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그때 그 분식회계 사건이 물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333호 (2021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6∼2017년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 당시 경영진은 분식회계를 수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사건이 규명되고도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법적, 행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은 이 사건으로 1년 신규 감사 계약을 금지한다는 징계를 받았고 해체 대상으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른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처벌 없이 넘어간 것도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관계 당국자들은 과거 사례를 반성의 발판으로 삼아 비슷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편집자주
최종학 교수는 이 코너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한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의 갈등 및 기업 M&A 의사결정에 대한 내용을 DBR 257호(2018년 9월 2호)에 다룬 바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 이슈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내부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초점을 맞춘 내용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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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말부터 2017년 초 사이에 전모가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은 여러 면에서 한국 사회에 큰 여파를 미쳤다. 1) 분식회계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 3조∼4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분식회계라는 점 2) 적자 회사가 가공(架空)의 이익을 꾸며 큰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것처럼 보고하고, 그러면서 조작된 재무제표로 수조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 3) 두 명의 CEO와 다른 두 명의 CFO가 함께 최소 5년의 오랜 기간 분식회계를 주도했다는 점 4) 다수의 직원이 분식회계에 대해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분식회계를 수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 5) 분식회계를 통해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체결한 경영 목표를 달성한 후 경영 목표 달성의 대가로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이 받은 보너스가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점 6) 분식회계 때문에 부실이 더욱 심화돼 결과적으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약 10조 원 이상의 공적자금(국민 세금)이 투입됐다는 점 때문에 한국 기업사(企業史)에서 매우 드문 경우로 기록됐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보면 ‘이렇게 부도덕한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규모만 본다면 1998년 경제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 발생했던 대우그룹이나 현대그룹의 분식회계가 더 컸지만 분식회계의 내용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의 경우가 더 심각하다. 더군다나 대우그룹이나 현대그룹의 분식회계 사건은 회사의 경영 상황이 어려운 상태에서 회사가 망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또한 위에서 소개한 6가지 중 1)과 2)의 특징만을 가지고 있었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최소한 동기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최고경영진이 연임을 하기 위해서 또는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직원들이 보너스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수행한 분식회계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거의 없던, 주로 미국에서 발생하던 ‘선진국형 분식회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자체도 이상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뒤처리는 더욱 이상하다. 이 사건의 뒤처리 과정도 앞으로 두고두고 회계학 교과서나 회계 사례들에 소개될 법하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특징과 이 사건의 뒤처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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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정치권력과의 밀접한 관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특징을 6가지로 요약해 위에서 간단히 소개했다. 이들 중 1)과 2)는 이미 필자의 다른 글에서 충분히 설명을 했으며 언론에서도 많이 다룬 내용이므로 다른 항목들만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정치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분식회계가 벌어진 것은 남상태 사장(노무현 정권 임명)과 고재호 사장(이명박 정권 임명) 시기다. 이들의 인사에 당시 최고 권력의 실세 집단이 관여했다는 설이 있다. 다른 공기업들도 대부분 마찬가지이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많은 사람이 권력 주변으로 모여들곤 한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좋은 기업의 사장이나 임원 자리를 차지하게 되기도 한다. 자세한 내막을 알기는 어렵지만 대우조선해양도 이런 관행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다.

분식회계가 저질러지는 동안 대우조선해양을 거쳐 간 사외이사는 총 30명이다. 그중 최소 절반인 15명의 인사가 정치권 출신 또는 정치와 관련 있는 사람들인데 이 비율은 노무현 대통령 시기와 이명박 대통령 시기가 정확히 똑같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사외이사들 중에서도 정부의 각종 부처나 기타 권력 기관 출신들이 여럿 있었다. 그러니 재무보고나 기업 활동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이들 사외이사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시 및 감독 활동을 제대로 수행했을 가능성이 낮을 것이다. 사외이사 자리만 이런 것이 아니다. 언론에서는 2000년 이후 모두 60명의 정관계 및 산업은행 인사가 고문, 상담역, 자문역 등의 명목뿐인 자리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돈이 줄줄 새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대우조선해양만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직접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은행이나 기타 민간기업들 중에도 정권에서 논공행상으로 자신 편의 사람을 사장이나 고위 임원으로 임명하는 일은 어느 정권에서나 빈번하게 이뤄져왔다. 물론 지금도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이뤄지고 있고 자발적으로 고위 임원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을 동원해 압박을 하고 처벌까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의 50%가 정치 연관 인물로 채워졌다는 사실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인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 임명된 경영자는 회사를 잘 경영해서 발전시킨다는 목표보다는 자기를 임명해준 정치권력자들에게 은혜를 갚거나 또는 이들에게 잘 보여서 연임을 하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아무리 경영 성과가 좋더라도 권력자에게 밉보이면 연임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식회계 사건이 발생하자 남 사장이나 고 사장이 재임 당시 자신을 임명한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향응을 베풀었으며 상당한 뇌물도 제공했다는 의심이 다수 제기됐다. 이런 주장들이 사실인지에 대해 필자가 직접 검증할 길은 없지만 이후 재판 과정이나 당시 정황을 보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가질 수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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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분식회계의 특징

