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제일모직

부동산 자산재평가는 ‘양날의 검!’ 제일모직의 포기결정엔 이유가 있다

217호 (2017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키를 쥐고 있는 제일모직이 2014년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때 상당수 전문가들은 제일모직이 자산재평가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이 자산재평가를 통해 주가를 띄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일모직은 자산재평가를 포기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제일모직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자산재평가는 유형자산의 장부가액을 늘리지만 동시에 감가상각비도 늘어나게 돼 재무제표상 기업의 순이익을 감소시킨다. 또 토지의 경우는 감가상각비가 늘지는 않지만 기업의 자산과 자본이 늘어나 자산수익률(ROA·return on assets)이나 자본수익률(ROE·return on equity)에 악영향을 미친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4년 12월18일, 그동안 비상장으로 남아 있던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모직이 상장했다. 제일모직은 패션, 급식 및 식자재 유통, 건설, 레저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사업부 외에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 삼성전자의 모회사인 삼성생명의 지분 19%를 보유한 모회사이기도 하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로 볼 때 앞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상황이었다.1 이런 기대가 반영됐을까? 주가는 상장되자마자 급등하기 시작했다. 공모가가 5만3000원이었는데 상장 첫날 종가는 두 배 이상 뛴 11만3000원이 됐다.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은 15조 원을 넘어섰고 단숨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10위권을 기록했다.

2014년 중반부터 제일모직의 상장은 증권가 전체의 큰 관심사였다. 상장 직전 있었던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무려 500조 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이로 인해 같은 해 삼성SDS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며 세웠던 463조 원의 기록이 깨졌다.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제일모직의 발전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일모직 상장 이전, 회계와 관련된 이슈로 논란이 됐던 것은 제일모직의 적정 공모가격이 얼마냐는 것이었다. 상장을 앞둔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높은 공모가격이 책정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공모를 주간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보면 내재가치보다 더 높은 공모가격이 책정된다면 이 주식을 매수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하기 위해서는 공모가가 너무 높아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양자가 균형을 이루는 적정한 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되게 된다.

공모가 결정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언론들은 제일모직이 상장을 앞두고 자산재평가를 진행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내놨다. 제일모직의 연차보고서를 보면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의 토지(에버랜드 및 레이크사이드골프장 부지 등을 포함함)가 약 435만 평(1450만㎡)인데 이 토지의 장부가는 9093억 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토지의 대부분은 수십 년 전 평당 평균 약 20만 원 정도에 취득한 것으로서 회계장부에는 취득원가로 기록돼 있다. 이 토지들의 현재 시가가 평당 100만 원은 될 것이므로 20만 원을
100만 원으로 재평가하면 토지의 장부가치는 무려 3조6000억 원 정도 상승한 4조5000억 원쯤이 된다.2 재무상태표에 표시된 제일모직의 전체 자산의 가치가 4조4000억 원쯤이므로 토지를 제외한 제일모직의 다른 자산들의 장부가치가 3조5000억 원이다. 따라서 위의 설명이 옳다고 가정하면 자산재평가를 통해 전체 자산의 장부가치는 무려 8조 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 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일모직은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일모직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자산재평가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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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재평가의 정의와 효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유형자산의 가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경우 회계장부에는 이런 유형자산의 시가를 반영하지 않는다. 일정한 가정에 의해 계산되는 감가상각비를 누적시킨 금액인 감가상각누계액을 계산하고 유형자산의 취득원가에서 감가상각누계액을 차감한 금액을 회계장부에 보고한다.3 회계장부에 보고된 이 금액을 유형자산의 ‘장부가’ 또는 ‘장부가치’라고 간단히 표현한다. 그런데 유형자산의 장부가는 시가와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양자가 크게 다를 수도 있다. 장부가보다 시가가 상당히 높은 경우 자산재평가를 할 수 있다. 자산재평가를 하면 기존 장부가를 수정해 시가를 새로운 장부가로 삼게 된다. 즉, 자산 금액이 늘어나게 된다. ‘자산 = 부채 + 자본’이라는 기초적인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 등식에 따라 자산이 증가한 만큼 동일한 금액을 자본 계정에 ‘기타포괄손익누계액’ 항목으로 적는다. 따라서 자본도 동시에 늘어나게 된다.4



자산재평가는 1998∼1999년 일시적으로 허용된 이후 그동안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8년 금융감독원이 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을 2011년 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IFRS에서 허용하고 있는 이 제도가 2009년부터 조기 도입되도록 허용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5

