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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AI와 스푸트니크 모멘트

김현진 | 285호 (2019년 11월 Issue 2)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 집무실에서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한 2017년 12월31일. 화면 너머로 보이는 그의 서가에 꽂힌 두 권의 책이 언론의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미국 워싱턴대 페드로 도밍고스 교수가 집필한 『더 마스터 알고리즘(The Master Algorithm)』과 미래학자 브렛 킹이 쓴 『증강현실(Augmented)』. 둘 다 인공지능(AI)을 다룬 책입니다. 그 가운데 도밍고스 교수의 책은 ‘모든 분야와 지식을 아울러 인류의 진화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머신러닝의 탄생’을 주요 메시지로 다뤘습니다. 2030년까지 미국을 뛰어넘어 글로벌 최강자가 되겠다는 복안으로 매년 6조 원 이상의 정부 지원을 쏟아붓는 중국의 ‘큰 그림’이 시진핑의 서가에 숨어들어 있었던 셈입니다.

AI와 관련한 최신 동향을 다룬 이번 호 DBR 스페셜 리포트에는 안면인식 및 빅데이터 기술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중국 기업 사례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최근 미국을 바싹 추격하며 강력한 경쟁자로 뛰어오른 중국에 미국 기업들도 본격 견제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중국은 그렇다면 언제부터, 왜 AI에 집중하게 됐을까요. 구글차이나 사장을 지낸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리카이푸의 해석이 가장 참신해 보입니다. 그가 쓴 『AI 슈퍼파워』에 따르면 2017년 5월,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에 무릎을 꿇은 바둑 대제 커제의 눈물은 바둑 종주국인 중국의 국민들에게 ‘스푸트니크 모멘트’적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란 1957년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패배감을 경험하게 된 당시 미국 사회의 모습에서 비롯됐습니다. 즉, 기술 우위를 확신하던 국가나 기업이 후발주자의 우월함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는 순간을 뜻합니다.타이밍도 절묘하게, 커제가 알파고에 불계패를 당한 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중국 정부는 글로벌 AI 혁신의 선두에 서겠다는 큰 계획을 밝혔습니다.

중국 AI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추정한 리카이푸의 분석도 재미있습니다. 그는 미션 중심(mission-driven)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양(陽)의 문화’를 자랑한다면 철저히 시장 중심(market-driven)인 중국의 스타트업 문화는 ‘음(陰)의 문화’라고 말합니다. ‘순수한 혁신’으로 인류를 구하겠다는 미국의 사업가들과 달리 중국의 창업가는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에 집중한 결과 오히려 유연하고 실속 있게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는 분석입니다.

DBR은 2017년 7월1일자(228호) 스페셜 리포트 ‘AI in Practice’를 통해 AI의 창의력, 챗봇 활용 방안 등을 짚은 바 있습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AI 선진국을 이끄는 대표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된 것이 가장 눈에 띕니다.

이에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에 적용할 만한 혜안을 찾는 기회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특히 안면인식 정보와 고(高)성과 설계사들의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AI가 ‘관상’을 봐서 직원을 선발하고, 보험 청구자의 진술 시 표정, 안면근육 경련 등을 분석해 보험 사기를 막는 등 밸류체인 전반에 AI를 접목할 중국 핑안(平安)그룹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또한 셀프주유소에 진입한 운전자가 주유구를 여는 동시에 담배를 꺼내 든다면 현장에서 이를 찍는 카메라와 AI가 상황을 식별해 주유 펌프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에너지 기업 셸의 사례도 인사이트를 줍니다. 체크인과 호텔 시설 이용을 안면인식으로 할 수 있게 한 항저우 소재 페이주부커 호텔 등 서비스 영역에서 AI의 적용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해 보입니다.

인권 침해, 일자리 감소 등 AI를 둘러싼 부정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AI가 ‘음’으로든, ‘양’으로든 인류를, 한 단계 진보시킬 ‘바로 그 기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라는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피해 전진하기 위한 해답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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