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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체어맨? 남성 중심 직함 버려야 기업이 큰다

박종규 | 343호 (2022년 04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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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She is the chair (man): Gender, language, and leadership” by Allison M.N. Archer and Cindy D. Kam (2022) in The Leadership Quarterly, article in press.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이번에 운 좋게도 타임지(Time Magazine)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에 선정됐습니다. 타임지가 원래 쓰던 이름은 ‘올해의 남성(Man of the Year)’이었는데 그들은 단지 정치적으로 옳은 척하려고(politically correct) 그렇게 이름을 바꾼 것 같네요.”

-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2016년 12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트럼프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위 코멘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상 이름이 ‘올해의 남성’이 아닌 것을 은근히 불평했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린 지지 집회에서 둘 중 어떤 것이 나은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지지자들 역시 ‘올해의 인물’이란 말에 야유를 보내고 ‘올해의 남성’에 더 큰 환호를 보내며 그에게 동조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분야에서 리더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적다. 리더의 성비 불균형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있지만 그 이유와 해결책에 대한 연구들은 아직도 부족하다. 미국의 두 정치학자는 리더의 타이틀, 즉 직함에서 오는 고정관념이 그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그 해법을 모색하려고 했다.

타이틀은 특정한 성별을 지칭할 수도 있고, 성 중립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999년부터 타임 지가 ‘올해의 남성(Man of the Year)’ 대신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을 사용하기로 한 것은 더 이상 남성 중심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회장이나 의장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영어 표현은 ‘체어맨(Chairman)’이지만 성 중립적으로 ‘체어(Chair)’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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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별것 아닐 것 같은 리더의 직함은 사람들이 리더와 리더십에 대해 가지게 되는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정 성별을 지칭하는 직함은 리더십에 대한 고정관념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연구는 성 중립적이지 않은 남성적 호칭이 리더십과 남성성(Masculinity)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강하게 만들기 때문에 여성이 리더십 포지션에 올라가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설로부터 시작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휴스턴대와 밴더빌트대 공동 연구진은 두 가지 실험을 통해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다. 첫 번째 실험의 참가자들은 짧은 글에 등장하는 리더가 어떤 성별의 사람인지 전혀 몰랐음에도 대부분이 그 사람을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그 글에 ‘체어(Chair)’를 사용했을 때보다 ‘체어맨 (Chairman)’을 사용했을 때 이런 경향은 더 두드러졌다. 다시 말해, Chair라는 성 중립적 호칭을 쓸 때보다 Chairman이라는 남성적 직함을 사용했을 때 더 많은 사람이 그 리더는 당연히 남자일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이는 남성 참가자들뿐 아니라 여성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이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은 먼저 짧은 글을 통해 리더의 성별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명확하게 정보를 준 다음 참가자들이 글을 다 읽은 후 그 리더의 성별을 정확히 기억하는지 확인했다. 글 속에서 ‘Chairman’을 사용했을 때, 해당 리더가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리더를 남자라고 잘못 기억하는 참가자들이 더 많았다. 여성 리더가 남성 리더에 비해 정확하게 기억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 역시 남성화된 직함을 사용했을 때 리더십 역할에 대한 성 고정관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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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남성적 언어가 여성 리더십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남성 중심적 직함 같은 성차별적 언어(Sexist Language)가 여성과 남성 사이의 성 고정관념과 사회적 지위의 차이를 더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성차별(Sexism)의 한 종류라고 지적한다. Chairman뿐만 아니라 ‘Alderman/Councilman(시의회 의원)’ ‘Committeeman(위원)’ 등과 같은 남성화된 호칭들을 통해 리더십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더 강화되기 때문에 여성이 리더가 되고 여성으로서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바꿔 말해, 성 중립적 직함을 사용하는 것은 트럼프가 비꼰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 )’1 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리더십 성비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리더 포지션의 성 다양성(Gender Diversity)에 있어 미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2022년 4월 기준 미국 상원과 하원의 여성 의원은 각각 24%와 27.8%에 불과하다. 여성 직원들은 S&P 500대 기업의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성 CEO의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여성 CEO와 여성 임원의 수가 점점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토크니즘 (Tokenism, 소수의 인원을 상징적으로 뽑아 구색을 맞추는 것)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두꺼운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간 여성 임원 중에는 남성 같은 이미지 혹은 업무 방식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굳이 정확한 수치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리더십 성비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지 않더라도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이 현실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리더의 직함에 있어서는 오히려 우리말이 기본적으로 성 중립적인 호칭들을 사용하고 있다. ‘회장’ ‘사장’ ‘의장’은 모두 그 재직자의 성별을 특정할 수 없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단어 앞에 ‘여(女)’를 붙여 여성 리더 혹은 직업을 구분하기도 한다. ‘여사장’ ‘여배우’ ‘여류작가’ 등이 그 예이다. 점점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있더라도 남성이 주류라는 맥락에서 은연중에 이런 호칭들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Janet Yellen)이 지난 2014년 첫 여성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지명됐을 당시, 그녀는 그 전 의장들이 사용했던 ‘Chairman’이라는 타이틀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자신을 ‘Chair’라고 부르라고 지시했으며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공식 홈페이지에도 ‘Chair’라고 표기했다고 한다. 당시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였지만 제도적 지침과는 상관없이 남성적인 리더십 직함을 즉각적으로 버린 것이다.

전통과 관행을 한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남성 중심적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부정적인 효과, 즉 전형적인 리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켜 여성의 리더십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 모두는 리더십 타이틀과 호칭이 가지는 의미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하겠다.


박종규 펜실베니아주립대 알투나칼리지 조교수 pvj5055@psu.edu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와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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