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1억 년의 시간 동안 장수한 생명체들은 생존에 유리한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상대의 기대 범위를 뛰어넘는 능력치다. 수많은 불확실한 상황을 극복하며 개발된 이들의 이 같은 능력치는 포식자나 사냥감과 같은 상대의 예상을 빗나가게 한다. 기업과 개인 역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의 허를 찌를 정도의 성과가 필요하다.
무릇 오래된 것들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세상의 속성이 그렇다. 하지만 반대로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들이 있다. 골동품이 그렇고 고전(古典)도 그중 하나다. 몇천 년 전에 쓰였으니 케케묵어도 보통 케케묵은 게 아닌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이 쓴 책이나 『논어』와 『사기』 같은 책이 그렇다. 세상을 사는 이치와 인간에 대한 통찰을 진하게 담고 있어서 일 것이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대륙을 통일하면서 『자치통감』을 옆에 두고 줄줄 외웠고 현재 중국의 최고 통치자인 시진핑이 『논어』를 조자룡 헌 칼 쓰듯 구사하는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고전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은 쉽지 않다. 읽고 암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어떤 결과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과정을 깊숙하게 숙고해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고전을 들먹이지만 막상 읽어본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이유다. 고전 속에 배어 있는 지혜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더 가치 있는 것일 게다.
오랜 시간 수많은 생명체가 명멸해 온 지구 생태계에도 이와 비슷한 ‘살아 있는 고전’들이 있다. 저 원시에서부터 수많은 시간과 변화를 헤치고 살아온 생명체들이다. 지금까지 지구에 출현한 생명체들 중 99% 이상이 사라진 이 험난한 세상에서 1억 년이라는 영겁 같은 시간을 살아온 생명체들이 꽤 된다.
1억 년. 1억 년이라는 시간은 어느 정도나 될까?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이 지구상에 출현한 게 20만∼30만 년 전이고 고대 인류까지 가봐야 600만 년이니 우리로서는 상상이 안 되는 시간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이 오랜 시간을 사는 건 보통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세상의 변화를 작은 몸으로 살아내야 하니 말이다. 생명의 역사 측면에서 보면 1억 년은 생태계 전체가 낭떠러지 끝으로 몰리는 대멸종이 한 번 이상 휩쓸고 간 시간이고, 이보다 덜한 중소 규모의 멸종이 수십 번은 강타한 시간이다. 지역적으로 발생했기에 상대적으로 중소 규모라 불린 것일 뿐 해당 생태계에는 대멸종 이상의 위기일 수도 있다. 살아 있는 고전 생명체들은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갖고 있길래 이런 세상과 시간을 통과할 수 있었을까? 이번 회부터는 1억 년 이상 장수하는 생명체들이 장구한 시간을 살아올 수 있었던 비결을 탐색해보려 한다.
고전 책들이 그렇듯 이 살아 있는 고전 생명체들을 접하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이유는 다르다. 읽기만 하면 졸음이 몰려오고 머리가 아파오는 통에 대하기 어려운 게 고전 책이라면 살아 있는 고전들은 졸음이 아니라 별로 좋지 않은 감정 때문에 그렇다. 다음 내용을 읽으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서광원araseo11@naver.com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