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넥스트 뉴노멀, 리질리언스(Resilience) 전략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 조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위험’에 대비하라

297호 (2020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리질리언스는 ‘발생 가능성은 낮으나 발생할 경우 파급력이 매우 큰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Adapt)하고 더 나아가 위기를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Prosper)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이다. 기업이 경영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리질리언스 전략은 구조적•통합적•전환적이라는 3대 범주로 나뉜다. 구조적 리질리언스는 내부 조직의 시스템상 기능을 외부 리스크로부터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전략을, 통합적 리질리언스는 기업 조직과 외부 환경 간 복잡한 상호 연계를 이해해 경영 위기관리에 반영하는 전략을, 전환적 리질리언스는 리스크 완화를 위해 기업 조직이 자체적 변혁을 도모하는 전략을 말한다.


‘면역(免疫, immunity)’이란 생물이 감염이나 질병에 대항해 병원균을 죽이거나 무력화하는 작용, 또는 그 상태를 말한다. 유해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입을 방어하는 면역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 면역(자연 면역)’과 감염, 예방 접종 등을 통해 얻는 ‘후천 면역(획득 면역)’으로 나뉜다. 재해와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닥치면 인체는 즉각적이고 반사적으로 생존 반응을 하는데, 이는 우리 몸속에 선천적으로 프로그램화된 ‘방어기제’, 즉 선천 면역이 작동한 결과다. 여기에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방어기제가 가세하는데, 이런 후천 면역은 경험과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우주 비행사, 특수부대 등 극한 상황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조직(DBR mini box Ⅰ ‘고신뢰조직(HRO)에서 배우는 기업 리질리언스’ 참고.)을 훈련하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실제 위협은 준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조언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야말로 세상을 바꾼 사건이다. 어떤 기업엔 단기 생존이 유일한 경영 안건이겠지만, 또 다른 기업은 불확실성의 안갯속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은 최근 몇 년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습과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은 생존과 성장을 위협하는 수많은 리스크를 관리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점검해봐야 한다. ‘효율성’은 불확실성이 적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처한 기업에 가장 좋은 솔루션이다. 하지만 역동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효율성’보다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탄력성)1 ’가 더 중요하다. 전대미문의 사태에 직면한 지금,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제시한 9가지 리질리언스 렌즈(Nine Resilience Lenses)2 를 통해 불확실성 시대의 위기 경영 방안을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025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
(Think the Unthinkable)

오늘날의 글로벌 리스크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그 파급 효과가 광범위하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글로벌 리스크는 과거와 달리 ‘걷잡을 수 없는 붕괴(Runaway Collapse)’의 양상을 띠어 점진적 연착륙이 불가능하다. 또, 이런 붕괴 상태가 새로운 질서인 ‘뉴노멀(New Normal)’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도 그 어느 때보다 더 크다. 이런 극단적인 사건은 확률적으로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사회•경제적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팻테일 리스크(fat-tail risk)’ 혹은 ‘블랙스완(black swan)’은 현재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2002년 2월12일, 당시 급박하게 돌아가는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브리핑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미 국방 장관 도널드 럼즈펠드는 다음의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이 세상에는 ‘Known Known(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Known Unknown(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이해하고 있는 것)’, ‘Unknown Unknown(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것 자체도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 이 마지막 Unknown Unknown은 발생하기 전에는 존재 여부를 전혀 상상할 수 없다.”

DBR mini box I 고신뢰조직(HRO)에서 배우는 기업 리질리언스

우주비행사, 핵 항공모함, 경찰 특수기동대(SWAT), 산불소방대와 같이 소위 극한직업으로도 불리는 조직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고신뢰조직(HRO, 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이라고 명명하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 중 하나인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를 조사하면서 미 예일대 찰스 페로 교수가 최초로 제시한 개념이다. 이후 미시간대 칼 와익 교수가 이를 더욱 발전시켜 다음의 다섯 가지로 고신뢰조직(HRO)의 특징을 정리했다. 고신뢰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수많은 돌발 사고를 당하더라도 대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첫 번째 특징은 ‘실패를 깊이 있게 다루기(Preoccupation with Failure)’인데, 고신뢰조직은 통상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매우 작은 실패 사건조차 놓치지 않고 추적한다. ‘기업 비즈니스가 올바른 상태를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 어떻게 잘못될 수 있는가? 어떤 일들이 잘못됐는가?’ 이에 대한 대답들은 기업 조직, 시스템이 언제 어떻게 취약해지는지에 대한 단서를 알려주는 과거의 작은 실패들 속에 들어 있다. 작은 실패들에 주목하라고 하는 것이 혹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싸여 일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까지 신경을 쓰라는 의미가 아니다. 시스템이 예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알려주는 미약한 신호들을 적극적으로 찾으라는 의미다.

