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Strategy

감정도 기복 있는데 금융시장은 왜 안 그럴까

325호 (2021년 07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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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Market Crashes, Correlated Illiquidity, and Portfolio Choice”(2013) by Hong Liu and Mark Loewenstein in Management Science, 59: pp. 715-732.

무엇을, 왜 연구했나?

삶을 살아가면서 매일, 매시간 일정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감정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시각각 요동칠 때가 더 많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로 경기가 저점에서 정점으로 개선되는 기간인 경제 확장기와 반대로 정점에서 저점까지 위축되는 기간인 경제 수축기의 두 가지 국면으로 구분되는 경기 주기가 존재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경기 주기를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만약 나의 투자 전략이 변동성의 주기적인 변화를 효과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전례가 없는 금융시장의 호황기가 지속됐던 때가 있었다. 이 시기 대부분의 투자 전략은 경제 확장기의 데이터만을 사용해 미래의 자산 가치를 계산했다. 그러다 보니 자산 가치가 실제 가치보다 과대 계상1 되는 사례가 많았고 금융기관은 적은 자산을 담보로 가진 투자자에게도 대출을 많이 허용해주는 일이 빈번했다.

그렇다면 경제 수축기 때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상황은 왜 위험할까? 이는 변화무쌍한 영국의 날씨 상황에 빗대 설명할 수 있다. 영국의 날씨는 일반적으로 선선하고 흐리며, 연중 강수량이 고르지만 날씨가 빈번하게 변화하는 특징을 갖는다. 고기압과 저기압의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는 영국의 지리적 특성상 하루에도 맑음, 흐림, 비가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의 크리스마스 축제를 상상해보자. 아침 일기예보를 따라 이슬비가 올 것으로 예상해 가볍게 방수 코트를 걸치고 나왔는데 오후가 되니 이슬비가 소나기로 바뀌었다. 다행히 준비해 둔 우산을 꺼냈는데 바람이 심상치 않다. 바람의 세기가 강해 우산을 써도 도저히 비를 피할 수가 없다. 악천후가 지속되면 결국 축제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처럼 영국 날씨는 변동성이 너무 높아 예측하기가 어렵고 따라서 악천후와 갑작스런 자연재해 등의 위험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힘들다. 반면 우리나라 날씨의 변동성은 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축제 당일에 급변한 날씨 탓에 예정된 행사가 취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렇게 변동성이 낮으면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을 예측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미국 워싱턴대와 메릴랜드대 공동 연구진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정하다는 기존 연구의 가정을 보완하기 위해 국면전환모형(Regime Switching Model)을 차용했다. 이를 통해 경기 주기를 따라 변동성이 경제 확장기에 하락하고 경제 수축기에 상승하는 상황을 새롭게 고려한 뒤 투자자의 투자 패턴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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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자산 관리는 주어진 자산을 크게 무위험 자산인 채권과 위험 자산인 주식에 어떻게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작업이다. 대표적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헨리 마코위츠는 이산시간(Discrete Time)에서 현재와 미래의 두 가지 시점만을 고려해 채권과 주식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최대화하고 변동성을 최소로 할 수 있는 최적 자산 배분 전략을 제안한 바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또 다른 경제학자 로버트 머튼은 현재부터 미래까지의 수많은 시점을 연속시간(Continuous Time)에서 고려해 투자자의 효용(Utility)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새롭게 정립했다. 로버트 머튼의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투자자의 최적 투자 전략은 크게 투자자의 위험회피성향(Risk Aversion)과 금융시장의 수익률과 변동성으로 대변되는 투자기회집합(Investment Opportunity Set)에 의해 결정된다. 구체적으로 위험회피성향이 작은 투자자일수록 기대수익률이 높고 변동성이 낮은 금융시장에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기존 연구는 금융시장의 수익률과 변동성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시변성(Time Variation)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해 투자기회집합이 일정하다는 제한적인 가정을 두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면 전환 모형을 도입해 경기 주기를 따라 경제 확장기에 수익률이 상승하는 반면 변동성은 하락하고 경제 수축기에는 수익률이 하락하고 변동성이 상승하는 현실을 체계적으로 반영했다.

본 연구에서는 자산 가치가 경제 확장기와 경제 수축기에 다르게 계산되기 때문에 경제 구조가 바뀔 때마다 손쉽고 빠르게 자산 가치를 새롭게 계산한다. 따라서 지금이 경제 확장기라 판단돼도 경제 구조 변화가 계속돼 미래에 경제 수축기가 온다는 상황을 사전에 잘 반영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게 자산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확실성등가(Certainty Equivalent) 2 를 활용한 본 연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 주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금융시장의 변수들을 잘못 추정한 채로 투자하게 되면 투자자는 최적 투자 전략과 비교했을 때 최대 연 3.5%만큼의 수익률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특히 경기 침체기 때 투자자는 연 3.5%의 기대 손실에서 추가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어 역사적 위험 프리미엄(Historical Equity Premium)3 이 연 6%인 정도를 감안한다면 경기 주기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기존 투자 전략의 대가가 상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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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금융기관이 호황기의 데이터만을 사용해 기업 및 가계 대출을 실시한다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 수축기 때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국내 은행들이 투자했던 높은 신용등급의 부채담보부증권(CDO)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본 바 있다. 또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KIKO)에 투자했던 많은 중소기업이 부도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재와 같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경제 전반의 소비와 투자가 상당히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정점에서 저점까지 위축되는 기간인 경제 수축기에 접어들게 된다면 금융시장 전반에 신용경색(Credit Crunch)4 과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대출 전반에 큰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실물경제 충격이 기업 및 가계의 대출 뇌관을 매개로 경제 및 금융 부문과 비금융 부문으로 전이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심각한 경우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 및 부실 확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 확장기와 경제 수축기로 대변되는 경기 주기를 나의 투자 전략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의 국면전환모형을 통해 경기 변동 위험을 이론적으로 모델링한 후 미국 및 유럽의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가 제안하고 있는 경기 변동과 관련한 다양한 조기 경보 지수를 실증적으로 활용하면서 현재의 금융시장 상황에 맞게 나의 투자 전략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박세영 노팅엄 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뒤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7∼2019년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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