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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과 리스크 관리 ②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해법 찾아야

요시 셰피 | 280호 (2019년 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의도적 공격’에 의한 공급망 리스크는 최대의 충격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에 맞춰 인위적으로 단행된다는 점에서 자연재해보다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정치, 국제 정세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통상 미래를 예측하는 데 사용되는 표준 예측 기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럴 때 기업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리스크 대응책으로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추천한다.

편집자주
본 아티클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관리 및 리질리언스 분야 석학인 MIT대 요시 셰피 교수와 DBR이 인터뷰를 진행한 뒤 기사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인터뷰 내용 검토 및 정리에 류종기 IBM Resiliency Services 실장이 도움을 줬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정치·외교적 갈등에 따른 무역 제재와 같은 ‘사건’은 기업 공급망에 있어 변화, 그것도 ‘큰돈이 드는’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다음과 같은 대응 방식들을 고민하게 된다. 먼저 부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제품, 서비스 가격을 지금처럼 낮게 유지하는 전략이다.

또 다른 기업들은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부품 공급자들과 재계약을 맺는다. 실제로 예상치 못한 극단적 사건은 계약 조건을 다시 조정할 수 있는 ‘불가항력’의 범주로 정의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즉, 이윤이 줄어들더라도 제품 가격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음을 감내하면서 가격을 높일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사실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후자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더욱더 불확실해진 외부 환경

정치·외교적 리스크는 비즈니스 환경에 큰 불확실성을 일으킨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중 무역분쟁, 그리고 최근 고조되고 있는 한일 무역 갈등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범위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사실 시장이 불확실해졌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투자 감소(결국 적시에 투자하지 못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기업의 미래 비용 증가로 이어짐)를 의미한다. 투자 위축, 투자 유보 등의 부작용도 야기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은 미래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기업이 떠안게 되는 비용이 늘어나고, 이것이 소비자 가격 상승, 소비자의 생활수준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특히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불확실성에 취약하다. 사실 애플, 스타벅스, 페덱스 같은 대기업들은 관세와 중국 경제의 둔화를 이유로 성과 전망을 낮추면 되지만 중국과 미국의 수많은 소규모 기업은 당장 생존의 위험에 처해 있다. 브렉시트와 관련해서도 이미 영국의 생산물 가격 증가와 파운드화의 평가절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근대 역사상 가장 복잡한 글로벌 경영, 그리고 국제 정치 환경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촘촘히 복잡하게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 위에 비즈니스의 모든 과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만큼 불안정성에 취약하다.

현재 진행 중인 한일 간 통상 마찰이나 무역 보복 조치와 같이 국가 간 정치적 갈등이나 격변이 공급망 교란, 중단 등의 부정적 영향을 준 과거 사례도 사실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해상의 무인도에 대한 영토 소유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분쟁이 일자 중국인들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고, 2012년 6∼11월 사이 일본의 대중국 수출 물량이 17%나 감소했다. 2014년 중국 정부가 베트남과의 영토 분쟁 해역으로 자국 석유 시추 장비를 이전한다는 결정을 발표한 직후 성난 군중들이 베트남에 있는 외국계 공장들을 점거, 약탈하면서 전 세계 제조업체들의 생산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독일 정부가 스페인산 오이 수입 금지를 발표하면서 식중독 공포가 야기됐고 2011년 스페인의 과일·야채 수출 업체는 주당 2억 유로 정도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더욱 복잡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이해하라

공급망을 교란시키거나 중단시키는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 기업과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급망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개별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공급업체, 공급업체의 공급업체, 그리고 서비스 제공업체로 구성된 공급망은 다음 다섯 측면을 가지고 있다.

1.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부품 (공급망의 ‘What’)
2. 부품의 공급업체 네트워크 (공급망의 ‘Who’)
3. 부품, 제품의 제조, 조립, 유통 장소 (공급망의 ‘Where’)
4. 자재, 정보 및 현금의 흐름 (공급망의 ‘Flow: How things move’)
5. 공급망 각 단계에서 저장·처리되는 자재, 부품, 완성품의 재고 (공급망의 ‘Where things sit’)

이러한 공급망의 다섯 측면에는 각각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 물론 이와 더불어 세계 경제의 상호 연계성이 확대됨에 따른 취약성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금융이나 보건 이슈를 포함, ‘전염성’이 강한 사건들은 종종 인적 네트워크와 밀접하게 연결된 공급망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산업재해, 테러 공격으로 인한 비즈니스 중단과 달리 글로벌 위기는 여러 국가와 다양한 산업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큰 충격을 끼친다.

