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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변화에 대한 계측’이 경영의 핵심

한영수 | 361호 (2023년 01월 Issue 2)
필자는 지난 50년 동안 오로지 계측기 분야에 매진해 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래서인지 종종 사람들이 필자를 일컬어 ‘한 우물만 파서 성공한 경영자’라고 칭한다. 경영자로서 한눈팔지 않고 한 가지 분야에만 천착해 성공을 했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이기는 하다.

그러나 필자는 실제 한 우물만 판 경영자는 아니다. 사업의 세계에 한 우물이란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똑같은 우물도 끊임없이 새롭게 변한다. 남들이 보기엔 같은 일을 반복하는 듯 보일지 몰라도 경영자에게 있어 경영은 같은 시장 안에서도 수시로 변하기에 새로움의 정도를 측정하고 판단하고 조정하는 과정이다. 즉, 계측이 경영의 핵심이자 미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사업을 하면서 가장 소중한 결정은 무엇이었나”와 같은 질문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첫 번째는 단골을 만드는 선택, 두 번째는 해외 공장에 대한 판단을 들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정 이면의 본질을 보는 힘이다. 고객을 단골로 만드는 의사결정의 척도는 ‘손님의 기쁨’이다. 고객의 요구는 한결같다. 그 요구를 충족해 주고 제품에 대한 믿음을 심어줘야만 단골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해외 공장 설립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척도는 ‘타이밍’이었다. 측정법은 ‘생태계 조성 수준’을 판별하기 위한 발품이었고 대기업과 정부가 주도하는 생태계의 크기를 판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기업 경영의 고비마다 결정 센서를 이해하고 측정 노하우를 쌓아가는 여정과 그런 역량을 쌓아가는 과정이 결국 경영인 셈이다.

요즘 젊은 세대가 갖는 최대 고민은 창업과 취업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취업을 시도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창업을 선택하는 젊은이도 있다. 눈물을 머금고 사업의 전선에 뛰어드는 격이다. 반대로 취업 기회를 마다하고 우선 창업부터 해보겠다고 도전하는 청년도 있다. 비교적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경우다. 전자는 절실하고 후자는 좋은 경험이란 생각에 편한 마음으로 사업에 착수한다. 어떤 쪽이 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클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둘 다 아니다.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있어 핵심은 경영을 보는 안목이다.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 목표에 먼저 다다른다.

경영은 결국 의사결정의 총합이다. 그 때문에 경영에는 선택하는 힘이 필요하다. 경영자와 관리자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관리자는 누군가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이 미션이다. 적어도 경영자의 반열에 서는 시점까지는 수동적인 자세로 대응해도 정확한 실행력만 갖추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회사에서 결정된 이슈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만 신경을 쓴다.

경영은 다르다. 사업의 주체인 사람은 물적 자원의 배분, 인적 자원의 역할, 사업의 방향 제시, 성과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슈가 미래로 연결된 사실을 알게 된다. 선택의 권리가 있는 반면에,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경영자의 몫이다. 경영자의 판단이 객관성, 즉 척도에 근거를 둬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비즈니스 모든 영역에 대한 ‘측정 노하우’가 경영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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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 한영넉스 회장
필자는 글로벌 강소기업 한영넉스의 창립자로 1972년 직원 두 명과 함께 창업해 현재 국내외에서 직원 1000여 명이 근무하는 회사로 키웠다. 한영넉스는 센서, 전력조정기, 스위치 등 총 40여 개 제품군에서 8000여 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자동화 전문 기업이다. 한영수 회장은 2018년부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거쳐 현재 윤리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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