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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전환의 시대

식량 위기 이겨낼 ‘애그리테크’가 뜬다

김진주,금준호,박혜민 | 361호 (2023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후변화로 지역의 토착 기후가 변하고 수자원과 토양 자원도 오염되는 등의 이유로 농업 생산량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곡물을 수입하는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농업 생산량 감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인류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애그리테크 기업들이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환경 및 농산물 관련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거나 실내에서 제조형으로 식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저항력을 가진 작물을 개발하기도 한다.



19세기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는 자신의 저서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간은 곧 식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맬서스가 무엇을 간과했는지 알고 있다. 또 다른 변수인 식량의 생산량을 조절하는 인간의 역량이다. 19세기 이후 인류는 주어진 지구 안에서 더 많은 인구를 먹이는 방법을 찾아왔다. 애꿎은 자연의 변수에 더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조금씩 깨우쳐 왔기 때문이다.

그랬던 인류가 21세기 들어서 더 애꿎은 자연을 마주하게 됐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지구 대기에 쌓여가는 탓에 평균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지구는 이러한 급작스러운 변화에 더 예측 불가한 날씨와 높아지는 수면 등의 현상들을 보이며 반응하고 있다.

현대 농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지만 이는 몇 세기 동안 안정적으로 이어져온 기후를 전제로 하고 있다. 반면 21세기 기후는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어 이전과 같은 예측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뿐만 아니라 무한정 주어진 것으로 가정했던 자연 자원이 빠르게 오염되면서 농업 생산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농축 산업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대두되기도 하지만 농축 산업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이에 기후변화로 인한 농축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낮아진 농업의 예측 가능성은 식량 공급의 불확실성을 의미하며, 이는 식량 관련 산업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본질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인류는 19세기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 조절(식량 생산 조절)을 통해 맬서스의 경고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듯 21세기에는 21세기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식량 생태계를 만들고자 움직이고 있다. 식량 관련 산업들이 대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통제하는 기술들과 환경의 영향 자체를 덜 받을 수 있는 대안 식품 기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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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산업이 대면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리스크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에 따르면 1961년 이래로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은 매해 평균 2.3%씩 성장해온 반면 2030년까지 생산량은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1 전 세계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량의 감소는 인류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생산량 감소의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이다. 식량 공급의 성장을 저해하고 격변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기후의 어떤 특성들이 농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생산성은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1. 지역별 기후 특성의 변화

기후는 특정 지역의 농업 형태, 농작물 종류, 작부 체계, 농작기, 품질 등 농업의 많은 요소를 결정짓는다. 농사 지역의 기후가 변화한다는 것은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다년간 그 지역 농업의 기본 요소로 여겨지던 것들이 대폭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반도 곳곳에서 아열대 과일 농사가 늘었다는 사실은 이미 익숙한 뉴스다.

지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내륙은 70%를 차지하는 바다보다 온도가 더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기온이 더 큰 폭으로 상승한다. 즉,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 내륙 온도가 그 이상으로 올라간다. 이는 지역의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 강수량, 토양 비옥도 등 자연환경 전반에 변화를 가져온다.

2. 기후 변동성 증폭

오랜 기우제의 역사, 독일 엘베강에서 발견된 17세기의 헝거스톤2 만 봐도 인류는 농업의 역사와 더불어 오래전부터 애꿎은 날씨로 고통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21세기 들어서는 한 번만 일어나도 파괴적인 이상기후가 더 빈번해지고, 더 강력해지고 있다. 그 결과 식량 피해는 배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불안정한 강수 패턴은 농작물의 침수 피해를 낳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 중의 수증기 양은 약 7% 증가하는데 불안정해진 대기는 극단적인 강수 패턴으로 이어질 수 있다.3 지난여름 동안 한국에서도 목격됐듯 짧은 시간 내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호우성 강수’가 반복되는 것이다.

반대로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으면 토양 수분이 줄어들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지 못한 작물의 생육은 더뎌진다. 폭염은 작물 자체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특히 개화기에 가뭄, 폭염 등이 이어지면 품질 관리는커녕 수확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올해 영국과 유럽, 아르헨티나, 인도 등 세계 각지의 곡창지대를 품은 나라들이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면서 전 세계 곡물 수급에 충격을 가하게 된 이유다.

