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위기: 종말-재도약 갈림길

AI 시대에, 경영학 박사만 경영대 교수 돼야 하나

318호 (2021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위기에 빠진 경영학이 재도약하기 위한 대응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영대학은 경영학 교수, 경영학 박사로만 구성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둘째, 대학이 현장 실무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경영학 교수도 경영자와 마찬가지로 AI 역량을 키워야 한다.
넷째, 경영학 이론도 AI를 융합하는 방식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필자가 2020년 8월19일 한국경영학회 총회 특별 세션에서 발표한 내용을 기반으로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1. 사회•기술적 환경 변화

기업을 둘러싼 기술 환경과 사회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기업의 기술적 기반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회적 기반을 뿌리째 흔들었다. 앞으로 인간의 능력 일부를 대체할 수준으로 발전할 AI 기술을 외면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또 팬데믹 사태에 따른 새로운 경영 방식을 따르지 않는 기업은 적응력을 잃고 도태될 것이다. 기업은 기술과 사회 양쪽의 변화를 좇아야 하는 양수겸장의 위기에 놓였다. AI를 습득하지 않은 경영자는 아마추어라는 평가를, 팬데믹이 끝나면 우리 사회와 기업이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영자는 순진함을 넘어 어리석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러한 변혁의 시대에 경영학은 경영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경영자들은 전례 없는 위기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경영학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경영학 역시, AI를 기반으로 하지 않거나 팬데믹 위기 이전의 상황을 전제로 연구한다면 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 뒷짐만 지고 있다가는 경영학이란 학문의 주도권을 경영학자 대신 경영자들이 쥐게 될지도 모른다. 경영학을 하는 ‘경영학자’의 종말을 피하려면 이 학문에 대한 혁신과 재도약을 추진해야 한다. SER-M 모델(그림 1)을 활용해 경영학의 위기의 징후와 그 원인을 살펴보고, 잃어버린 경쟁력을 찾기 위해 경영학자들이 해야 하는 임무가 무엇인지 설명해보고자 한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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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영학 위기의 징후

경영학에 나타나는 위기 징후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주체(Subject), 즉 경영학을 주관하는 경영대학이다. 경영대학에서 개설한 경영자 과정에 앞다퉈 오던 경영자들이 요즘은 인문대가 기획한 경영자를 위한 인문학 과정, 미술대의 문화예술 과정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1 오늘날 경영자들이 당면한 기업 현실의 문제들은 생산, 마케팅, 인사조직, 재무와 같은 전통적인 경영학 분야가 아니다. 경영자들은 시장에 있는 소비자와 기업 내부에 있는 구성원들을 독자적인 가치관과 존엄성을 가진 보편적 존재인 인간으로 이해하고 이들에게 공감하고자 한다. 또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과 자연환경을 탐구하는 인문학, 예술문화, 의학, 환경학 등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이런 해법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경영학의 위기는 경영학자들의 위기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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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환경(Environment), 즉 경영대학이 소속된 대학교다. 최근 규모는 작지만 한두 가지 학문 분야에 집중해 철저히 현장 교육 중심으로 가르치는 네오부티크대학(Neo-Boutique University)들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대학교들을 위협하고 있다. 네오부티크대학의 목적은 미래의 경영 현장에 100% 적합한 인재를 확실하게 양성하는 것이다. 기업, 창업가, 컨설턴트들이 직접 설립하며, 고도로 전문화된 한두 개 전공에 특화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일본의 도요타는 TOYOTA Technology Institute라는 자동차 학원을 만들어 대학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SADI는 삼성디자인교육원으로,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 소지자 중 매년 40명을 선발해 3년 동안 어느 대학교보다도 앞선, 그리고 기업 현장에 꼭 필요한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장강경영대학원(Cheung Kong Graduate School of Business, CKGSB)은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 현장 경영학을 제공하는 중국 베이징의 정규 대학이다. 일본 경제를 이끄는 한국계 경영자 마사요시 손(손정의) 회장은 사이버 유니버시티를 만들었다.

