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평가 사례 분석: 수퍼빈

페트병·캔 수거 단계부터 재활용 자원 선별
그렇게 해서 줄어든 폐기물 처리 비용이 ‘사회적 가치’

270호 (2019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1. 소셜 벤처 수퍼빈(SuperBin)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
: 인공지능(AI) 기반의 빈 용기 회수기(RVM) ‘네프론’보급을 통해 현재 한계에 다다른 국내 재활용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

2. 수퍼빈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을 위한 핵심 임팩트 지표(Key Impact Indicator)
① 자원 순환 기여도: 재활용 폐기물을 기존 방식으로 수거해 소각·매립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순편익 대비 네프론(순환 자원 회수기)으로 선별 회수해 재활용할 때 들어가는 사회적 순편익 간 차이
② 재활용 공공 서비스 민간 위탁 운영 세출 감소분: 기존 재활용 공공서비스 민간위탁 운영 시 투입 예산과 네프론 도입시 재활용 폐기물 처리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 간 차이




2018년 상반기에 이른바 ‘쓰레기 대란’이라고 불렸던 ‘수도권 공동주택 폐비닐 수거 거부 사태’가 있었다. 사태의 원인은 중국이 폐비닐 등 일부 재활용 고체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발생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국내 재활용 업체들이 폐비닐 등 재활용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됐다.

쓰레기 대란은 국내 재활용 쓰레기 처리 과정에 대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활용 쓰레기 수거 과정은 크게 1) 지방자치단체에서 선별장을 직영하는 방식과 2) 주민들이 선별한 재활용 쓰레기를 민간 업체가 자율적으로 공동주택단지 등과 계약해 수거하는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쓰레기 대란은 두 번째 방식인 민간 업체의 수거에 문제가 생겨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가정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의 수거 및 선별은 지자체 직영 방식보다 민간 업체 수거 방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더욱 문제가 됐다.

재활용 쓰레기 선별 작업은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야만 하는 노동집약적인 일이어서 큰 이익을 내기 힘들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재활용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공공 지출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재활용품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맞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민간 업체의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쓰레기 대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생산→소비→소각/매립’의 선형 경제(linear economy) 시스템으로 이뤄진 현재 우리나라의 자원 순환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현 체제에선 쓰레기 분리수거가 재활용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소각과 매립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실질 재활용률이 낮고, 재활용 폐기물의 품질(순도)도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퍼빈(SuperBin)은 바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출범한 소셜 벤처다. (DBR Mini Box ‘김정빈 수퍼빈 대표 인터뷰’ 참고.) 수퍼빈은 인간이 사용하는 제품들이 재활용·선순환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기업 사명을 바탕으로 재활용 폐기물(순환 자원)을 회수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빈 용기 회수기(RVM, Reverse Vending Machine) ‘네프론(Nephron)’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다. 본 글에서는 수퍼빈의 사업 활동을 통해 실제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이를 위해 1) 사회문제 정의(Defining, 사회문제로 인해 고통받는 대상 규명 및 사회문제의 양상과 원인 정리) 2) 핵심 임팩트 지표(KII, Key Impact Indicator) 설정을 위한 모델링(Modelling,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성과 지표 선정) 3) 성과 측정을 통한 분석(Analyzing, 사회적 가치의 화폐가치 환산을 포함한 성과 분석) 4) 사회적 가치 평가 보고(Reporting, 평가와 의사결정을 위한 제언)의 네 가지 단계별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사회문제 정의(Defining)
수퍼빈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무엇인가?
수퍼빈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는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의 자원 순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기인한다. 즉, 현재의 재활용 분리수거 과정은 재활용의 관점이 아니라 소각과 매립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거 및 선별 과정에서부터 재활용 제품이 적절히 선별되지 못한다. 페트병이나 캔이 제대로 선별되지 못한 채 버려지면 일반적으로 다른 재활용 불가능한 폐기물들과 한꺼번에 분쇄돼 폐기물 고형연료(SRF)로 만들어져서 소각된다. 그 결과 불필요한 환경오염이 가중되고 재활용될 수 있는 제품이 적절하게 활용되지 못하면서 자원 낭비가 발생한다. 자원 순환의 관점이 부족한 데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퍼빈은 AI 기반의 순환 자원 회수기인 ‘네프론’을 제조·판매하고 운영하면서 재활용될 수 있는 캔이나 페트병을 ‘스마트’하게 선별해 내고 있다. 네프론의 AI 시스템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넣으면 돈이 되는 재활용품인지 아닌지를 가려낸다. 현 재활용 업체들이 쓰레기를 선별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하기 때문에 작업자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고, 사업장별로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네프론 같은 기계를 사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2. KII 설정을 위한 모델링(Modelling)
수퍼빈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수퍼빈의 핵심 사업은 일종의 재활용 자판기인 네프론 판매(대여) 및 서비스 운영이다. 네프론은 바코드와 모양 등으로 인식하던 기존 RVM 방식과 달리 AI 기반의 물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한다. 네프론에 재활용이 가능한 캔이나 페트병 등을 투입하면 AI가 선별 · 압착 · 저장함으로써 재활용 쓰레기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한다. 또한 수퍼빈은 지자체 등 고객에게 판매한 네프론의 운영 서비스도 제공한다. 네프론을 통해 수거된 재활용 가능한 페트병을 중간 가공물로 만들어 다음 단계의 재활용 업체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네프론 기기 판매와 운영 서비스, 순환 자원 판매가 수퍼빈의 주 수익원이라는 뜻이다. 더불어 수퍼빈은 사람들의 재활용 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차원에서 포인트 적립을 통한 보상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즉, 페트병이나 캔을 네프론에 투입한 고객에게는 일정 포인트(페트병은 개당 10p, 캔은 15p)를 제공해 추후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수퍼빈의 사회적 가치 창출 포인트를 조감도 형태로 제시하면 [그림2]와 같다.