그렇다면 재무상태표상에 표시되는 자산과 자본 금액이 동시에 증가한다면 왜 주가가 상승할까? 일부 언론이나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자산재평가를 하면 재무구조개선 효과가 있어 자금조달비용이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한다고 이야기한다. ‘모 회사가 자산재평가를 할 예정이니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다. 그러니 적극 매수를 강력히 권유한다’는 애널리스트의 투자보고서를 읽어본 바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때 자산재평가를 한다는 소식만 들리면 주가가 올라 ‘자산재평가 테마주’라는 이야기까지 생겼다.6 그렇다면 과연 이런 내용은 사실일까.

재무구조가 개선된다는 이야기를 쉽게 설명하면 부채비율이 낮아진다는 이야기다. 사실 재무구조가 부채비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데 일반적으로 재무구조를 부채비율과 거의 동일시해서 사용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부채/자본’의 공식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자산재평가의 결과 자본이 증가하면 재무제표상에 표시되는 부채비율이 낮아지게 된다. 부채비율은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의 재무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중요한 비율이므로, 부채비율이 낮아지면 회사의 재무상황이 더 좋아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신용평가사가 발급하는 신용등급은 상승하고,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지불하는 이자율도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주주들도 회사의 상황이 더 좋아진 것으로 평가해 주가도 상승한다는 견해다. 부채비율이 재무제표로부터 손쉽게 계산될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비율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설명이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보자. 부채비율은 회사의 재무구조 또는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들 중 하나일 뿐이다. 예를 들어, 재무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부채비율 이외에도 유동부채/유동자산 비율, 유동부채/당좌자산 비율, 유동부채/영업현금흐름 비율, 유동부채/잉여현금흐름 비율, 이자보상비율(=이자비용/영업이익) 등의 여러 가지 지표들이 함께 사용된다. 이 여러 지표들 중 자산재평가 때문에 수치가 변하는 지표는 부채비율뿐이다. 다른 비율들은 변하지 않는다. 여러 지표들이 공통적으로 변한다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단지 부채비율 하나만 변한다면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자산재평가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

또한 자산재평가는 기업의 본질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회계장부에 적혀 있는 유형자산의 금액을 다르게 바꿔 기록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회사의 영업능력이나 생산성이 증가한 것도 아니다. 회사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도 그대로이며 생산이나 마케팅 활동에 투입하는 비용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즉 회사의 내재가치, 주식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로 표현하면 펀더멘털(fundamentals)은 변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재무제표상에 표시되는 부채비율이 감소했다고 해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인가? 이처럼 깊게 생각해 보면 자산재평가의 효과가 언론이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회계정보를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 중 상대적으로 회계지식이 많다고 보이는 신용평가기관을 생각해보자.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매길 때 사용하는 기준은 ‘현금’이다. 즉, 해당 기업이 부채를 갚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현금 또는 쉽게 현금으로 전환 가능한 현금성 자산을 현재 보유하고 있는지, 지금은 충분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사업을 통해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살핀다. 따라서 부채비율이 얼마인지는 신용평가 과정에서 사용되는 간접 정보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자산재평가를 하더라도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실제로 연구결과를 봐도 평균적으로 자산재평가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물론 개별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자산재평가 후 신용등급이 상승한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다음으로 기업들에게 자금을 대출해주는 은행을 생각해보자. 은행은 대출을 해줄 때 담보로 확보한 자산이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다. 그 자산이 재무제표에 얼마로 표시돼 있는가보다 그 자산의 시가가 얼마인지에 더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자산 재평가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유형자산의 장부가가 아니라 시가에 의해 대출금액이나 이자율을 결정했을 것이다. 따라서 자산재평가를 해서 장부가를 증가시킨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으로 더 대출을 해주거나 이자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작다. 이런 내용들을 종합해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의 조달비용이 낮아질 가능성은 작다. 그런데 실제 연구결과를 보면 이런 예측과 달리 최소한 국내에서는 자산재평가의 결과 부채비율이 낮아지면 부채의 조달비용이 줄어든다. 은행(또는 제2 금융권)들이 자산재평가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재무제표상에 나타나는 부채비율을 대출 의사결정에 사용해야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신용평가기관과 은행들의 실력 차이가 드러나는 결과다.

