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취약점 드러낸 글로벌 공급망… 우리의 대응은?

리쇼어링은 탈출구가 아닌 ‘재편 모델’
유연하게 ‘넥스트 쇼어링’을 준비하자

303호 (2020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미 일부 선진국은 리쇼어링 정책에 힘을 주고 있는데 전략적으로 맞춤형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제약, 복제약, 반도체 관련 업체에, 일본은 액정패널, 자동차 같은 전략•기반 산업 중심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이뤄진 리쇼어링 전략들을 살펴보면 3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1. 기업들의 리쇼어링 선택은 오프쇼어링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외 생산보다 낮은 거래비용이 가능하거나 진출한 해외 시장의 확장성이 기대 이하일 때, 필요한 요소 자원이나 인적자원의 취득이 기대 이하인 경우 리쇼어링이 이뤄진다.

2. 리쇼어링 정책은 세금 감면, 부지 제공 등과 같은 일반적이고 일률적인 정책보다 전략적, 선택적, 집중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3. 리쇼어링에는 나름의 전략적 목적과 명확한 타깃, 그에 따른 특화된 리쇼어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파격적이면서 유연한, 그리고 목표가 명확한 리쇼어링 정책 없이는 자국 기업들을 유인하기 어렵다.



미•중 무역 갈등과 코로나19가 세계 시장을 덮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함께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등지에서 생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본국으로 귀환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면서 리쇼어링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트럼프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무너질 경우 중국에 생산 의존도가 높은 미국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해외 직접 생산과 글로벌 소싱으로 자국 제조업이 입은 피해와 대외 무역 적자도 이참에 만회하겠다는 계산도 한몫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리쇼어링 움직임에 일본, 유럽 등 주요 국가들도 빠르게 가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외에서 활동 중인 우리 기업들을 귀환시킬 정책과 인센티브를 속속 발표하고 있으며 귀환을 고려 중인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한편에선 리쇼어링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불과 수개월 만에 해외 시장 선점 경쟁에서 자국 생산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에는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코로나19로 국경이 차단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 차원인지, 아니면 뉴노멀시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에 나타나는 현상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라면 상황이 수습될 시점에 예전 상태로 원상 복귀되겠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글로벌 기업, 특히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 체계를 재배치하는 계기로 삼아 리쇼어링을 포함한 다양한 옵션을 재고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현재 글로벌 공급망의 큰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유행처럼 번지는 리쇼어링에 편승하느라 급급하다면 상황이 바뀌었을 때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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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이 뜨는 이유

리쇼어링이 학계의 연구 주제로 비교적 빈번하게 등장한 것은 2010년 초반 전후다.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유럽은 해외의 생산 거점을 본국으로 회귀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글로벌 생산 트렌드의 일대 전환과 함께 리쇼어링에 주목했다.

제조관리자 혹은 공급사슬 최고책임자는 제조 거점을 지속적으로 재배치하며 생산의 효율성을 도모해야 한다. 카이누마 교수 등의 2019년 연구 1 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주요 2700여 개의 미국 제조 기업의 경우, 회사의 핵심 역량이 아닌 영역이거나 낮은 인건비를 활용할 수 있는 업체를 확보했다면 과감히 외주(Outsourcing)를 주거나 점진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지역으로 이전하는 선택을 해왔다. (그림 1 왼쪽 하단 화살표 참고) 그러나 최근 미국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나 지난 수년간 미국 제조업체들의 생산지 재배치 과정을 살펴보면 지금까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그림 1의 오른쪽 하단의 화살표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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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ainuma et al., 2019 2

특히 최근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 후 본국 회귀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비용 절감의 이점이 사라지거나 적응에 실패할 경우 기대와 현실 간 괴리, 오프쇼어링의 미진한 효과, 경영 관리 방식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2000∼2020년, 리쇼어링 현상의 특징과 변화

