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3. 대표적인 일본 장수 기업 도요타의 경영 전략

생산 시스템의 기본은 ‘생각하는 현장’
디테일과 소통에 강한 기업으로 내공 키워

294호 (2020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본은 세계적으로 장수 기업이 많은 나라다. 창업한 지 100년을 넘는 기업이 2019년 기준으로 3만3000곳에 달한다. 도요타자동차는 문을 연 지 100년이 넘은 대표적인 일본의 장수 기업 중 하나다. 도요타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개선을 거듭하는 ‘도요타식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경영진이 수시로 현장을 점검해 품질 불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전문 생산기술 관리자는 직접 협력사의 현장에서 협력사 근로자와 협업하면서 개선 방안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도요타에서는 각 담당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비밀로 하거나 숨길 수 없게 하고 있다. 모든 업무는 공식화하고 표준이나 노하우를 명확하게 했다. 이에 대해 동료, 상사, 부하들이 자유롭게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는 공정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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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에 장수 기업이 많은 이유
일본에는 100년 이상의 장수 기업이 3만3000개

일본은 세계적으로 장수 기업이 많은 나라다. 창업한 지 100년을 넘는 기업은 2019년 기준으로 3만3000개사로 집계된다(데이코쿠 데이터뱅크, 장수 기업 실태 조사, 2019년). 이는 전 세계에서 70%에 달하는 비중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신용정보 회사인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매년 1000개가 넘는 일본 기업이 창업 10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컨설팅업체인 ‘100년경영연구기구’의 조사에서도 일본의 장수 기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100년 이상 기업 중 일본 기업의 비중은 40%에 달한다. 이 업체들은 일본 기업 전체의 20%를 차지하며 일본 경제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에서 200년 이상 된 기업은 3937개, 500년 이상은 147개다. 1000년이 넘은 회사도 21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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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이처럼 장수 기업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100년경영연구기구는 장수 기업들의 공통점을 장기적 관점, 승계에 대한 결의, 우위성 구사, 분수에 맞는 점진적 성장, 장기적 파트너십, 재무안정성 등 6개로 정리했다. 역사적인 배경도 있다. 우선 일본은 섬나라여서 외세의 침략에서 자유로운 편이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사업 문화를 뿌리 깊게 내릴 수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장수 기업이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다. 사실 일본 장수 기업 중에서는 전통주인 사케의 명가인 월계관(1637년 창업) 등 일본 고유의 음식과 관련된 기업들이 많다. 그 이외에도 [표 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본식 여관, 주류 소매,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 소매 등 소비시장에서 장수 기업이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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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장수 기업은 일본 고유의 문화 속에서 지역에 토착하고 지역주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오랜 역사 속에서 의식주의 소비문화가 조금씩 바뀌는 데 대응해 왔다. 급격한 변화보다도 일본의 문화적인 전통을 계승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일본의 장수 기업은 대부분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영을 하면서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갑자기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기피한다. 예컨대, 전통 과자를 제조하는 기업에서 갑자기 매출이 늘면 차별화된 원료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손해를 보더라도 주문을 거절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 중에는 총리 같은 고위층 부탁이라도 특수 주문이나 사전 예약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 모든 손님은 동등하게 아침부터 줄을 서서 물건을 산다.

이들이 지역 사회를 배려하고 종업원을 존중하면서 고객과 오랫동안 교류하면서 견실한 기업 문화를 낳았고 이를 통해 일본 특유의 사회적 기반이 마련됐다. 일본 소비시장에서는 전통적인 문화의 가치, 오랫동안 존속해 왔던 기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일본은 외제 차나 외국 가전제품이 아무리 가성비가 좋아도 뚫고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한다.

또한 일본 장수 기업들은 위기관리에 대한 남다른 신념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일본은 지진, 태풍, 쓰나미 등 재해가 많고 공동체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자연, 사회 환경에 놓여 있다. 장수 기업들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위기관리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대체로 일본 장수 기업은 오너 가족이 경영하는 기업이 많으며, 이들은 가문의 존속과 사업의 번영을 위해 가훈에 기초하는 식으로 위기관리 노하우를 계승해 왔다.

