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족한 점이 있어 주말마다 나의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략가인 INTJ 유형의 스타트업 CEO는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박지웅 패스트벤처스 대표, 안태양 푸드컬처랩 대표 등 5명, 장사 고수는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 강춘근 익선동목장 대표, 주용태 돈까스먹는용만이 대표 등 7명이다.

박지웅 대표는 “INTJ는 보통 직관력이 좋고 정보의 패턴을 파악한 뒤 미래 가능성을 보는 데 많은 관심이 있다”며 “이런 성향은 직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해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나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INTJ는 의사결정을 할 때 단호하다고도 알려져 있는데 하루에도 수십 번 주어지는 의사결정 상황에서 빠르고 직관적으로 결정을 내린 뒤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힘이 된다”고도 했다. 강춘근 대표는 ‘장기적 전략’ ‘효율적 운영’ ‘비판적 사고’를 INTJ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효율적인 일처리와 동선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직원 개개인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한다”며 “가게가 하나의 기계장치처럼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고집이 하루에 테이블 7회전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안태양 대표도 ‘효율성’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INTJ는 상상력이 풍부하면서도 결단력이 있고, 놀랄 만큼 호기심이 많은 유형이지만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법은 없다”면서 “그 덕분에 창업 초기 불필요한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가장 중요한 사업 아이디어 한 가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INTJ의 단점은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 꼽혔다. 강춘근 대표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워낙 말수가 없고 스몰토크 자체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처음에 직원들과 유대 관계를 쌓는 부분이 너무 힘들었다”면서 “새로운 알바들은 일단 나를 무서워 한다”고 털어놨다. 주용태 대표도 “너무 많은 데이터를 참조하려는 경향으로 린스타트업(Lean Startup)9 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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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CEO·장사 고수
가장 적은 MBTI는?

ESFP·ISFP·ISFJ·INFP·ISTP 1~3명뿐

스타트업 CEO와 장사 고수 중 가장 드문 성격 유형은 무엇일까. 외향형 중에선 ESFP가, 내향형 중에선 ISFP·ISFJ·INFP·ISTP가 꼽힌다. 전체 214명 중 각각 1~3명에 불과했다. 0.5~1.4%의 확률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드문 유형은 ‘수호자’로 불리는 ISFJ다. 스타트업 CEO 중에선 전무했고 장사 고수 중 이진우 하순옥황금안동국시 대표가 유일했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성격의 강점을 묻자 ISFJ다운 ‘착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진우 대표는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업을 선택한 것도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건강보다 큰 가치와 행복은 없구나’ 하고 생각해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건강한 음식으로 행복을 전해드린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점은 시스템, 극복 방법은 멘토링이다. 그는 “장사라는 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람은 다 다른데 내 마음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보편적 기준을 잡고 시스템화하는 것이 어려웠다”면서 “인생 멘토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ISTP인 양승일 샤브밀 대표는 일할 땐 ‘ENTJ 페르소나’를 활용한다고 했다. 그는 “가만히 있으면 백날천날 놀 수 있는데 환경을 그렇게 안 만들려고 일을 병적으로 만들어서 한다”면서 “가끔 감당 못할 만큼 벌여놔서 번아웃도 오고 성과가 생각보다 안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돈보다는 재미가 우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그는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고 피해를 주거나 받는 것도 싫어하는 자신의 성격 때문에 가맹점 신청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양 대표는 “성격대로 하면 장사나 사업이 잘 안 맞아서 성격대로 안 하려고 한다. 평소엔 ISTP지만 일할 땐 ENTJ가 되고 루틴을 만들어 지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백 꼬꼬댁왕후라이드 대표는 장사 고수 중 유일한 ESFP였다. 그는 “디테일한 계획을 세우거나 분석적이지 못하다 보니 그저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라 실행력이 좋다”면서 “단순하고 사사로운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꾸준히 오래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너무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다 보니 초창기에 광고, 마케팅 쪽에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면서 “지금은 나보다 계획형(J)인 성향의 매니저를 두는 식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점 보완 방법은
‘정반대 성향’과 파트너십

‘당근’ 공동 창업자, ‘재기발랄한 활동가’
김용현(ENFP)·’현실주의자’ 김재현(ISTJ)

공동 창업자들의 ‘MBTI 케미(궁합)’는 어떨까. 흥미롭게도 둘 이상의 공동 창업자가 서로 반대되는 유형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각자의 장점을 살리며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김용현, 김재현 ‘당근’ 공동 창업자가 대표 사례다. 김용현 창업자는 ENFP, 김재현 창업자는 ISTJ로 정반대 유형이다. ‘재기발랄한 활동가’라는 ENFP의 혁신적 사고와 통찰력이 ‘세상의 소금형’이라는 ISTJ의 신중함과 책임감을 만나 균형을 만들었다.

크라우드펀딩 중개 플랫폼 와디즈도 신혜성 대표는 ESTJ, 공동 창업자인 최동철 부사장은 ENFP로 상이하다. 신혜성 대표는 “나와는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업무를 위탁하면서 서로의 강점을 이끌어내는 식으로 시너지 창출이 됐다. 상대적 강점이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는 “추진력이 강한 대신 세심한 마무리가 약한 ENTP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INTJ 유형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최고제품책임자(CPO)를 곁에 뒀다”고 말했다.

심퍼티쿠시의 유상, 박준혁 공동대표도 각각 ENTJ, ISTP로 ‘T’만 빼고 모두 정반대다. 편의점을 13개 운영하는 진규훈 대표는 “분노가 많아 나와 반대인 성향의 직원을 뽑았다.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직원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INTJ인 강춘근 익선동목장 대표도 “극 E 성향 대표와의 동업을 통해 대외적으로 사람을 만나거나 직원과의 트러블같이 대화로 해결이 필요한 일은 모두 위임하고 있다”며 정반대 성향과의 파트너십이 갖는 장점을 강조했다.
  • 노승욱noah@changtalk.kr

    창톡 대표

    필자는 매경이코노미 창업전문기자로 12년 근무한 후 장사고수 멘토링 플랫폼 ‘창톡’을 설립했다. 프랜차이즈 대표 다점포 점주,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셰프 중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의 1대1 멘토링을 연결해 소상공인의 생존과 성장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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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백상경baek@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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