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통신

최고의 금융강의, 예비 CEO의 통찰력을 깨운다

86호 (2011년 8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이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경제학 분야에서 명성 있는 시카고대 MBA는 경제학과 매우 밀접한 학문인 금융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1, 2위를 다투는 비즈니스 스쿨이다. 그러다 보니 투자론, 기업금융 등과 같은 기본적인 재무 강의뿐 아니라 국제기업 금융, 사례를 통한 재무관리, 창업 자금조달과 사모펀드 등 금융 및 재무 관련 이론과 실제를 포괄하는 다양한 강의가 개설돼 있다.
 
필자가 지난 학기에 수강한 케빈 록(Kevin F. Rock) 교수의 ‘Cases in Financial Manage ment(사례를 통한 재무관리)’는 우리가 재무관리 교과서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업의 현금흐름과 수익성, 기업가치평가, 다양한 방법의 자금조달 등에 관한 이론이 실제 기업활동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고 시사점과 대안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수업이다.
 
록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학사를 마친 후 시카고대에서 MBA와 재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 MBA 강단에 서기 전에는 MIT 슬론,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스쿨,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강의를 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투자금융부(Investment Banking Division)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재무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교수다. 그는 기업 금융과 관련한 자본구조, 자본예산, 기업가치 평가 및 인수합병 등의 분야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그의 강의들은 필자처럼 예전에 기업금융 관련 업무를 수행했거나 MBA 졸업 이후 Investment Banking, M&A, 사모펀드 등의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이 강의는 과제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재무관리 이슈와 연관된 재무분석 모델링 작업을 직접 하게 해 학생들의 몰입도와 만족도가 매우 높다.
 
‘사례를 통한 재무관리’의 첫 번째 주제인 기업의 운전자본에 대한 강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록 교수는 우선 기업 사례를 설명했다. T사는 미국의 중소형 장난감 제조업체로 장난감 사업의 특성상 매출의 90% 이상이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8∼12월 사이에 발생한다. 제조업체인 T사의 1차고객인 유통업체는 통상 8월부터 매장에 장난감 재고를 확보하기 시작한다. 극심한 계절별 매출 격차 때문에 T사는 매년 상반기에 대규모의 잉여인력이 발생하고 생산시설도 가동을 멈춘다.
반면 하반기에는 기존 인력에 대한 과다한 초과 임금 지급과 생산성 및 숙련도가 낮은 임시 인력 활용에 따른 품질 저하와 납기 지연, 생산설비의 적정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설비 운용에 따른 설비 손상 등을 감수하고 있다. 이때 새로 부임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매출 및 생산의 계절성에 따른 손실을 막고자 계절성이 심한 매출과 무관하게 연간 총매출 및 이에 따른 생산량을 추정해 매월 동일한 양(=연간 추정 생산량÷12개월)을 생산하는 ‘월별 균등 생산’ 방식을 제안했다.
 
이러한 배경 설명 및 기존 생산방법하의 회사의 손익계산서와 균등 생산방법하의 추정 손익계산서를 제시한 후 록 교수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선 균등 생산방식을 적용했을 때 회사가 얻을 수 있는 효익이 무엇일까요?”
 
이에 학생들로부터 여러 가지 대답들이 쏟아진다.
 
“상반기의 잉여인력과 하반기의 초과근무수당 및 임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보다 안정적이고 계획성 있는 인력 및 설비 운용을 통해 수익성 제고뿐 아니라 품질개선, 생산성 향상 및 설비 노후화 방지 등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보다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원재료 구매로 인해 원재료 공급업자로부터 원재료비 할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성수기 동안 생산설비의 생산능력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며 성수기인 하반기의 생산계획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즉 균등생산을 통해 상반기에 실제 판매량을 초과하는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재고를 쌓아놓은 후에도 하반기에 예상 외로 매출이 많을 경우에는 계획된 균등생산하의 생산량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함으로써 최대 생산능력 제한을 덜 받고 성수기 수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에 록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저도 여러분들의 다양하고 기발한 의견들에 동의합니다. 한편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가 그렇듯이 균등 생산방식 도입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서도 한번 논의해볼까요?”
 
첫 번째 질문에 비해 이 질문에는 소수의 학생들만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추정 매출과 실제 매출에 차이가 클 경우 극심한 재고의 부족 또는 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에 즉각적인 반론이 펼쳐진다.
 
“조금 전에 균등생산 방식의 장점 중 하나로 논의됐듯이 상반기의 누적 재고량과 이후 수정 매출추정을 통해 보다 유연한 생산계획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진짜 우려되는 점은 재고자산 진부화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장난감이 여성의류처럼 유행을 심하게 타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의 재고가 상반기에 많이 누적될 경우 현실적으로 그러한 재고는 결국 팔지 못하고 폐기하게 될 뿐 아니라 뒤늦게 하반기에 상품성 높은 제품을 임시 인력과 설비의 과다한 사용을 통해 생산하게 되므로 기존 생산방법이 갖는 문제점에 동일하게 노출됩니다.”
 
록 교수도 동의했다. “좋은 지적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기존 생산방식의 문제점에 상반기 누적 재고자산 상각에 따른 손실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죠. 그러면 이번 강의의 주제인 운전자본 관점에서는 어떠한 위험이 있을지 생각해보죠. 상반기 동안 노동비와 원재료비 등 생산 관련 원가 지출은 계속되는 반면에 매출은 그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소매업이 아닌 도매업의 특성상 매출채권이 매출 발생 1, 2개월 이후에 회수되는 것을 고려하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9월까지는 회사의 필요 운전자본의 규모가 급증하게 됩니다. 따라서 필요 운전자본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회사는 균등생산 방식을 9월 이전에 포기하거나, 아니면 무리해서 이를 추진하다가 일시적인 현금부족에 따른 부도를 맞게 되겠죠. 따라서 상당한 운전자본 조달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방법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운전자본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봅시다.”
 