마지막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주주들을 생각해보자. 주주들이 자산재평가의 의미에 대해서 정확히 알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일반 주주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담당하는 대출책임자들보다 더 많은 회계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머지 자산재평가의 의미를 더 잘 알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도 기계적으로 부채비율을 보고 투자의사결정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애널리스트들 중 일부도 ‘자산재평가의 결과로 부채비율이 하락했으니 회사의 재무안전성이 개선됐으므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다’라거나 ‘자산재평가의 결과 PBR(price-book value ratio·주가장부가치비율, 주가/주당자본)이 하락했으니 주가가 상승할 것이다’라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매수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이들 보고서를 참고해 주주들이 투자를 할 것이므로 이들의 추천의견에 따라 주식을 더 매수해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이런 보고서를 볼 때마다 이것이 정말 애널리스트들이 쓴 것인지 의아했다. 회계정보에 대해 전문가여야 할 이들이 어떻게 이런 비논리적인 보고서를 쓸 수 있었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필자가 대화를 해본 애널리스트들 중 대부분은 자산재평가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어떤 애널리스트는 ‘나는 자산재평가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만 다른 애널리스트들이나 주식투자자들이 모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자산재평가를 하면 주가가 상승한다고 믿고 그런 내용으로 보고서를 쓰므로 실제로 주가가 상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나도 그 주식을 사라고 권유하는 보고서를 쓴다’라고 설명했다. 이 설명이 옳다면 상당수의 애널리스트들은 서로 ‘나는 알지만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모르기 때문에 나도 모른 체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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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재평가를 실시하는 기업들

어쨌든 그 결과, 자산재평가를 실시한다는 뉴스가 발표되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단기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제일모직 상장 직전 몇몇 언론들이 제일모직이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던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산재평가를 통해 토지의 장부가가 무려 3조6000억 원 정도 증가한다면, 만약 PBR이 1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본다면 공모가도 3조6000억 원 정도 증가해야 한다는 계산이 도출되기 때문이다.7

만약 자산재평가에 대해 이제까지 설명한 것이 옳다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이자율이 낮아지고 주가는 상승하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기업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것이다. 실제로 자산재평가가 허용되자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이를 실시했다. 언론 보도를 찾아보니 자산재평가가 허용된 첫 연도인 2009년 한 해 동안 무려 건수로는 3000건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고 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에도 무려 79개 업체가 재평가를 거쳤다. 자산금액을 증가시킨 크기(재평가차액)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롯데쇼핑이 2조7847억 원으로 최다이며 그 뒤를 현대중공업, 한국가스공사, 대우조선해양, KCC 등이 따랐다. 부채비율 감소 수준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아시아나항공이 556%로 최고이며, C&우방랜드, 한국내화, 대우조선해양, 동양메이저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 내용은 2009년 통계이며 그 뒤에도 계속해서 많은 기업들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2010년 들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자산재평가 차액이 가장 큰 기업은 한전이 약 11조 원, 기타 한전의 여러 발전자회사들이 총 11조 원 정도였다. 그 뒤를 삼성전자(3조8000억 원), 기아자동차(1조3000억 원), 현대중공업(1조2000억 원), 한진중공업(1조2000억 원) 등이 따랐다. 결과적으로 한전은 부채비율을 11%, 삼성전자는 1%, 기아자동차는 23% 하락시키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한전이나 삼성전자는 워낙 회사 규모가 큰 만큼 자산재평가 차액이 큰 액수임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은 별로 낮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자산재평가가 수익성 평가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이런 통계를 보면 자산재평가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제일모직은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을까? 그 이유는 자산재평가 실시가 불러오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자산재평가의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산재평가가 어떤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 살펴보자.

첫째, 유형자산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유형자산 장부가액이 상승한다. 유형자산 중 토지를 제외한 다른 유형자산은 감가상각을 해야 한다. 유형자산 장부가액이 상승하면 그에 따라 비례적으로 감가상각비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장부가가 2000억 원이고 수명이 20년 남은 건물을 재평가해서 장부가 3000억 원으로 바꾸었다고 가정하자. 그 결과 감가상각비는 재평가 전 연간 100억 원(=2000억 / 20년)에서 150억 원(=3000억 / 20년)으로 바뀐다. 따라서 세전이익이 50억 원만큼 감소한다. 한 해 동안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유형자산의 수명 동안 계속해서 이익이 50억 원씩 적게 표시되는 것이다. 세전이익이 줄어든다고 해서 법인세를 덜 내는 것도 아니다. 전문용어를 사용하면 이 늘어난 감가상각비는 ‘손금불산입’이다. 즉, 세금계산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 아니므로 세금은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당기순이익도 똑같이 50억 원 줄어들게 된다.

