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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ESG를 말할 때 놓치는 것들

앤드루 윈스턴(Andrew Winston) | 358호 (2022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온라인에 실린 ‘What’s Lost When We Talk ‘ESG’ and Not ‘Sustainability’’를 번역한 것입니다.

Article at a Glance

ESG가 열풍이 된 이유는 기후변화 등의 구조적 리스크가 명백해지고 있고,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라는 용어 자체는 막연하다. ESG를 한다고 말하는 기업은 실질적인 노력 없이도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이끄는 것 역시 결국 주주의 이익 극대화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기에 구조적 변화를 꾀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ESG라는 용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ESG 경영의 결과 역시 과학적인 방법으로 계량화해 표현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비즈니스와 사회 영역의 교차점에서 일하면서 준법경영(Compliance), 환경 효율성(eco-efficienc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 책임 투자, 녹색 경영, 청정 경영, 지속가능성, 재생(regenerative), 넷제로(탄소 중립), 넷 포지티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어젠다가 떠오르는 현상을 지켜봤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용어가 다양한 게 도움이 되지만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우며 널리 통용되는 용어 또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술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변경 불가능한 거래 기록을 위한 공유 원장’이라는 말보다 훨씬 멋지게 들린다. 비즈니스와 사회 영역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용어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용어 자체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몇 년간 환경, 사회 및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가 지배적인 용어가 됐고,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ESG와 지속가능성의 의미 차이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단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마치 소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ESG라는 용어를 살펴보며 ESG가 왜 그렇게 빨리 받아들여졌는지, 또한 이 용어를 채택하며 어떤 문제들이 발생했는지 짚어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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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를 수용한 투자 업계

ESG라는 용어가 급속도로 퍼진 핵심적인 이유는 결국 투자 업계가 지속가능성에 발을 디뎠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이른바 ESG 펀드 투자에 1조 달러가 훌쩍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론적으로 ESG는 지속가능성 성과나 이점을 기업이 어느 정도 내고 있는지 검증하며 이를 충실히 실천하는 투자 자금을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다.

그러나 ESG를 표방한 펀드가 실제로는 더 잘나가는 기업을 뽑는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 엄청난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무기가 사용되고 있으므로 ESG에서 전통적으로 배제됐던 국방 부문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에게 큰 혼동을 준다. ESG 개념 자체가 명확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이는 중요한 논의로서 규제 당국 역시 주목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에 대한 수요와 제품 및 서비스가 급증했으나 ESG 개념을 정확하게 다듬고 표준화하는 과정은 부족하다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왜 투자자들이 ESG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후변화가 제기하는 구조적 리스크(systemic risk)1 의 성격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기록적 가뭄, 홍수, 화재 및 폭풍이 지역사회를 파괴하고 공급망을 마비시키는 일을 더는 모른 채 넘어가기 어렵다. 이는 비즈니스에 실질적 손실을 발생시키며 규제기관은 기업 운영, 전략에 있어 기후 관련 위험의 중대한 영향을 이해하고 공시하도록 관련 규제를 의무화하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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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투자자들이 이해관계자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 필자는 2019년 한 다국적 은행이 고객들을 위한 행사에서 연설을 맡으며 이 은행의 글로벌자산관리책임자(Global Head of Private Wealth)로부터 최근 실시한 고객 설문 조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개인 자산 고객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이상 부동산 계획이나 투자 포트폴리오 등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 관심사는 임팩트 투자와 ESG이며, 이 글로벌자산관리책임자 외에도 여러 채널을 통해 이 같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필자는 이것이 최근 부유한 가정의 젊은 구성원들이 그들의 조부모들에게 “알았어요. 우리는 돈이 많아요.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고 반문하는 현상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기회다.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나타나고 있으며 에너지, 운송, 식품, 농업, 원자재, 소비재, 금융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CEO 래리 핑크는 작년 주주 서한에서 “넷제로 경제로의 전환으로 인해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받지 않는 회사는 없다. … 신속하게 준비하지 않는 기업은 앞으로의 비즈니스와 가치를 평가받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2

모두가 영향을 받겠지만 어떤 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청정 기술을 개발하거나 활용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이들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더러운 기술(dirty tech)’을 보유한 회사보다 경쟁 우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크므로 분명 합리적인 결정이다. 빠르게 확장되는 시장을 활용하고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단순히 공상에 빠진 박애주의적 자선 활동이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좋은 판단이다. 어떤 투자자도 AI 기술의 도입을 확대하자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빅 트렌드에는 큰돈이 몰리며 탄소 중립, 넷제로 경제로의 전환은 엄청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의 관점으로 지속가능성을 본다?