두 번째 특징은 ‘단순화시키기를 거부하기(Reluctance to Simplify)’다.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상황을 해석하고 넘어가기를 거부한다는 의미다. 복잡한 상황, 뉘앙스, 차이, 세부사항 등과 같은 것들은 유지하는 데에 노력이 좀 더 많이 든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것들이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산하는 약한 신호들을 좀 더 잘 알아챌 수 있게 해준다. 복잡한 역동적인 사건을 감지하려면 좀 더 복잡한 감지기들이 필요하다. ‘보통 때와 다른 이상한 점이 있었는가?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생각해 볼 수 없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렇게 하여 조직은 현재 예상했던 것들을 넘어서서 보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해석 관점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나 팀, 집단에 대해서 보상을 해 관점들이 다양해지면 예상들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정보 감수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단순화시키기가 억제되고, 더욱더 많은 문제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세 번째 특징은 ‘운영 상황에 세심하게 신경 쓰기(Sensitivity to Operations)’다. 현장에서 돌아가는 통상적 운영 상황에도 매우 세심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일선의 운영 라인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것은 상황 전개를 따라잡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운영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관리자들은 돌발 사고들이 좀 더 잘 보이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이 문제로 커지기 전에 바로잡을 수 있는 상황 역시 마련할 수 있다.

네 번째 특징은 ‘회복탄력성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기(Commitment to Resilience)’다. 고신뢰조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버텨내고, 회복탄력적으로 대응한다. 이 같은 기업의 회복탄력성은 비즈니스를 중단시키는 사건들에 부딪혀도 조직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영향과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다시 처음 상태로 되돌아오는, 즉 정상화(Business As Usual)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은 종종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효율성을 위해 간소화된 조직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이지만 예상치 못한 한 방의 사건에 의해 붕괴 혹은 전소될 수 있다. 간소화란 조직으로부터 회복력과 유연성을 제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중복 부분을 제거할 때 그것이 조직에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희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회복탄력적인 고신뢰조직은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즉석에서 실시한 조치들의 효과를 빨리 감지하고, 그 효과가 사태를 악화시킬 경우 즉시 행동을 바꾸거나 포기한다.

다섯 번째 특징은 ‘전문성을 존중하기(Deference to Expertise)’다. 고신뢰조직은 긴급하고 중대한 상황에서 권위와 위계보다 현장 전문성을 더욱 중요시하고 존중한다. 전문성을 따른다는 것은 최소한 다음 두 가지 가정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1) 권위가 곧 전문성이고 2) 직위가 높을수록 전문성도 크다는 가정이다. 또 고신뢰조직은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 문제가 일어날 때 의사결정권을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전문성을 가진 사람에게 이동시킨다.

참조/인용: Managing the Unexpected: Sustained Performance in a Complex World, Karl Weick, Kathleen M. Sutcliffe, Wiley

가장 심각한 것은 알려지지 않은 위험이다(Unknown Unknown)

비즈니스 중단 상황에 대한 ‘Known Known’은 기업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다. 여기에는 계절적인 추세 변동은 물론 인구 고령화, 도시화 등 장기적인 변화 추이도 포함된다. ‘Known Unknown’은 역사적 증거와 통계, 확률을 기반으로 예측이 가능한 임의적 붕괴 이벤트들이다. 거의 매년, 멕시코만에서 발달해 미국 남부를 강타하는 허리케인이라든지 미국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오클라호마 토네이도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혼란은 ‘가능성의 영역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높은 발생 가능성, 큰 영향’ 이벤트로 분류된다. 여기에 대비하기 위한 매뉴얼과 훈련, 충분한 경험도 쌓여 있다. 이러한 이벤트는 발생 확률이 이미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리스크의 정량적 측정값도 산출할 수 있기에 보험 가입 등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Unknown Unknown’은 다르다. 발생 가능성을 추정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 형태 자체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이벤트다. 이는 리스크보다 불확실성 측면에서 논의해야 한다. 종전 기록을 완전히 갈아 치우는 규모 9.0의 강진으로 인한 해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해일의 발생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원전 사고와 전력 중단으로 이어지는 복합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예상이 어려웠고, 선례도 없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도 마찬가지다. 이 사태를 예견하고 곧이어 발생할 금융 시스템 붕괴를 완화하는 조치를 해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도 국제 금융 시스템이 붕괴에 가까운 상태로 치달을 것이라 상상할 수 없었다. 앞의 세 가지 범주를 비교하면서 럼즈펠드 장관은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역사를 봐도 Unknown Unknown에는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매우 크고 드문 이벤트에 대한 통계에는 저주가 숨겨져 있다. 그것이 얼마나 큰지와 관계없이 그 뒤에는 더 큰 것이 숨어 있고, 이를 피할 수 없다. 다음 ‘더 큰 하나’가 현실화할 수도 있으며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당장 내일 일어날 수도 있다. 성장하는 글로벌 경제에선 가장 큰 재해가 어디에선가 발생할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대비하려면 어떠한 위기가 생기더라도 ‘다시 충격을 딛고 정상화(bounce back)’하는 데 필요한 회복탄력성, 이를 위한 프로세스의 개발이 필요하다.

