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Market Strategy

21세기 경영전략의 화두 ‘신독(愼獨)’

275호 (2019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우버는 CEO의 부적절한 언행, 기업 차원의 탈법 행위, 성희롱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상장이 2년 이상 늦어지고 경쟁자에게 시장점유율을 상당 부분 빼앗기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평판 시장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튜링제약의 CEO는 ‘사회적 가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수익만을 추구하면서 이에 대한 비판에 안하무인 격으로 대처하다 예전의 범죄가 밝혀져 옥살이를 하기에 이르렀다. 기업들은 이제 투명하게 모든 것이 공개된다는 전제하에 의사결정을 하고 때론 정부 실패의 빈 공간에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정경유착’이 연상되는 ‘대관 업무’만이 기업의 비시장 전략이 아니다. 진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다시금 정립하는 것에서부터 비시장 전략은 시작된다.

편집자주
‘비시장 전략’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문정빈 교수의 ‘Non-Market Strategy’는 이번 회로 마칩니다.



우버와 정치적 진입 장벽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전 세계적인 충격과 당혹을 몰고 왔다. 기존 정치의 문법에 전혀 맞지 않는 그의 행동과 발언, 과거의 행적들로 인해 극심한 논란이 벌어졌고, 미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지금 세계는 미국 우선주의와 일방주의라는 새로운 흐름을 접하고 있으며, 이는 냉전 종식 이후 30여 년간 이어 온 세계화의 흐름이 역전됐음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기로 결정했고, 세계무역기구(WTO)로 대변되는 자유무역체제가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체제로 바뀌어 가며 기존의 무역협정들이 재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가성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전 세계적인 공급 사슬을 구축해야 하는 동시에, 본국 정부 또는 주요 진출국 정부의 압력에 맞춰 현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에 신경을 써야 하는 양방향의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서 기업들이 어떠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지 우버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우버(Uber)는 2009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회사다. 앱을 이용한 모빌리티 제공이라는 사업 모형을 대규모로 성공시킨 대표적인 회사이자 소위 말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선두주자로서 창업 후 10억 달러 기업가치 평가에 도달한 유니콘 기업이기도 하다. 한때 1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던 우버의 가치는 2019년 5월10일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7.62% 하락하면서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서비스망의 성격상 우버는 도시 단위로 운영되게 되는데, 그렇다면 우버는 어떤 도시에 진입하는 것이 유리할까? 이 질문에 대해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백용욱 교수와 공저자들은 2019년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1

우버나 그 경쟁자인 리프트(Lyft)와 같은 기업들은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이때 기존의 공급자들과의 충돌과 갈등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우버의 경우 택시회사 및 택시기사들의 저항에 직면했고 각종 규제로 인해 서비스 시작에 애를 먹었다. 도시에 따라서는 쉽게 도입된 경우도 있고 또 도입이 지체된 경우도 있다(한국에 진입을 시도했다가 철수한 것이 대표적 실패 사례다). 우버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의 300여 개 도시에 진입한 패턴을 보면 도시의 정치적 경쟁이 치열할수록 우버의 진입 시기가 빠른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도시의 시장직이 자주 바뀌고 재임기간이 짧을수록 우버가 진입하기가 용이했다. 이는 정치적 경쟁이 치열할수록 정치권이 유권자/소비자의 삶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정치적 독점은 기존 사업자들과의 유착을 강화해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을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포획이론’에서 지적하는 것과 같다. 이런 패턴은 작은 규모의 도시에서, 실업률이 낮은 도시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기존 사업자의 영향력이 더 클수록,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대한 절실함이 덜할수록 규제 장벽이 높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진입장벽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 동시에 혁신형 기업이 진출할 시장을 선택할 때 어떤 정치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 함의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기존 시장을 장악한 경쟁자가 정치 권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은 시장, 정치권력이 소비자이자 유권자인 대중의 여론에 민감한 시장, 대중의 필요가 절실한 시장일수록 진출에 유리함을 알 수 있다.



4개의 시장과 4개의 정체성

국어사전에서는 시장을 상품으로서의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이뤄지는 추상적인 영역이라고 정의한다. 기존의 경영 전략이 시장에서 이뤄지는 기업들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하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면, 비시장 전략은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포괄적인 사회정치적 환경으로 기업의 관심 범위를 넓혀 기회와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대응하고자 한다.

연재 초기에 기업이 경쟁하는 4개의 시장 모형을 제시하면서 4개의 시장 사이의 연관성을 논했다. 이후 우버, 대한항공 등의 사례들을 목격하면서 이 모형의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번 아티클에서는 4개의 시장이 대표하는 개인의 다중적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답을 해 보도록 하자. 정치·경제적인 존재로서의 나의 정체성은 내 행동 패턴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소비하고 생산하며, 투자하고 투표한다. 한국과 같이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성인은 모두 이상의 네 가지 행위를 일상적으로 수행하면서 살아간다.

