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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고객보다 한 걸음 먼저 도착하려면

김현진 | 291호 (2020년 2월 Issue 2)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가 2018년, 1733명의 C레벨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혁신을 꾀한 기업 중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경우는 11%에 그쳤습니다. 글로벌 CRM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닷컴의 조사 결과는 이보다 야박합니다. 지난해 이 기업이 실시한 조사 결과, 80%의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했지만 이에 성공한 기업은 3% 미만에 그쳤습니다.

큰 포부와 함께 시작한 혁신이 실패에 이른 까닭은 무엇일까요. 일단 서둘러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조직 구조를 바꾸는 정도로는 기존 관행에 익숙한 조직문화가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변화에 저항하는 ‘체인지 몬스터’들의 존재도 좌초의 원인이 됐습니다. 다양한 실패 요인들은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오해’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에 방점을 두다 보니 오프라인에 존재했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옮겨 담거나 소비자 트렌드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하는 정도로 혁신을 단순 해석(translate)하는 데 급급했고, 고객들이 이전에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transform)하는 핵심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콘퍼런스 ‘드림포스 2019’에서 DBR 취재진이 만난 브렛 테일러 세일즈포스닷컴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Translate(해석)’와 ‘Transform(전환)’을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비즈니스 사상가인 데이비드 로완의 신간, 『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Non-Bullshit Innovation)』에 소개된 기업 HSC를 ‘translate’ 대신 ‘transform’을 시도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소개할 만합니다. 매년 4200만 개 이상의 요리용 팬을 파버웨어, 실버스톤 등의 브랜드로 출시하는 요리 기구 업체 ‘메이어’의 사내 스타트업인 이 회사는 소비자 트렌드를 ‘해석’해 매년 새로운 색상의 팬을 출시하는 대신 아마존 출신 엔지니어와 미슐랭 스타 셰프 출신 직원이 함께 개발하는 스마트 쿠킹 요리 기기로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을 꾀했습니다. 팬의 바닥 부위 센서는 아이패드 앱, 가열기와 함께 작동하며 요리 재료 및 조리 단계에 맞는 최적의 온도를 구현합니다. 이 기업이 만드는 가치는 ‘더 예쁜 냄비’가 아닌 ‘서비스화된 부엌’으로 전환됐습니다.

혁신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너무 뻔해 보이기에 오히려 많은 기업이 간과하는 ‘혁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맥킨지 분석 결과, ‘목표 및 우선순위 설정’은 혁신의 여정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확률을 1.7배로 증가시키면서 성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스포츠용품 및 의류 업체 언더아머를 이러한 디지털 목표 수립의 ‘잘된 예’로 꼽을 만합니다. 이 기업은 ‘목표(to-be)’ 모델을 ‘커넥티드 피트니스(connected fitness)’로 정하고 단순한 의류 회사에서 탈피해 업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에 센서를 부착해 운동하는 동안 모바일 기기를 통해 바로 건강 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하면서 고객들의 삶의 여정에 보다 깊숙이 다가간 것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혁신은 이미 비즈니스 업계의 화두가 된 지 오랩니다. 하지만 혁신이 보편화되고 상향평준화까지 이뤄지는 시대에, 나름의 혁신 전략이 제대로 순항하고 있는지, 시행착오를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리더십, 실행법 및 구체적 사례 등을 국내외 주요 기업에서 관련 전략을 직접 지휘, 실행하고 있는 전문가들을 통해 생생하게 공유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의 최종 ‘비전’이 무엇인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면 “기업은 원하는 미래에 한 걸음 더 먼저 도착해 고객을 맞이해야 한다”는 세일즈포스 창업주 마크 베니오프의 교훈도 한 번 더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


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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