027


9가지 렌즈로 보는 기업 리질리언스
(Nine Resilience Lenses)

세계경제포럼(WEF)이 정의하는 기업 리질리언스(Enterprise Resilience)는 ‘발생 가능성은 낮으나 발생할 경우 파급력이 매우 큰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Adapt)하고 더 나아가 위기를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Prosper)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이다. 기업이 경영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리질리언스 전략은 구조적•통합적•전환적 리질리언스라는 3대 범주로 나뉘며, 다음의 9가지로 분류된다.

028


첫 번째 범주는 구조적 리질리언스(Structural Resilience)다. 즉 기업 내부 조직의 시스템상 기능을 외부 리스크로부터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전략을 말한다.

① 가외성(Redundancy)이란 자동차에 여분의 타이어를 갖춰 놓듯이 하나의 요소가 기능을 상실할 경우를 대비해 그 기능을 대신할 다른 요소를 준비해놓는 전략이다. 기업의 백업 시스템과 같은 의미다. 이렇게 여분을 갖춰 놓는 전략은 불확실성이 큰 경영 환경에서 가장 빠르게 원상회복을 하는 방법이지만 가외성의 특성상 무수익자산(non-performing assets)을 요구하기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접근이다. 모건스탠리가 9•11 테러로 본사 건물이 붕괴된 충격적 위기 상황에서 비즈니스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리스크 관리 전략 덕분이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기업 IT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가외성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하는 비즈니스의 cost of downtime3 으로 인해 IT 서비스의 일시적 중단조차 용인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스템 이중화, 클라우드 시스템, 재해복구 체계를 통한 사이버 리질리언스(Cyber Resilience)4 가 기업 생존의 관건이 됐다.

② 시스템 모듈화(System Modularity)란 기업 내부 조직을 단위(모듈)별로 분리함으로써 단위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전체는 존속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단, 조직 단위가 느슨하게 결합(loosely coupled)된 경우만 회복 가능하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단위가 지나치게 분리돼 있으면 리스크로부터 회복 자체가 불가능해 조직 전체의 존속이 힘들 수 있다. 반대로 단위가 지나치게 밀접하게 결합된 경우에도 리스크 대응 능력이 현격히 저하될 수 있다.

2008년 9월 중순에 있었던 리먼브러더스(Lehman Brothers)의 6000억 달러 규모 파산 신청은 당시 글로벌 금융, 경제 규모에 비해 큰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장의 공포와 불확실성이 전염병 대유행처럼 번져 결국 금융 시스템의 세계적인 붕괴로 이어졌다. 금융회사와 기관의 시스템이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모듈화되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연결돼 있어 취약성을 제거하지 못했다. 결국, 심각한 신용 경색과 소비 위축은 글로벌 ‘황소채찍효과(Bullwhip Effect)5 ’를 일으켜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의 신용 파산을 가져왔다.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이 실물 경제를 마비시키고 직접적으로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왜곡, 위축시키고 있는 것과 달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6 는 연쇄반응과 도미노효과로 인한 시스템 붕괴라는 점에서 달랐다.

이처럼 고도로 통합된 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이지만 충격을 받으면 전체 시스템이 붕괴해버릴 수 있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반면, 공장, 조직 단위 또는 공급원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결합할 수 있는 모듈식 시스템은 통합 시스템보다 복원력 측면에서 유리하다. 도요타(Toyota)의 주요 브레이크 밸브 공급업체가 몇 년 전 큰 화재로 전소됐을 때, 매우 상이한 부품들이었음에도 공급업체 간 교차 생산 능력이 있어 며칠 만에 공급망이 회복됐다. 이는 공급 시스템을 단기 및 장기 모듈화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③ 필수적 다양성(Requisite Diversity)이란 자연 생태계에서도 자주 보이는, 다양성을 활용한 주요 회복 전략 중 하나다. 다양성은 기업 조직 내 광범위한 이해관계자의 필요와 이해를 정확하게 반영해 더 나은 결정을 끌어내며, 위기가 닥쳤을 경우 리스크 종류에 따라 가장 적합하고 필수적인 옵션 선택을 가능케 한다. 단, 현 상황의 리스크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떤 종류의 다양성 옵션이 가장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다양성 위기관리의 관건이다. 다양한 대안을 개발하고,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는 특정한 전략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것 역시 좋은 예다. 특정한 환경에 맞춰져 있는 전략에 모든 것을 걸면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전략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는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몰입이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잘못된 방향이나 목표에 몰입하면 새로운 방향이나 목표로 나아가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두 번째 범주는 통합적 리질리언스(Integrative Resilience)다. 기업 조직과 외부 환경 간 복잡한 상호연계를 이해함으로써 조직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고, 이를 경영 위기관리에 반영하는 전략이다.

