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엽편 소설: 우리가 만날 세계
편집자주 올해 데뷔한 신예인 이경 작가가 SF 엽편소설을 연재합니다. SF 장르의 인기는 인공지능, 로봇과학과 같은 과학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보여주는 문화적 트렌드입니다. ‘콩트(conte)’라고도 불리는 엽편소설은 ‘나뭇잎 한 장’에 비유할 정도로 아주 짧은 분량에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학 양식입니다. 짧은 스토리를 읽으면서 작가의 SF적 상상력을 따라가는 동시에 신선한 영감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
아스라한 빛 속에서 눈을 몇 번 깜빡이면 침대를 둘러싸고 선 가족들의 초조한 얼굴이 선명해진다. 방금 의식을 회복한 환자가 힘들게 웃는다. 비로소 안심한 가족들은 그제야 반쯤 웃고 반쯤 우는 듯한 얼굴로 서둘러 팔을 내밀고 감격의 포옹을 나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렇게 우아하고 품위 있는 기상은 고전 영화에서나 가능하다는 걸. 실제로 내가 겪은 것은 정확히 그 반대다. 60년의 동면(凍眠)을 끝낸 냉동 인간의 각침(覺寢)은 좋은 말로 사무적이고 솔직히 말해 자잘하게 민망스러우며 다소 추잡스럽기까지 하다. “앞에 빛 보시고 따라가세요, 옳지. 왼쪽, 이상 없습니다. 오른쪽, 각막이 혼탁해졌네요. 흔한 일입니다, 걱정 마시고요. 인공각막 이식 스케줄 잡을게요. 동면 패키지에 포함돼 있어서 추가 비용은 없어요.” “선생님, 저 앞에 보시고. 네, 네. 팔 여기까지, 더, 더, 더! 네, 좋습니다. 자, 다리도, 여기까지, 더, 더, 더, 더! 아, 힘드세요. 네, 그렇죠. 침 닦아드릴게요, 괜찮아요. 지금 선생님은 커다란 신생아나 마찬가지니까요. 자, 저 따라 주먹 쥐어 보세요. 옳지, 잘한다. 이거 떼면 절대 안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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