구체적으로, 수퍼빈의 KII는 ‘자원 순환 기여도’와 ‘재활용 공공 서비스 민간위탁 운영 세출 감소분’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자원 순환 기여도’와 관련한 지표는 순환 자원 선별 회수 및 재활용에 따른 자원 순환 기여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민간위탁 운영을 통해서 수거되는 순환 자원 비용을 비교군(기준선의 관점으로 비교)으로 설정한 후, 네프론이 회수하는 순환 자원 품목별 회수량에 순환 자원 소각·매립 시 대비 재활용 시의 사회적 순편익 증가분을 계산해 산출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자원 순환 기여도’라는 지표는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2, 즉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양식 보장(Responsible Consumption and Production)의 세부목표(12.5: 2030년까지 예방, 감축, 재활용 및 재사용을 통해 쓰레기 발생을 대폭 줄인다)를 달성하는 데 긍정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는 형태로 기여할 수 있다. 한국에서 적용 가능한 지표는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SDGs 12.5의 세부목표에 속한 12.5.1지표(National recycling rate, tons of material recycled)와 연결해 SDG 12와 연결돼 있다. 또한 사회적 가치지표인 ‘임팩트 보고 및 투자 기준(IRIS, Impact Reporting and Investment Standards)에서 적용할 수 있는 지표로는 ‘보고기간 중 조직에서 처리된 쓰레기양(OI6192: Amount of waste disposed by the organization during the reporting period)’이 있다. 이런 세부 지표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입력하면 실제로 수퍼빈의 활동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 핵심 지표인 ‘재활용 공공서비스 민간위탁 운영 세출 감소분’은 네프론을 통한 순환 자원 선별 회수 및 재활용에 따른 재활용 공공서비스를 민간이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세출 감소 효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즉, 기존 공공서비스 예산 중 공공서비스(수집, 수거 및 선별장 운영) 민간위탁 운영에 투입되는 예산과 비교해 네프론을 도입할 때 투입되는 예산의 차액으로 산출할 수 있다. 해당 지표를 통해 측정되는 사회적 가치는 정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업 본연의 사회적 가치 증대를 위해서는 자원 순환 기여와 관련돼 발생하는 성과 자체를 증대할 필요가 있다. 단, 실질적인 ‘자원 순환 기여’ 성과 증대를 위해서는 사용 및 배출 이전에 제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한 제조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재활용 업체에 매각된 이후 단계에서도 재활용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이뤄져야 전체 가치사슬에 걸친 ‘자원 순환 기여’의 사회적 가치가 큰 폭으로 증대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3. 성과 측정을 통한 분석(Analyzing)
수퍼빈은 얼마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
본 글에서는 수퍼빈의 사회적 가치 측정을 위한 두 개의 KII 중 두 번째 지표인 ‘재활용 공공 서비스 민간위탁 운영 세출 감소분’에 대해서만 예시적으로 측정해 보겠다. 앞서 설명했듯이 국내 대부분 지자체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직영 선별장을 초과하는 분량에 대해선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당 부분은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매립 혹은 소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네프론 활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민간 위탁 운영에 투입되는 세출이 얼마나 감소될 수 있는지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어떤 지자체가 연간 660t가량의 캔과 페트병 쓰레기 처리를 위해 민간 위탁 업체에 약 12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치자. 동일한 규모의 캔과 페트병(약 660t)을 네프론으로 처리하려면 1대당 회수량(월 평균 500㎏)을 감안할 때 약 110대를 설치해야 한다. 이 경우 네프론(1대당 2100만 원) 구입 비용으로 23억1000만 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네프론은 5년간 운영이 가능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가상각을 통해 실제 해당 연도에 귀속되는 비용은 약 4억6200만 원 수준이다. 또한 네프론 1대당 운영비용(네프론에 쌓인 순환 자원 수거, 고장 수리, 유지 보수 등)은 1개월에 약 25만 원 정도라서 연간 총 운영비는 3억3000만 원 (25만 원×12개월×110대)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연간 네프론 구매로 귀속되는 비용(4억6200만 원)과 운영비용(3억3000만 원)을 합하면 약 7억9200만 원이다.