④ 다중 상호작용(Multi-scale Interactions)이란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 가족, 도시, 국가 같은 주체들이 각각 서로 다른 규모로 상호작용하듯이 기업 또한 가치사슬의 외부화로 이해관계자가 점차 확대되면서 외부 환경 변화와 이해관계자와의 역학관계에 유기적으로 적응하고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업 가치망에 속한 외부 환경과 이해관계자는 서로 다양한 방면에서 예측하기 힘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부 요소가 아닌 통합적인 상호작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DBR mini box Ⅱ ‘유니레버의 울트라 로지스틱(UltraLogistik): ‘만약’이 아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위기에 대응하라(Prepare for WHEN, not IF)‘ 참고.)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의 복잡성과 상호의존성으로 일련의 사건들이 다른 사건에 어떻게 파급되고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기가 훨씬 어려워졌기 때문에 ‘다중 상호작용’에 대한 고려는 더욱 중요하다. 다시 말해, 전체를 보기 위한 훈련, 즉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가 필요해졌다.

시스템 엔지니어들은 강력하게 얽혀 있고 동조화된 시스템의 각 부분이 실제로는 상호 의존적이고 분리하기 매우 어렵다고 정의한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멈추게 하거나 통제, 관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원자력 발전소 사고, 항공기 추락, 대정전 사태, 초대형 산불과 같은 재앙적 사고들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시스템의 구조로부터 초래되는 피할 수 없는 ‘사고’는 결국 강력한 동조화(coupling)와 비선형성 때문에 일어난다고 강조한다.7 이런 재앙들은 대부분 복잡한 연쇄반응을 촉발하는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되고, 시스템 내에서 통제하려고 하다 오히려 복잡성이 더 커져서 악화되곤 한다. 소규모 정전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전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서 결과적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던 북미 대정전 사태, 잡목에 붙은 조그만 화재를 진압하려던 것이 결국 대형 산불 재앙으로 번진 캘리포니아 산불 등이 그 예다. 이처럼 강력하게 동조화된 시스템에서는 얼핏 합리적인 해결책으로 보이는 것이 때로 엄청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⑤ 문턱효과(Thresholds)란 어떤 패턴, 특히 수학적 파생의 연쇄 고리로 순환 연결된 패턴이 일정 수위를 넘어서면 갑자기 그 증가세가 폭발적으로 커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물이 100℃가 되어야 끓고 1℃라도 낮으면 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계점을 넘어야 비로소 효과가 발생하는 이치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이 이러한 문턱효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위기에 직면했다. 아직도 미래 경영전략이나 계획을 수립하는 데 이를 반영하지 않는 기업들도 많다. 오늘날의 글로벌 리스크는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순간 걷잡을 수 없는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문턱효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이를 미래 경영계획 수립 시 묵과해서는 안 된다.

⑥ 사회적 결속(Social Cohesion)이란 위기의 시기에 기업이 사회적 자본에 의지하게 되는 점을 이용한 전략이다. 결속을 활용해 조직 회복력을 강화하고 위기 상황을 완화해주는 위기관리 장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업은 커다란 충격과 스트레스에 빠진 산업, 경제 및 사회 시스템 내 주요 이해관계자라는 것, 즉 기업의 ‘뿌리 내림(착근성, Embeddedness)’,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공급망이나 비즈니스 생태계를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는 기업들은 그 영향력이 앞으로도 계속 제한적일 것이다. 다른 회사의 이익을 희생하거나 무시하고 개별 기업만을 위한 대응책은 장기적으로 큰 불신을 불러오고 결국 해당 비즈니스에 손실을 가져온다. 반대로 역경의 시기에 고객, 비즈니스 파트너, 공중 보건 및 사회 시스템에 대해 복구를 지원하는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잠재적인 선의와 신뢰를 창출할 수 있다.

