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자 이 책의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책대로 했다가 큰 손해를 입었다는 사람, 이 책이 여러 책을 베껴놓았을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책의 저자는 수차례 언론에 등장했다. 그는 추세를 이용한 단타 매매와 공매도 등을 이용, 2007년부터 1년반 동안 430만 원을 370억 원으로 불렸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어쨌든 이 책을 읽거나 강연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를 믿었을 것이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인지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주식 투자를 통해 430만 원을 370억 원으로 불리려면 매월 100%의 수익률을 올려도 15개월이 걸린다. 현실적으로 신이 아닌 이상 이런 기록적인 수익률을 계속적으로 올리기는 매우 어렵다.
버크셔 해서웨이와 뉴메릭인베스터스
단타 거래를 통해 고수익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일이 가능한지부터 생각해보자. 저명한 회계학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브라이언 부시(Brian Bushee) 교수는 투자자들을 단기(transient) 투자자와 몰입적(dedicated) 투자자로 구분한다.1
이 둘에 속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종합주가지수만 따라가는 투자자를 준 인덱스 투자자(quasi-index investors)라 부른다.
필자가 DBR 82호에 기고한 ‘출렁이는 증시, 결국 가치 투자가 이긴다’에도 비슷한 개념이 나온다. 필자가 소개한 추세 투자자가 단기 투자자와 비슷하고, 내재가치 투자자가 몰입적 투자자와 유사한 개념이다. 준 인덱스 투자자들은 인덱스펀드와 비슷하다.
부시 교수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행태를 분석한 결과는 그의 논문에 잘 소개돼 있다.2
그가 선정한 대표적인 단기 기관투자가인 뉴메릭인베스터스(Numeric Investors)라는 회사를 보자. 뉴메릭인베스터스는 적극적인 계량 분석을 통해 미국 및 해외 주식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다. 흔히 퀀트나 금융공학에 기반한 분석이 강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잘 알고 있는 유명 회사다.
뉴메릭인베스터스는 분기별 평균 주식 거래 종목의 비중이 전체 주식 보유 물량 중 74%에 달한다. 반면 세계적 거부 워런 버핏이 소유한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분기별로 보유 주식의 0.6% 정도만 거래한다.
이 수치를 보면 뉴메릭인베스터스가 버크셔 해서웨이에 비해 얼마나 더 빈번히 주식을 사고 파는지 잘 알 수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보다 무려 123배나 빠른 속도로 쉴새 없이 주식을 사거나 파는 셈이다. 준 인덱스 투자자들은 평균 8% 정도의 보유 주식을 분기별로 거래한다.
뉴메릭인베스터스의 총 운용 자금은 30억 달러 정도다. 이 회사는 총 501개의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1회사당 보유 주식의 가치는 600만 달러 정도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평균 26종목의 주식만을 보유하고 있다. 대신 1종목당 평균 10억달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준 인덱스 투자자들은 주가 지수의 변화를 거의 정확히 쫓아가는 투자자들이다. 즉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거의 모든 주식을 시장 가치 비율에 따라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평균 보유주식 수가 1988주에 달한다.
부시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단기 기관투자가가 전체 기관투자가들 중 약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10%는 몰입적 투자자이다. 따라서 나머지 60%가 준 인덱스 투자자다. 준 인덱스 투자자의 비중이 가장 많지만 이들은 수동적으로 주가 지수의 변동을 따라가기만 하기 때문에 주가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단기 기관투자가와 몰입적 기관투자가 중 누구의 수익성이 더 좋을까? 안타깝게도 부시 교수가 그 내용까지 분석을 수행하지는 않았다. 소수의 큰손만을 상대하는 폐쇄적 투자회사인 뉴메릭인베스터스는 자신들의 정확한 투자 수익률을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성과는 놀라운 수준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20년간 매년 20%에 육박하는 투자 수익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