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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새 비즈니스 모델 넘치는 ‘토큰증권 생태계’

주재훈 | 370호 (2023년 06월 Issue 1)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기업가에게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라는 새로운 자금 조달의 길이 열리고, 투자자에게는 토큰증권(Security token)이라는 새로운 금융 상품에 투자해 돈을 벌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토큰증권은 한마디로 블록체인을 이용해 토큰화된 증권이다. 구체적으로는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 저작권, 사업 프로젝트, 비상장주식 등 유무형 자산을 최소 단위로 쪼갠 뒤 그에 대한 청구권인 증권을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자산이 소액 단위로 분할 거래되기 때문에 현금화와 유동성이 개선될 수 있으며 거의 모든 자산이 금융 상품화될 수 있게 된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자가 토큰증권에 참여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기초 자산 보유자와 발행인, 발행 및 유통 플랫폼 사업자, 투자자, 규제기관 등이다. 발행인은 자산을 유동화하고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토큰증권의 성공은 발행인이 얼마나 기초 자산을 잘 발굴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큰증권 이전에도 조각 투자는 있었고 카사, 루센트블록, 열매컴퍼니, 펀블, 세종텔레콤, 비브릭, 뮤직카우 등 조각 투자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토큰증권은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을 이용해 거의 모든 자산을 증권으로 발행해 유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블록체인의 특징을 살려 보안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 비용을 낮춰 신뢰를 제고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렇게 다수의 참여자가 협업하는 상호의존적인 시스템을 토큰증권 생태계라 한다.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업해 가치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경제적 공동체인 만큼 이 생태계에서는 각 이해관계자가 어떻게 가치(수익)를 공유할지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경영자들에게는 새로운 금융 상품에 걸맞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사이트(digisight, digital과 insight의 합성어로 디지털 기술로 확장되고 깊이를 더하는 인간의 통찰력)’를 발휘할 때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STO는 사업가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디지사이트를 발휘해 혁신을 꾀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 탈중앙 금융)와 시파이(CeFi, Centralized Finance, 중개 기관을 통한 전통적 중앙집중식 금융) 서비스의 결합, 그리고 실물경제와 연결되는 접점에서 비즈니스 혁신이 도래할지 모른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한계는 점차 극복되는 추세다. 원래는 참여자들이 일정 시간 동안 거래 내용을 담은 블록을 만들고 블록체인에 연결해 거래 체결을 완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롤업(rollup) 등 기술 도입이 처리 속도까지 높여주고 있다. 오히려 현실적으로 더 큰 걸림돌은 법과 제도다. 토큰증권의 초기 단계에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예탁결제원 등 규제 기관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규제 기관은 증권을 토큰화해 안전하게 보관, 관리하는 도구로서 블록체인을 이용한다는 시각을 넘어 사업가들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디지사이트를 발휘해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아직까지는 디파이와 시파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상호 열린계가 아닌 닫힌계다. 주고받음의 원리가 작동하는 연결 통로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는 토큰증권 생태계에서 규제 기관이 얼마나 열린 태도를 보이는지, 기업가들이 얼마나 디지사이트를 발휘하는지에 달렸다.
  • 주재훈 주재훈 | 동국대 WISE캠퍼스 명예교수

    주재훈 교수는 부산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국대 WISE캠퍼스에서 29년간 경영학 교수로 있으면서 기획처장, 경영대학원장 및 상경대학장 등의 보직을 맡았다, 미국 네브래스카대와 포틀랜드대 객원교수를 지냈고 한국정보시스템학회장과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동국학술상과 국내외 다수의 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으며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전문 학술지에 게재, 18편의 저서를 출간했다.
    givej@dongg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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