030


DBR mini box II

유니레버의 울트라 로지스틱(UltraLogistik):
‘만약’이 아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위기에 대응하라(Prepare for WHEN, not IF)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은 더 복잡해지고 넓어지며 길어지는 추세에 있다. 그런데도 생산 및 비용 효율에만 최적화된,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기생산방식인 저스트인타임(JIT) 운영은 변치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 글로벌 무역의 폭발적 성장 (2) 제품, 서비스 유형의 증가 (3) 다양한 기술, 더 커진 복잡성 (4) 본질적으로 취약한 시스템 (5) 다이아몬드 형태의 공급망 구조와 산업 클러스터로 인한 공급업체 집중 문제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는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와 같은 운영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전천후로 지상과 공중에서 비행기들의 복잡한 이동을 조정하는 공항의 관제탑처럼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급망 컨트롤타워는 기술, 인력, 진행 절차가 모여 있는 중심지로 공급망에 대한 데이터를 포착하고 그것을 사용해 더 나은 장단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400억 유로 규모의 식품 및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는 2009년 폴란드에 울트라 로지스틱(UltraLogistik)이라는 사내 조직을 만들었다. 유니레버의 유럽 지역 제품 수송 및 이동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울트라 로지스틱은 구매와 영업에 필요한 교통 관리를 일원화함으로써 공급망 비용 절약은 물론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의미하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이는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또한 가시성이 높아지면서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하에서의 많은 문제까지 조기에 포착할 수 있게 됐고 현재까지도 울트라 로지스틱 조직과 시스템은 운영 중에 있다. 사실 공급망 컨트롤타워는 일상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게 1차적인 목적이지만 비즈니스의 교란을 포착하고 사건/사고를 관리하며 대응을 조절할 때는 현장의 최전선에 서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컨트롤타워는 상설 비상 상황실이나 마찬가지이며 컨트롤타워의 직원들은 예기치 못한 부품 부족, 운송 교란(항구 폐쇄나 노조 파업 등), 사고와 같은 교란의 징후를 가장 먼저 포착하며, 그에 따라 물류의 이동 경로를 조정하고 대체 루트에 따라 제품을 받아야 할 시설과 해당 고객에게 알리는 등의 위기 대응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게 된다.

참조/인용: The Power of Resilience: How the Best Companies Manage the Unexpected, Yossi Sheffi (The MIT Press), [글로벌 공급망과 리스크관리]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해법 찾아야 DBR 280호 (2019년 9월 Issue1) [인사이드&인사이트] ‘저스트 인 타임’→‘저스트 인 케이스’로… 글로벌 공급망 공식이 바뀐다, 동아일보 김현수 기자 (2020년 2월18일)

실제 대규모 재해와 재난으로 인해 사회, 경제, 인프라 중단이 발생한 상황에서 P&G, GM, AT&T, T-Mobile 등 미국 기업들은 어려움에 처한 지역사회, 고객 등 이해관계자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주요 공급업체의 재료 또는 부품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곤경에 빠진 공급업체를 도왔다. 이러한 공급업체와 소비자 사이의 협업을 통상 ‘수직적 협업(vertical collaboration)’이라 지칭한다. 그뿐만 아니라 경쟁사도 같은 공급망 범위에 속해 있으므로 서로 도와 회사가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공동으로 하는 ‘수평적 협업(horizontal collaboration)’으로 복구와 정상화를 가속하기도 했다.

032


세 번째 범주는 전환적 리질리언스(Transformative Resilience)다. 회복탄력성이란 반드시 위기 이후 원점으로 돌아오는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리스크 완화를 위해서는 때때로 기업 조직이 자체적 변혁을 도모해야 하며, 변혁을 거부하면 외부 요인에 의해 강제로 변화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전환적 리질리언스는 여기에 방점을 둔 위기관리 전략이다.

⑦ 분산 혹은 다극화된 지배구조(Distributed or Polycentric Governance)란 내부 변혁에 필요한 전략이다. 기업 조직의 권한이 분산되거나 다극화된 체계는 비효율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위기 상황으로부터의 회복력을 신속히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구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노어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어떻게 조직이 이렇게 여러 층위로 겹쳐진 형태의 거버넌스를 통해 변혁에 필수적인 적응력을 구축하는지 기술하기도 한다.

⑧ 예지력(Foresight)이란 ‘예측(Forecast)’과는 구분되는 용어다.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돼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팻테일 리스크'의 경우 과거 데이터만을 기초로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다양한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예지력’을 발휘하면 발생 가능한 미래에 대처하면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 정유사인 로열더치셸그룹(Royal Dutch Shell)의 ‘시나리오 플래닝 분석 기법’이다. 로열더치셸그룹은 지금까지도 복잡한 상상력과 예지력을 요구하는 미래 시나리오 개발의 선두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2년 셸은 에너지 미래에 대한 6가지 시나리오를 개발했다. 이 중 미래에 석유 공급이 중단돼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유가 안정세가 장기간 유지되던 당시만 해도 납득이 어려웠으나 개발 1년 만에 현실이 됐다. 1973년 1차 오일 쇼크로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기업들도 큰 위기에 당면했으나 셸은 이 상황을 발생 가능한 미래로 예견하고, 잠재적 경영 리스크로 관리했기에 다른 기업들에 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렇듯 ‘예지력’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위기관리 전략의 하나다. 셸은 오늘날도 미래 에너지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5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에너지 시나리오를 정례적으로 개발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⑨ 혁신과 실험(Innovation and Experimentation)도 경쟁업체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변화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위기 상황 시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외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조직 경계에서 벗어나 때로는 ‘불편한 영역(uncomfortable territory)’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전략이다.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세상 모든 기업이 직면하는 가장 큰 위협이지만 잘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연례적인 원가 절감에 사로잡혀 스스로 정체하게 되는 위험이다. 글로벌 경쟁, 기술적 진보, 사회적 책임 기준 변화, 규제 등에 직면한 기업은 진부화된 제품과 사업 부문을 교체하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추구해야만 한다.