그는 다른 기업 사례를 제시했다. C사는 유럽의 대형 유통업체 중 하나다. C사는 1960년대 초에 ‘대형마트’라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개척해 소매업계를 재편했다. C사의 대형마트는 도심이 아닌 교외에 위치하는 대형 유통매장으로서 교외의 저렴한 땅값을 활용해 다양한 상품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공급한다.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다 보니 다른 유통채널 대비 상품의 회전이 빠르고(재고자산 회전기일 약 20일), 소매유통업의 특성상 매출채권의 회수기일도 무척 짧다. 반면 물품 공급업자에 대한 매입채무는 유럽지역의 다른 산업과 유사하게 약 60일 정도이다.
 
시카고대 부스(Booth) 경영대학원은 1898년에 설립됐다. 세계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의 MBA 과정답게 현 교수진 중에서도 6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있다. 매년 550∼600명의 신입생이 입학하며 1000여 명의 파트 타임 MBA 과정, 최고경영자 과정, 박사 과정 학생도 선발한다. 시카고 외에 런던과 싱가포르에 유럽 및 아시아 분교를 운영하고 있다. 1971년 시카고대 MBA 졸업자이자 투자회사 디멘셔널펀드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부스가 2008년 세계 경영대학원 기부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인 3억 달러를 기부한 후 학교의 공식 명칭을 ‘The University of Chicago Booth School of Business’로 변경했다.
 
간단한 배경 설명을 마치고 록 교수는 1960년대 초에 C사가 대형마트 사업을 시작한 이후 1965년부터 1971년까지 C사의 주요 재무 지표를 소개했다. 연간 매출성장률 53%, 평균 부채비율 460%, PER 27배, 순이익률 2.3%, ROE 28%, 재고자산 회전기일 20일, 매입채무 회전기일 60일, 매출채권 회전기일 2일 미만 등. 록 교수의 질문이 곧바로 이어졌다.
 
“C사가 새롭게 시작한 이 사업의 성격과 이 재무 지표들을 연관시킬 때 여러분들은 어떤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까?”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된다.
 
“C사는 소위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엄청나게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높은 성장성 대비 순이익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높은 PER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사업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회사의 차입금 의존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비록 전반적인 수익성은 낮았지만 다행히 사업이 성공적으로 확장되면서 매우 높은 자본이익률(ROE)을 달성했습니다.”
 
이때 록 교수는 한 가지 중요한 추가 정보를 제공했다. “차입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C사는 해당 기간 동안 은행권 차입 또는 채권 발행과 같은 차입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록 교수의 다음 멘트를 기다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회사가 10년 가까이 은행 차입이나 채권/주식 발행 없이 높은 부채비율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확장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우리가 조금 전에 살펴본 장난감 회사의 운전자본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MBA에 오기 전에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에서 투자금융 업무를 담당했던 학생이 답을 했다. “이 회사는 주요 운전자본 항목인 매입채무와 재고자산, 매출채권의 회전기일 간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매입채무에 대한 지급은 C사가 물건을 받아온 지 60일 후에나 이뤄지는 반면 재고자산은 매입된 후 20일 만에 매입금액에 C사의 마진을 더한 매출로 전환되고, 매출채권은 1, 2일 안에 현금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결국 40일 가까이 현금이 먼저 생기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이 사업 모델을 유지하는 한 C사는 매입채무의 누적에 따라 생기는 현금으로 점포를 늘리면서 사업을 하면 할수록 비록 수익성은 낮지만 은행 차입금이나 채권 발행 등의 외부 차입 없이 사업을 단기간 안에 확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록 교수가 ‘빙고’를 외치며 부연설명을 더했다.
 
“맞습니다. 근본적으로 운전자본 항목 간 회전기일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누적 현금흐름을 통해 외부 차입 없이도 사업을 매우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이러한 운전자본을 활용한 자금조달의 경우 회계상의 이자비용은 발생하지 않지만 통상 긴 회전기일에 따른 지급조건상의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그런 비용이 실질적인 이자비용이라고 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록 교수가 운전자본에 관한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언급한 내용을 덧붙인다.
 
“이처럼 운전자본은 회사의 수익성과 생산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때로는 운전자본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사업확장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는 운전자본뿐 아니라 기업가치평가, 기업 인수합병, 자금조달 등 기업재무관리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을 실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여러분들은 다음과 같은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합니다.”
 
그가 조언한 첫 번째 자질은 재무분석 능력이다. 상세하고 철저한 재무분석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시나리오하에서 다수의 변수에 따라 향후 재무 추정치가 어떻게 변할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재무분석은 다양한 변수 중에서 좀 더 의미 있는 변수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며 중요한 요인들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둘째는 사업에 대한 통찰력이다. 경영전략 관련 수업에서 나올 법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사업에 대한 통찰력은 경영자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요건이다. 아무리 재무분석을 잘하고 효과적인 자금조달 방법을 활용해도 사업성이 낮은 사업에 자원을 쏟아부으면 그 사업은 필연 망할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통찰력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다소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록 교수가 제시하는 세 번째 역량은 바로 금융에 대한 이해다. 같은 사업을 시작해도 금융을 모르는 사람은 무작정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하지만 금융을 이해하는 사람은 위에 소개한 것처럼 운전자본을 통한 자금 조달을 하거나, 사업 성격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 중 어느 자금조달 방법이 더 나은 대안인지 판단할 수 있다. 때로는 전환사채 같은 주식연계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사업에 대한 통찰력이 사업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면 부족한 통찰력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금융이다.
 
임근형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Class of 2011 klim@chicagobooth.edu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리먼브러더스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