예를 들면, 위기에 대비해 여유 자산을 축적하거나 고객을 분산한다. 금융기관과의 양호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나 사업 생태계 차원에서의 배려 등을 중시한다. 일본의 스미토모그룹 창업 가문에서는 ‘투기에 의한 이익을 추구하지 말자’라는 가훈이 내려오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이름까지 바꾸는 양자 제도가 있어 장수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경영자 승계에 있어 분쟁을 피하면서 때로는 사위 등을 양자로 들여 우수한 후계자로 발탁해 왔다(결혼 시에 남성이 여성의 성을 따르는 방식과 함께 결혼 신고와 처가 양자신고를 동시에 하는 방식이 있음).

물론 장수 기업의 경영은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지역, 종업원, 주주 등의 이해당사자를 동시에 배려하는 경영을 강조한다. 다만 장수 기업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영 이념이나 방침을 철저하게 실천한다는 특징이 있다.1

주류 회사인 월계관의 경우 회사 방침에 ‘사람의 평생을 소중히 한다’고 돼 있는데, 실제로 이 회사는 정년 퇴임자가 사망한 뒤에도 일정 기간 동안 회사에서 지원한다. 해당 종업원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심지어 종업원의 아들이 죽어 손자가 출석하는 일도 있다. 이와 같은 철저한 배려는 종업원들의 남다른 충성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2. 장수 기업 ‘도요타’의 본질
철저한 경영 이념의 실천

도요타자동차는 1937년에 문을 열었지만 도요타의 원류인 도요타방직의 공장은 1911년에 설립됐다. 일본 장수 기업 중에서 역사가 그리 오래된 편은 아니지만 도요타그룹은 일본의 대표적인 100년 기업이다. 현재 사장을 맡고 있는 도요타 아키오 씨는 제11대 사장으로 도요타 가문 출신이다.

도요타자동차가 제2차 세계대전, 고도 경제성장, 버블 붕괴, 리먼 쇼크 등 여러 가지 경영위기를 극복하면서 일본 최고, 세계 유수의 우량 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장수 기업처럼 경영 이념을 철저하게 실천했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개선을 거듭하는 도요타식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련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경영 기법을 철저하게 실천해왔다. 일본 경제가 버블에 휩싸였을 때도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지 않았다.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일본식 경영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주주자본주의가 강조되는 사회적 풍조에도 불구하고 일본식 경영을 대표하는 도요타의 독특한 경영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으로 성과를 거뒀다.

도요타는 미국, 유럽식 주주자본주의 경영을 도입해선 성과를 거두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현장을 중시하는 ‘도요타식 경영’을 더욱 개선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일본식 경영은 종신고용제, 연공서열, 기업 내 조합, 중소협력사와의 상생 등을 기초로 한다. 이 같은 경영을 내세우되 나태함으로 빠지지 않게 했다. 주주자본주의를 능가할 정도로 엄격한 규율로 단련하면서 경영을 혁신해 나간 것이다.

