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삼성전자 비스포크가 냉장고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냉장고 용량이나 에너지 효율과 같은 스펙에 집중하는 생산자 중심의 관점을 고객이 냉장고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만족감 등 수요자 중심의 관점인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으로 전환해 냉장고를 ‘Re-design’했다. 2. 고객이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직접 냉장고 모델과 냉장고 문 패널 색상과 소재 등을 선택, 구성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인화했다. 3. 기존 제품 생산 시스템에 고객 주문방식(Build to Order)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대량 고객 최적화’를 달성했다.
사실 산업혁명이 기계적인 엔진에서 시작했다고 한다면 인류의 라이프스타일 혁명은 전기 엔진인 ‘모터’의 발명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모터가 발명되면서 사람들은 공장에서 사용되던 여러 기계를 소형화할 수 있게 됐다. 세탁기, 건조기 등이 대표적인 예다. 1920년, 프레온 가스를 냉매로 사용하면서 가정에는 또 다른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바로 냉장고 보급의 시작. 음식의 부패를 막아주고 병균의 번식을 억제해주는 냉장고는 이제껏 가정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최초로 냉장고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때는 1965년이다. 이때부터 냉장고의 진화는 ‘성능’과 ‘크기’에 집중됐다. 얼마나 온도를 잘 유지할 수 있는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 가족의 기본 단위로 여겨졌던 4인 가족이 충분히 쓸 수 있는 크기와 수납공간을 갖췄는가 등을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경제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주방 공간이 넓어졌고 저장하고자 하는 음식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냉장고의 크기와 구조도 함께 변화했다. 실제로 국내 가전 회사들은 지속적으로 냉각 기술과 최대 용량 개발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 냉장고는 1문형 형태에서 양쪽으로 문을 열 수 있는 2문형, 더 나아가 3문형, 4문형 형태로까지 발전했다.
최근 이 흐름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더 이상 소비자들이 냉장고의 성능과 크기에 집중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집밥’을 해 먹는 사람들이 줄면서 큰 용량의 냉장고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냉장고 제조 기술이 일정 수준까지 도달하면서 소비자들은 냉장고 성능에 대해선 차별점이 없는 것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그 대신 냉장고의 디자인, 집안과의 조화 등에 더 많은 가치를 뒀다. 이 변화의 흐름을 간파한 것이 삼성전자가 2019년 6월 새롭게 내놓은 냉장고 비스포크(Bespoke)가 최근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이다.
윤명환
- (현) 서울대 휴먼인터페이스 소장
- (현) 공과대학 미래융합 최고과정(FIP) 주임교수
- ㈜하이터치 연구개발 실장
- 포항공대 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