DBR mini box III
리스크 큰 일에 도전할 때, SIPOC을 기억하라

대양 항해나 사막 횡단, 중요한 기업의 인수 혹은 신규 시장 참여 등 매우 리스크가 큰 일을 준비할 때 수행하는 분석 과정 중 하나인 SIPOC이라는 기법을 소개한다. SIPOC은 공급자(Suppliers), 투입 자원(Inputs), 프로세스(Processes), 산출물(Output), 고객(Customers)의 약자다. 형태,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조직은 SIPOC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 운영의 핵심 의존 요소들을 정의할 수 있다. SIPOC 분석은 식스시그마, 린(Lean) 생산방식, 전사적 품질관리(Total Quality Management) 등 글로벌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품질과 프로세스 개선 방법론에서 비롯됐다. 제품 생산 또는 서비스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되며, 이를 통해 시스템 전체 관점에서 모든 기업 활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SIPOC 분석을 통해 기업은 붕괴되거나, 악화되거나 혹은 위협이 될 수 있는 영역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 있다. 또 프로세스상에서 존재하는 특정한 취약성을 사전에 식별하고 잠재적인 영향을 측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SIPOC 분석은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준다.

• 필수 생산요소를 제공하는 공급자는 누구인가? 우리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예를 들어, 핵심 공급업체나 해당 공급업체의 협력사의 재무 상태)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가? 이 공급업체가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 요소 없이 우리 회사는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 특정 고객에의 매출 비중이 어느 정도이면 의존도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는가? 10%? 15%? 20%? 핵심 고객이 이탈하거나 파산하면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프로세스의 각 단계에서 발생한 투입 혹은 산출의 부족이나, 중단 혹은 품질상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어떤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가? 최우선적 필수 투입 자원과 산출물은 무엇인가? 관련된 위협과 기회를 파악하고 인식하고 보고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 각 단계에서 공급업체의 협력업체와 해당 고객의 고객의 영향까지 어떻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가? 관련 이상 징후에 대한 어떤 조기 경보나 감지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가?

1. 기업의 핵심 의존 요소를 나열하라(Describe the enterprise’s key dependencies)

a. 주요 공급자는 누구이며 무엇을 공급하는가?(Critical suppliers? What do they supply?)
(1) 자본(Capital)
(2) 부품(Components)
(3) 인프라(Infrastructure)
(4) 상품(Commodities)
(5) 전문 지식(Expertise)
(6) 기타(Other)
b. 핵심 인력은 누구인가(Key people?)
c. 핵심 프로세스, 시스템, 설비는 무엇인가(Critical processes, systems, and facilities?)
d. 핵심 생산품, 제품, 서비스는 무엇인가(Key outputs, products, and services?)
e. 각 생산품의 내•외부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Key customers - internal and external - for each output?)

2. 핵심 의존 요소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How long can the enterprise survive without this critical dependency or dependencies?) 예를 들어,

a. 대출 한도, 운전자본, 최근 신용등급(Lines of credit? Working capital? Current credit rating?)
b. 핵심 부품/원재료(Key components/commodities?)
c. 핵심 인력(Key personnel?)
d. 핵심 설비(Key facilities?)
e. 핵심 시스템(Key systems?)
f. 핵심 제품 또는 서비스(Key products or services?)
g. 핵심 고객(Key customers?)

그리고, 생존력을 시간, 일, 주, 월 또는 연 단위로 측정할 수 있을까?

참조/인용: [극한 상황과 비상경영] SIPOC Analysis 기법 DBR 97호(2012년1월 Issue2)

‘넥스트 노멀’ 시대의 기업 면역 체계, 리질리언스를 키워라(Enterprise Resilience: Boosting your Corporate Immune System)

럼즈펠드 장관의 일갈로 유명한 ‘Unknown Unknown’은 사실 2001년 9월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을 그 누구도 사전에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주제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 3곳이 파산하고 세계 최대 보험회사 AIG가 파산 직전까지 갈 것을 예측한 나심 탈레브의 베스트셀러 『블랙스완』 전체를 관통한 주제가 됐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 요소는 무엇일까? 공기, 물, 음식이다. 인간은 공기 없이 3분을, 물 없이 3일을, 음식 없이 3주를 버틸 수 있다고 한다. 기업의 경우, 공기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자금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한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들에 무엇이 있는지도 정의 내려야 한다. 필수 요소 없이 얼마 동안 우리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 즉 최대로 허용 가능한 수준은 어디까지이고, 어느 정도의 비상 상황(level of contingency)까지 대비해야 하는가? (DBR mini box Ⅲ ‘리스크 큰 일에 도전할 때, SIPOC을 기억하라’ 참고.) 이런 고민 역시 리질리언스가 뒷받침돼야 의미가 있다.