예를 들면, 도요타는 협력회사의 비용 절감, 품질 개선 목표를 엄격하게 설정해왔다. 협력사를 배려만 한다면 나태해지기 쉽고 경쟁력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 대신 도요타의 전문 생산기술 관리자가 직접 협력사의 현장을 찾아갔고 수 주 또는 수개월 동안 협력사의 현장 근로자와 협업하면서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주력했다. 협력사 현장 근로자로서는 파견된 도요타 직원이 까다롭다고 느끼긴 하지만 열심히 하는 이들의 모습에 감화돼 함께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점차 일체가 돼 개선 방안을 찾게 되는 사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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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도요타는 체험을 통해 생산 현장의 작은 개선을 거듭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 유럽 경영 방식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생산 공정이나 시스템을 대졸 엔지니어가 설계하면 현장 근로자는 이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 구미식 생산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장 근로자가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도요타의 현장 경영은 현장 능력을 강화하는 리더십과 종업원들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생산품의 불량 억제와 함께 업무 수행 방식 자체의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도요타에서는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고 점검하는 것을 중시한다. 현장에서 경영 간부로 올라오는 수치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현장에 가서 실제 제품을 봐야 불량의 원인이 되는 각종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원 등 관리자는 종업원의 각종 행동을 관찰하고 상황을 파악하면서 발생 가능한 문제의 징후를 감지하는 한편, 현장의 사기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중학교 졸업 학력의 기능직으로 부사장까지 승진한 가와이 미츠루는 “현장 관리는 목표를 잘 맞추고 있는지만 체크하는 것이 아니다. 종업원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하에게 상사가 자신을 잘 키워주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가 하면 나도 따라 하겠다’는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을 리더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와이 부사장은 본사 임원실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 감이 떨어진다며 집무실을 공장으로 옮기는 혁신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만큼 현장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인물이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기본은 ‘생각하는 현장’이다. 생각하는 종업원을 육성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도요타에서는 ‘과제를 줄 때 상사가 해답을 알아도 알리지 않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원 및 유도한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오오노 타이이치 도요타 전 부사장은 “상사가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일을 못한다고 부하를 매도하는 것은 ‘괴롭힘’이다. 끝까지 일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을 축적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한 기업을 만드는 도요타의 습관

현장을 중시하고 조직원 간의 믿음과 협력 속에서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도요타식 시스템은 매뉴얼을 읽거나 책상에서의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현장을 확인하고 직원들은 배우려고 노력한다. 이런 실질적인 활동은 머리로만 알아서 될 일이 아니다.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며, 이는 곧 습관으로 정착된다. 사실, 도요타가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습관 때문이다.2

도요타에서는 4가지 습관이 강조되고 있다. 첫째, 현장의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찾아내는 습관이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조직이나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고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도요타 종업원들의 습관이다. 이를 위해 도요타의 상사는 사고나 문제점을 보고하는 부하를 비난하지 않고 문제점을 보고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기존의 관행이나 업무 방식을 항상 투명하게 설계해 허점을 쉽게 분석할 수 있게 만든다.

요타에서는 각 담당자가 자신의 노하우를 비밀로 하거나 숨길 수 없게 하고 있다. 모든 업무를 공식화하고 표준이나 노하우를 명확하게 한다. 동료나 상사, 부하들이 자유롭게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종업원들은 해당 업무를 왜, 그렇게 하는지의 핵심 포인트를 명확하게 알고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업무의 핵심 포인트가 잘 보이면 개선점을 찾기가 쉽다. 이같이 도요타에서는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는 것은 일로 보지 않는다. 항상 일은 문제점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도요타는 2배, 10배의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 각 개인에게 주어지는 과제를 잘 분담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1%, 2%의 작은 개선을 위한 명확한 목표가 제시된다. 이를 조직적으로 결집해 큰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작업자가 부품을 찾으러 가는 발걸음을 3보 줄이면 1초가 단축되고 이러한 성과를 60명이 거든다면 작업 시간을 1분 단축할 수 있다. 도요타에서는 아무리 잘 돌아가는 조직이라도 수년 동안 작업 방식이나 표준이 바뀌지 않으면 그 자체가 문제로 인식된다.