3. 수자원과 토양 자원 오염

기온, 습도 등 기후 환경이 변하고 이상기후가 빈번해지는 현상은 수자원과 토양 자원을 오염 혹은 고갈시켜 물 부족 현상을 낳기도 한다. 지역 내 토양과 수자원 인프라가 단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규모 이상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게 되면 넘친 물이 깨끗한 수자원까지 오염시키는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쓸려가는 물은 인근의 오염 물질과 비료, 생활폐기물들을 떠안고 깨끗한 토양과 강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4 심한 경우 이상기후로 인해 상수도 시설이 망가져 마비되기도 한다.5

또한 해수면이 상승하면 연안 지역의 토양이 물에 잠기거나 바닷물로 인해 산성화되기 때문에 식량을 생산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농경지가 연안 지역에 분포한 나라들은 식량 생산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4. 잡초와 병충해의 확대

2017년 이래로 동아프리카 일대를 강타해 2020년에는 매일 3만5000명분의 식량을 먹어 치우던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떼’가 그 예다. 아프리카 정부 간 개발기구(IGAD) 산하 기후예측응용센터(ICPAC) 연구진은 높아진 바다 수온의 영향으로 사막에 폭우가 쏟아졌으며 그 결과 사막 메뚜기가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을 것으로 파악했다.6

이처럼 높아진 평균기온과 습도는 해충의 대사율을 높여 생장과 번식을 가속화한다. 잡초 역시 생존력과 번식력이 뛰어나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더라도 적합한 환경으로 이동하거나 적응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 또한 이상기후로 인해 많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게 되면 작물이 침수되거나 상처 나면서 다양한 오염 물질에 노출돼 전염병 감염과 빠른 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후와 환경 변화들이 농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살충제와 제초제 내성 강화,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농업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등 농업 생태계의 전면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농업 변화의 한 축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인류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 농업 전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예측을 하지 못한다. 다행히 인류가 섭취하는 주요 작물에 대해서는 지난 20년간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는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기온 상승, 오존층 파괴 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한 예측 모델들은 대체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에 다다른다. IPCC는 특히 저위도 지역에서 눈에 띄는 작물 생산량의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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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다중 모델 기반의 연구에 따르면 평균기온이 4도 상승했을 때 전 세계 작물 생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4대 작물군(밀, 쌀, 기타 곡물, 기름용 씨앗)의 생산량은 기후가 변하지 않았을 시나리오 대비 2050년까지 약 17%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7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만을 가정에 반영했을 뿐 이상기후의 증가, 병충해의 확산, 오존층 파괴 등의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먹을 것이 부족하기는커녕 넘쳐서 문제인 것 같은 한국에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공급 위기는 먼 나라 혹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식량 자급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관련 산업들은 식량 공급 위기가 가져올 변화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식량 공급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공급하는 생산자와 공급받는 구매자들이 미래 위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곡물 가격이 외부 영향에 취약한 이유는 낮은 자급률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7번째로 많은 곡물을 수입하는, 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0.2% (2020년)다.8 이마저도 92.8%에 달하는 쌀 자급률로 인한 착시 효과를 포함한 수치이며 매년 최저를 갱신하고 있다. 밀과 옥수수만 따로 놓고 보면 자급률은 각각 1% 채 되지 않는 0.5%, 0.7%이다.9

농축 산업의 비용 상승 압박으로 인해 해외 상품 대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되면 국내 자급률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특히 식량 공급난 사태가 악화 혹은 장기화됐을 때, 식량 패권을 쥐고 있는 주요 수출국들의 식량 보호주의 태세가 강해지는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식량 산업이 입는 타격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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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농업 변화에 대응하는
혁신 애그리테크

인류는 계속해서 방법을 찾고 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그 덕에 농업이 기술 혁신과는 거리가 있는 전통 산업으로 인식돼온 과거와 달리 점점 더 고도화된 기술이 활용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후변화와 오염으로 인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도록 돕는 애그리테크(AgriTech)의 범위는 농업 생태계만큼이나 광범위하다. 인류가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대체 소재를 찾기도 하고, 자연 자원의 오염 혹은 고갈을 예방하거나 복구하기도 하기도 한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 제초제 사용 등 농업이 환경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환경과 기후로 인한 농업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에는 무엇이 있을까. 특히 인류의 기존 주식(主食)들을 지속적,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기술 중에서 시장 논리에 부합하기 위한 상용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솔루션들을 소개한다.

