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경제 충격의 불확실성… 빚에 기댄 투자 경계해야

321호 (2021년 05월 Issue 2)

014


Based on “Lifetime Consumption and Investment: Retirement and Constrained Borrowing”(2010) by Philip H. Dybvig and Hong Liu in Journal of Economic Theory, 145: pp. 885-907.

무엇을, 왜 연구했나?

2020년 3월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은 전 세계 주요국(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폭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민간 신용, 명목 GDP 비율은 주택담보대출 수요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민간 신용 증가율 또한 최근 높게 유지되고 있다. 즉 코로나19 사태가 가계 신용 증가율의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현재 개인이 보유한 금융자산 대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향후 경기침체 때 주식가격 폭락 등으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외환위기 직후의 바이코리아펀드, 2007년과 2008년의 인사이트펀드 붐(boom) 이후로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온 직접투자 자금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20년 6월 말 SK바이오팜에 이어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공모 청약에만 무려 58조 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렸다. 특히 2030 세대는 빚을 내서 투자를 한다거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한다는 ‘빚투’ ‘영끌’ 등의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부채에 기대 주식, 부동산, 그리고 최근에는 가상화폐(비트코인 등)에까지 과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로 잘 알려진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과도한 부채 확대에 기댄 투자는 경기 호황이 지난 뒤 채무자의 부채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채무자는 건전한 자산까지 팔아 빚을 갚으면서 금융 시스템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이미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통해 과도한 부채로 인한 크고 부정적인 경제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부채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부채를 얻어 소비를 하고 투자를 한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는 부채에 기반한 사람들의 소비 및 투자 행태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경제학의 기존 문헌의 가정과는 차별되게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마찰(대리인 갈등, 정보 비대칭, 제한된 집행 등)로 인해 소득담보대출이 완전히 제한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생애주기 동안 사람들의 소비 및 투자 패턴을 새롭게 분석했다.


019

무엇을 발견했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항상소득 가설(Permanent Income Hypothesis)을 통해 개인의 소비 및 투자 행태는 일시적인 금융자산의 증가•감소보다는 생애주기 동안 총 미래 소득의 현재 가치, 즉 항상소득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개인은 자신의 항상소득을 담보로 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적은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대출을 통해 일정한 소비를 유지할 수 있고 나중에 금융자산이 어느 정도 모이게 되면 대출을 갚고 저축을 해 미래의 소비 지출에 잘 대비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는 경제학에서 소비평탄화(Consumption Smoothing)로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소득담보대출 자체가 완전히 제한되거나 또는 부분적으로만 허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7년 SCF(Survey of Consumer Finances)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전체 가구 중 약 20%가 과거에 대출을 거절당했거나 대출을 거절당했던 두려움 때문에 대출 자체를 시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소득담보대출이 제한되는 현실적인 상황을 새롭게 고려하게 되면 기존의 항상소득 가설이 예측하던 소비와 투자 패턴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본 연구는 소득담보대출이 완전히 제한되는 대출제약조건(Borrowing Constraint)을 고려하게 되면 항상소득이 상당히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서 결과적으로 금융자산과 항상소득의 합으로 구성된 개인의 총 가용 가능 금융 자원이 크게 줄어들게 됨을 보여줬다. 이는 보통 회계학의 기본 공식으로 잘 알려진 ‘자산=자본+부채’에서 대출 제약 조건으로 인해 부채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산 또한 감소하게 되는 맥락으로 쉽게 이해할 수도 있겠다. 총 가용 가능 자산이 줄어들면 결국 그만큼 개인의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은퇴와 심지어 은퇴 이후의 노후 설계에까지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에서는 개별 주식이나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나타내는 상대적인 지표로 베타(Beta)가 있다. 베타가 1보다 작으면 위험과 기대수익률도 작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위험분산화(Risk Diversification)의 관점에서 베타가 0이거나 0보다 작은 음수(Negative)인 자산에도 투자를 해야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생애주기 동안 미래 총소득의 현재 가치를 인적자본가치(Human Capital Value)로 측정했다. 대출 제약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보통의 경우에는 인적자본가치의 베타가 음수임을 관찰할 수 있다. 이 경우 최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자연스럽게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위험분산화 관점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대출제약조건을 고려하게 되면 인적자본가치의 베타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과도한 주식 투자가 오히려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는 소득담보대출을 통한 위험 헤지(Risk Hedge)가 대출제약조건으로 인해 상당 부분 제한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020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는 기존 금융시장으로부터 파생된 경제 충격이 아니다. 사람들과의 인적 교류를 막고 경제 생산을 멈추는 등의 봉쇄조치로 인해 직접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실물경제의 충격이 현재의 과도한 가계부채 뇌관을 매개로 금융시장에 크고 부정적인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 전반의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금융시장 전반에 신용 경색과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게 되면 기업 및 가계에 다양한 형태의 유동성 제약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 및 가계의 전체적인 부도율 및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주식시장 및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변동성을 높여 위험 관련 스프레드 증가로 인해 기업의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천문학적인 대규모 경제 부양책에 힘입어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미국과 국내 장기 채권 금리는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결국 장기적으로 경제 불황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이미 채권시장의 가격에 반영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경제 충격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지금, 빚에 기댄 위험자산을 개인투자자가 과도하게 선호하는 데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박세영 노팅엄 경영대학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1년간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에서 1년간 박사 후 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관리 등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