둘째, 현장의 힘을 높이는 습관이다. 현장의 힘을 높이기 위해서는 종업원의 교육으로만 대응할 수 없으며 시스템의 개선이 강조돼야 한다. 도요타는 작업자가 실수하지 않도록 하는 현장 시스템 구축에 각별히 주력하고 있다. 인간은 실수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이러한 실수를 시스템적으로 억제하거나 사소한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중요하다. 한 예로, 화장실 근처에서 지게차와 작업자가 충돌하는 사고가 빈발할 경우 통로에 장벽을 세워서 사람이 급하게 나오지 못하게 한다. 도요타는 직원에게 주의를 강조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통해 실수를 막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이는 팀의 습관이다. 도요타에서는 A3 용지 한 장에 현상 파악, 문제해결책, 효과 정착 방법 등을 표시해 보고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방대한 자료 작성에 인력을 낭비하는 것을 억제하고, 요지를 명확하게 해 활발한 토론을 유도한다. 또한 팀의 기동력을 높이고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일을 없애기 위해 지식을 공유하고 모든 직원이 다양한 능력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요타에서는 작업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근로자 간에 작업 시간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서로 확인,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개선점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사무직에서도 숙련자와 초보자의 업무 처리 시간을 비교해보면 단순한 엑셀 스킬 하나에서도 시간차가 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도요타는 항상 팀원들의 업무량을 비교하고 일이 적은 사람에게 일이 돌아가도록 해 팀 전체의 가동률이 올라가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내 이벤트, 스포츠 행사, 근무 시간 내 커뮤니케이션 타임 등을 통해 서로 개인 및 가족 사정까지 포함해 모든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개방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넷째, 인재를 육성하는 습관이다. 사실 상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자신이 없어도 조직이 차질 없이 잘 돌아가도록 리더를 육성하는 데에 있다. 자신의 분신을 육성하는 것이 도요타의 습관이다. 회식에서도 리더는 1차만 참석하고 자신의 분신이 2차 모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육성을 위해 부하의 포지션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과제를 부여해 고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가능하지 않지만 어려운 과제를 통해 인재가 육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일을 지시할 때 그 배경까지 잘 설명하고 부하가 납득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업무 개선 아이디어를 모집하면 직원별로 능력 차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근로자의 경우에도 발전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상사가 방법을 가르쳐주며 조금씩 목표 수준을 올리며 육성해볼 수 있다.

통상 많은 기업에선 맡은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인재가 승진한다. 따라서 현재 위치를 유지하기만 하는 사람은 어딘가 업무 능력이 모자라다는 뜻이 된다. 반면, 도요타에서는 현재 업무뿐만 아니라 한 단계 위 포지션의 능력을 미리 갖도록 한다.

강한 위기의식에 기초해 낭비 방지

도요타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도요타가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100년 동안 끈기 있게 개선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수 기업들이 남다른 위기의식과 대응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도요타의 위기의식은 도요타자동차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경영 위기를 겪은 데서 비롯됐다. 당시만 해도 도요타자동차는 보잘 것 없는 공장이었고 일본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판매 대금을 회수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로 인한 자금난 속에서 노사분규까지 심해져 결국 1950년,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 사장이 퇴진하는 고배를 맛보기도 했다. 이렇게 경영 초기에 겪은 위기 경험이 오늘날 ‘도요타 은행’이라 할 정도로 방대한 내부 유보금을 축적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를 통해 각종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위기관리 경영을 구축할 수 있었다.

1950년대의 일본 경제는 거대 자동차 회사가 군림했던 미국 경제에 비해 왜소하고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 능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도요타자동차로서는 판매대수가 적고 규모의 경제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를 낮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낭비를 없애는 도요타식 생산방식이 진화했다.

도요타식 생산방식은 도요타방직 창업자인 도요타 사키치의 장자이자 도요타자동차 창업자인 도요타 기이치로가 ‘각 생산 공정이 물 흐르듯이 원활하게 연결되고 재고나 낭비가 없는 공장을 만들자’는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현장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개선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됐다.

생산라인의 문제는 즉시 해결하고 전방 공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후방 공정으로 전가해 불량한 중간 생산품을 양산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현장 근로자가 라인을 일시 정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러한 권한은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의 생산 현장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는 ‘파격’이었다. 미국 공장에서는 현장의 근로자가 생산라인을 정지시키는 것은 금지돼 있을 뿐만 하니라 심각한 해고 사유가 되기도 한다.

훗날 도요타가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에 도요타 공장을 세울 때 미국인에게 도요타식 생산 시스템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도요타의 일본인 공장장들은 공장 라인 정지 신호를 보낸 미국인 근로자에게 직접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도요타 조직문화의 정착에 주력했다.

