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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행능력 극대화하는 ‘고성과 비즈니스 모델(HPBM)’

민승기 | 17호 (2008년 9월 Issue 2)
경쟁사의 뛰어난 전략기획팀을 통째로 스카우트한 회사가 있다고 하자. 과연 이 회사는 이전을 능가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전략×실행=성과’라는 단순한 등식이 말해주듯 아무리 훌륭한 전략이 있더라도 그것을 실행할 역량이 없다면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훌륭한 전략과 그 실천을 가능케 하는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최우선 과제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많은 기업의 고민이 생긴다. 기업은 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을 수시로 바꿔야 하는데 실행 역량의 기반이 되는 내부 조직과 운영 프로세스, 자원이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탓이다.
 
ADL의 ‘고성과 비즈니스 모델(HPBM·High Performance Business Model)’은 전략과 내부조직, 운영 프로세스, 자원 등 실행 요소가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해 지속 가능한 성과를 거두도록 도와주는 경영 도구다.
 
이 모델은 전략에 맞게 세 가지 실행 요소를 동시에 조절해 기업의 성과를 높인다. 전략과 실행 요소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현상을 보고 그 원인이 되는 요소 하나만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또 한 가지 요소를 조정하면 다른 요소들이 부가적인 영향을 받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도요타의 HPBM 사례
HPBM의 대표적인 적용 사례는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서 찾을 수 있다. 도요타는 1980년대부터 생산라인 인적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통해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1994년에 미국을 방문한 도요타의 제조 담당자는 포드의 애틀랜타 공장을 보고 “포드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포드는 도요타보다 더 적은 부품과 인력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것이다. 당시 포드의 생산라인은 엔진·트랜스미션·섀시·보디를 포함한 차량의 하부구조인 플랫폼 설계 개념에 기반을 뒀으며, 부품 공용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었다. 자동차 회사가 플랫폼과 부품을 공용화하면 개발과 생산 비용이 내려가고 구매단위가 커져 원가 절감 효과가 커지며, 생산의 유연성이 높아진다.
 
도요타는 의외로 포드의 생산방식을 즉각적으로 도입하자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 대신 “도요타에 맞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구축해 보자”고 결의했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모델 간 부품 공용화를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차별화한 제품을 만들어 포드를 뛰어넘자’란 전략을 수립했다. 이어 자원·조직·프로세스 등 주요 부문에 걸친 변화를 다음과 같이 시도했다.(그림1) 

1. 전략(strategy) 모델 간 부품 공용화 극대화와 제품 차별화라는 상충되는 목표 달성을 내용으로 하는 ‘21세기(Century 21)’ 비전 공표.
 
2. 자원(resource) 자금 투자 확대와 인력 구성 변화를 통해 플랫폼 1개로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모델 수를 늘림. 이로 인해 생산설비의 효율성과 부품 표준화 비율도 상승.
 
3. 조직(organization) 제품기획과 설계 부서의 간부급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21세기 플랫폼 위원회’ 결성, 기획과 설계 부서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채널 마련.
 
4. 프로세스(process) ‘린 설계(lean process de -sign)’ 개념을 도입해 제품기획과 설계 부서의 협업을 최적화. 린 설계를 통해 두 부서는 설계상의 낭비 요인을 제거하고, 최적점을 도출했음. ‘Century 21’ 전략 수립 이전에는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를 강조하는 기획 부서의 요구가 설계 부서에 단순히 전달됐음. 따라서 기획 부서의 차별화 중시 성향과 설계 부서의 제조상의 부품 공용화 강조에 따라 발생되는 불협화음이 있었음.
 
도요타의 시도는 전략 달성을 위해 자원·조직·프로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런 노력을 통해 도요타의 자동차 생산량은 2000∼2003년에 18% 늘어났으며, 수익은 28% 증가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플랫폼 및 부품 공용화는 원가절감 효과가 크며, 제품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시켜 주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기존 생산라인의 인적자원 효율성(생산성)만 강조하는 전략을 고민했다면 이런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기업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기업에 경영 자문을 제공하는 전 세계 경영컨설팅 회사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고성과 비즈니스 모델 방법론은 전략·프로세스·자원·조직 전반에 대한 진단과 조정을 통해 기업의 전략 및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기업 역량이 유기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듯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기업 내부 요소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진로를 찾는 방법론은 기업 전략이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는 실행력의 극대화와 성과 향상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카이스트 경영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경영공학 석사, 프랑스 INSEAD에서 MBA 학위를 각각 받았다. 삼성전자를 거쳐 Arthur D. Little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전자·미디어·제조와 관련한 다양한 전략컨설팅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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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승기min.seungki@adlittle.com

    ADL 이사

    민승기 이사는 KAIST에서 경영공학 학사, POSTECH에서 산업공학 석사, 프랑스 인시아드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제3세대 R&D, 그 이후> 등의 저서가 있으며, 미디어, 화학, 에너지, 전기전자 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경영 전략, 신 사업, 기업 가치 평가 분야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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