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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32

과도한 배당금 지급의 함정

최종학 | 73호 (2011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회계를 통해 본 세상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2009∼2010년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한국 기업 중 단연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기업으로 꼽힌다. 막대한 돈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재계 순위 상승을 노렸다가 세계 금융위기 여파를 맞고 결국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하며 큰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2006년 무려 6조 원대(주당 2 6000)의 자금을 동원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6조 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필요했기에 금호아시아나가 자체적으로 인수 자금을 모두 조달한 게 아니라 여러 재무적 투자자들도 인수 과정에 함께 참가했다.

이때 금호아시아나가 해당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만기가 돌아오는 2009년 말까지 지불해야 했던 풋백 옵션 금액만 약 4조 원에 이른다. 2006년 당시의 자세한 상황과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풋백옵션을 어떤 방법을 통해 재무제표에 부채로 표시하지 않고 부채비율을 축소시켰는지에 관해서는 DBR 22호에 실린 필자의 글숨겨진 그림자, 풋옵션을 양지로나 필자의 저서숫자로 경영하라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편을 참조하길 바란다.

4조 원을 지불할 형편이 아니었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결국 2009년 말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했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의 손으로 넘어갔다. 당시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 그룹과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대우건설 주식을 당시 시가에다 50% 이상의 웃돈을 얹은 가격인 18000원에 우선 매입했다. 시가와 매입가격의 차액은 박삼구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및 출자전환 등의 방법으로 보충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선 바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일단 파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와 산업은행 인수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언론 지상을 장식한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금융위기 발발 이후 그룹 전체에 위기가 닥치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금호렌트카, 금호생명, 금호종합금융 등 여러 계열사의 지분이나 자산을 매각하면서 위기 탈출을 시도했다. 그 사이 금호아시아나 내부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져서 그룹은 크게 셋으로 해체됐다. 금호석유화학은 대우건설 인수를 반대했던 박찬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에 제일 큰 자금을 동원했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 항공은 채권단이 공동 소유하는 형태다. 금호타이어의 박삼구 회장은 일단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보장받긴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사를 회생시키지 못하면 채권단이 박 회장의 지분을 매각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이렇듯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흔히승자의 저주라 부르는 M&A를 통해 규모를 키운 기업이 그 후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바로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일어난 셈이다. 대우건설 인수에 자금을 도와줬던 재무적 투자자들도 현재 투자자금을 다 회수하지 못해 많은 피해를 봤다.2006 26000원에 구입한 주식을 18000원에 산업은행에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익은 고사하고 투자자금의 상당부분을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 가격에 산업은행에서 주식을 구매해 준 것도 재무적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산업은행도 곤란한 상황이다. 시가에다 50% 정도의 웃돈을 주고 대우건설의 주식을 매입했으니 그 차액을 보전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박삼구 회장 일가가 사재를 출연한다고 해도 워낙 막대한 돈이라 한계가 있다. 유일한 길은 금호산업이나 대우건설이 재도약해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적절한 시점에 새 주인에게 매각하는 방법뿐이다. 문제는 이 방법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산업은행 또한 상당기간 대우건설 문제로 속병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

금호아시아나 편에서 대우건설의 매입을 자문했던 JP모건의 득실은 어떨까? 일단 JP모건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대부분 매입대금의 일정 퍼센티지로 정해지는 상당한 성공보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익 때문에 JP모건이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는 건 단기적 관점에 입각한 견해일 뿐이다. 그간 JP모건은 한국 시장에서 여러 M&A 거래를 성공적으로 중개하면서 이 분야에서 상당한 명성을 쌓았다. 대우건설의 가치평가와 입찰가격 결정에서도 JP모건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과정이 어쨌든 결과적으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의 내재가치 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했으니 자문사의 역할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JP모건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에서도 자문사 역할을 담당했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무려 6조 원의 입찰 금액을 제시했다가 자금 부족으로 결국 포기하고 3000억 원대의 계약금만 날렸다. 이 두 사건이 JP모건의 장기적 명성에 어느 정도 손상을 줬다고 보는 견해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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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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