리쇼어링 현상은 이미 2010년 초반부터 글로벌 기업 차원에서 부각된 이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특징은 한마디로 실제 생산 위치와 최종 사용자 시장과의 물리적 거리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보다는 가치 창출의 전 과정을 최적의 주요 저비용국가(Low cost countries)에 위치시켜 생산비를 줄이고 적시(Just-In-Time) 공급이 가능하게 가치사슬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렇다 보니 공급망과 물류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이 같은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은 일대 변화를 맞았다. 무엇보다 글로벌 생산의 중심이었던 중국의 가파른 임금 상승, 해외 기업에 제공되던 인센티브 철회, 중국 특허 기준 준수를 강요하며 그동안 중국 현지 공장에서 누려오던 각종 혜택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조사에 따르면 과거 20포인트 이상 차이 나던 미국과 중국의 생산비용이 2015년 현재 미국 100, 중국 96으로 4포인트 내외로 줄었다. 이에 미국 기업들은 미국에 생산기지를 세워 현지에서 바로 유통하는 편이 오히려 채산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유럽 및 한국 기업 역시 중국 현지 공장을 대체할 제2의 해외 생산기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불거지기 시작한 미•중 무역 갈등은 더 이상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GVC, Gloval Value Chain)을 과거처럼 원활히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갔다. 최근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완전 마비되자 이런 변화의 흐름은 더욱 가속화됐다. 자연스럽게 모든 생산 공급을 내재화하려는 리쇼어링 전략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리쇼어링이 더욱 쟁점이 된 이유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기업 유턴을 위해 유례없던 정부 차원의 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부터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Insourcing American Jobs Forum’을 통해 해외 아웃소싱 기업의 국내 재배치를 추진했다. 2014년 영국 정부는 ‘Reshore UK’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본국으로 귀환하려는 제조업체들을 근접 지원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끌었던 독일의 ‘Industry 4.0’ 역시 내용 면에서는 강화된 금융 지원을 통해 해외의 독일 제조업체들을 귀환시키려는 정부의 유인책이나 다름없다. 프랑스의 ‘Industry Du Futur’, 이탈리아의 ‘Piano Industria 4.0’ 역시 자국 중소기업 귀환을 목적으로 세금 감면, 금융 지원, 플랫폼 개발 등의 지원을 하는 정부 주도의 리쇼어링 프로그램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국가별로 리쇼어링 정책의 성과는 다소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은 1960년대 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할 만큼 제조업의 비중이 컸지만 2000년대 이 비중이 11%로 줄었다. 2010년 이후 총 3327개 기업이 본국으로 회귀했고 누적 일자리도 500만 개를 넘어섰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지역 역시 리쇼어링으로 제조업이 부활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요국 리쇼어링 정책이 다시금 힘을 받고 있다. 과거와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좀 더 선택적이고 전략적인 맞춤형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제약, 복제약, 반도체 등 R&D 업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으며, 일본은 액정패널 업체(JDI)와 반도체 설비 업체(Rohm),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자동차 3사 등 전략 산업, 핵심 산업, 기반 산업 중심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리쇼어링 정책은 2013년 ‘유턴기업지원법’을 통해 시행됐다. 해외 투자 순유출 규모가 증가해 이를 막고자 제도가 도입됐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2010∼2017년 약 1922억 달러의 해외 투자 순유출이 발생해 보조금, 세금 감면, 인력 지원 등 지원책이 추가로 도입됐으나 국내 리턴을 체결한 기업은 같은 기간 중소기업 93개에 불과했다. 오히려 중소 수출기업들은 리쇼어링보다 해외 생산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최근 들어 ‘리쇼어링 정책 2.0’을 통해 해외 우리 기업의 니즈를 파악해 맞춤형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생활가전을 만드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해외보다는 국내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물류 부담을 줄이고 국내 업체와 협력하는 것이 시너지가 더 클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LG전자는 TV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고 발표해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을 무색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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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리쇼어링을 대하는 우리 기업의 속내는 우리 정부의 바람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해외 생산라인을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게 간단치 않다. 일부 산업에서는 생산 단가를 낮추지 않고서는 세계 기업과 경쟁하기 어렵고 국내의 높은 인건비와 세금 문제도 걸림돌이다. 이 조사에서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리쇼어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국내 유턴을 주저하는 주된 이유는 인건비 상승과 규제, 특히 노동 규제다. 2010∼2018년간 주요 10개국 노동비용은 연평균 0.8% 하락한 반면 한국은 25% 상승했다.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경영난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임금 결정 유연성, 고용 해고 관행, 노조편향적 노동 정책, 수도권 입지 규제, 높은 법인세 등 기본적인 기업 환경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으로 리쇼어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는 정책의 목적과 내용, 도달하려는 지향점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기업들의 바람과는 달리 리쇼어링을 가로막는 규제는 여전히 즐비하다. 리쇼어링이 정말 우리가 처한 입장에 적합한 전략인지 그 실효성도 따져봐야 한다. 아직도 다수의 기업은 중국만 한 거대 내수 시장과 적당한 사회적 자본, 풍부한 노동력을 지닌 대체 시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각자도생을 꾀하는 것 또한 과연 자유무역과 글로벌 분업 덕분에 성장해온 우리 경제에 이득이 될지도 미지수다.