이러한 역량을 점검하고 확보하기 위해서 필자는 실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생존을 위해 우리 회사가 어떤 대응과 조치를 해야 하는지 임직원이 모두 모여 모의훈련을 한번 수행해 볼 것을 권한다. 워크숍과 모의훈련을 준비하면서 아홉 가지 리질리언스 렌즈, 고신뢰조직의 다섯 가지 특징, 비즈니스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기업 생존의 필수 요소를 찾는 SIPOC 분석,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기업 취약점 등 앞서 제시한 사항들을 적용해보는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우리 회사에 맞는 방어기제와 면역 체계를 수립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The Global Risks 2018 - Resilience in complex organizations, World Economic Forum
2. https://reports.weforum.org/global-risks-2018/resilience-in-complex-organizations/
3. Turbulence: A Corporate Perspective on Collaborating for Resilience, Amsterdam University Press - A resilience lens for enterprise risk management by Resilience Action Initiative (RAI) with Interviews of Dow, DuPont, IBM, McKinsey & Company, Shell, Siemens and Unilever
4. [맥킨지 칼럼] 코로나19 이후 ‘넥스트 노멀’ 7가지 : Thoughts on the shape of the next normal, ‘新 비즈니스 질서’ 따라잡는 리더가 살아 남는다, 2020.04.27. 중소기업중앙회 편집국
5. http://news.kbiz.or.kr/news/articleView.html?idxno=66675
6. [BCG 헨더슨 연구소 칼럼] ‘회복 탄력성’ 키우는 마중물은 소통•혁신•상상력•협업•도전 : Emerging Strategy Lessons from COVID-19 2020.04.20. 중소기업중앙회 편집국
7. http://news.kbiz.or.kr/news/articleView.html?idxno=66451
8. When and How Should Leaders Retool for a Post-Coronavirus World? CEOs are learning from Apollo 13 and alpine-style mountaineering
9. https://www.bain.com/insights/when-and-how-should-leaders-retool-post-coronavirus-fm-blog/
10. [Crisis management] We Need Imagination Now More Than Ever by Martin Reeves and Jack Fuller, HBR, April 10, 2020
11. https://hbr.org/2020/04/we-need-imagination-now-more-than-ever


필자소개 류종기 IBM 리질리언스 서비스 실장 yjongk@kr.ibm.com
필자는 기업 리스크 관리, 리질리언스 분야 전문 컨설턴트로 20년 이상 경영 컨설팅, 연구 및 집필 활동을 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리질리언스, 기업 위기극복의 조건(The Power of Resilience: How the Best Companies Manage the Unexpected)』과 『리스크 인텔리전스: 불확실성 시대의 위기 경영(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Creating the Risk Intelligent Enterprise)』이 있다. 딜로이트 기업리스크자문본부에서 디렉터를 맡았으며 현재 IBM Resiliency Services의 Subject Matter Expert이다. DBR 객원 편집위원으로 활동했고 미국리스크관리협회 리스크관리전문가(RIMS-CRMP) 자격을 가지고 있다.

DBR mini box IV
마른행주 쥐어짜는 비용 절감 그만…전사적 관점 가지고 우선순위 정해야

전 세계로 확대된 코로나19의 여파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건 서비스업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제조업계 역시 심각한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수요 침체, 글로벌 공급망 체계의 균열과 셧다운으로 제조업 운영 모델에 큰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대격변의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삼는 기업에는 새로운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제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원가 구조 혁신은 특히 중요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제조 기업들은 언제나 지속적인 원가 혁신을 통해 시장을 장악해 왔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 제조업체들이 명심해야 할 원가 구조 혁신 원칙에 대해 소개하겠다.

1. 개별 부서 차원이 아닌 전사적 차원에서 원가 혁신을 추진하라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 중에 주기적으로 원가 절감 노력을 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부서별 핵심성과지표(KPI)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원가 절감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더 이상 개별 부서의 노력에 의한 부분적 비용 최적화(local cost optimization)에 머무르는 것으로 만족해선 안 된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에서의 근본적 원가 혁신을 통해 전체 비용 최적화(global cost optimization)를 꾀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계에 도달한 기업이라면 경쟁사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영업, 연구개발(R&D), 생산, 구매 등을 통합시킴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SK케미칼과 삼양사는 각각 적자 사업이었던 합성섬유 부문을 떼어 50대50 비율로 합병해 별도 합작사인 휴비스를 만들어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설비 전문화를 고려한 제품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통해 원가 절감은 물론 기업가치까지 개선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사적 차원의 원가 구조 혁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최고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앞장서 원가 절감 프로그램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전사적으로 모든 부서가 협력해 힘을 합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핵심 부서 및 인력에 전폭적인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2. 이상적인 생산원가 구조를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개선 목표를 설정하라

