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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16세, ‘더 나은 어른’을 꿈꾸며

김현진 | 388호 (2024년 3월 Issue 1)
미국에선 16세 생일을 ‘sweet sixteen’이라 명명하고 다른 생일보다 성대하게 축하해줍니다. 보호자 동반 없이 운전을 할 수 있는 나이, 즉 성인이 되는 첫 단추를 끼우게 된 걸 기념하기 위해섭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서 성장해 온 DBR 역시 조금씩 성숙해진 모습으로 열여섯 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성인’으로 가는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의미에서 이번 창간기념호는 조금 도전적인 이슈를 스페셜 리포트 및 이슈하이라이트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AI(인공지능) 때문에 지난해 미국에서만 화이트칼라 계층을 중심으로 43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고 AI가 경영 전략 수립이란 경영의 고차원적 영역까지 넘나 보게 된 시기,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현명하게 생존하기 위한 이정표를 찾자는 취지에섭니다. 이를 위해 현대 경영학 이론 수립에 큰 획을 그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들의 유산인 핵심 이론들을 소환했습니다.

또 각 경영 사상의 국내 최고 권위자들이 이론의 핵심을 AI 시대에 맞춰 재해석하면서 오늘날 경영 리더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들로 정리했습니다.

사실 AI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보완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인시아드대 AI 연구소가 AI와 인시아드 MBA 학생들에게 동시에 “파리에 베이글 가게를 창업하라”는 과제를 줬을 때 AI가 상대적으로 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이는 기계에는 인간의 ‘현상 유지 편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전략은 모두 AI가 짜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마이클 올레닉 인시아드대 선임 연구원은 “AI는 인간의 창조와 성장을 돕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며 “결국 사업을 실행에 옮기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AI는 인간 직원과 협업해 ‘집단의 천재성’을 극대화하는 데 사용할 때 지속가능성이 있습니다.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AI를 아이들을 겁주기 위해 만든 벽장 속 상상의 괴물, ‘부기맨’에 빗대 ‘현시대의 부기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많은 리더가 AI가 불러일으킬 변화와 자신 및 조직의 역할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AI가 등장하기 전에도 리더들은 늘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다”며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와 두려움을 조장해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세력”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될 정도로 재밌고 유익한 이번 호 인터뷰들은 꼭 한번 읽고 주변에 감상평도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창간 16주년을 축하하며 필자, 독자, 광고주 등 각계각층에서 보내주신 격려의 말씀을 차곡차곡 정리하다 보니 어렵고, 길고, 그래서 그다지 ‘친절하지’ 않아 보일 수 있는 DBR인데도 꾸준히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심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됐습니다.

‘2024년 DBR 명예 기자’로 선발되신 세 분 외에도 ‘DBR 핏(fit)’에 맞추느라 많게는 10번에 육박할 정도로 개고 및 보완을 요청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인사이트를 전해주신 많은 필자들께도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성심껏 써주신 원고를 반려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주로 ‘편집장의 지시’라는 이유를 앞세우고 있다는 정보도 입수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사실도 넌지시 고백합니다. 인성은 좋지만 안목은 ‘까칠’ 하기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편집장을 팔아서까지) 최선을 다하는 기자들의 노력을 헤아려주시고 고생 끝에 완성한 결과물에 만족해하시는 필자들을 뵐 때면 저 또한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성껏 전해주신 독자 여러분들의 칭찬과 꾸중을 오랫동안 곱씹어 보겠습니다. 지난 열여섯 해 동안의 경험을 영양제 삼아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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