이러한 요인이 작용하면서 투자자들이 ESG에 모이고 있다. ESG의 정의를 둘러싼 엄청난 혼란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자금 담당자들이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낫다. 실제로 투자자의 입김이 없는 한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 CEO들은 투자자들이 무언가를 원하지 않는 한 큰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ESG 담론에 투자자들이 지배적인 상황에는 몇 가지 우려 또한 제기된다.

사람들로부터 특정한 행동과 결과를 끌어내는 게 언어의 역할 중 하나지만 지금의 ESG는 상당히 의미 없는 용어다. ESG는 기업이 해야 할 일에 대한 범주의 약어다. 기업이 ESG를 한다고 말하면 실제로 많은 말을 하지 않고도 환경, 사회문제에 대한 실제 성과, 진행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많은 투자자가 이 용어를 선호한다. 그러나 ESG 활동은 오히려 기업의 노력이 없느니만 못한 점진적 접근으로 쉽게 폄하될 수 있다. 책 『넷 포지티브』의 공동 저자인 전 유니레버 회장 폴 폴만(Paul Polman)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내가 전에 열 명을 죽였는데 지금은 다섯 명만 죽였다면 나는 더 나은 살인자(better murderer)인가?”

이처럼 기업이 “ESG를 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것은 마치 “인사관리(HR)를 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회사에는 인사 부서가 있고 주로 수석 부사장 책임하에 운영된다. 하지만 기업이 실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직원에게 투자하는가? 직원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찾도록 돕는가? 아니면 줌(zoom) 화상회의에서 모든 정규직원을 임시직원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하고 해고하는가?3

지속가능한, 재생 가능한, 또는 넷 포지티브 ESG 등 ESG에 분명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용어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욱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용어의 존재 자체로도 기업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필자는 투자자 주도(investor-led) 언어에 큰 철학적 관심이 있다. 시장의 렌즈(관점)를 통해 모든 것을 보고 주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 것이 애초에 인류가 지금의 혼란에 빠지게 된 큰 이유다. 무엇보다도 이윤을 우선시했으며 이로써 자연의 생태계가 붕괴되고 사회에는 막대한 불평등이 발생했다. 기후 재해에 맞서겠다는 회사의 약속은 투자자 관점에서는 “이것이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질문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논점 자체에서 이탈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본질은 극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 회사가 이해관계자를 위한 목적을 달성하고 우리 모두가 의존하는 지구와 자원 보호에 도움이 된 후에야 비로소 우리가 생존하고 번창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접근 방식에 적합한 위치에 있지 않다. 화석연료 회사가 우리의 미래 에너지 계획을 주도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금융, 투자 부문이 인도적이고 정의로우며 덜 탐욕적인 자본주의로의 여정을 이끌게 하는 것은 현명치 않아 보인다.

단지 의미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탄소 배출을 줄이고 인권을 개선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이 아니라 대략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로 이야기하면 정확히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필자 역시 작가로서 단어 선택과 미사여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실질적인 ‘결과’에 훨씬 더 신경을 쏟았다. 회사의 탄소 배출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임금을 지불하는 등 문제에 대해 더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구조적인 변화(systemic change)를 만드는 정책 입법을 위해 참여하고, 민주주의와 과학을 옹호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노력이 효과가 있다면 얼마든지 그 결과를 수치화해 발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재생 가능한 회사가 되는 것을 받아들였고, 이 같은 목표가 조직에 동기를 부여한다면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오늘날 비즈니스 리더에게 필요한 도덕적이자 사업적인 필수 과제는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즉, 넷 포지티브4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속도와 규모를 갖춘 행동이다.


번역 |류종기 IBM Business Development Executive, 울산과학기술원(UNIST) 공과대학 도시환경공학과 겸임교수이며 미국 리스크관리협회(RIMS.org) 한국 대표이다. http://rims.kr

앤드루 윈스턴(Andrew Winston(@andrewwinston))은 사람과 지구가 번창하도록 돕는 탄력 있고 수익성 있는 회사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이다. 『Net Positive: How Courageous Companies Thrive by Giving more Than They Take(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프레스, 2021)』 의 공동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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