소비와 생산은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직관적이고 명백하다. 투자와 투표에 대해서는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본인의 여유 자산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투자를 하는 인구도 매우 늘어났지만 현재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이 미래를 위해 저축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투자는 개인의 경제활동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주식과 채권, 현금과 부동산 등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들은 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을 비교적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 한편 본인은 자산가가 아니므로 투자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주거의 선택(자가 소유, 전세 및 월세), 저축 상품(예금, 채권 및 주식) 가입, 연금 가입을 통해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수동적 투자자들은 본인의 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투자자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투표는 선거로 대표되는 정치적 의사표현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고, 사안들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행위 전반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으며,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행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치 과정에 참여해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상의 네 가지 정체성(소비자, 생산자, 투자자, 유권자)이 발현되는 곳이 각각 최종 생산물 시장, 생산 요소 시장, 기업 통제권 시장, 평판과 정통성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네 가지 시장과 그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가 현대인이 가진 핵심적인 정체성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두 개 이상의 연관된 시장을 상정하는 모형을 일반 균형 모형(general equilibrium model)이라고 하는데 4개 시장의 연관성을 명시적으로 고려하는 이 모형을 경쟁의 일반 균형 모형(general equilibrium model of competition)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한편 우버에서 2017년부터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경쟁의 일반 균형 모형이 적용되는 또 다른 사례다. 일련의 성희롱, CEO의 부적절한 언행, 단속을 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 등이 드러나면서 평판 시장에서 경쟁력이 하락했고 이는 소셜미디어상에서의 #deleteuber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2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우버 앱을 지우고 탈퇴했고, 우버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2017년 초 80%에서 2018년 중반 69%까지 하락했다. 이로 인해 후발주자인 리프트가 반사이익을 얻어 10%대였던 시장점유율을 29%까지 끌어올리게 됐다. 직원들의 이탈도 잇달았는데 이직한 직원의 과반수가 회사와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를 이직의 원인으로 제시할 정도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2017년으로 예정됐던 주식 상장은 미뤄졌고, CEO 트래비스 캘러닉은 사임해야만 했으며 자연스레 기업 통제권 시장에서도 위기를 맞았다. 물론 2년이 지난 2019년 올해 상장이 되긴 했지만 타이밍을 놓친 탓에 생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장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윤리규범의 확립과 내부 통제 시스템 및 대관 업무 시스템 확립에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볼 수 있다.


튜링제약과 진격의 자본가

2015년, 마틴 슈크렐리(Martin Shkreli)라는 30대 초반의 젊은 미국인 사업가가 튜링제약(Turing Pharmaceuticals)이라는 회사를 차려서 다라프림(Daraprim)이라는 약의 제조 및 판매권을 획득했다. 다라프림은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감염증들을 치료하는 약물인데 1953년에 승인을 받아 2015년 당시 한 알에 13.5달러에 팔리고 있었다. 의사들과 몇몇 환자들 외에 들어본 적이 없는 이 약이 소위 ‘실검 1위’가 돼 2015년 8월 일약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사건의 발단은 이 약을 인수한 튜링제약이 가격을 한 알에 750달러로 무려 50배가 넘게 올린 것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인상에 놀란 소비자들이 항의했고, 일주일 뒤에 미국에서 최대 일간지인 USA투데이가 관련 기사를 실으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튜링제약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틴 슈크렐리는 여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위를 적극 변호하면서 자신은 자본주의의 원칙에 따라 회사의 이윤을 추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며, 한편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호화스러운 삶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이 일으킨 사회적 파문과 그에 따른 유명세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일관하는가 하면 자신의 트위터에서 의원들을 얼간이라고 부를 정도로 안하무인이던 그는 ‘국민 밉상 1위(the most hated man in America)’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결국 과거 투자은행에서 일할 때의 행적에 대해 증권감독국이 조사를 하게 되면서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됐으며 7년 형을 선고 받고 2018년 3월부터 복역 중이다. 튜링제약 사건은 기업이 평판을 도외시하고 소비자, 언론, 정부 등 중요 이해관계자들을 적으로 만들면서 단기적인 이윤만을 추구할 때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신독(愼獨) 경영

비시장 전략의 성공적인 실행을 위한 원칙에 대해 경제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근대에 이르기 전 사람들은 마을 공동체에서 경제 활동을 영위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이전 말과 마차가 주된 이동 수단이었을 때 이동의 속도는 기껏해야 시속 8㎞ 정도였고, 대부분의 사람은 태어난 마을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고 삶을 마감했다. 이러한 마을 공동체에서는 생산자 정보가 모든 소비자에게 알려져 있었는데 영어에 흔한 성들인 베이커(Baker), 스미스(Smith), 밀러(Miller), 테일러(Taylor) 등이 직업에서 유래했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마을 공동체에서 생산자가 소비자를 속이거나 부당한 거래를 하기는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공동체에서 평판을 잃게 되면 곧 생계가 끊기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전근대 마을 공동체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점차 해체되고, 도시가 경제 활동의 중심이 된다. 이와 함께 등장한 것이 생산자의 익명성(anonymity)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의 생산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게 됐고, 따라서 오로지 가성비에 따라서 소비 의사결정을 하게 됐다.