1. 환경 분석 및 예측 기술
–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 지원

방대한 양의 환경 및 농산물 데이터를 수집, 결합해 가까운 미래 현상에 대한 예측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농업 종사자는 어떠한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미리 알고 준비해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위성 이미지를 결합해 디지털 트윈을 만드는 ‘데카르트 랩스(Descartes Lab’s)’는 위성 이미지를 중심으로 농업 데이터를 입력하고 학습해 수확량(yield)을 예측하고, 농산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 변화 기반으로 가격 변동을 예측한다. 이러한 지표들을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SaaS(Software-as-a-Service) 형태로 개발해 농업 종사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프리시전 호크(Precision Hawk)’의 경우 드론과 이에 부착된 센서를 활용해 항공 이미지와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크롭엑스(CropX)’ ‘아쿠아스파이(AquaSpy)’ ‘홀타(Hortau)’ 등의 기업들은 토질 모니터링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하드웨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와 기후, 관개 모델, 사용자 입력 데이터 등을 클라우드로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분석 및 예측 솔루션을 제공해 농사 최적화를 위한 의사결정을 돕는다. 위 기업들은 특히 효율적인 수자원과 비료 활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농업 생산성을 재고하고자 한다.

‘센크롭(Sencrop)’은 정확한 날씨 데이터와 작물에 맞게 조정된 지표를 사용해 농장 관리의 효율화를 돕는다. 기상 예보, 실시간 소식, 과거 데이터, 기상 경보, 서리 경보 등의 정보를 총망라한 내용을 단일 애플리케이션상에서 제공해 기상 이변에 최대한 빨리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또한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병충해 발생 가능성과 토양 수분 변화에 따른 관개 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관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2. 환경 제어 기술 – 제조형 농축 산업 시스템

예측하기 어려운 장단기 기후와 환경은 농업에 큰 위협 요소가 된다. 이 영향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한 시도 끝에 등장한 것이 바로 실내에서 제조형으로 식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1) 실내 버티컬 파밍

실내 버티컬 파밍(Vertical Farming), 즉 수직 농업이란 통제된 실내 환경에서 수평 트레이를 쌓아 올리거나 수직면을 사용해 재배 면적을 최대화하는 농업 방식을 일컫는다. 철저하게 통제된 실내 환경이기 때문에 기후와 병해충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수자원이나 토양 오염 우려에도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주입하는 영양소를 조절해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내 농업은 작물을 재배할 때 어떻게 영양을 주입하는가에 따라 기술이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에어로팜스(AeroFarms)’는 영양액을 분사 노즐로 분무해주는 에어로포닉스(Aeroponics)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에 월마트의 투자를 받기도 했던 ‘보워리 파밍(Bowery Farming)’은 물을 통해 영양액을 제공하는 수경 재배 형태의 하이드로포닉스(Hydroponics)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업워드 팜스(Upward Farms)’는 하이드로포닉스에 물고기 양식까지 더해 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수경 재배를 하는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 양식을 통해 발생하는 유기물을 영양분 삼아 수경 재배를 한다.10

하지만 실내 농업 특성상 철저하게 통제되는 재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설비 투자가 필요하며 인공지능, 로봇 등 각종 작물 관리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운영 비용 또한 높다. 대부분 판매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잎채소에서 시작해 과일 등으로 확장하고 있으나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 배양육

잎채소와 과일 외에도 생산의 실내화를 도모하고 있는 식품이 있는데 바로 육류다. 동물에서 추출한 세포에 영양 성분을 제공해 육류를 배양하는 배양육 기술은 곡물 의존도가 높은 축산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배양육은 곡물 사료를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곡물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수자원을 남용하지도, 주변 수자원을 오염시키지도 않는다. 따라서 수자원 부족에 취약하지도 않다. 장기적으로는 배양액 조절을 통해 도축해서 먹는 육류에 상응하는 맛과 영양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단순히 육류 재현을 넘어서 기능성을 더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배양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 닭, 새우, 참치 등의 육류 세포를 3차원으로 길러야 하기 때문에 배양액과 지지체 기술이 핵심이다. 스캐폴드(Scaffold)11 는 세포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는 지지체, 즉 건물의 철골과 같은 역할을 하며 배양액은 세포가 성장하기 위한 영양분을 공급한다. ‘업사이드푸즈(Upside Foods)’ ‘모사미트(Mosa Meat)’ 등은 일찍부터 배양육 기술을 개발해오고 있다.