결국 지자체는 캔과 페트를 처리하기 위해 기존에는 약 12억 원을 사용했지만 네프론을 도입할 경우 그 비용을 4억800만 원만큼 줄일 수 있어서 34%의 세출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지자체에 충분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4. 사회적 가치 평가 보고(Reporting)
수퍼빈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가?
본 서비스는 제품·서비스 판매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연관성이 높은 편이다. 즉, 기존 재활용 프로세스 대비 효율성을 높인 순환 자원 회수 방법을 통해 자원 순환에 기여한다. 사회적 가치가 제품·서비스에 내재돼 발생하므로 단기적으로는 비즈니스가 성장하면 사회적 가치도 연동돼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순환 자원 및 재활용 관련 정부 정책 및 관련 시장 변화 등과 같이 외부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가치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가치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특히 대체재와 관련된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본 사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자원 순환 저조 문제는 규모 면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규모로의 확장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 현재 수퍼빈은 캔과 페트병만 취급하고 있지만 향후 지역적 확장과 더불어 건전지, 비닐 등 다양한 폐기물로까지 취급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관련 시장의 규모는 현재도 유의미하게 크고 앞으로도 커질 영역이라 볼 수 있다. 자원 순환 저조라는 사회문제의 심각성과 관심도를 고려했을 때 구조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며 중대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사업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은 특히 국내에서 사회성과연계채권으로 불리는 SIB(Social Impact Bond) 1 를 추진하기에 적합한 모델이다. SIB는 정부가 공공사업 성과목표 달성을 민간 전문사업자와 약정하고 사회적 성과 목표가 달성된 경우 해당 사업의 예산 절감 효과에 비례해 지급청구권이 발생하는 채권 계약이다. 현재 수퍼빈은 자치단체(정부)가 기지출하고 있는 예산보다 낮은 비용으로 동일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솔루션을 통해 ‘재활용 공공서비스 민간위탁 운영 세출 감소’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목표 달성을 담보함에 있어 다른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맺는 말 
사회적 가치 측정과 평가에 대한 논의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사회적 가치를 실제적으로 더 잘 창출하기 위해서는 창출 과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는 평가라는 것을 단순히 점수를 받는 것, 잘하고 못함에 따라 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그 과정이 전부는 아니다. 평가는 검증하는 것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해당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면 발생할 수 있는 변화를 설명하는 일련의 과정을 논리적으로 정리해보는 과정이 사회적 가치 창출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과정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그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측정하는 과정을 통해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가치 평가는 의사결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에 전략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성과 창출이 아니라 전략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판단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임팩트 평가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임팩트 평가를 통해 얻은 통찰을 사업 기획과 의사결정에 활용해 성과를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평가를 수행하지 않고 ‘평가 자체를 위한 평가’에 함몰되지 않도록 만든다. 이러한 객관적인 판단 근거들을 통해 해당 사업의 운영 타당성을 확보할 때 대내외적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소개 윤남희 소셜밸류코리아(Social Value Korea) 본부장 namizoo0823@gmail.com
필자는 서울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각각 사회정책학 석사, 국제개발(기후변화 전공)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적 가치 측정 방안에 대해 연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인 소셜밸류인터내셔널(Social Value International)의 한국 지부(Social Value Korea) 본부장을 맡고 있다. 임팩트 비즈니스 개발 기업 임팩트스퀘어에서 연구본부장도 겸하고 있다.