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두 CEO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일한 두 명의 CFO도 분식회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다수의 직원에게 분식회계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했다. 그런데 이 두 CFO는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부행장 출신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도가 발생해서 당시 많은 자금을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했던 산업은행이 2000년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이다. 따라서 산업은행에서 고위 임원 출신 CFO를 파견해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을 직접 챙겨왔다. 그런데 이들이 분식회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는 점은 놀랄 만한 일이다. 물론 이들은 분식회계를 지시한 바 없고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증인들의 증언이나 증거물을 볼 때 이들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분식회계가 벌어진 기간이 아주 길다는 특징을 가진다. 대부분의 경우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기간은 1∼2년 정도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단기간 동안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덜 쌓는 방법을 이용해서 이익을 부풀렸다면 그 목적이 달성된 후 과거 적게 쌓은 대손충당금 때문에 더 많은 대손상각비가 발생하게 되거나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므로 이익이 줄어든다. 또한 만약 밀어내기 매출을 해서 매출채권을 늘리는 방법을 이용해서 이익을 부풀렸다면 미래 기간이 되면 해당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상각비가 더 늘어나므로 이익이 줄어든다. 즉 분식회계를 통해 가공(架空)의 이익을 적었다면 미래 시점이 되면 그 가공의 이익을 은폐하기 위해 이익을 실제보다 줄여서 보고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계속해서 이익을 과대 보고하는 분식회계를 수행하기는 무척 힘들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조사가 수행된 모든 연도에서 분식회계가 발견됐고, 시간이 갈수록 분식회계 규모가 커졌다. 공소시효가 지난 오래된 자료들에 대해서는 조사가 수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식회계가 저질러진 기간은 적발된 것보다 더 길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의 분식회계를 은폐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러야 했던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이유와 여러 관련 부서의 직원들이 분식회계 과정에 적극 가담한 이유들 중 하나는 보너스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매년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경영 계약을 체결했다. 이 경영 계약의 핵심은 정해진 목표 이익을 달성한 경우에만 성과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많은 성과 보너스를 받기 위해 직원 중 일부가 적극적으로 분식회계에 동참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도덕적 해이나 부정이 직원들 사이에 만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회계부정을 통해 성과 보너스를 두둑하게 받고도 아무 일이 발생하지 않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수의 직원이 죄의식을 잊어버리고 당연한 것처럼 분식회계를 수행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이렇게 해서 받아 간 성과 보너스의 규모가 고재호 사장 시절만 봐도 임원은 100억 원, 기타 직원은 50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남상태 사장 시절 받아 간 성과 보너스는 얼마인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이 금액보다는 적을 것이다.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분식회계 규모가 적었음으로 보너스 규모도 적지 않았을까 추측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조선업계에 미친 영향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결과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최소 10조 원 이상의 공적 자금이 투입됐다. 엄청난 규모의 국민 세금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것이다. 이렇게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규모가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조선업 업황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도 이에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분식회계도 부실 규모와 크게 관련돼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주로 건조 예정인 선박이나 해상플랜트의 예상 건조 원가를 실제보다 낮춰 잡아 공사 진행률을 과다하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2 따라서 회사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작성되는 서류에는 선박이나 해상플랜트의 예상 건조 원가가 실제 건조 원가보다 상당히 낮게 잡혀 있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2000억 원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배를 1500억 원쯤에 만들 수 있다고 공식 서류에는 표시돼 있다. 이 서류를 본 수주 부서에는 ‘회사가 원가 절감을 잘하고 건조 기술이 발달해서 과거 2000억 원쯤에 만들 수 있었던 배를 이제는 1500억 원쯤에 만들 수 있구나’ 하고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그래서 신규 선박을 발주하는 입찰에 참가해서 1700억 원쯤에 배를 만들겠다며 주문을 따왔다. 이런 식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많은 배를 수주했기 때문에 부실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또한 적자 회사를 흑자로 조작한 결과, 낼 필요가 없는 세금을 낸 것만 6000억 원 정도에 이른다.

