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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2024 코드명 ‘K’

김현진 | 384호 (2024년 1월 Issue 1)
2023년 12월 6일. 서울 신라호텔에는 시린 겨울 아침 햇살을 뚫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23’에 참석한 독자 여러분을 비롯해 기업 현장 및 학계에서 산업과 지식 발전을 위해 힘쓴 주역들이 귀한 발길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이 포럼 운영진에게 직접 전달하거나 SNS를 통해 남긴 후기들을 살펴보니 “해 뜰 무렵부터 저녁 무렵까지 ‘일타 강사’라 할 수 있는 최고 석학들로부터 직접 인사이트를 듣게 돼 감개무량” “나와 회사의 내년을 준비하는 ‘경영지식 맛집’”이란 문구들이 눈에 띄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생존 기회를 모색하는 여정에 동행해 주신 여러분께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디리스킹 시대, AI 혁신과 생존 전략’이라는 포럼 주제에도 반영됐듯 오늘날 우리는 지경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새로운 기술이 인류의 진화를 재촉하는 급변기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이처럼 위기와 도전이 교차하는 시기에 특히 한국인의 저력, 즉 ‘K 파워’가 빛을 발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강연 전반에 듬뿍 반영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먼저 리처드 루멜트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위기의 시대에 ‘한국적 방식’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전략을 짤 때, 해결책을 내놓는 데만 급급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 같다”는 반성에도 “한국은 굉장히 신중한 동시에 빠른데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하는 나라들은 별로 없다”고 칭찬했습니다. (그 예로 “동아비즈니스포럼 사무국 역시 포럼을 앞두고 매일 꼼꼼하고 신속하게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해줘 놀랐는데 이렇게까지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는 점도 살포시 공유해 드립니다. ^^;)

“기회는 굉장히 흐린 안개 속에 숨어 있다. 안개를 뚫고 빠르게 행동에 옮기며 실험하는 능력이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판단과 실행력이 빠른 한국인들이 유리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핵심이었습니다.

“배터리의 나라 한국에서 강연을 하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한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애널리스트 역시 “유망한 미래 산업에서 혁신을 증명한 한국이 앞으로도 이런 리더십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열기가 뜨거웠던 부대 행사, ‘동아럭셔리포럼 2023’에서도 ‘K파워’는 전 세계 럭셔리 업계가 주목하고 있고 한국 기업이 앞으로도 더 힘을 쏟아야 할 경쟁력으로 꼽혔습니다. 예컨대 파리패션위크 2024 봄·여름 컬렉션에서 가장 큰 미디어 파워(Earned Media Value)를 발휘한 셀럽의 50%는 K팝 아티스트였던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관통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는 점도 곱씹어볼 가치가 충분한 것 같습니다. 리스크에 직면했을 때 기업은 여러 곳에 베팅하는 다각화를 추진하는 경향이 있는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곳에 에너지를 집중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마침 인터뷰 코너를 통해 만난 『노력의 배신』의 저자, 김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새해를 맞아 독자들께 남긴 당부 역시 “계획들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재능과 흥미가 있는 곳에 목표를 세워 더 많은 노력을 쏟고 효과를 극대화하라”는 것이어서 묘하게 교훈이 오버랩되는 느낌을 줍니다.

결국 안개가 낀 것처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검증된 것은 ‘나, 그리고 내 기업이 이미 가진 능력’입니다. 잡히지 않는 기회를 밖에서만 막연하게 찾기에 앞서 안에서 쌓아온 경험치와 재능의 아카이브를 돌아보는 것이 새해에 우리 모두가 착수해야 할 첫 과제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세계가 인정하는 ‘K 파워’, 나만의 내공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면서 힘찬 새해 맞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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