교육 혁신으로 유명한 미네르바스쿨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됐다. 프랑스의 에콜42는 교수 없이 IT 교육을 실시하며 현장 감각을 가르치는 대학 아닌 대학으로 이름났다. 호반대학(Hupan University)은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2018년 세운 대학이다. 국내에서도 최태원 SK 회장이 2019년 구성원의 혁신 역량을 육성하기 위해 SK university를 설립했다. 다만 비인가 대학에는 대학이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는 교육부 지침에 mySUNI라고 이름을 바꿨다. mySUNI는 AI, DT, 행복, 사회적 가치 등 10개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10개의 칼리지를 운영하면서 현장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셋째는 자원(Resources), 즉 경영대 교수들이다. 기업에서 경영자 교육과 자문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던 경영대학 교수들이 점점 기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2019년 8월 열린 한국경영학회 총회에서 김경원 세종대 학장은 ‘경영학 교육의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대학과 기업 간의 지적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요구를 대학이 교육 콘텐츠로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창업 교육으로 유명한 미국 뱁슨칼리지(Babson College)의 스테픈 스피넬리 주니어(Stephen Spinelli Jr) 총장은 2000년 초 “MBA 프로그램에 위기가 오고 있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스탠퍼드 MBA마저도 지원자가 6% 줄었다. 이제 비즈니스스쿨은 변신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필자도 주변에 있는 경영학 교수들에게 간단하게 카톡으로 질문해봤다. “여러분은 지난 1년 동안에 기업에 얼마나 자주 갔으며 가서 무엇을 했는가? 기업에 가서 강의를 했는가? 아니면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를 했는가? 아니면 현장을 방문해서 경영자를 면담했는가? 기타 다른 활동을 했는가?” 이 질문에 답변을 준 경영학 교수 16명 중 11명이 기업 현장을 방문했다고 답했다. 그 중 5명은 강의 목적으로, 7명은 자문이나 회의에 갔고, 3명은 IoT나 AI, VR, AR와 같이 소위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방문했다고 한다.2 경영학은 현장을 전제로 존재하는 학문이다. 고고학자가 고분을 발굴하면서 현장에서 연구하고 이론을 개발하듯 경영학자는 기업을 찾아가 현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경영자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기업 현장을 찾은 경영학자가 16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경영학자들의 경영 현장에 대한 고민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

넷째는 메커니즘(Mechanism), 즉 기업 경영 방식이다. AI 도입으로 가속화된 데이터 의존형 의사결정 방식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재택근무를 비롯한 새로운 사무 환경에 필요한 경영 이론은 경영학 교과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2020년 2월 이후 1년이 넘은 오늘날 비대면 경영과 재택근무는 대세를 넘어 뉴노멀, 새로운 표준이 됐다. 2021년 2월 직장인 8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이들은 42.4%에 달했다.3 대면 결재 시스템이 파괴된 결과, 현장과 최고경영자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사라졌다. 전통적인 피라미드 조직이 납작한 피자 조직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중간관리자가 숫자로 표현하지 못하는 현장 업무를 정성 평가했는데 재택근무하에서는 이런 정성 평가가 불가능하다. 보상에 있어서도 과거에는 성과가 높은 구성원과 낮은 구성원이 좌우에서 정상분포곡선을 보였다. 그러나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쌍봉 복선, 즉 성과 높은 구성원 집단과 낮은 구성원 집단이 이분화되고 이 과정에서 성과가 높은 구성원은 과거보다 더 높은 보상을 받고, 성과가 낮은 구성원은 아예 감원 대상이 돼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재택근무를 두고 직장인 10명 중 4명은 불편함이 더 커졌다고 한다.4 그 이유로는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근태 관리 간섭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무자 입장에서 재택근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는 ‘협업•의사소통 곤란’ ‘돌발 업무•리스크 관리의 어려움’ ‘업무 효율 저하’가 지적됐다. 다른 한편, 관리자 입장에서는 ‘성과•조직 관리의 어려움’이 지적됐다.5 이렇듯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 어려움의 원인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경영학 이론은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부족한 상황이다.

2016년 3월 바둑 기사 이세돌은 알파고에게 1대4로 진 후 “인공지능 컴퓨터가 나오면서 아무리 잘 둬도 못 이길 것 같더라. 상식적으로 봐도 이기기가 어렵다”6 고 말했다. 이처럼 한 분야에서 프로였던 전문가들이 AI의 등장과 함께 아마추어처럼 보이게 된 현상은 프로바둑뿐 아니라 의료계, 법조계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영학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0여 년간 인간은 상식과 경험에 입각해서 경영학 이론을 만들었다. 그러나 197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이 갈파한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합리성을 가질 뿐 미지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빅데이터로 처리해서 입력한 AI가 인간의 제한된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합리성을 가지고 새로운 경영학 이론을 만들면 기존의 경영학 이론은 빛을 잃을 수 있다. 그 결과 AI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경영학자들은 아마추어로 전락하게 될지 모른다.

글로벌 제조업체들도 빠르게 AI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테슬라(Tesla)는 겉보기에는 자동차 제조 기업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완벽한 AI 기업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테슬라를 통해 지금까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전기자동차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기존 자동차 제조회사들과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00년에 자동차 50만 대를 판 테슬라가 향후 매년 1000만 대를 팔아 전 세계에 1억 대를 보급하게 되면 일론 머스크는 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는 모든 테슬라 자동차에 장착돼 있는 정보 전달 장치를 이용해 이 세상의 온갖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게 될 것이다. 머스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별도로 설립한 스페이스엑스(Space X)사의 스타링크 사업을 통해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 1만2000개를 쏘아 올려 지구 상공을 그물망처럼 연결하고 있다. 땅에서 굴러다니는 전기자동차 1억 대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인공위성 1만2000개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미래를 상상해보라. 머스크는 전통적인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가 아니다. 세계 모든 지역을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연결하는 정보중계산업(Infomediary Industry) 7 이란 미래 산업을 창조한 최고몽상가(Chief Dreaming Officer, CDO)이다.