리쇼어링(Reshoring)에 관한 학계의 연구

리쇼어링 전략을 제대로 추진해 기대한 성과를 달성하려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다시 돌아오려는 이유, 상황적 배경, 산업적 특성, 기업 성격, 효과적인 유인 정책과 사례, 사후평가 등 기본 사항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학계의 연구들은 방대한 관련 사례들을 바탕으로 이 질문들을 탐구해 왔다. 리쇼어링이 비교적 최근 현상이다 보니 관련 사례가 많지 않고 주로 미국•서유럽 기업이 대상이어서 우리 상황과는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국가, 기업 간 행태에 동조화 현상이 발견되는 측면도 많다. 리쇼어링에 대한 학문적 시각은 크게 해외 시장에서 생산 활동에 실패했기 때문에 폐업 이후 본국으로 회귀하려 한다는 시각과 세계화 과정(Internationalization process)의 일부분으로 생산지역 재배치와 관련된 다양한 옵션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전자의 경우 본국 회귀의 원인을 주로 해외 배치국(host country)의 변화 요소에서 찾으려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 그 원인을 본국의 환경 변화나 본사의 글로벌 전략에서 찾고 있다. 다만 두 관점 모두 의사결정자의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매우 미흡하다.

리쇼어링 현상은 오프쇼어링 현상을 설명하는 데 토대가 됐던 경제학의 국제무역이론(International trade theory), 국제경영 분야의 국제화이론(International process theory)과 절충이론(Eclectic paradigm), 경영전략 분야의 거래비용이론(Transaction costs theory)과 자원기반이론(Resource based view)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주로 경제적인 논거에 근거해 기업이 왜 지속적으로 지역 확장을 추구하는지 그 원인, 배경, 조건들을 오프쇼어링을 통해 설명하고 정반대의 선택을 리쇼어링으로 보고 있다. 국제무역이론에 따르면 국가 간 요소자원, 생산비용, 생산역량은 서로 차이가 발생하며 국제무역을 통해 필요 자원을 효율적으로 획득할 수 있게 된다. 국가 간 요소자원과 역량이 변화하면서 필요 자원 취득을 위한 무역관계 역시 변하는데 리쇼어링은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자원 획득 수단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절충이론은 기업의 글로벌 확장을 필요 자원 획득, 시장 확보, 효율성 추구로 보고 직접 통제를 통해 소유권 확보, 지역적 이점, 내부화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실현되지 못할 때의 역선택으로 리쇼어링을 제시하고 있다. 거래비용이론은 기업이 생산 활동을 할 때 이를 내재화해야 하는지, 혹은 외부화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론은 여기서 해당 활동이 가져오는 다양한 조정비용, 거래비용, 관리비용 등을 상호 비교해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디에서 생산 활동을 추진할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오프쇼어링과 리쇼어링을 비교해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원기반이론은 기업의 전략적 선택이 귀중한 자원과 자산을 획득하는 과정으로 보고 해외에서 자산을 획득, 접근, 이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리쇼어링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이론들은 공통적으로 리쇼어링 같은 기업의 생산 입지 결정은 적합한 정보를 올바르게 수집하고 면밀히 조사해 변화하는 외부 조건에 합리적으로 반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론적 토대를 근거로 생산된 많은 실증연구는 대략 리쇼어링 전략을 누가(Who), 언제(When), 왜(Why), 어디로(Where), 어떤 활동(What)을, 어떻게(How) 추진해 왔는가로 분류할 수 있다. 각각의 연구 질문은 상호 독립적이라기보다 밀접한 연결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누가(Who) 리쇼어링을 추진하는가’라는 질문은 리쇼어링 기업의 규모, 업종 등 해당 기업의 특성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쇼어링은 중소기업에서 글로벌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고른 전략적 선택지로 나타났으며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리쇼어링을 더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는 편이었다. 