글로벌 위기에는 거의 모두가 영향을 받지만 그중 약하고 덜 준비돼 있는 기업일수록 더 큰 고통을 받게 된다. 공급망을 교란하거나 중단시키는, 즉 공급망 리스크를 야기하는 요인 중 ‘의도적인 공격’에 의한 비즈니스 중단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이번 일본의 통상 제재 역시 다분히 의도적인 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 공급망에 충격을 주는 의도적인 공격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중단이나 사고와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째, 공격자는 일반적으로 최대의 충격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항만 노동자는 가장 물동량이 많은 크리스마스 전날 파업으로 공격 시점을 정한다. 둘째, 상대적으로 대비 태세가 가장 약한 대상을 목표로 한다. 허리케인이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는 영향을 받는 대상의 대비 태세나 보호조치 등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대비하기가 어렵지만 발생 가능성을 예측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은 더 복잡해지고 넓어지며 취약해지는 추세에 있다.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포함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커지게 하는 주요 원인은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글로벌 무역의 폭발적 성장: 원가 절감을 위한 아웃소싱 방식의 증가, 정부 및 규제 당국 등 점점 많은 참여자가 개입해 복잡성 증가.
2.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성 증가: 수요 예측 난이도가 높아짐. 과대, 과소 재고 및 고비용으로 이어짐.
3. 다양한 기술, 더 커진 복합성: 제품 복합성의 증가로 더 많은 공급업체가 필요해짐.
4.본질적으로 취약한 시스템: 컴퓨터를 통한 정밀한 재고 조정 등은 뜻밖의 사건에 더 큰 충격을 받음.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전략적 옵션

톨스토이는 그의 소설에 ‘행복한 가정은 대부분 많은 점에서 닮았고, 불행한 가족은 대부분 제각각의 핑계와 이유로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구절을 썼다. 이른바 ‘안나 카레니나’의 원칙으로도 불리는 이 말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중단 등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와 위기 상황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볼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원인에 의해 글로벌 공급망이 위기에 빠지게 된다는 뜻이다.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전략적 옵션을 세울 때는 ‘발생 가능성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영향을 줄일 것인가?’라는 두 개의 보완적인 접근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회사는 산업 규제를 준수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민감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또한 임직원과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중단이나 붕괴 이벤트 경향이 예상되는 상황(예를 들어, 홍수 범람 지역 또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 위치한 공급업체)을 예방·회피·완화시킴으로써 중단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 의도적인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사이버) 보안을 포함한 안전, 품질 및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예방 활동, 발생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활동으로 모든 리스크를 제거할 수는 없다. 더구나 예방 활동은 예측 가능하거나 알려진 리스크에 대해서는 적용 가능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는 없다.

둘째, 만일의 일에 대비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예비 재고, 예비 용량과 같은 선택적 자산을 보유하고 대체 공급 채널을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 공정의 유연화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에 도움이 된다. 대응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기업은 비상운영센터(EOC, emergency operations centers),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s) 및 비상보고 및 의사결정 절차를 미리 만들어둘 수 있다. 유연성을 증대하고 ‘만에 하나(just-in-case)’를 위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알려지지 않고 예상하기 어려운 위협에 대응하는 회복력을 가질 수 있다.



시나리오 기법: 확률보다는 가능성, 장기 변화에 대한 감지장치 만들기

물론 이런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과거에 비해 리스크와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한일 무역 갈등의 경우 한국 정부나 일본 정부 모두 ‘체면’상 먼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갈등이 봉합되기 쉽지 않은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서는 통상 미래를 예측하는 데 사용하는 표준 예측 기법(Standard forecasting techniques)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통상적인 기법들은 구조적으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미래가 진행될 것이라는 암묵적 가정에 기초하지만 무역 제재와 같은 국가 간 갈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개별 기업이 해볼 수 있는 리스크 대응책으로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구조화된 방법론을 기반으로 상세한 시나리오와 그 영향을 상상해보고 그런 시나리오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운용하고 성장시킬 것인지 전략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즉, 다양한 ‘만약의’ 미래 모습과 그 다양한 현실이 회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관리자, 임원진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검토하고자 하는 근본적 질문이 무엇인가 규명하는 일이 시나리오 기법 프로세스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물류회사인 UPS는
1997년 시나리오 기법 연습 훈련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경쟁적 환경에서 UPS의 글로벌 사업은 무엇이 핵심일지”에 대해 질문했다.
2010년에는 “2017년 세계시장 및 주요 지역시장에서 UPS의 미래는 무엇이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새 시나리오 기법 연습 훈련을 실시했다. 시스코는 2010년, “어떤 힘이 현재와 2025년 사이 인터넷의 형태를 결정지을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다음 단계는 몇 개의 시나리오를 만들거나 선택하는 일이다. 시나리오 기법은 여러 가지 다른 미래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촉발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따라서 복수의 상호 배타적, 분화된 시나리오를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2014년 UPS는 사업모델 개방성(독점적 vs. 집합적) 정도와 사업 환경(조화 vs. 혼돈)을 기준으로 나눠진 사분면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서 도출된 4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했다. 2010년 시스코는 세계 인터넷 인프라 정도 수준(제한적 vs. 광범위), 혁신의 형태(점진 vs. 돌파), 인터넷 사용자 행동(억제된 vs. 억제되지 않는)을 기준으로 나눠진 8가지 가능 시나리오에서 4가지 시나리오를 추려 들여다봤다.

