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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2020년, 성공의 역사를 기원하며

이영면 | 288호 (2020년 1월 Issue 1)
경제는 항상 어렵다고 한다. 2020년은 정말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 경제전망이 녹녹한 적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매번 어려운 경제 전망을 뚫고 한강의 기적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 번째, 4차 산업혁명이 기술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가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스피드 공장으로 유명했던 독일과 미국의 아디다스 신발 공장이 문을 닫고, 중국과 베트남에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확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사람을 별로 사용하지 않기에 인건비 문제가 없어서 독일과 미국으로 돌아와 공장을 세웠던 아디다스는 대량 생산에의 한계, 유통·관세비용 등 기술 외적인 문제로 공장 문을 닫았다. 4차 산업혁명을 기술 혁명으로만 이해하면 장애물을 만나고 좌초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두 번째, 미·중 무역 분쟁이다. 사드로 인한 중국의 견제로 어려움에 처했던 우리 경제는 이제는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전방위적인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한일 간 갈등도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직접 컨트롤할 수는 없다. 여건, 역량도 부족하다. 다만 외적인 요인, 즉 예상하기 어려운 이슈에 대해서도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남의 탓만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존에 우리는 주로 재무적 리스크, 유동성 위기 등에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 이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글로벌 차원의 정치적 환경 변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심 증대, 산업재해나 유해물질 배출사고 등 예상하기 어려운 사건들로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전방위적인 예방적 리스크 관리와 신속한 사후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셋째,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루는 경영이다. 우리는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고 정부 정책도 바뀐다. 한동안은 ‘빚내서 집을 사라’고 했는데 이제는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전혀 대출을 받을 수가 없다. 이번 정부는 초기에 노동 존중의 정부를 강조했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최대 52시간 근로시간 실행, 부당 노동 행위에 대한 최고경영진 형사처벌 등 강도 높은 노동 존중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또한 기업들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일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정부와 불가근불가원의 정책 중립적인 경영을 펼쳐야 한다. 헌법 제119조에서 보는 대로 우리 경제는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지만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이 존재한다. 상식에서 벗어나는 경영을 했다가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속가능경영, ESG, Tripple Bottom Line 등 기업 수명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개념과 경영방식이 끊임없이 화두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쉽게 말하면 장수 기업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르침과 함께 300년을 이어간 경주의 최부잣집, 건전한 경영을 통한 사회헌신을 평생 신념으로 생각하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유일한 박사 등이 오래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윤리적 유전자를 잘 발현시켰기 때문이다. 2020년도 기업에는 어려운 한 해로 다가올 것 같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그랬던 것처럼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성공의 역사를 이어갈 것으로 믿는다.


필자소개 이영면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차기 한국경영학회장)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MBA를 마친 후 1992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노사관계/HRM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윤리경영학회장과 한국인사조직학회장을 역임했으며, 2020년 3월부터 한국경영학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자문위원, 일자리위원회 일터혁신TF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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