이런 내용을 보면 얼마나 황당한 일이 수년간에 걸쳐 발생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분식회계를 통해 이익을 부풀리고 예상 건조 원가를 낮춰 잡는다는 것을 다른 부서의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았으므로 다른 부서에서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부실을 더 키우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주를 더하면 더할수록 적자 규모가 더 커지는 상황이었다. CEO나 CFO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저지하지 않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저가 수주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위가 대우조선해양만 부실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적극적으로 낮은 가격에 배를 수주하니 경쟁 업체인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도 덩달아 낮은 가격에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경쟁 업체 임원들의 증언을 필자는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여러 차례 들었다. 그 덕분에 선박 수주 단가가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대우조선해양의 행동은 국내 다른 업체들의 위기까지 유발했다고 볼 수도 있다.

분식회계와 대리인 문제

이런 여러 가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의 특성을 보면 부정한 행위도 마다하지 않고 자기 개인의 단기적 이익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물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회사는 물론이고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주는 이런 극단적인 사례를 보면 정말 씁쓸하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의 또 다른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산업은행이다. 이 사건의 경우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의도적으로 분식을 주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분식이 벌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증거는 일부 있다. 앞서 이미 소개했지만 산업은행에서 파견한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의 CFO가 분식회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적극적으로 분식회계를 지시하거나 관여했다고 법원은 판단을 내렸다. 또한 산업은행은 각종 경영 상황에 대한 보고를 수시로 받고 있었고 중요한 회의에 직원이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일부 회계 및 재무 업무를 직접 결정하기도 했다. 분식이 드러나는 시점까지 다수의 산업은행 출신 인사가 대우조선해양 또는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의 높은 직위에서 일했다. 이 사실을 보면 산업은행 측에서 해당 업무에 관여한 직원들 중 일부도 분식회계에 대해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관련자들 중 아무도 자신이 분식회계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증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분식회계에 대해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면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대우조선해양이 높은 이익을 기록해야 대우조선해양을 높은 가격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대우조선해양의 이익에 산업은행 관련 직원들의 성과평가액이 연동돼 있었다면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를 통해 이익을 부풀리는 것을 묵인했을 수 있다. 분식회계 결과 부풀려진 이익 때문에 산업은행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4년 동안 1800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받았다. 이런 고배당 때문에 관련 산업은행 직원들의 성과평가 점수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 두 가지 가능성 모두 대리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물론 일부 산업은행 직원이 분식회계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것을 대략적으로는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대규모로 분식회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큰 규모라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분식회계가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었으므로 그 기간 동안 산업은행의 담당자가 수차례 교체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체 때 분식회계에 대한 내용의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전임자 입장에서는 과거의 우수한 업적이 분식회계 때문이라고 후임자에게 설명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산업은행은 정말 몰랐을까?

반면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회계감사를 수행한 안진회계법인으로 그 탓을 돌린다. 안진회계법인이 부실하게 감사를 수행해서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고, 산업은행은 안진회계법인만 믿고 있었으므로 부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사태는 안진회계법인의 책임이지 산업은행의 책임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산업은행의 이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산업은행의 주장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을 감독하거나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주장과는 반대로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둘러싸고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이 소송을 벌일 때, 1심과 2심에서 산업은행은 ‘대주주로서 대우조선해양에 직원을 파견하여 엄격히 감독하고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숨겨진 우발채무나 부실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한화그룹이 실사를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한화그룹 측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중단한 것이 실사를 못했기 때문이고 실사를 했으면 숨겨진 부실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이 드러나기 전에 벌어진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산업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한화그룹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3 이처럼 엄격하게 감독하고 있으므로 부실이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을 하던 중 분식회계가 드러나자 갑자기 그동안 안진회계법인만 믿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정반대로 바꾼 것이다.