기대한 예측으로부터 양적으로 아래, 위 몇 %포인트 달리 분산돼 있는 시나리오들을 상이한 시나리오라고 하지 않는다. 상이한 시나리오는 질적으로 다른 환경을 의미한다. 잘 만들어진 시나리오는 실제로 가능해 보여야 한다. 또 설사 그렇지 않을 경우라 하더라도 내적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회사가 새로운 미래에 생존하고 발전해 나가기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전략적 논의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또한 각각의 시나리오는 상세한 줄거리를 담고 있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뉴스 스토리 사례 제공 등을 통해 참석자들이 미래 세계에 빠진 것처럼 느끼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래를 위한 포럼(Forum for the Future)’과 함께 작업하고 있는 세인즈베리, 유니레버는 ‘소비자 미래’에 대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개발해 뒀다. 각 시나리오에는 7년간 주요 발전 시간표, 10개의 매트릭스별 변화 추세, 수십 개의 가상 제품, 미래 가능 세계의 생활·쇼핑 핵심 요소 묘사, ‘수지의 샴푸 스토리’로 불리는 가상 고객의 일상생활 등이 담겨 있다.

기업의 시나리오 기법 활동들은 수년, 수십 년 미래를 내다본 것들이다. 그 까닭에 보통 전술적 대응이 아니라 장기 전략, 자본투자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먼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시나리오 기법을 통해 정확한 양적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관리자의 시각을 확장시키고 조직으로 하여금 현재와 매우 다를 미래 모습에 대해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시나리오 기법 훈련의 귀중한 효익 중 하나다.



‘감지’는 시나리오 기법을 단순히 책상머리 훈련이 아닌 핵심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UPS는 1997년 시나리오 기법 훈련을 통해 브랜드화된 소비자 지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이에 2001년, 1억9100만 달러를 들여 경영난에 처한 MBE의 모회사로부터 4000여 소매 운송 지점 네트워크 MBE(Mail Boxes Etc.’s)를 매입했다. 이를 통해 UPS는 개선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다. UPS가 이런 조치를 취하자 경쟁사 페덱스는 24억 달러라는 큰돈을 지불하고 킨코스(Kinko’s)가 갖고 있던 1200개의 소규모 지점을 매입했다. 시나리오 기법 덕분에 UPS는 행동을 취하기 적절한 시기에 가능한 변화 및 기회를 인지할 수 있었다.

기업은 시나리오 기법을 통해 경제의 흐름을 예측할 수도 있다. 제조업이 아시아에서 북미, 유럽으로 돌아오는 기업 회귀의 가능성을 예로 들어보자. 중국의 노동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기업들은 미국, 캐나다 시장에 가까이 있는 멕시코를 선호하게 돼 중국을 떠날 수 있다. NAFTA 덕분에 멕시코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북미 국가에 큰 이익이 되고 있으며 수송비도 줄게 된다. 실제로 이렇게 해서 미국의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 기업들이 미국 내 신규 공장을 지을 것이고, 이를 통해 100만 개 이상의 제조업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추산한 보고서도 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의 새 무역 협정이 대륙의 성장을 재점화하고 EU와의 무역을 증가시킬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기업 회귀를 납기시간 단축, 서비스 개선은 물론 ‘메이드 인 아메리카’ 브랜드를 제공해주는 경쟁 우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들은 타당해 보이나 모두 그대로 일어난다고 보장된 사안은 아니다.

사실 시나리오 기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문이 바로 이 지점이다. 시나리오 기법의 목적은 기업회귀가 일어날지, 말지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신 기업들에 ‘미국 내 기업회귀 붐’ vs. ‘미 제조업 부문 위축의 확대’ 같은 매우 상이한 미래가 시사하는 바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들 문제에 대해 생각해봄으로써 기업들은 티핑포인트에 대한 감지장치, 즉 ‘센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어느 한 시나리오나 다른 시나리오 방향으로 세계가 변화를 시작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을 준비시켜 두는 것이다. 물론 환경의 질적 변화를 성공적으로 감지한다고 해서 그 변화에 대한 대응이 모두 성공적일 수는 없다.