또 앞으로 기업은 AI 도입에 따른 새로운 의사결정과 관련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기원 소속 김모 기사가 시합을 하면서 AI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1년 자격 정지 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8 이 처벌은 합당한가? 앞으로 학생들이 리포트를 내고, 박사 과정 학생들이 논문을 쓸 때 AI를 기반으로 한 GPT-3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표절인가, 아닌가? 이게 바로 우리가 지금 당면한 문제다. AI는 이미 회계학, 재무 관리, 생산 관리 분야에 진입해 ERP, 증시 예측, 자동화, 무인 공장, SCM 등에서 대세가 됐다. 마케팅, 인사 조직에서도 소비자 행동, 신입사원 채용과 교육훈련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AI는 앞으로 전략 분야에까지 진출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최고경영자라는 직업은 경리부장, 재무부장, 공장장, 재무 분석가, 인사부장과 함께 AI로 인해 사라진 직업 리스트에 포함될지도 모른다. 경영 환경이 바뀌는 속도로 경영자뿐 아니라 경영학자도 바뀌어야 한다.

3. 위기의 원인과 예상되는 결과

경영학 위기의 네 가지 징후에는 제각기 원인이 있다. 첫째, 경영대학 경영자 과정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경영대학의 교수 구성이다. 경영대학 교수는 거의 대부분 경영학 박사로 구성돼 있다. 필자가 1978년부터 2014년까지 교수로 근무한 서울대 경영대학에는 현재 교수가 56명인데 그중 경영학 박사 49명, 경제학 박사 4명, 산업공학박사 2명, 심리학 박사 1명이다. 또 필자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총장을 지낸 국립 인천대 경영대학에는 교수 19명 중 경영학 박사 17명, 관광경영 박사 1명, 경제학 박사 1명으로 전원이 경영학과 경제학 전공이다.

반면 하버드 경영대학에는 교수 233명 중 경영학 박사가 120명으로 절반에 불과하며 나머지 110여 명은 역사학, 인류학,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물리학, 화학, 공학 등이다. 명실상부하게 모든 학문을 망라한 학자들로 구성돼 있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버드 경영대학은 기업 경영자가 원하는 모든 학문을 통합해서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의 경영대학이 현재 경영학자가 ‘아는 것’을 가르치는 대학이라면 미국의 대학은 경영자가 ‘원하는 것’을 가르치는 대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 대학에서는 경영자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경영대학이 아닌 인문대, 예술대, 의대에서 가르치는 실정인 반면 미국 대학에서는 경영대학이 모든 과정을 운영하기에 타 대학이 경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경영자는 경영학만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영대학은 경영학 교수들이 경영학 박사 중심의 순혈 문화를 고수하면서 자기 발등을 찍은 형국이 됐다. 경영자를 교육하고, 경영을 연구하는 기관으로서 경영대학이 지난 100여 년 누려왔던 독점성은 인문대, 사회대 등이 참여하면서 사라졌다. ‘경영학=경영대’, 다시 말해서, 경영대가 경영의 전부를 가르친다는 인식이 사라졌다. 경영대학의 위기를 경영학 교수들이 절감하고, 폐쇄회로에서 벗어나 경영자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야 된다.

둘째, 네오부티크대학이 약진하게 된 원인은 기업이 원하는 현장 지향적 교육을 대학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은 상아탑을 지킨다는 전통에 대한 집착 때문에 네오부티크대학의 약진에 눈을 감고 있는 불감증 환자다. 하지만 이런 대학교의 현실 외면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기업은 이제 인재 교육을 기존의 경영대학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대학을 직접 설립하고 있다.

한자대학동맹(Hanseatic League of Universities, HLU)은 2020년 6월에 발표한 ‘세계혁신대학(World’s University with Real Impact, WURI)’ 랭킹에서 각국 교육부가 정규 대학으로 인정한 일반적인 대학뿐 아니라 대학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미국의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s), 창업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미국의 싱귤래리티대학(Singularity University), 교수가 없는 프랑스의 에콜42(Ecole 42), 현장 감각을 강조하는 삼성디자인교육원(SADI) 등 정규 대학으로 인정받지 않은 대학까지 포함해 랭킹을 매겼다. 그 결과 전통적인 대학 랭킹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미네르바스쿨이 5등, 싱귤래리티대학이 16등, 프랑스의 에콜42가 17등, 도요타기술대학이 63등,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이 68등, 미국의 파운드리칼리지(Foundry College)가 89등, 맥도날드가 만든 햄버거대학(Hamburger University)이 95등을 차지하는 등 네오부티크대학들이 오랜 역사와 수만 명의 학생을 거느린 기존 대학들을 물리치고 세계 100위권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이제는 대학과 비대학이 함께 어울려서 경쟁, 협력함으로써 새로운 대학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때가 왔다.