이 부정적인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자산재평가를 하면서 동시에 감가상각비 계산에 사용되는 유형자산의 내용년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가상각비가 거의 변하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다. 위의 예에서, 예를 들어 자산재평가와 동시에 내용년수를 30년으로 바꾼다면 감가상각비는 100억 원(=3000억 / 30년)이 된다. 따라서 자산재평가 전과 후의 감가상각비가 동일하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 방법을 사용했다.

둘째, 제일모직의 경우는 토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이었다. 토지의 경우는 감가상각대상이 되는 유형자산이 아니다. 따라서 자산재평가를 해서 토지의 장부가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감가상각비가 변하지 않으므로 당기순이익이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타 유형자산을 재평가하는 것과 달리 이익의 감소라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제일모직의 경우뿐만 아니라 앞에서 소개한 2009년 자산재평가 실시 기업들 중 재평가차액이 최다인 롯데쇼핑의 경우도 토지만 재평가를 실시했었다. 동일한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경우라도 자산재평가의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외부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수익성 평가를 할 때 종종 사용하는 지표가 자산이익률(ROA·return on assets)이나 자본이익률(ROE·return on equity) 등이다. ROA는 ‘이익/자산’, ROE는 ‘이익/자본’의 방법으로 계산하는 비율이다. 토지만 재평가한다면 이익은 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산과 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에 자산재평가 결과 ROA나 ROE는 감소하게 된다. 즉,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한 것으로 재무제표에 표시된다. 토지가 아닌 다른 유형자산을 재평가하면서 앞에서 설명한 내용년수를 늘리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 이익이 줄어들었다면 ROA와 ROE 계산 공식에서 분모와 분자가 동시에 변하므로 이들 지표가 줄어드는 폭이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기업의 수익성 지표들이 하락하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에 큰 영향을 받는 주가도 하락할 위험이 있다.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주가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모형으로 알려진 잔여이익모형(RIM·residual income model)에 따르면 주가는 현재 자본의 가치 및 미래 초과이익의 현재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자산재평가에 따라 현재 자본의 가치는 더 크게 표시되지만 미래 초과이익은 더 작게 표시되게 된다. 그렇다면 자본증가가 주가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초과이익 감소가 주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비교해봐야 주가가 올라갈 것인지, 내려갈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좀 더 쉬운 용어를 이용해서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PBR과 PER(주가이익비율·price-earnings ratio·주가/주당이익) 중 어떤 비율이 특정 기업의 주가를 더 잘 설명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예를 들어, 기업 A의 경우 PBR이 PER보다 주가를 더 잘 설명한다면 A는 자본규모가 이익규모보다 주가를 더 잘 설명한다는 의미다. 그 반대로 기업 B의 경우 PER이 주가를 더 잘 설명한다면, B는 이익이 주가를 설명하는 정도가 자본이 주가를 설명하는 정도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A의 경우는 자산재평가에 따라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B의 경우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8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의 종합적 이해

이런 현상들은 회계정보를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자산재평가의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수치를 기계적으로 사용할 때 나타나는 결과다. 만약 자산재평가의 결과 이익이나 수익성 지표들이 감소한다고 해도 애널리스트들이 자산재평가 때문에 기계적으로 ROA나 ROE, 또는 이익 수치가 줄어든 것일 뿐 회사의 내재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보고서를 쓴다면, 또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참조하지 않는 투자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자산재평가의 효과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자산재평가의 긍정적/부정적인 효과가 모두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자산재평가 정보는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재무제표의 주석을 보면 자세한 정보가 공시돼 있다. 따라서 누구나 손쉽게 찾아보고 그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런 효과를 제대로 파악해서 투자결정에 사용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거의 보지 못했다. 결국 안타깝게도 거의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재무제표에 포함된 숫자들의 실제 의미가 아니라 겉에 쓰여진 숫자 그 자체만 이용해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자산재평가를 한다는 소식이 발표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거의 변함이 없거나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결국 단기적으로 부채비율을 하락시키거나 주가를 상승시킨 후 자금조달을 하려는 기업들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전 자금조달을 완료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을 고려해보면 자산재평가의 장기효과가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자산재평가 직후 조달한 자금으로 회사의 성장이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투자를 했거나 위험한 부채를 상환했다면 장기적으로 회사가 더 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9