또한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의 두 CFO가 분식회계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었다는 법원의 판단이나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의사결정 회의에 산업은행에서 파견된 직원이 동시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사실들도 이런 주장과 양립하기 힘들다. 산업은행의 현 이동걸 회장조차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2016년 한 언론 기고문에서(2016년 6월5일자 한겨레신문)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상황을 전혀 모를 정도로 무능했나? 무관심했나? 아니면 알고 숨겼던 것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을 보면 산업은행 회장도 몰랐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여러 경영, 회계 전공 교수들도 언론 기고를 통해 산업은행이 몰랐다는 말을 믿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반면 회계감사를 수행한 외부 감사인은 경영진의 주도로 상당수의 직원도 함께 참여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외부 감사가 크게 강화된 지금에야 좀 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외부 감사인들은 불과 며칠 동안 감사 대상 회사를 방문해 실사를 진행하고 길어야 3∼4주 동안 회계장부를 감사한 후 감사의견을 표명하기 때문이다. 즉 외부 감사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은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처럼 회사에서 다수의 직원이 동원돼 적극적으로 회계 처리의 기초가 되는 자료부터 조작하는 방식으로 치밀하게 분식회계를 저지른다면 짧은 기간 동안 감사를 수행한 외부 감사인이 이를 적발해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또한 분식회계가 저질러진 기간 동안 안진회계법인이 계속 감사를 한 것도 아니었다. 초반부에는 다른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했고 안진회계법인은 뒷부분 감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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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의 분식회계 적발과 산업은행의 은폐 요구

경위가 어쨌든 간에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은 회계감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들어 마침내 분식회계를 적발해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서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대우조선해양은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 시장에서 수차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럴 때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우리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고 새 사장이 임명된 뒤 마침내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의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 여러 수상한 점을 발견한 안진회계법인이 대규모로 회계 인력 및 IT 전문 인력을 투입해 철저한 감사를 수행한 끝에 교묘하게 숨겨놓았던 분식회계의 증거를 찾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법원 판결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회계사들 중 소수는 분식회계를 이 시점보다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발견하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안진회계법인에 분식회계를 드러내지 말고 숨기자고 요구했으며,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분식회계로 부풀려진 이익을 미래의 업적에 반영하여 처리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새로운 분식회계를 통해 과거의 분식회계를 처리하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실무진에서, 나중에는 고위층까지 나서 유사한 요구를 했다는 설도 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4 안진회계법인이 이 요구를 거절하고 분식회계 관련 발견 내용을 폭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 감사를 한 회계법인으로서 당연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산업은행은 안진회계법인에 주던 여러 일감을 빼앗아서 다른 회계법인에 줬다. 5 산업은행은 안진회계법인을 믿기 어려워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다르게 보면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폭로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만약 산업은행이 분식회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면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발견한 후 이를 숨기려 하기보다는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직원들에 대해 분식회계와 관련한 제재 조치부터 취했어야 했다. 예를 들면 분식회계와 관련한 경영진을 파면하면서 그들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산업은행 담당 직원들을 문책하는 등의 행동이다.6 그런데 이런 행동은 취하지 않고 분식회계를 찾아낸 회계법인부터 먼저 제재를 가한 것 같은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분식회계를 저지른 쪽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한국에서 회계법인이 독립적으로 감사를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 수 있다.

산업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이상한 대응과 산업은행의 변화

이 사건에 대한 뒤처리는 어떻게 됐을까? 우선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잘못에 합당한 벌을 받았다. 당시의 CEO와 CFO는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지내고 있다. 회사도 행정적으로 상당한 처벌을 받았고 벌금도 냈다. 감사업무를 직접 담당했던 안진회계법인의 몇몇 회계사도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감사를 부실하게 수행했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고, 그들 중 일부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실형은 선고받지 않았지만 부실 감사 때문에 면허가 정지되는 등의 징계를 받은 회계사도 여럿 있다.