이와 같이 도요타 생산 시스템은 정립된 이론이나 사장의 강제적 명령이 아니었다. 현장의 문제, 낭비를 없애기 위해 영원히 개선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정착될 수 있었다. 근로자의 작업을 관찰하고 불편한 동작, 힘든 부분을 추출하면서 보다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자나 기계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작은 개선을 거듭하기도 했다. 도요타는 고가의 기계를 도입해 개선을 거듭한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돈이 들지 않는 개선을 거듭했고 이를 중요시했다. 3

도요타의 이 같은 혁신문화는 노사화합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저스트 인 타임’이나 ‘가이젠(개선)’이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것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인간을 도요타가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강점은 이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는 인재와 이들의 협업을 효율적으로 촉진하는 기업 문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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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식의 혁신 가속화

도요타는 여러 장수 기업처럼 자사의 강점, 방식을 끈기 있게 추구하면서 큰 방향 전환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글로벌화 전략에서도 도요타식 생산 시스템을 고수했다. 사실 도요타의 경쟁자인 닛산자동차가 해외 생산을 포함한 글로벌 전략에서 앞서나간 측면이 있었다. 대신 전략적 변화를 결정하면 혁신 전략을 철저하고 대범하게 추구했다. 2000년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 도요타는 글로벌 전략을 가속화했다. 2002년에 책정한 ‘글로벌 비전 2010’에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 15%를 목표로 설정했다. 도요타자동차는 2001∼2006년 사이 프랑스, 중국, 체코, 미국 등에서 새로운 자동차 조립공장을 가동했다. 2007년 해외 생산 거점 수는 10년 전에 비해 1.5배 확대됐다. 도요타그룹 전체의 글로벌 생산대수도 2000년 594만 대에서 2007년 950만 대로 확대됐다. 막대한 생산 능력과 함께 세계 각 공장에서 대규모로 원가 절감에 주력한 결과다. 당시 원자재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자동차는 규모의 경제에 힘입어 원가 절감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었다.

CASE 혁명에 본격적 대응

한 번 방향을 정하면 과감하게 도전하는 도요타의 전략적인 특징은 최근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소위 CASE(Connectivity : 연결, Autonomous : 자율주행, Shared : 공유, Electrified : 전동화) 혁명이라는 100년 만의 구조적인 혁신을 거치고 있다. 도요타는 원래 자동 브레이크를 비롯해 운전자를 보조하는 자동차의 기능 고도화에 주력해 왔다. 최근 자율주행 트랜드가 확실해지면서 인공지능(AI)에도 주력하고 있다. 구글 등과 경쟁하면서 차세대 자율주행차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일본 기업 대부분이 AI 응용 및 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도요타는 미국계 IT 기업이나 중국의 바이두 등 글로벌 AI 강자 사이에서 AI의 기초 기술에 대한 투자 전략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도요타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거점인 TRI(Toyota Research Institute)를 설립하면서 CEO에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출신 로보틱스 기술의 대가인 길 프렛(Gill Pratt)을 기용했다. 2020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구글, GM, 테슬라 등과 경쟁하면서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투자 여력이 있는 현시점에서 AI 분야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도요타는 이 간격을 줄이지 못하면 자동차 산업의 재편 과정에서 하청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연구자를 두고 세계적으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도요타는 AI 연구에서 앞서는 MIT, 스탠퍼드대 연구소와 제휴하면서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길 프렛의 인맥을 동원해 로보틱스 부문장(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가) 등 우수 인재 확보에도 주력했다. 또 MIT의 시뮬레이션, 자율주행 등을 연구하는 교수진, 미시간대의 Mapping, 센서 및 인식 기술 교수진 등을 영입해 TRI의 자율주행 AI 연구팀을 강화했다.

