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만 년 전 갑작스런 소행성의 충돌로 수많은 지구 생명체는 멸종을 맞아야 했다. 백악기 대멸종이라 불리는 이 사건으로 전체 생물종의 70∼80%가 사라졌다. 식물과 작은 동물들이 사라지자 중생대를 주름잡던 공룡 역시 운명을 달리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과거형이 아니다. 2013년 러시아는 지역 내 운석우가 떨어져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지능과 문명이 발달한 인간도 소행성의 낙하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몸집이 비대한 공룡이 무능해서 멸종했다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자주 45억 년 전 생겨난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건 36억 년 전이다. 30억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미하게 존재하던 지구의 생명들은 5억4000만여 년 전 대폭발 등을 거치며 전성기를 맞아 약진하기 시작했다. 일명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생명들은 놀랄 만큼 다양해지고 크기가 커지며 진화한 동시에 숨 가쁜 생존 경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존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300억 종의 생명체가 출현했지만 99.9%가 멸종한 것이 그 증거다. 0.1%의 생존율. 무엇이 이 수치를, 그러니까 살아 있음과 사라짐을 결정했을까? 살아 있는 생명체는 어떻게 생존의 끈을 이어왔고, 사라진 생명체들은 무엇 때문에 그런 운명을 맞이했던 것일까? 생명의 역사를 멸종과 장수, 번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짚어보는 기사를 연재한다.
6500만 년 전 어느 날 지구에 불청객 하나가 날아들었다. 이 정체불명의 불청객은 우주를 떠돌던 소행성이었는데 대기권을 돌파하면서 생겨난 거대한 화염과 함께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부근에 충돌했다. 단순한 불청객이 아니었다. 지름이 10∼15㎞나 되고 무게가 10억 톤에 달하는, 지구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산만 한 크기였으니 말이다. 이 거대한 바윗돌이 지금의 제트여객기보다 더 빠른 속도(최대 시속 7만 ㎞, 최저 시속 3만2000㎞)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초속 20∼70㎞라는 속도로 당시 바다였던 유카탄반도(지금의 칙술루브(Chicxulub) 마을)에 부딪쳤던 것이다.
크기와 속도가 대단했던 만큼 충돌의 충격파 또한 어마어마했다. 떨어진 곳이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바다였는데도 불구하고 깊이 15∼20㎞, 너비(지름) 160∼170㎞, 둘레 240㎞나 되는 구멍(충돌구, 운석공)이 생겨났을 정도였다. 이때 발생한 지진 강도가 무려 리히터 13이었다. 보통 리히터 8이면 전 세계적인 재난이라고 하고, 리히터가 1씩 증가할 때마다 보통 10배, 최대 30배 정도의 에너지가 증가한다는 걸 감안하면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듯했을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이 충격은 수소폭탄 1억 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였다. 쉽게 말하면 서울의 3분의 1만 한 크기의 바윗돌이 떨어져 경기도만 한 구멍이 파인 것이다. 더구나 화염이 이글거리는 것이었으니 충돌 지점 근처 수십 ㎞의 바다는 눈 깜짝할 사이에 증발해버렸을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니, 시작에 불과했다. 충돌로 인한 여파는 먼저 리히터 13 규모의 지진이 만들어낸 거대한 쓰나미로 나타났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지난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떠올려보는 게 좋을 듯하다. 이때의 강도(진도)가 리히터 9.0이었는데 이로 인해 발생한 일명 ‘죽음의 쓰나미’는 높이가 20m였다. 이 쓰나미는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8m의 안전 벽을 쉽게 넘어 버렸고 이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2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있을 정도다.
리히터 9.0이 이 정도이니 리히터 13은 어땠을까? 단순 계산만으로도 여파가 일본 동북부 지진보다 1만 배(10배×10×10×10)에서 최대 81만 배(30배×30×30×30)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연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종합해 보면 당시 생겨난 쓰나미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던 것 같다. 음속에 가까운 시속 960㎞의 속도에, 높이가 100∼300m쯤 되는 ‘초슈퍼’ 쓰나미가 생겨나 미국 중심부 내륙을 높이 300m의 파도로 덮어버리고, 5시간 만에 전 세계를 덮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광원araseo11@naver.com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