관련자들에 대한 민사소송도 벌어졌다. 2021년 2월과 8월에 내려진 민사소송의 1심 및 2심 판결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CEO, CFO, 그리고 안진회계법인은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에게 수백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물론 소송이 여기서 끝나지는 않겠지만 이 판결 결과를 본 다른 투자자들이 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피해배상액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법적 및 행정적으로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다. 언론에서 이런 문제점에 대해 몇 차례 지적을 했지만 그냥 조용히 넘어가 버렸다. 만약 모 대기업의 대주주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막대한 분식회계가 발생했다면 해당 대주주가 어떤 처벌을 받을 것인지 생각해보자. 분식회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하더라도 회사의 대표자로서 책임을 지고 최소 수년간 감옥에서 보내야 할 가능성이 높으며, 또는 분식회계에 대해 적극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돼 실형을 살지는 않더라도 사회적 비난이 쏟아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산업은행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것이 얼마나 예외적인 것인지 추측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외에 다른 사건들과 관련해서도 산업은행은 당시까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었다. 어려움에 처한 상태에서 매물로 나왔다가 민간 기업이나 펀드가 인수한 회사는 상대적으로 빨리 실적을 회복해 정상 궤도에 올라섰는데 산업은행이 인수한 회사들은 장기간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고 매각도 하지 않으면서 계속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산업은행이 인수한 회사들이 좀 더 어려운 형편이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대리인 문제가 이런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책임질 일을 하기 싫어서 자꾸 일을 뒤로 미룬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그렇지만 산업은행도 대우조선해양 사건으로 많은 점을 배운 것 같다. 2018년 이후 경제 상황이 점차 악화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늘어났다. 그 결과 산업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는 사례가 늘어났는데 과거와는 달리 신속히 행동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나 매각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뒤에 숨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행장이 직접 나서서 일을 추진하기도 한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으로 기업들의 업황이 더욱 어려워지자 산업은행은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산업은행이 앞으로도 이런 적극적인 자세로 우리나라 경제 살리기에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계법인을 없애라?

산업은행에 대해 아무런 직접적인 처벌을 하지 않은 것도 이상한데 금융당국이 안진회계법인에 대해 취한 태도는 더욱 이상하다. 금융감독원은 안진회계법인을 없애 버리겠다는 내용의 징계안을 작성해 금융위원회에 올렸다. 1년간 모든 감사업무를 할 수 없도록 영업정지를 시키겠다는 것이다. 1년간 사업을 못하게 한다면 회계법인이 살아남기 힘들다. 회계사들도 대부분 퇴사해 다른 회계법인으로 옮겨갈 것이므로 법인은 해체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과 관련 있는 세 기관(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안진회계법인)중에서 안진회계법인에 가장 큰 행정적 징계를 한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분식회계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를 생각해 보자. 분식을 저지른 회사와 분식에 관여한 대주주에게 큰 책임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수행해 처음에는 분식회계에 대해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분식을 발견한 회계법인도 물론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책임의 정도는 앞의 둘보다 훨씬 덜할 것이다.7 그런데 다른 둘과 비교도 안 되는 강한 처벌을 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만약 회계법인을 없앤다면 다른 둘도 모두 없애야 형평성 있는 처벌이다. 실제로 안진회계법인이 없어진다면 2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다. 전문가인 공인회계사들 중 상당수는 다른 회계법인으로 옮겨갈 수 있겠지만 기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운영이나 관리 인력들은 당장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몇몇 회계사가 감사를 잘못 수행했다고 해서 2000명의 일자리를 없애야 할 일일까? 8

언론이나 회계업계, 학계에서 이런 우려를 여러 차례 표시했는데도 금융감독원은 강경한 자세로 안진회계법인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부실하게 감사를 수행했기 때문에 분식회계를 막지 못했으며 일부 회계사가 분식회계를 알면서도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안진회계법인이 일부 일탈 행위를 하는 회계사들의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법인 내 내부 통제 시스템이나 심리실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문제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영업정지를 시켜서 회계법인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진회계법인을 없애겠다는 징계안은 이 내용에 대해 심의하고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판사 역할을 하는 금융위원회 소속 증권선물위원회 및 감리위원들 중 일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처벌수위였기 때문이다. 만약 나중에 이 사안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되거나 소송이 벌어진다면 처벌의 근거를 설명하기가 대단히 힘든 안건이므로 일부 외부위원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금융감독원의 주장대로 안건이 통과된다면 외부 위원들도 나중에 법정에 설 가능성이 있었다.