‘씨위드(SeaWith)’는 해조류를 이용한 배양육 기술을 가지고 있다. 갈조류를 가공해 스캐폴드를 만드는데 스펀지처럼 다공성인 동시에 입체적인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도축한 육류의 식감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 배양액은 기존의 배양육 회사들이 활용하는 동물 혈청 대신 미세조류(Micro Algae)를 활용해 윤리적인 문제와 비용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미세조류와 해조류는 에너지 변환 효율이 높은 덕에 부가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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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후변화에 저항력을 가진 작물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폭우, 토양 염류화 등에 저항력을 가진 작물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BASF, 바이엘(Bayer), 몬산토(Monsanto)와 같은 글로벌 종자 기업은 기후와 환경 변화로 인해 일어날 시장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혹은 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이와 같은 종자 유전자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를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 Cas9, 이하 ‘크리스퍼’)가 소개된 이래로 농작물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퍼 기술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A. 다우드나 교수는 “아마도 앞으로 몇 년간 유전자 편집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영역은 농업”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12 크리스퍼 덕에 더 정교한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졌으며 외래 유전자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표적 변이(Non-target mutation)와 같이 유전자 편집이 가지고 있던 잠재적 문제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이나리 애그리컬처(Inari Agriculture)’는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한 농작물 종자를 연구하는 기업으로 ‘SEEDesign™ platform’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저항력을 가진 대두, 밀, 옥수수를 개발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통해 유전자 편집 계획을 세우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동시에 여러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는 ‘다중 편집 툴깃(Multiplex editing toolkit)’을 활용한 종자 개발을 진행한다. 이나리 애그리컬처는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최근 1억2000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다만 유전자 편집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기술적, 규제적 한계들로 인해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농작물과 기후 간의 구체적인 인과관계와 기제에 대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크리스퍼 연구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탓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파생되는 현상들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적절한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

이외에도 농축 산업 내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면적이고 혁신적인 변화의 바람이 품종 개발, 재배 기술 등 전 가치사슬을 아울러 불고 있다. 농축 산업을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전통 산업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대두되면서 여러 방면의 기술 개발이 고도화 및 상용화되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인류는 먹는 문제가 0순위인 미래에 살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농업에 집중하고 그 외의 것에 헛된 노력을 들이지 않도록 학교에서는 인간이 우주에 갔다는 과거는 거짓이라고 가르친다. 한편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인류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하지만 인류 최후의 작물인 옥수수마저 멸종될 위기에 처한다. 인류의 앞날이 막막해 보이는 상황에서 주인공 쿠퍼는 과학 기술을 활용해 인류를 구할 방법을 찾고 있는 브랜드 교수에게서 암울한 상황에 대한 자초지종을 듣는다. 죽어가는 옥수수를 보며 쿠퍼는 그런 브랜드 교수에게 말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겁니다, 교수님. 언제나 그랬듯이.(We will find a way, professor. We always have.)”

그 길을 찾아내고 있는 농업의 선도적 기술들은 인류가 식량을 생산하는 단계부터 소비하는 단계까지의 모습들을 바꿔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무리 혁신적이고 신기한 기술일지라도 이해관계자와 관련 산업들의 뿌리 박힌 관행과 습관에 변화를 불어넣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반면에 양산과 상용화에 성공해 농업과 식생활을 바꾸는 기술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농축 산업 생태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때가 되면 인류와 식품 산업이 대면한 식량 위기를 타개할 길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김진주 HGI 투자본부 상무 및 의학 박사 jinjoo.kim@hginitiative.com
김진주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후, 내과 전문의를 취득했으며 10년 이상 임상 진료와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는 HGI에서 사회환경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기술 기반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금준호 씨위드 공동창업자 pine@seawith.net
금준호 주식회사 씨위드의 공동 창업자다. 배양육 ‘웰던(Welldone)’, 요오드 저감 해조류 가공식품 ‘요오드(Yo.od)’의 생산 원천기술을 개발해 상용화를 진행했다.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 전공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동물실험 대체를 위한 피부모델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박혜민 前 HGI 투자본부 심사역 hyeomin0811@gmail.com
박혜민 벤처캐피털 HGI 투자본부의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할 당시 스타트업 발굴, 투자, 사후 관리 및 임팩트 투자 전략 구축, 임팩트 관리 운영, 리포트 발행 총괄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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