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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다시 쓰는 일의 역사

김현진 | 379호 (2023년 10월 Issue 2)
‘조용한 채용(Quite Hiring).’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처럼 불었던 ‘조용한 퇴사(Quite Quitting)’ 움직임에 맞서 기업의 대응 전략으로 제시되는 화두입니다. 조직원들이 최소한의 주어진 업무만 소극적으로 수행하는 행태를 보이는 조용한 퇴사의 원인으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추구, 평생직장 신드롬의 해체, MZ세대 특유의 개인적 속성 등이 지목됩니다. 이것이 일부 직원의 일탈이 아닌 시대를 상징하는 현상이자 ‘대세’로까지 여겨지는 상황에서 기업 내에 인재를 유치 또는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조용한 채용이 제기된 겁니다.

컨설팅그룹 가트너의 HR 부문 미래업무연구팀 전문가들이 올 초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을 통해 소개한 ‘2023년, 앞서가는 조직을 위한 9가지 인재 관리 트렌드’ 중 첫 번째 역시 조용한 채용이었습니다. 이들은 “상시 이직을 꿈꾸거나 ‘조용한 퇴사 정신’을 구현하는 직원들만으로는 조직 운영에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며 “신규 인력 충원마저 어려운 상황이라면 ‘긱 워커(Gig worker)’ 채용을 통해 특정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적극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기로 계약을 맺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근로자’를 가리키는 긱 워커는 과거 단순 업무나 육체노동, 임시 수요가 발생하는 업무 영역에서 주로 활동해왔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역할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진화된 버전의 ‘긱 이코노미 챕터2’ 또는 ‘넥스트 긱(Next Gig)’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문직 또는 화이트칼라가 주로 활동하는 긱 워커 시장 내에서만 봐도 IT 개발, 디자인 등 전통적인 수요를 벗어나 C 레벨급 고위 임원부터 마케팅, 경영 일반 등 일상적인 업무 영역으로까지 무대가 확대된 겁니다. 에릭 M. 애니치치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구직자들이 3C(Career·직장, Community·커뮤니티, Cause·명분)에 대한 환상을 잃은 것이 기업이 인재 자체를 ‘구매’하는 게 아닌, 그들의 재능(talent)만을 ‘임대’하게 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것이 결국 달라진 일터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이어갈 비밀병기이자 인사 운영에 있어 최적의 레서피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긱 워커’에서 한층 더 진화된 ‘넥스트 긱 워커’는 일의 부가가치가 양적, 질적 측면에서 크게 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인류가 빚은 ‘일의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채용과 관련된 최근 경제면 기사들만 봐도 ‘넥스트 긱’ 경제 확산의 동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로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면서 기존의 인사관리(HR) 플랫폼의 성장세 역시 확연히 꺾이게 됐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기업들에 프로젝트별 전문가를 단기 매칭해주는 ‘원티드 긱스’ ‘사람인 긱’ 등의 신사업이 매출 감소 방어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뉴스들이 눈길을 끕니다.

이러한 시대정신에 입각해 ‘조용한 퇴사’를 꿈꾸는 직원들을 고깝게만 볼 것이 아니라 ‘긱 마인드세터’로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라는 목소리에도 주목할 만합니다. 『긱 마인드셋 어드벤티지』의 저자인 제인 맥도넬은 “정규 직원이면서도 프리랜서 마인드로 생활하는 ‘긱 마인드세터’는 통제하기 어렵고, 기존의 업무 질서에 불복한다고 여겨져 왔지만 오히려 이들에게 내재된 자기 계발 또는 변화 의지를 승화시켜 ‘더 넓은 프레임워크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호 DBR은 이처럼 ‘일의 현재’가 변곡점을 맞은 상황에서 ‘일의 미래’를 성공적으로 지키기 위한 솔루션을 모색했습니다. 기업을 이끌 인재를 효율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오피스 저니’ 설계 등도 소개합니다. ‘개방성’을 화두로 하는 일의 미래를 열린 눈과 가슴으로 익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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