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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코드CEO포럼

“자연을 표절하라”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최재천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책을 쓰고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지구환경에 대한 진실은 그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불편해 보인다. 과학기술 개발만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지금보다 불편하게 살겠다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가 없는 한 환경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힘들다. 환경문제는 과학자 혼자서 풀 수 있는 게 아니라 인문·사회 과학자, 종교지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통섭(統攝)’을 해야 풀 수 있다.
 
기술만능주의로 해결할 수 없는 기후변화 문제
우주 역사는 약 135억 년 된다. 현재까지의 우주 역사를 1년이라고 가정해 보자. 환산하면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된 시점은 정월 초하루 0시다. 5월 1일에 은하가 만들어졌고, 9월 1일에 지구가 탄생했다.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나타난 것은 10월 1일이며 엄청난 종류의 생명체가 폭발적으로 진화한 캄브리아기는 12월 24일이다. 공룡이 뛰어다니던 시기는 크리스마스이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구상에 첫발을 내디딘 때는 12월 31일 오후 8시 쯤이다. 인간은 지구 생명체 가운데 가장 막내에 해당한다. 인간이 막강해진 계기가 된 농업혁명은 20초 전에 일어났고, 예수가 인간을 구원한 것은 4초 전이며, 르네상스는 1초 전에 일어났다.
 
그런 인간이 지금 엄청난 환경 파괴를 자행하고 있다. 지구 역사상 우리 세대가 벌인 환경 파괴는 이전 세대와 모든 동식물이 환경을 파괴한 것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가 저지른 과오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후손들에게 지구를 물려주는 게 우리 몫이다.
 
기후변화에 대해 왕성하게 연구하는 연세대 김준 교수의 자료를 인용해 본다. 플라스크 안에 분마다 세포분열로 번식하는 박테리아가 산다고 가정하자. 박테리아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고, 두 마리가 네 마리가 되는 식으로 세포분열을 한다.(인간이 지구에 출현한 12월 31일) 오후 8시에 박테리아가 세포분열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박테리아들이 밤 12시가 되면 플라스크 안에 꽉 찬다. 플라스크에 박테리아가 절반만 차 있을 때가 밤 11시 59분인데 그때까지는 박테리아들이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니 언젠가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다들 “아직은, 아직은”이라고 얘기할 뿐이다. 그런데 몇몇 걱정 많은 박테리아들이 시간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밤 11시 59분에 과학의 힘으로 플라스크를 3개 더 만들었다고 하자. 그래봤자 추가로 번 시간은 달랑 2분이다. 이 점이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기술만으로 해결하리라고 믿다가는 정말 큰일 날 수 있다. 우주물리학자 가운데 우주에 새 기지를 만들어 이사 가면 된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우주에 잠깐 관광을 가려는 백만장자는 있을지 몰라도 우주에 가서 살라고 하면 아무도 가지 않을 것이다. 이 작은 지구에서 우리가 공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별로 대단한 위기가 아니며 정상적인 지구 활동 사이클 상의 일부일 뿐인데 학자들이 괜히 세상에 겁을 준다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축적해 온 모든 데이터를 꺼내 보면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원인은 인간의 활동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자원고갈 문제 역시 기후변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구 인구의 절반을 가진 브릭스(BRIC’s) 네 나라가 지금 잘살아 보겠다며 제2의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 나라들이 블랙홀처럼 지구의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 자원 중에서도 특히 푸드, 에너지, 워터의 세 가지가 가장 고민된다. 나는 이 단어들의 앞 글자를 따서 ‘FEW’라는 약자로 표현하고 싶다. ‘거의 없다’는 뜻도 된다. 게다가 이 세 가지 자원에 대한 고찰 없이는 세계 경제를 이해할 수도 없다. 유가가 오르락내리락하니 전 세계 금융이 흔들리고, 식량문제가 불거지니 후진국에서 폭동이 일어난다.
 
여러 분야 지식이 함께 모여 문제 풀어야
아리스토텔레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산 정약용, 연암 박지원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은 철학, 과학, 예술 등 여러 분야를 섭렵했다. 감히 이 분들을 폄하한다면, 이 분들이 활동하던 시절엔 인간의 지식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파고드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19, 20세기는 인간이 축적한 지식이 아주 방대해져 한 사람이 한 분야 이상을 통달하기는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개인이 한 분야를 좁고 깊게 파는 전문화를 띠고 있다.
 
30여 년 전만 해도 자신의 분야만 파고들면 됐지만 이젠 시절이 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분야를 어떻게 파는지 잘 봐야 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타인과 함께 연구할 수 있을 만큼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는 세상이다. 이제 모든 문제는 여러 분야가 덤벼들어야 풀 수 있다. 옛말에 ‘우물을 깊이 파려면 넓게 파라’는 말이 있다. 깊고 넓게 파려면 혼자서는 꿈도 못 꾼다. 결론은 여럿이 함께 파야 한다. 이게 바로 통섭이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이론을 만들고 문제를 함께 풀자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기후변화 문제도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통섭해 풀면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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