노동집약적 기업보다는 맞춤화된 소규모 특화된 제조업체들이 리쇼어링에 더 관심을 보였으나 대체로 기업 특유 요소와 리쇼어링과의 상관관계는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When) 리쇼어링을 추진하는가’라는 질문은 해외 생산 거점에서의 활동 기간과 본국으로의 이전 시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 표본의 한계가 있으나 대략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쇼어링이 증가하기 시작해 2010년 이후 미국과 유럽 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해외 생산 거점의 지속 기간은 유의미하게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기업의 규모, 산업 종류, 진출 동기 및 진출 국가에서의 지배 구조 유형 등에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관리자의 경우 해외 진출 후 대략 5∼7년 사이에 리쇼어링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Why) 리쇼어링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리쇼어링 연구의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본국으로 회귀하려는 동기와 배경을 주된 연구 주제로 삼고 있다. 해외 사례의 경우 오프쇼어링 실패에 따른 대응이 아닌 내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대응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원산지 효과, 소비자 근접 대응 등 최근 부각되는 경영 이슈에 부응하기 위해 리쇼어링을 선택하고 있다. ‘어디(Where)로 리쇼어링을 추진하는가’라는 질문은 회귀 대상 국가의 지역적 동인 요소에 관심을 두고 있다. 본국의 생산 및 제조혁신이 진행될 때, 해외 생산거점의 저렴한 인건비가 노동시장의 경직성, 품질 관리 문제, 브랜드 가치 하락 등으로 더 이상 비교우위 요소가 되지 못할 때 리쇼어링을 단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What)을 리쇼어링 하는가’라는 질문은 리쇼어링의 대상, 본국 회귀 형태나 구조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가치사슬상 마케팅, 서비스보다는 초기 단계에 있는 R&D나 제조 부문이 리쇼어링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리쇼어링 역시 본국 혹은 본국에 인접한 지역(Near country)으로 회귀하느냐에 따라 회귀 이후의 지배구조 형태(단독, 협력, 계약 등)가 어떻게 다른지 관심을 두고 있다. 전략적 목표에 따라 본국 회귀 후 해외 시장으로의 재진출을 노리는 유형, 본국에서 역량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려는 유형 등 역시 구조와 형태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어떻게(How) 리쇼어링을 추진하는가’라는 질문은 리쇼어링을 선택하고 실천에 옮기기까지의 내부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며 실행에 옮기는 것은 그 이상의 복잡한 내부 의사결정 체계를 거쳐야 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리쇼어링 추진은 의사결정 프레임워크와 이행 프레임워크로 나눠 이뤄진다. 의사결정 프레임워크는 성과/역량 등을 점검하고 데이터분석 및 솔루션을 통해 조정, 결정 등 과정을 거쳐 리쇼어링 여부를 판단한다. 이행 프레임워크는 이전 위치에서의 해체, 새로운 위치로의 이전, 다른 가치 창출 활동과의 연계를 위한 재통합 등 3단계로 구성돼 있다. 해당 기업들은 리쇼어링을 제대로 완수하는 데 이 단계별 절차를 밟아야 하며 조직적인 준비성과 학습력, 데이터 분석, 의사결정상의 피드백 등이 충분히 지원돼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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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전략의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리쇼어링 전략이 부각된 배경, 현황, 관련 연구를 종합해 보면 비록 다른 나라, 다른 기업 대상의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먼저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결정한 배경에는 오프쇼어링 전략의 실패 만회라기보다 오프쇼어링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 선택은 해외 생산보다 낮은 거래비용이 가능한 경우, 진출한 해외 시장의 확장성이 기대 이하인 경우, 로컬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숨은 비용이 발생한 경우, 필요 요소 자원이나 인적 자원의 취득이 기대 이하인 경우 이뤄졌다.