국내 기업에서 원가 절감 활동을 펼칠 때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명확한 목표도 설정하지 않은 채 ‘마른행주까지도 쥐어짠다’는 식으로 무턱대고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것이다. 원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필요한 일은 현황을 파악해 현재 수준에 대한 기준점(baseline)을 세우고, 원가/품질/생산성 관점에서 구체적인 개선 목표(hurdle)를 설정하는 일이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낭비와 결함이 없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에서의 생산원가 구조(이론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론치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경쟁사 대비 필요한 원가 절감 수준을 벤치마킹해 주어진 시간 내에 달성 가능한 목표치라도 도출해야 한다. 비효율이 존재하지 않는 ‘이론치’와 문제가 많은 ‘현재 원가 구조’ 간의 격차를 한정된 기간 안에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원가 구조 혁신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개선 목표를 수립한 후에는 부서별 목표를 분담하고, 각각 해당 목표를 책임지고 달성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개선안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이때 단일 부서 차원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기능팀(cross functional team, CFT)을 구성해 부서 간 원활한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각 부서에서는 개선 과제별 다양한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잠재 효과와 타당성에 기초해 가설을 세워 문제 해결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가령, 국내 석유화학 기업인 A사는 원가 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주력 제품의 최대 생산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산, 동력, 구매 등 여러 부서가 협력하는 전담팀(CFT)을 구성하고 개선안을 도출했다. 구체적으로, 석유화학 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원료와 화학물질 및 에너지 사용량을 제품 톤당 글로벌 업계 최저 수준(이론치)으로 낮추기 위해 3개월 내에 달성해야 하는 부서별 목표 수치를 도출하고, 이를 부서별로 달성해 나가도록 했다. 이에 따라 관련 부서들은 세부 개선과제(예: 주요 설비 수율 개선, 한계설비 병목 제거, 설비 신뢰도 향상, 스팀 사용량 절감 등)를 정해 가설에 입각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렇게 체계적인 계획과 접근하에 원가 절감에 나선 결과 A사는 석유화학과 소재 부문에서 3개월간 90여 건의 개선안을 도출해 160억 원의 비용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036


3.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함께 지속적인 원가 혁신에 나서라

아무리 현업 부서에서 좋은 개선안을 만들어낸다 해도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필자는 분명한 성과가 나올 게 확실한 원가 절감 개선안도 회사 내 관행이나 일종의 금기, 성역을 이유로 사장되는 경우를 숱하게 목격했다. 가령, 소재나 부품을 특정 협력업체로부터 다년간 공급받아 온 경우, 건강한 ‘협력’이 아닌 부적절한 ‘유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원가 절감은 물론 사업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런 개선안이 “협력업체를 변경해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당신이 책임질 것인가?”라는 임원진의 질문 하나로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또한 부서별로 도출된 원가 절감 개선안은 안건별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 매주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동시에 원가 절감 프로그램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게 둬서는 안 된다. 원가 구조 혁신의 근본적 이유는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기업의 근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프로그램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원가/품질/생산성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개선이 이뤄지도록 임직원들을 이끌어야 한다. 가령, 자재가 적기에 조달되지 않아 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기던 문제를 공급업체 관리를 통해 해결하고, 프로세스 재설계 및 효율화 작업을 통해 생산량을 증대하는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면 추후 지속적인 고도화 작업을 통해 보다 효율적,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

4.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라

향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자들의 영향이 팬데믹 이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환경보호와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원가 절감으로 인해 사회적 가치가 훼손된다면 궁극적으로 경제적 가치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는 원가 절감 방법론에 ESG 이슈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다. 심각한 품질 실패 비용 증대가 원가 절감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듯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앞으로 기업들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해양 투기가 금지되면서 석유화학, 식품 제조 공장의 환경 폐기물 처리 비용은 급격히 상승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해결 공법이 속속 개발되며 실제 기업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폐기물을 매립하거나 단순 소각하는 게 아니라 이를 재활용하거나 재사용함으로써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실현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한 중소기업의 경우 화학공장의 슬러지를 혐기성 반응조 처리를 통해 메탄가스와 바이오매스 첨가물로 환원해 LNG가스 대체와 바이오매스 발전 효율을 증대시키는 사업 모델을 지자체와 공동 추진하고 있다. 기존 기업들도 환경 비용을 관리할 때 순환경제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것을 권한다.

필자소개
유찬 맥큐스 대표 cyoo@mcqsinc.com
유찬 대표는 MIT에서 전자공학 학사 및 핵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맥킨지앤드컴퍼니(시카고 및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지난 2000년 경영 혁신 전문 컨설팅 회사 맥큐스를 설립,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경쟁력 강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스파크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저서로 『오너 DNA(공저)』가 있다.
문사인 맥큐스 파트너 simoon@mcqsinc.com
문사인 파트너는 고려대에서 산업공학과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다. PWC컨설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 맥큐스에서 국내외 유수 기업의 운영 혁신, 운영체계 구축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