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HBR Korea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Editor’s Letter

기회의 땅, SMR

김현진 | 420호 (2025년 7월 Issue 1)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지브리풍’ AI 이미지 열풍은 인공지능이 지닌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줬습니다. 5억 명 수준이었던 챗GPT 가입자가 이미지 생성 기능 도입 이후 불과 보름 만에 8억 명에 육박하며 AI 대중화에 불을 지폈지만 그 이면엔 엄청난 전력 소비라는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이미지 7억 장을 생성하는 데 미국 6만7000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이 소요되고 이미지 한 장당 평균 2.907Wh가 소비됩니다. 이는 짧은 텍스트 질문(100단어 미만)을 입력할 때 소모되는 전력의 약 10배입니다.

사용자 급증과 연산 요청의 폭증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내 GPU는 전례 없는 부하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전체 전력 소모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면서 사용자들에게 이미지 생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해프닝은 AI 시대의 전력 수요가 기존 전력 인프라를 압도하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챗GPT-4를 한 번 훈련시키는 데 소형 도시가 한 달간 쓸 전력이 필요할 정도로 AI 기술의 발전은 전력 소비 곡선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기존 전력망으로는 새로운 기술이 빚게 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SMR(소형모듈원전)이 가장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SMR은 짧은 공사 기간과 낮은 비용, 뛰어난 안전성을 갖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힙니다. 건설 기간은 3년 이내로 대폭 단축되며 중대사고 확률도 대형 원전의 2000분의 1 수준입니다.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 신제조업의 전력 수요는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로는 충족이 불가능하며 24시간 탄소 배출 없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SMR”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에너지 안보 위기까지 더해지며 선진국들은 SMR 양산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테크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이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SMR 전문기업 ‘테라파워’를 직접 설립했고, 구글은 SMR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에서 향후 총 500㎿ 규모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한 오픈AI의 올트먼 CEO는 SMR 개발사인 ‘오클로(Oklo)’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며 차세대 원자력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에너지 대전환을 앞두고 각국 정부 역시 원자력 정책을 재정비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원자력발전 용량을 늘리기로 하자 SMR이 차세대 원전 정책의 핵심 수혜 분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SMR 지원 특별법안이 발의되며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SMR은 산업용 전력 공급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습니다. 전 세계 80여 개의 SMR 설계사 가운데 실제 제조 역량을 갖춘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기에 특히 한국 기업들이 탄탄한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선도적 위치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SMR 산업은 반도체처럼 공급망 중심의 고난도 제조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로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기술적 난관과 규제, 환경 관련 이해관계자 설득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지만 SMR이 산업 전환을 이끄는 핵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한민국이 제조 강국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분기점에서 ‘기회의 땅’이 될 SMR 산업을 집중 조명한 이번 DBR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