그동안 기업의 가치사슬 활동은 각각이 분해되는 모듈화 추세를 보여왔다. 이는 다양한 현지 시장 적응을 원활하게 하고 기술이나 지식의 유출을 어렵게 하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가치사슬의 분해전략(Disintegration)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제와 조절에 따른 거래비용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기업은 오프쇼어링과 리쇼어링 사이에서 거래비용과 효율적 가치 창출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최적의 선택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응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나은 조건과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본국이라도 귀환을 선택하기 어렵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동기가 대부분 저렴한 인건비와 낮은 생산 단가임을 고려하면 이를 리쇼어링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선택될 수 있을 것이다.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유턴한 우리 기업이 막상 지자체의 황당한 지원 조건에 발목 잡힌 사례가 뉴스로 나오기도 했다. 2013년 이후 유턴한 74개 기업 중 실제 가동 중인 곳은 40여 곳에 불과하고 일부 업체는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아직 리쇼어링 옵션이 선택받을 만한 우리의 사업 환경과 제도가 크게 미흡함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리쇼어링 정책은 세금 감면, 부지 제공 등과 같은 일반적이고 일률적인 정책보다 전략적, 선택적, 집중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미국과 서유럽의 리쇼어링 정책은 훨씬 더 정교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저비용 국가로, 신흥국으로 제조 거점을 이전해 온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오게 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오랜 기간 해외에서 제조 기반을 다져온 업체라도 기술 근간이 굳건하거나 제조국 효과(Made-in-effect)가 가장 높은 산업군을 골라 맞춤형 리쇼어링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중국, 동유럽으로 옮겨간 패션 산업을, 독일은 확실한 비교우위가 있는 기계 산업을 중심으로 특화된 리쇼어링 전략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디지털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해외로 진출한 자국 기업들을 귀국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가 리쇼어링으로 국가의 기술 수준과 역량을 강화하는 게 목표라면 미국과 영국은 직업 창출과 국내 생산 증가라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공동화가 워낙 심해 리쇼어링 자체가 불가능한 제조 분야도 많아 특정 산업군에 집중하기보다 해외 거래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의 파격적인 세금 혜택이나 사업 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미국은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이전비용 20% 지원 등 파격적인 ‘당근책’을 제공하며 정착 환경을 개선해 왔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돼 어떤 기업을 유치할지 결정하고 중앙정부는 법인세, 규제 철폐, 경제특구로 환경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서플라이 체인 개혁을 보면 해외 생산 공장을 일부만 일본으로 옮겨도 대기업의 경우 비용 절반을, 중소기업에는 3분의 2를 보조해 주고 있다. 이는 결국 대기업이 복귀해야 중소기업도 복귀할 수 있다는 이치를 꿰뚫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귀환 기업을 위해 약 2조7000억 원의 특별 보조금 예산을 책정해 2015년 이후 매년 700∼800여 개의 기업 복귀에 쓰고 있다. 독일은 귀환 기업이 체감할 높은 인건비를 스마트 공장과 연구개발 보조금지급, 법인세 15.8%로 대응하고 있다. 규제가 하나 추가될 때마다 하나를 없애는 제도도 추진 중이다. 대만은 중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집중적으로 귀국시키는 ‘대만 기업 리쇼어링 투자 액션플랜’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정 공단에 입주하면 임대료 면제나 용적률 우대,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이렇듯 국가마다 리쇼어링 경쟁이 점화되면서 나름의 전략적 목적과 명확한 타깃, 그에 따른 특화된 리쇼어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파격적이면서 유연한, 그리고 목표가 명확한 리쇼어링 정책 없이는 자국 기업들을 유인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리쇼어링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따져보고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을 어떻게 재편할지 고민할 시점에 와 있다. 우리 산업이 처한 입장을 고려할 때 맹목적인 리쇼어링은 지양해야 한다. 리쇼어링으로 국내 생산이 증가한다 해도 자동화, 디지털화가 대세인 지금 기대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내수 시장이 큰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은 자국 기업을 귀환시킬 만한 충분한 동기와 경제적 이득이 있으나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내수 시장이 충분치 않아 리쇼어링으로 한계비용만 증가하고 장기적 성장은 오히려 더딜 수 있다.