학습하고 준비하는 기업,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넘어서라

제너럴모터스(GM)에서는 그간 GM이 겪은 대형 이벤트에 알파벳 글자를 가지고 프로젝트 이름을 부여하고 있다. ‘프로젝트 D’는 2005년 자회사 델파이의 파산 사태, ‘프로젝트 J’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프로젝트 T’는 2011년 말 태국 대홍수, ‘프로젝트 E’는 2012년 핵심 공급업체였던 에보닉 공장 화재, 그리고 ‘프로젝트 S’는 2012년 허리케인 샌디였다. 대부분 GM의 글로벌 공급망들을 심각하게 교란시키거나 중단시켰던 프로젝트들인데 이들은 GM 조직 내부에 돈으로 살 수 없는 학습의 기회를 제공했다. GM의 한 임원은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J를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솔직히 프로젝트 D를 경험하지 못했더라면 우리는 더 많은 위기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일단 한 번 위기를 겪고 나면 이후 모든 상황에 대해서 매우 창조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기업에 있어서 개별 위기대응 활동은 축적돼 향후 더 나은 대응을 위한 기술과 방법을 제공해줄 수 있다. ‘프로젝트 E’가 발생한 후, GM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공급업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보다 빠른 정보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빠른 대안에 대한 검증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학습하는 조직인 회복탄력적 기업들은 니체의 금언,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를 구현해내고 있다. 모든 개별적 사건들, 훈련, 위기일발, 우발 사건에 대한 시나리오 기법 등이 기업의 경계심을 고취하고 대응의 레퍼토리를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은 전례 없는 규모로 커지고 복잡해지고 있는데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은 적어지고 있다. 무한경쟁으로 인한 비용 절감, 주주 및 투자자들의 재무적 압박으로 기업은 추가 재고, 여유 생산능력과 같이 ‘만일’을 대비한 잉여 자산을 챙겨놓기보단 군살 없는 운영을 향해 지속적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 공급망 중단 사태는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사건이 돼 버렸다.

검은 백조와 창조적 파괴가 넘쳐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사실상 기업의 생존과 번영 모두 회복탄력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앞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리스크를 활용해 공급망 교란과 중단이 판매·시장점유·이익의 증가를 가져오도록 만들 수도 있다. 기업에 직면한 리스크와 위기가 ‘불타는 갑판(burning platform)’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중대한 변화(조직, 공정의 개선 등)를 실행할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다. 경쟁자에 비해 회복탄력성을 갖게 되고 더 효과적으로 파급 영향을 경감할 수 있다면 결국 그 기업은 산업을 지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연적·우연적·고의적 원인으로 인한 잠재 리스크와 발현되는 위기를 감지·예방·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공급의 지속성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성장의 기회를 최대할 활용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은 예측할 수 없는 중단에 직면한 경우에도 경쟁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도와준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회복해 돌아오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을 창출하는 활동은 공급망의 양방향에서 협력·조정·커뮤니케이션의 개선을 이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에 가능성이 풍부한 미래로 약진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필자소개
요시 셰피 MIT대 엔지니어링시스템학과 교수·MIT 트랜스포테이션·로지스틱스센터 디렉터 sheffi@mit.edu

참고문헌
1. MIT Sloan Management Review 위험가능성 인지부터 첫 피해까지... ‘발견리드타임’을 현명하게 보내는법, 요시 셰피 (DBR 189호, 2015년11월)
2. 극한 환경에서의 전략 ‘다이내믹 리질리언스: 민감성, 민첩성’ 창조적 파괴 시대의 생존 필수 비법, 류종기 (DBR 220호, 2017년3월)
3. 21세기 정치 리스크관리, Political Risk: How Businesses and Organization Can Anticipate Global Insecurity,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에이미 지가트(Amy Zegart) (HBR Korea 2018년5-6월 합본호)
4.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리질리언스! 기업 위기극복의 조건’ 요시셰피 저, 류종기 역, 프리이코노미북스, The Power of Resilience: How the Best Companies Manage the Unexpected, Yossi Sheffi, MIT Press, 2017
5. ‘완벽’한 리스크 관리, 때론 재앙이다, 로버트 S. 캐플런 (DBR 122호, 2013년2월) Managing risks : A new framework - Robert S. Kaplan, HBR, 2012
6. 리스크 인텔리전스 : 불확실성 시대의 위기 경영, 프레드릭 펀스턴, 스티븐 와그너 저, 딜로이트 기업리스크자문본부(류종기) 역, 한빛비즈,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Creating the Risk Intelligent Enterprise, Frederick Funston, Stephen Wagner, Wile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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