외부 이해관계자들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자들의 의사결정도 자산재평가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부채비율은 많은 경영자들이 회사의 재무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들 중 하나다. 만약 최고경영자가 자산재평가 때문에 인위적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을 잊었거나 자산재평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산재평가의 결과로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이 회사의 실제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오해해 큰 투자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회사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자산재평가의 실시 때문에 기업의 본질가치 향상과 무관한 활동에 경영자의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IFRS 도입 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경우는 이 점과 관련이 없다. 예외적으로 한 번만 자산재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FRS 도입 이후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경우는 자산재평가를 한 번만 실시하고 멈추는 것이 아니다. IFRS는 원가모형과 재평가모형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원가모형은 원가(또는 원가에서 감가상각누계액을 차감한 금액)를 재무제표에 표시하는 방법으로 IFRS 도입 이전에 사용하던 방법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신뢰할 만한 수치이지만 전술한 바처럼 시가와 장부가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경우 재무제표가 이 차이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재평가모형은 자산이나 부채의 시가를 재무제표에 표시하는 방법이다. IFRS 도입 이후 자산재평가를 했다는 것은 재평가모형 방법을 택했다는 의미다. 이 경우는 한 번만 재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장부가와 시가 사이에 상당한 차이(예를 들면 20% 정도)가 발생한다면 다시 재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거의 매년 시가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확인하고 차이가 발생했다면 재평가를 실시해서 이 차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10 이런 활동의 결과 때문에 재무제표의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제일모직의 의사결정 이유는?

또한 좀 복잡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재평가를 통해 자산과 자본의 금액을 증가시킬 때는 이 금액이 재무상태표 자본계정의 기타포괄손익누계액과 포괄손익계산서의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돼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번 재평가를 통해 늘어났던 유형자산의 가치가 미래 하락해서 다시 자산재평가를 하게 된다면 이 가치 하락분은 손실로서 당기순이익 계산에 포함되게 된다. 즉, 이익은 당기순이익 계산에 포함시키지 못하는데 손실만 포함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본질적인 활동과 관계없는 일들 때문에 재무제표가 영향을 받게 되고, 그에 따라 경영자의 관심이 불필요한 일들을 관리하는 데 소모될 위험이 있다. 물론 이런 이유로 재무제표의 변동성이 증가하게 되면 주가나 차입이자율의 변동성도 동시에 상승할 것이다.

그렇다면 제일모직은 왜 상장 직전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을까? 제일모직의 경우도 틀림없이 자산재평가의 득과 실을 분석해봤을 것이다. 당시 일부 언론들은 제일모직의 결정에 대해 ‘주가를 끌어올릴 의지가 없다’느니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하는 데 주가가 높지 않은 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자산재평가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한 이야기다.

삼성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제일모직의 주가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제일모직 상장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회장으로 넘긴다는 시나리오는 2014년 당시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다. 두 회사를 합병한다면 대주주, 그중에서도 상속받는 이재용 회장의 지분비율이 높은 회사의 주가가 높은 것이 대주주에게 더 유리하다. 따라서 이재용 회장의 지분비율이 높은 제일모직의 주가가 높아야 한다. 그렇다면 제일모직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는 주가를 높일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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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한 바처럼 자산재평가를 한다면 단기간 주가는 상승한다. 그러나 단기간 상승한 주가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주가가 장기간 어떻게 변할 것인가의 여부는 전술한 것처럼 자본의 장부가가 주가에 미치는 효과와 수익성이 주가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해봐야 알 수 있다. 자산재평가 직후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제일모직 입장에서는 자산재평가의 단기효과가 아니라 장기효과를 고려했었을 것이다.11 그 결과 제일모직의 경우는 수익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자본가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수익성을 재무제표에 더 높게 표시하기 위해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 자체가 제일모직이 신중하게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검토를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판단의 결과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제일모직 주식은 상장 이후도 꾸준히 상승해서 삼성물산과의 합병선언 직전에는 17만 원까지 도달한다.12

우리나라에서 경영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상당수는 회계수치의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면서 회계정보를 사용한다. 그 결과 부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부 이해관계자들 중 주주나 채권자들의 상당수는 그런 경향이 더욱 높다. 필자가 본고에 소개한 여러 언론보도 내용이나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기자나 애널리스트들이 제공하는 정보 중 상당히 부정확한 내용들이 많다는 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정확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인 만큼 정확한 정보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회계 공부를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마흔, 감성의 눈을 떠라>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