우리 기업이 국내로 복귀한다는 것이 경제에 꼭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해외에서 국내로 생산을 재개해도 증가한 생산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면 국가 전체로 봤을 때 생산비용은 증가하는 셈이다. 또한 국내로 이전 시 해외 거래처와 판매처를 잃을 수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기계, 화학 등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 리쇼어링은 생산비용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 ICT의 발전으로 해외 활동도 더 저렴해지고 있다. 따라서 리쇼어링 노력을 견지해야 하나 모든 산업에 다 적용할 수는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시야를 넓혀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우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결국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지 소비자를 근접에서 지원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비용을 낮출 수만 있다면 동남아 시장에도 직접 진출해 현지에서 생산 공급해야 한다. 어떤 리쇼어링 혜택도 물류비와 인건비를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 장기적으로는 리쇼어링 같은 내재화보다는 글로벌 공급망의 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한 향후 글로벌 공급망은 자국 중심의 내재화가 아닌 고도의 지역화로 전개될 것이며 기업의 해외 이전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전경련이 국내 비금융업 매출 상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를 보더라도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재편될 것으로 기업들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대응책으로 응답자의 약 42%가 공급지역 다변화와 해외 협력 강화로 꼽았다. 리쇼어링을 해결책으로 꼽은 기업은 3%가 채 안 됐다.

따라서 리쇼어링이 비효율적인 산업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운송거리를 짧게 해 일부 국가에 집중된 글로벌 소싱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일부 학자는 이를 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이른바 넥스트쇼어링(Next shoring)으로 지칭한다. 거리가 가까운 나라를 위주로 공급망을 분산하는 글로벌 물류의 지역화인 셈이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중국 같은 전통적인 해외 지역보다는 소비자 수요가 증가하는 동남아시아 등으로 공장을 옮겨 분산된 공급망을 이루는 것이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만약의 사태도 대비하는 리스크 관리인 셈이다. 넥스트쇼어링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글로컬 전략’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는 주요 거점국(글로벌)에, 일부는 자국(로컬)에 배치하는 방안이다. 고부가가치의 기술 산업이나 전략 산업(통신장비, 자동차, 반도체부품, 소재 등)은 국내 거점에서 기반을 다지고 정부는 이를 연구개발(R&D) 지원, 교육, 법인세 인하로 지원해 국산화되도록 기업 환경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단순 생산•공급•판매는 모듈화해서 기존의 일부 시장(중국이나 미국 등)에 편중되지 않은, 수요가 있고 비용 절감이 가능한 신흥 지역들로 다변화해 수출 시장도 확대하고 안정성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의 글로벌 위기와 리쇼어링을 우리 산업에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 ‘K-방역’으로 우리의 공급 역량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중단 범위를 최소화해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음을 세계적으로 입증했다. (표 1)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중단을 우려하는 많은 글로벌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없다. 안정적인 공급망 가동이 중요해진 만큼 우리나라가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거점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같은 잠재력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품질 관리, 제도적인 부분이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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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을 전환하라

순탄한 줄로만 알았던 글로벌 공급망 체계는 코로나19로 인해 거대한 취약점을 드러냈다.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집중된 체계는 한곳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인근 지역을 거쳐 모든 지역으로 파생되는 악순환을 일으켰다. 효율성과 적시 공급이 과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이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안정성과 위기 관리의 중요성이 새로이 부각됐다. 리쇼어링은 이 같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과정에서 불거진 현상이다. 어떤 불상사가 발생해도 안정된 자체 공급이 가능하고 추가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과도한 믿음에 편승해 우리 기업과 정부도 리쇼어링을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리쇼어링에 적극적인 주요 국가와 달리 우리의 산업 구조와 시장 상황은 많이 다르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동기를 살펴보면 리쇼어링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다. 본국 회귀를 위한 어떤 조건들이 제시돼야 하는지 심도 있는 연구도 부족하며 차별화된 유인책도 미흡하다. 무엇보다 리쇼어링이 우리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투자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팽배하다. 해외 진출이 늘어도 우리의 중간재 수출이 확대돼 일자리는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위기를 리쇼어링으로 탈피하려 하기보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과정이라는 큰 틀에서 리쇼어링을 포함한 모든 가능한 대응 전략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 이에 해외 공급망의 다변화와 글로컬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코로나 위기로 부상한 우리 시장을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공급처로 육성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 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