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졌을까?

치열한 논란과 긴 회의 끝에 결국 타협이 이뤄졌다. 최종 결정된 처벌안은 1년간 신규 감사 계약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안진회계법인은 감사 부문 매출액의 약 30%를 잃게 됐지만 최소한 회사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기존에 진행되던 다년간 감사 계약이 있던 경우라면 감사를 계속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징계는 1년뿐인 단기 징계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1년 신규 감사 계약 금지이지만 상장법인의 경우 회계법인이 교체된 후의 최초 감사 계약은 3년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안진회계법인에 감사받던 회사가 이 징계 때문에 회계법인을 교체했다면 최소 3년간은 교체한 회계법인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한 번 잃은 감사 고객은 3년 이내는 되찾아 올 수 없다. 그러므로 실질적으로는 1년이 아니라 3년간에 걸친 징계다.

안진회계법인이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런 처벌 수준의 큰 차이를 보면 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상한 결정은 금융감독원 실무자 수준에서가 아니라 금융당국 혹은 정치권의 최고위층 수준에서 내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실무자 수준에서는 회계법인을 없애버리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뒷감당도 할 수 없다. 만약 정말로 당시 안진회계법인이 없어졌다면 정권이 바뀐 뒤 소송도 제기될 것이고, 검찰 고발이나 언론 투서 등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이 관계당국 앞에 모여서 시위를 하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여기저기에 호소할 수도 있다. 그 결과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필자의 추측일 뿐이지만 이런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 중의 하나 또는 둘 다의 가능성이 있다. 첫째, 금융당국에서는 정말로 산업은행이 분식회계에 대해 전혀 몰랐고 안진회계법인은 매우 부실하게 회계감사를 수행해서 당연히 발견했어야 할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앞에서 이미 설명한 것처럼 산업은행이 분식회계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진회계법인 이전에 감사를 수행했지만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던 다른 회계법인은 없애겠다고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의심을 뒷받침한다. 최소한 필자나 상당수의 학자는 이 주장을 믿지 않고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현 산업은행장도 이 주장을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발견해 발표한 시점은 ‘정부가 얼마를 대우조선해양에 지원해줘야 할까?’에 대한 사항들이 금융당국 최고위층에서 한참 논의되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엄청난 규모의 분식회계가 적발되자 추가로 자금 지원을 해서 과연 회사를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과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금융당국에 대한 비난이 크게 발생했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국회에서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장, 산업은행장, 그리고 경제부총리를 출석시켜 왜 부실하고 부도덕한 회사에 엄청난 자금을 지원했는지와 왜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해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그리고 2만 명 안팎의 직간접 고용 인력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경제적 및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면 추가 자금을 투입해 회사의 파산을 막은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조선 경기가 회복되기만 하면 대우조선해양이 전 세계 동종 업계 2, 3위를 다투는 기업이므로 다시 살아나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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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이런 책임 추궁도 상대적으로 짧게 끝났다. 책임 추궁을 하는 국회의원들도 ‘대우조선해양에 자금 지원을 해주지 말고 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는 대우조선해양이나 관련 납품업체 직원들이나 직원 가족들, 그리고 다른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뒷감당을 할 수 없을 것이 명백하므로 의사결정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느냐 정도만 잠깐 추궁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이 모두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및 분식회계 문제에 연관돼 있는 만큼 양 정당이 서로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했을 수도 있다. 더 깊이 책임 추궁을 하면 자기들 편 사람도 다수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금융당국의 수뇌부가 한참 동안 이 문제로 곤란을 겪은 것은 분명하다.

결국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않았거나 또는 발견했더라도 이를 산업은행의 요구대로 숨겼다면 금융당국의 최고위층이 국회에 출석해 책임 추궁을 당하고 언론으로부터도 큰 비난을 받는 어려움을 겪지 않거나 혹은 겪더라도 강도가 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당국에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고 조용히 끝날 수 있었는데 ‘안진회계법인의 폭로 때문에 이 사건이 크게 알려져서 자신들이 곤란을 겪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고위층에서 ‘안진회계법인을 혼내주자’는 하는 생각을 하고 이를 실무자에게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금융감독원은 ‘안진회계법인을 없애겠다’라는 처벌안을 마련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물론 이런 내용은 추측에 불과한 것이며 필자가 오판했을 수도 있다.