2018년 도요타는 이 TRI의 기초 기술을 응용해 각종 소프트웨어나 자율주행 관련 선행 제품을 개발하는 TRI-AD(Toyota Research Institute Advanced Development)를 일본 도쿄에 설립했다. 구글에서 발탁한 제임스 커프너(James Kuffner)를 영입해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인 Arene 등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에 있다. 여기서는 도요타식 생산 시스템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는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도시 속에서 기능하게 하면서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공공 교통, 셰어 서비스 등을 망라한 MaaS(Mobility as a Service), 개인용 이동 수단, 로봇, 스마트홈, AI 등 도요타의 각종 기술과 시제품을 실제 도시 환경 속에서 실증하기 위한 모델 도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즈오카현의 히가시후지에 있는 공장부지(약 70.8만㎡)에 우븐(Woven City)이라는 인공 도시를 만들고(2021년부터 착공 예정) 도요타의 자율주행차 등을 활용한 서비스를 실제로 시행할 계획이다.

일본의 장수 기업은 오랜 전통을 유지해 존속해 왔지만 시장과 산업의 급변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도요타는 일본 장수 기업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관행에만 머물지 않고 혁신해온 것이다. 사실 과거 도요타도 도쿄 출신의 유능한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본사가 있는 나고야에서 근무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핵심 AI 거점을 미국이나 도쿄에 두고 일본인 소프트웨어 기술자에게도 도쿄 근무를 허락하는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과거의 도요타 기준으로는 파격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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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육성된 리더가 결국 장수 기업 비결

도요타의 강점은 도요타식 생산 시스템(TPS, Toyota Product System)에 의해 뒷받침돼 왔다. 그런데 그것 못지않게 도요타 TPD(Toyota Product Development)도 강점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를 매료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동시에 생산 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었다. 제품개발 과정에서 작업하기 쉽고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제품 및 부품 구조를 개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4

TPD의 기초는 CE제도(Chief Engineer)에 있다. 결국 사람이 장수 기업의 조건인 ‘혁신’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재료라는 것이다. 제품의 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 CE(부장급)가 연구, 설계, 생산, 판매, 홍보 등 제품의 모든 과정에서 주도성을 발휘해 각 부문의 임원보다 강한 재량권을 발휘한다. 제품의 개발 추이에 따라 순차적으로 각 부문에서 우수 인원을 지명해 프로젝트팀을 가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CE가 제품개발을 위해 도요타의 모든 조직과 정보를 활용해 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매출과 이익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

CE는 제품 개발 초기에 목표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의 매력과 성능, 가격 등을 기획해 제품을 구상한다. 제품의 기획•개발 및 제품 개발에 관한 모든 결정과 결과, 나아가 매출•이익, 시장점유율 등에도 책임을 진다. 단순히 기술이나 생산만 아는 것이 아니라 판매, 홍보, 디자인, 유행 등 인문학적 지식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고객이 선호하는 최근 가속감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고 이를 엔진이나 차체 기술로서 해석할 뿐만 아니라 최신 부품기술 정보를 기초로 최적이면서 가장 저렴한 제조 방법을 구상한다. 또 어떻게 홍보하면 좋을 것인지 등을 CE 혼자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 기간 중 중요 부품에서 기술 개량이 있을 때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이를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지도 바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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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는 모든 부문을 파악하는 직무 경험을 축적하며 육성되며, 사실상 사장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도요타 제품은 CE의 이름과 함께 통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발에서는 CE를 경험한 임원진 등 여러 명의 CE 경험자가 우치야마다 CE(현 회장)를 지원하는 체제로 구축됐다. 즉, 도요타의 경쟁력인 TPD는 CE의 육성이 핵심 과제다. 이들은 여러 분야의 전문 지식에 정통하며 목적 달성에 필요한 영역을 단기간에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식과 소통 능력을 고루 갖춘 이 같은 리더가 결국 장수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들이 기업의 DNA와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발생시키는 시너지가 100년 기업을 잇는 튼튼한 동아줄로 사용되고 있다.


필자소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임자문위원 jplee@lgeri.com
필자는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 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 미래부 미래성장동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일본식 파워경영』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