이처럼 상업의 발달과 초기 자본주의의 발전은 도시화와 그에 따른 생산자의 익명성 확산과 함께 진행됐다. 익명성은 생산자들에게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마을공동체에서라면 비윤리적으로 여겨져서 지탄받았을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도 열어 줬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거래할 때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신경도 쓰지 않는 것처럼 근대의 시장은 익명성을 바탕으로 성장했고, 익명성이 가진 부작용, 즉 신뢰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고안해 냈다.

시간을 달려 21세기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로 돌아와 보자.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계가 지구촌이라고 불릴 만큼 다시 시간적, 정서적 거리가 짧아졌다. 스마트폰을 가진 수십억 명의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동영상을 실감 나게 찍을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수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생산자들이 더 이상 익명성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이는 환경보호, 제품 안전, 작업장 안전, 차별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기업들이 저개발국에서 환경을 파괴하며 자원을 개발한 사례가 있었다고 해도 소비자들은 알기 어려웠고, 유명인들이 조세피난처에 비밀 계정을 만들어 세금을 회피한다고 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스마트폰과 무선통신으로 무장한 단 한 명의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불법, 탈법, 비윤리적 행위를 고발할 수 있고 엄청난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해당 기업은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한국의 경우만 봐도 삼성 갤럭시 노트 7의 폭발 문제나 남양유업, 대한항공 갑질 등 많은 사례가 몇몇 적극적인 이해관계자의 제보에서 시작됐다. 비시장 전략의 특징 중 하나가 경쟁자의 비용을 상승시키거나 경쟁자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의사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익명성이 사라진 변화된 경영 환경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고 자신을 방어해야 할지가 중요한 경영 전략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그 기본 원칙으로 『중용(中庸)』의 신독(愼獨) 개념을 제시하고자 한다. ‘군자는 홀로 있을 때에 더욱 삼간다(故君子愼其獨也)’는 의미에서 유래한 신독은 수백만 개의 눈이 기업 활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생존하는 데에 훌륭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익명성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는 의사결정과 활동을 투명하게 하고, 문제의 소지가 될 행동을 하지 않으며, 내부적으로도 항상 밖으로 보이는 모습과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만이 기업이 논란에 휘말리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유명세 테스트(publicity test)라는, “당신이 내리는 결정이 내일 아침 ‘뉴욕타임스’ 머리기사로 나갈 것을 가정하고 행동하라”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 식으로 다시 말하면 “포털 실검 1위 찍을 것을 가정하고 행동하라” 정도가 되겠다. 내가 한 행동이 세계만방에 알려져도 자신 있을 정도로 투명하고 떳떳하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이며,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고 끊임없이 훈련함으로써 그 경지에 도달하게 만드는 것이 기업 경영을 위해서도 절실하다고 하겠다.


연재를 마치며

2019년 1월21일 월요일은 미국의 인권 지도자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사이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관한 예산안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인해 미 연방정부는 폐쇄된 상황이었고, 애틀랜타에 있는 킹 목사 기념관 (연방 정부가 관리하는 국립역사공원)은 2018년 12월22일부터 닫혀 있었다. 킹 목사를 기념하는 연방 공휴일에 킹 목사 기념관이 닫혀 있어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백방으로 해결책을 찾았고, 결국은 애틀랜타에 지역 기반을 둔 델타항공사가 8만3500달러(약 1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 16일간 기념관을 임시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이에 따라 정치가 갈등의 조율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부의 운영이 비효율적이 돼 정부의 실패에 이르게 된다. 그에 따른 고통은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이를 완화하는 역할을 기업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델타항공으로서는 크지 않은 비용으로 상당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회였다. 또 큰 틀에서는 정부의 실패가 발생할 때 기업이 공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당연히 할 것을 요구받는다는, 변화된 정부와 기업의 역할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지금까지 기업의 대관 업무가 정경유착이라는 비판과 부패의 온상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기업과 사회가 윈윈하는 현명한 비시장 전략의 수립과 집행은 모든 기업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필자소개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 교수 jonjmoon@korea.ac.kr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Production and Operations Management』 『Journal of Business Ethics』 『경영학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