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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최첨단 은행의 구시대적 걸림돌 ‘대주주 심사’

전삼현 | 272호 (2019년 5월 Issue 1)
최근 인터넷 전문 은행들에 대한 IT 기업들의 추가 투자가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는 은행법상 4% 룰이 문제였는데, 올해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시행됐음에도 또다시 금융지배구조법상 최대주주 자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제정된 이유는 자산이 10조 원이 넘는 대기업이라고 해도 핀테크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IT 기업이라고 한다면 은산분리원칙에 예외를 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마도 법 제정 당시 입법자들이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일반 회사)에 대한 감독 및 규제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미처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이해된다. 금융회사란 고객의 돈을 관리·운용하는 것이 주된 업무인 만큼 금융당국의 감독과 규제가 엄격하고 특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 일반 회사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창출해야 생존이 가능한 만큼 특별한 규제와 감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일반 회사에 대한 규제와 감독은 금융회사보다 훨씬 덜 엄격하게 운영돼 왔다.

현행법이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2년마다 정기적으로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실시하는 반면 일반 회사에 대해서는 이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찌 보면 이번 사태는 일반 회사 당시 발생한 일을 두고, 금융회사 기준으로 규제하려는 데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IT 기업들이 인터넷 전문 은행에 투자하기 전에는 단지 일반 회사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 금융지배구조법상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앞으로 IT 기업들이 일반 회사로서 한 행위 때문에 2년마다 실시되는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되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제정된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위법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경미한 위법성을 근거로 인터넷 전문 은행의 미래를 막아버리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결국 법 제정 당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사소한 입법적 불비(不備) 가 우리나라의 신산업 인터넷 전문 은행 육성에 커다란 걸림돌이 돼 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2가지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는 인터넷 전문 은행의 대주주가 되기 이전 일반 회사로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한 것에 대해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적절한지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심사에서 부적격으로 판정되는 경우 해당 기업에 가해지는 불이익이 과도해서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와 인터넷 전문 은행의 영업건전성과는 관련성이 매우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IT 기업이 최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인터넷 은행 이용 고객과 투자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

둘째는 IT 기업들이 아니라면 누가 인터넷 전문 은행의 최대주주가 돼야 하는지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의 존재 이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인터넷전문은행법 제5조의 별표 규정을 개정해 일반 회사의 행위를 근거로 금융 제재를 가하는 제도적 오류를 개선해야 한다.


필자소개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필자는 숭실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대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숭실대 법학과 교수와 숭실대 대학원 IT정책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삼성증권의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금융전문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은행진입규제와 법』 『자본시장법 개론』 『성공적 창업(4차 산업시대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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