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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데이터 사이언스 의료’는 거스를 수 없는 미래

이은솔 | 278호 (2019년 8월 Issue 1)
얼마 전 ‘하버드 의대 교수, 한국서 엄마 위암 수술시킨 까닭’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언론에 실린 적이 있다. 위암은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암이고 한국에서 치료가 많이 이뤄지니 미국보다 한국에서 치료받는 게 낫다는 게 글의 요지다. 이처럼 우리는 본인 또는 가족이 질환에 걸리면 그 질환의 명의를 찾아 길을 떠난다. 경험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쌓인 경험을 체계화하고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분석한 결론을 ‘근거(evidence)’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면서 현대 의학은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의 태동이다. 특히 엄격한 환경에서 수행되는 임상시험의 결과는 높은 수준의 근거로 인정받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 판매 허가까지 이뤄진다. 그러나 임상에는 큰 비용이 소요되고, 극히 통제된 환경이라 실제 진료 환경과 차이가 있다. 또 개인의 특성이 무시되고 집단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의학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타난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가 그다음이다. 개개인의 유전체가 다르니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치료를 하자는 것이다. 이미 국내외에서 수많은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특히 연관성이 높은 ’암‘과 관련해서는 천문학적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다. 이 비용에는 유전체 분석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유전체와 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하기 위한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포함된다.

또 하나의 움직임은 실제 사용 데이터(real world data)를 활용해 실제 사용 근거(real world evidence)를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미국 FDA 및 다국적 제약회사가 이를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통제된 환경 아래에서 얻어지는 데이터 대신 일반 진료 환경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최대한 근거로 쓰자는 취지다. 앞으로는 이를 이용한 신약 허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단,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 이상적인 이야기지만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료기관용 시스템과 환자용 시스템이 연동돼 원하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정밀 의료, 맞춤형 의료, 실제 사용 데이터 획득, 이를 위한 플랫폼과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료기관의 환자 기록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도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 중이다.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기 위한 통계 및 AI 기술, 데이터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모바일 기술의 발전도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한다.

정형화된 데이터를 통제된 환경, 실제 사용 환경 등 다양한 조건에서 모은 뒤 통계, AI 등을 활용해 모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특성에 맞는 결과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거스를 수 없는 의료의 흐름이다. 데이터 중심 의료(data driven medicine)가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일반 가이드라인,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를 참고해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AI 등의 도움을 받아 환자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비슷한 진료 케이스에 대한 리스트를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 진료를 하게 될 것이다. 개인 역시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잘 이해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토대로 건강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과거엔 의학은 종합 예술로 불렸다. 의학 서적, 논문, 가이드라인 등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개인의 의학적 특성뿐 아니라 환자의 사회경제적 환경까지 고려해 진료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데이터 중심 의료는 개인의 특성을 우선 고려해 의료진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는 선순환할 것이고, 데이터 없는 진료는 상상하기 힘든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미래의 의료는 데이터 사이언스,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소개 이은솔 메디블록 대표

필자는 한양대 의대 학사와 울산대 의대 석사를 졸업하고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일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이 많아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고, 2017년 블록체인을 이용해 개인 의료 정보를 디지털 문서로 만드는 메디블록을 공동 창업했다. 현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혁신위원이자 디지털헬스케어 특별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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