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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vioral Economics

채무 불이행 줄이려면 ‘상환 의지’ 평가를

곽승욱 | 386호 (2024년 2월 Issue 1)
Based on “Understanding the Impact of Borrowers’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Traits on Credit Default: Review and Conceptual Model,” (2023) by A. Goel and S. Rastogi in Review of Behavioral Finance. 15:205-223.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금융기관은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교육 대출, 상업 대출 등 다양한 형태의 신용 상품을 제공한다. 이러한 신용 상품은 필연적으로 채무자가 대출 기관에 원금이나 이자를 상환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채무 불이행 위험(신용 위험)을 동반한다. 신용평가모형은 채무 불이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위험관리 도구로 대출 대상의 신용 위험 수준을 평가해 신용 점수를 산정한다. 하지만 전통적 신용평가모형은 대출 대상의 재무 상황, 담보, 신용 이력, 경제적 상환 능력 등 계량적 부채 상환 요소 등 소위 ‘하드 정보’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차입자나 채무자의 신용 위험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6가지 필수 요소(6C)1 중 주관적·심리적 요소에 해당하는 소프트 정보, 즉 상환 의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인도 심바이오시스대 연구진은 통합적 문헌 분석을 통해 상환 의지가 채무 불이행에 미치는 영향과 신용평가모형의 예측력을 향상하는 효과를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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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부채’와 ‘심리’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2 를 검색해 1980~2019 기간의 학술논문 29편을 선별한 후 통합적 문헌 분석을 진행했다. 이로써 차입자의 상환 의지와 연관성이 높은 행동·심리 특성 6가지로 무흠결성(Integrity), 자기효능감(Self-Efficacy), 내적 통제(Internal Locus of Control), 성격, 자제력(Self-Control), 물질주의(Materialism)를 밝혀냈다.

‘무흠결성’은 도덕적 원칙에 따라 정직하게 행동하려는 성향을 의미한다. 무흠결성이 부족한 차입자는 상환할 능력이 있어도 실제로 상환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부실 채권 중 약 27%가 무흠결성과 거리가 먼 차입자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부정직한 사람이 정직한 사람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는 사회현상은 이런 현실을 더욱 고착화하고 악화한다.

‘자기효능감’은 주어진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을 뜻한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열정도 높아 더 끈기 있게 목표를 달성하려 노력한다. 신용불량자 등 채무 이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자기효능감은 대체로 낮다. 호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재무적 자기효능감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무적 자기효능감이 강한 여성이 약한 여성보다 저축 및 투자 상품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기효능감이 높아 상환 능력에 대한 인식이 낙관적이면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필요 이상의 소비를 부추겨 추가로 빚을 얻게 돼 채무 불이행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상존한다는 것을 향상 염두에 둬야 한다.

‘내적 통제’는 자기 삶이 외부의 힘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행동으로 관리된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심리적 특성이다. 내적 통제가 강한 사람들은 약한 사람들보다 재무관리 능력이 더 뛰어나고 신용도가 높으며 불확실한 미래의 재무적 곤경에 대처하기 위해 저축을 더 많이 하는 성향이 있다.

‘성격’은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심리적 특성과 메커니즘의 조합으로 형성된다. 성격 연구에 가장 많이 쓰이는 ‘빅 파이브’ 성격 특성3 중 ‘성실성’과 ‘신경성’이 부채 상환 능력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간주된다. 보통 성실성이 높을수록, 신경성이 낮을수록 채무 불이행 위험이 낮아진다.

경제활동에서 자제력 상실은 충동 또는 강박 구매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충동구매, 강박 구매, 자제력 상실은 같은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따라서 ‘자제력’은 충동이나 강박 구매에 대한 저항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제력 측정에 사용되는 대표적 지표에는 소비 스타일, 비만, 흡연, 음주가 있다.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은 빚을 지게 될 가능성뿐만 아니라 부채에 허덕이는 기간도 오래 지속된다. 충동적인 사람은 재무 이해력이 높더라도 재무적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부채가 늘어나면 자제력은 떨어지고, 자제력이 떨어져 부채가 늘어나기도 한다. 자제력 상실-재무적 곤경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제력을 키워야 한다.

‘물질주의’는 재화의 획득이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이고 성공과 행복의 열쇠요, 척도로 여긴다. 물질주의자는 재화 축적이 삶에 긍정적이고 중요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물질주의는 과소비나 불필요한 사치품 소비를 종용해 부채 부담을 늘리고 재무관리 능력을 저하하며 경제적 불안에 허덕이게 한다. 물질주의적인 사람은 부채에 대한 태도가 매우 호의적이고 강박적인 구매 행동을 자주 보인다. 또한 신용카드 사용 빈도가 높고 은행 계좌 잔액이 낮은 편이다. 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지는 건 당연한 다음 수순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무흠결성, 자기효능감, 내적 통제, 성격, 자제력, 물질주의는 차입자의 상환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소프트 정보다. 하드 정보와 소프트 정보를 통합한 신용평가모형은 적절한 신용 기록과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제표가 없는 차입자의 평가에 큰 도움을 주며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소득 계층 중에서도 상환 의지가 강한 사람들에게 대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각 차입자의 개별적인 행동 및 심리 특성이 추가로 반영되므로 신용평가의 정확성은 향상되고 편향성은 감소한다.

최근 개발되는 신용평가 방식들이 사회 및 인구통계 데이터나 재무 데이터뿐만 아니라 차입자의 소셜미디어, 휴대폰, 심리 데이터 등의 다양한 소프트 정보를 포함하기 시작한 건 우연이 아니다. 최적의 결과는 장단점, 기회와 위협, 좌우, 남녀노소, 하드·소프트 정보가 함께 작용할 때 나타난다.
  • 곽승욱 곽승욱 |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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