이런 사건의 내막을 살펴보면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안진회계법인이 잘못한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설명한 필자의 추측이 만약 옳다면 분식을 적발해내고 공표한 대가로 회계법인을 없앤다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의’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안진회계법인보다 더 큰 잘못을 저지른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처벌 없이 넘어간다는 것도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정치적 사건들의 뒤처리가 정의롭게 이뤄진 것이 별로 없는 것처럼 이 사건도 그 중요성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히 종료됐다.

안진회계법인의 소송 승리

그 후 안진회계법인은 처벌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2018년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극소수 구성원의 위반 행위로 전체 감사 업무를 정지시킨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했으며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하고 “감사 소홀, 부실 등 책임을 온전히 원고(안진)에 돌릴 수만은 없다”고 언급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안진은 피해배상을 금융당국에 요청하는 소송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에서는 “소송을 했다가 금융당국에 밉보이면 더 큰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추측했다. 부당한 영업정지로 최소 12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봤어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물론 산업은행도 빼앗았던 일감을 돌려주지 않았다. 금융당국이나 산업은행 모두 ‘잘못해서 미안하다’는 한마디의 형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

1심 판결로 이 다툼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금융당국이 1심 판결에 불복해서 계속된 2심에서 재판부는 업무정지 기간(2017∼2018)이 이미 지나버렸기 때문에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각하 판결을 내렸다. 즉 안진회계법인이 소송에서 이겨도 업무정지 기간은 이미 지나갔으므로 소송의 실익이 없으니 소송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2021년 1월 내려진 대법원 판결에서는 다시 안진회계법인이 승소했다. 대법원은 소송 효력이 지났더라도 업무정지가 과연 적법했는지에 대해서는 심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래야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났을 때 금융당국이 이 판결 결과를 적용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2심 재판을 진행하라는 판결이다. 2심 판결이 끝나고 다시 대법원 판결까지 이뤄지려면 앞으로도 최소 1년이 더 걸리겠지만 필자는 안진회계법인이 승소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고위 금융감독 당국자들과 정치인들은 이런 현실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해야 한다. 왜 외국 학계에서 한국은 후진국들과 함께 공정한 법 집행이 안 되는 나라로 분류하는지 이런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무척 안타깝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정말 멀다고 느껴진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의 미래

대우조선해양은 이제 겨우 적자의 구렁텅이에서 회복했다. 분식회계가 발생한 이후의 기간인 2015년과 2016년도 동안 합쳐서 약 5조 원의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던 회사는 2017년 약 6000억 원의 이익을 기록해서 드디어 흑자전환했다. 2017년 이익은 1조4000억 원의 채무조정이익(채권단으로부터 채무를 감면받은 금액) 때문이므로 실제로는 2017년까지 적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 후 2018년은 3200억 원의 이익을 기록했지만 2019년 다시 465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의 이익은 866억 원이라 높지 않지만 수주 금액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제 드디어 회복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각국의 무역 수준이 이전으로 회복될 것이고, 그에 따라 조선업계의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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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의 생존이 달린 만큼 하루빨리 회사가 정상궤도에 올라서기를 바란다. 그래야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사람이 다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의 주력 기업들이 계속해서 쇠락하고 한국의 경쟁력도 사라지는 듯한 안타까운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를 먹여 살려온 이런 기업들이 부활해서 우리의 후손들도 계속 우리가 누린 것 같은 번영의 시기에서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과 관계당국자들도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민간기업들을 압박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즐기고만 있다면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 우리가 사는 수준의 삶도 누리기 힘들 것이다. 10조 원이나 되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한 것이 이들에게 교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영 능력보다는 로비 능력이 더 뛰어난 사람들을 낙하산으로 민간기업에 내려보내고 그 대가로 뇌물을 챙기거나 후한 대접을 받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 전말이 어찌 됐든 대우조선해양도 발전하고, 2019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서 새 주인이 된 현대중공업그룹도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 두 회사의 기술력이 합해진다면 여러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므로 앞으로 세계 조선업계를 선도하는 최고의 회사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다시는 이런 막대한 분식회계나 황당한 처벌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