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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뉴스, 숨기는 게 능사 아니다

최종학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최근 멜라민을 함유한 중국산 우유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 때문에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들 우유를 원료로 사용해 중국에서 제조, 수입된 여러 제과회사의 비스킷과 초콜릿 등에서 멜라민이 속속 발견됐다. 이번 사건이 알려진 계기가 수많은 중국 어린이의 신장결석 발병 때문이라는 점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조사 결과 이들 어린이가 공통적으로 멜라민이 발견된 싼루사(社)가 제조한 분유를 먹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4년에도 영양가가 거의 없는 불량 분유를 먹은 수천 명의 중국 어린이들이 머리가 큰 기형아로 성장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때문에 당시 필자가 일하던 홍콩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우유 쇼핑을 하러 오는 안타까운 일이 빚어졌다.
 
멜라민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읽던 중 필자는 재미있는 내용을 발견했다. 소비자보호원에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63종류의 식용유에 대한 원산지 표시를 조사한 결과 수입산으로만 표시된 제품이 22종, 이탈리아산 16종, 스페인산 9종, 국산 6종의 순이었다고 한다. 참기름의 경우 63.6%가 수입산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농산물 품질관리법에 따르면 원산지 표시를 할 때 한 나라에서 원료 수급이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국가명을 표시하지 않고, 단순히 ‘수입산’으로 표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수입산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은 대체 어느 나라 제품일까. 식용유가 이탈리아나 스페인산이라면 이들을 ‘수입산’ 이라고 모호하게 표시할 리 없을 것이다. 따라서 수입산이란 표지가 붙은 제품 대부분은 후진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지금처럼 먹을거리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대부분은 수입산으로 표시된 제품을 중국산으로 인식하고 구입을 기피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마련하고 있는 원산지 표시제도 강화 법안이 원산지 표시를 제품명의 절반 정도 크기로 하도록 강제 규정한다고 하니 앞으로 이 수입산이라는 표시가 더욱 눈에 잘 띌 것이다. 때문에 수입산이라고 표시된 제품의 판매량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중국산이 아니라면 귀찮아도 꼭 원산지 국가 표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이에 따른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수입처가 자주 변한다고 해서 편하게 ‘수입산’ 이라고 계속 표시한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중국산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는 회사 평판이나 제품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기업 공시내용의 절반이 부정적 뉴스
이제 기업들은 명확하게 시장에 자신의 가치를 시그널링해야 한다. 쉽게 말해 시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소통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이미 똑똑히 목격했다. 올해 국가 전체 자원의 엄청난 낭비를 가져온 미국산 쇠고기 사태 역시 소통 부재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멜라민 사태처럼 시장과 명확하게 소통하는 것은 기업이 위기 상황에 닥쳤을 때나 기업이 부정적 뉴스를 보유하고 있을 때 더 중요하다.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뉴스를 시장에 공시하는 행태는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분석한 결과 19701980년대의 자발적 공시 내용은 기업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신기술 개발, 이익 증가 전망, 새로운 계약 체결 등의 뉴스가 주를 이뤘다. 이 당시 공시의 주 목적은 기업 가치에 유리한 뉴스가 생기면 시장에 즉시 알려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1980년대 중반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부정적 뉴스 비중이 서서히 늘어나더니 1990년대에는 오히려 부정적 뉴스 비중이 더 많아졌다. 1990년대 중반에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공시 뉴스 중 부정적 뉴스 비중이 약 50%, 중립적 뉴스가 약 30%, 긍정적 뉴스가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는 2000년대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서울대 경영대 박사 과정에 있는 이병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최근 공정공시 제도를 통해 드러난 자료의 과반수가 긍정적 뉴스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미국 기업들은 부정적 뉴스를 더 많이 공시하는 것일까. 주 이유는 강력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도 때문에 기업들이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송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기업의 경영 성과가 좋지 않다는 등의 부정적 뉴스를 되도록 빨리 시장에 알리려 하는 것이다.
 
소송의 천국’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회사가 실제 발표한 이익이 시장에서의 사전 기대치에 미달할 경우 변호사들이 전국 광고를 통해 원고를 모집해서 해당 기업에 집단소송을 제기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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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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