대학은 교육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상실했다. 기업들도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기존 대학, 특히 명성이 높은 대학에 대한 막연한 신뢰는 사라질 것이다. 네오부티크대학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네오부티크대학들이 대학의 독점적 지위를 깨고 현장 중심 교육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셋째, 경영대 교수들이 기업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원인은 기업 경영자들이 경영학 교수 못지않게 공부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은 경영학 교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상식화된 학문으로 바뀌었다. MBA는 물론, 박사 학위를 받은 경영자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경영학 교수가 되지 않고 기업으로 가서 경영자로서 현장 경험까지 한 것이다. 경영학 이론과 경영학 현실을 다 알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학교 안에서만 살고 있는 경영학 교수들이 독점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지식 영역은 사라지고 있다.

경영학이 상식이 되면서 경영자 중 상당수는 경영학 교수들보다 더 뛰어난 통찰력을 자랑한다. 그런데도 경영학 교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만 연구할 뿐 원하지 않는 주제는 연구하지 않는다. 연구를 하더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한다. 점점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들 못지않게 학문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데다 기업 경험까지 함께 갖춘 기업 경영자들에게 한 수 가르칠 수 있는 경쟁력을 경영학 교수들은 상실하고 있다.

넷째, 경영학 이론이 현실을 좇아가지 못하게 된 원인은 AI 등 최신 기술을 배운 경영자들이 현장에서 유연 근무, 재택근무를 통한 경영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잘못된 관행들을 직접 현장 상황에 부딪혀가며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 교과서에는 이런 변화에 대해 언급이 없다. 기업이 미래로 숨가쁘게 나아가고 있는 데 비해 경영학은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비대면 소통이 대세가 되면서 기업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대폭 강화되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인사 조직의 기존 시스템이 파괴되고 중간관리자는 멸종하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가 가능해지고 보상에서 양극화가 벌어지면서 기업은 오히려 더 효율적이 된다. 이런 기업 현장에서 새로운 문화와 다양한 경영학 이슈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비대면 경영의 내재적 효율성을 현재의 경영학 이론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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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종말을 피하기 위한 준비

그렇다면 경영대학과 경영학자는 잃어버린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경영대학은 경영학 교수로 구성되고, 경영학 교수는 경영학 박사로 구성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이제 경영대는 경영자가 원하는 모든 학문을 골고루 제공해 주는 종합대학이 돼야 한다. 경영대 교수 역시 경영학뿐 아니라 인문학, 예술, 자연과학을 비롯해서 모든 학문을 망라하는, 기업에 필요한 모든 학문을 전공한 교수들로 구성돼야 한다.

둘째,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에 안주하면 안 된다. 대학이 직접 현장으로 달려가서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의 어려움을 찾아내고 해결해줘야 한다.

셋째, 경영학 교수도 경영자들과 마찬가지로 AI를 배워야 한다. 이제 AI에 기반을 두지 않는 경영학은 아마추어 경영학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경영학 교수들도 AI를 자신이 전공하는 학문의 기반으로 삼아 새로운 경영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넷째, 경영학은 AI를 융합하는 방식으로 재도약해야 한다. 경영학은 누구를 위한 학문인가? 간단한 비유를 들겠다. 어느 한국 회사가 미국 회사에 인수가 됐다. 이 한국 회사 임원들이 영어를 모른다. 이럴 때 임원들은 영어를 배우거나, 아니면 퇴사해서 한국 회사에 재취업해야 할 것이다. AI라는 블랙홀 앞에 선 경영학자한테도 두 가지 옵션이 있다. AI를 배우거나 AI가 없는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AI가 없는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도 2020년 9월, AI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새로운 경영학은 경영학 교수들이 컨설턴트, 경영자, AI 전문가들과 협력해 만들어야 된다. 경영학자들이 AI를 기반으로 하는 경영학 이론을 새로 만들어서 경영학의 종말 대신 경영학의 재도약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IPS) 이사장 dscho@ips.or.kr
조동성 이사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78년 최연소 서울대 교수로 임용돼 36년간 재직하며 15개 해외 대학에서 초빙교수와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한국경영학회 회장,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중국 장강경영대학원(CKGSB) 교수, 국립 인천대 총장 등을 지냈다. 2020년 산업정책연구원(IPS)의 5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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