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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ship

투자금 확보에 효과적인 수사학적 전략은?

이종균 | 323호 (2021년 06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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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Persuasive or polarizing? The influence of entrepreneurs’ use of ingratiation rhetoric on investor funding decisions.”(2021) by Paul Sanchez-Ruiz, Matthew S. Wood, & Anna Long-Ruboyiane. in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pp. 106-1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사람들 간의 관계를 정립해 가는 과정에서 어떤 문장과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하는 수사학적 전략은 건설적인 상호작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는 창업자들과 투자자들 간의 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종종 창업가들은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의 상용화를 위해 혹은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벤처캐피털 혹은 앤젤투자자들에게 자본을 확보하고자 한다.

기존의 연구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객관적인 정보, 즉 피투자자인 창업가의 교육 수준, 기존 제품 및 서비스 대비 차별성, 과거 실적, 산업의 성장 가능성, 잠재 고객의 규모 및 확보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서 이성적으로 투자를 판단한다. 하지만 현실을 돌이켜 보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이 꼭 객관적인 정보에만 기반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과 창업가들의 궁합 혹은 즉흥적 감정 등의 비이성적인 측면들이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드폴대, 베일러대, 캘리포니아주립대 공동 연구진은 이러한 비이성적 측면 중 특히 창업가들이 투자자들에게 사용하는 수사 방식을 통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 결과를 조명했다. 연구진은 창업가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투자자들과 대화할 때, 크게 네 가지 형태의 수사학적 전략을 사용한다고 분류했다. 첫째는 투자 확보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아첨하는 것이다. 둘째는 자기 비하를 통해 창업가가 부족한 부분을 투자자가 채워줄 수 있음을 강조해 투자자의 가치를 높여주는 전략이다. 셋째는 투자자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전략, 마지막으로는 창업가 자신이 우월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전략이다. 연구진은 이 네 가지 수사학적 전략이 투자 금액 확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확인하고, 두 요인의 관계가 창업가의 카리스마 혹은 창업가의 기존 실적에 의해 영향을 받는지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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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이 연구는 미국의 사업 오디션 TV 쇼 ‘샤크 탱크(Shark Tank)’에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총 11년간 방영된 246개의 에피소드와 547개의 딜, 총 1450억 원가량의 투자 금액 등을 연구 샘플로 삼았다. 특히 984명의 창업가와 27명의 엔젤투자자 간의 질의 및 응답, 창업가들의 발표에서 나타난 단어들을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첫 번째의 수사학적 전략인 아첨은 투자자들의 의견에 과장된 칭찬을 하는 정도로 파악했으며, 두 번째 수사학적 전략은 창업가들의 부족한 부분을 투자자가 채워줄 수 있다고 강조하는 말들로 측정했다. 세 번째 수사학적 전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의견에 창업가가 어느 정도로 동의 표현을 하는지 살펴보고, 네 번째 수사학적 전략은 창업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존 성과를 홍보했는가로 파악했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증명했다. 첫째, 창업가가 투자자 앞에서 아첨을 하거나 자기 비하를 통해 투자자들을 기쁘게 하려는 수사학적 전략을 취할 경우, 투자 자금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둘째, 창업가가 투자자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자신의 업적을 강조할 경우 투자 자금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셋째, 창업가의 카리스마가 높이 평가될 경우 혹은 벤처의 기존 실적이 좋을 경우에는 두 번째 결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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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는가?


한국과 미국은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창업 환경을 바탕으로 한 실험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특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격언을 중요하게 받아들여 미국과 달리 자기 업적을 피력하기 꺼리는 것이 한국의 문화적 특징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수사학적 전략이 더욱 효과적일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창업가와 투자자의 상호작용에 있어서의 신뢰감 확보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 한국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창업가와 투자자의 대화는 단순히 친밀감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자 여부와 투자 금액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처럼 투자자 앞에서는 창업가가 자신의 업적을 적극 홍보함과 동시에 기업과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을 수사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투자자들에게도 신뢰감을 줄 것이고 이것은 투자금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연구 결과는 아첨보다는 투자자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함으로써 ‘나만의 세계’에서 사는 창업가가 아닌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으로 투자자에게 각인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 확보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종균 제임스메디슨대 경영학과 조교수 lee3ck@jmu.edu
필자는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MBA를,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박사(창업학)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한국, 미국, 몽골, 키르기스스탄의 벤처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자문 및 여러 국가의 창업 진흥을 위한 정책 수립 자문을 수행했다. 한편 북한 탈주민 대상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창업 정책 및 환경, 사회적 기업형 창업 및 상호 참여형 창업이다.
  • 이종균 | 제임스메디슨대 경영학과 부교수

    필자는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MBA를,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박사(창업학)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한국, 미국, 몽골, 키르키스스탄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자문 및 여러 국가의 창업 진흥을 위한 정책 수립 자문을 수행했다. 한편 북한 탈주민 대상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창업 정책 및 환경, 사회적 기업형 창업 및 상호 참여형 창업이다.
    lee3ck@j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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