DBR mini box: 김정빈 수퍼빈 대표 인터뷰
“쓰레기는 거래 가능한 재화…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하겠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양성식(경희대 경제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수퍼빈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순환 자원(재활용 폐기물) 회수기 ‘네프론(Nephron)’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창업자 김정빈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중견 철강기업인 코스틸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다 창업에 나섰다.
안정적인 삶에 안주하기보다 도전적인 삶을 추구하고 싶었다. 처음엔 액셀러레이터를 하고 싶었다. 코스틸 이전에 삼성화재, 삼정KPMG, 한국섬유기술연구소 등에서 일하며 신사업 개발, 전략기획,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기 때문에 스타트업 육성에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스스로 창업해 본 경험도 없이 신생 벤처들을 도와준다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변인들의 조언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해서 4년 전 차린 회사가 수퍼빈이다.



3D 업종인 쓰레기 수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처음부터 제조업을 하고 싶었고, 특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를 내가 만든 제품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다 환경 문제에 집중하게 됐고, 쓰레기 분리수거 방식의 혁신을 통해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순환경제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쓰레기를 ‘거래 가능한 재화’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네프론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쓰레기가 거래(재활용)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를 ‘인증(validate)’해 주는 ‘지능형 순환 자원 회수 로봇’이다. 건강한 세상과 환경을 지향하는 수퍼빈의 경영 철학을 담기 위해 우리 몸 속 노폐물을 걸러내고 체내 항상성을 유지해주는 신장(콩팥)의 최소 기능 단위를 뜻하는 단어(nephron)를 브랜드로 정했다.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네프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순환경제 시스템이 구축되려면 지금처럼 몇몇 폐기물 업체를 통해 재활용품을 수거한 ‘이후’ 선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생활폐기물을 버리는 시점’에서부터 제대로 선별이 이뤄지게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즉, 일반 소비자들이 ‘분리 배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분리 선별’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끔 유도할 필요가 있다. 네프론이 바로 그 기능을 담당한다. 일반 소비자들이 쓰레기 거래 시장의 핵심 주체로 참여하게 되면 지금까지 배타적으로 운영돼 왔던 폐기물 업계에 공정한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가 생산부터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경제 시스템 속에서 얼마나 관여하고 영향을 끼치느냐에 따라 순환경제 모델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기존 외산 제품과 네프론은 어떤 차이가 있나?
현재 RVM 시장의 글로벌 선두주자는 노르웨이 톰라(Tomra)다. 연 매출만 1조 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전 세계 시장의 60∼70%를 점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RVM도 대부분 톰라 제품이다. 톰라는 용기 라벨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이라 바코드가 손상되거나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인식이 어렵다. 용기 훼손 시에도 오류가 생기기 쉽다. 용기 원형만 인식할 수 있어 외관이 변형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대당 가격도 수퍼빈에 비해 약 1000만 원가량 비싸다.

반면 네프론은 인공신경망 분석에 근거한 물체 인식 기술(특허 등록)을 기반으로 한다. 카메라로 물체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주파수 센서로는 물성을, 무게 센서로는 무게를 각각 측정해 인공신경망이 이를 복합적으로 분석, 물체를 식별하는 기술이다. 기본적으로 컴퓨터가 학습한 데이터(2019년 3월 기준 약 40만 개)를 기반으로 답을 도출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방식이기 때문에 외관이 변형돼도 훨씬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페트병이나 캔의 찌그러드는 패턴을 학습해 판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네프론의 인식 정확도는 약 95% 수준이다. 사용자들이 네프론을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될 것이기 때문에 인식 정확도는 더욱 개선될 것이다.

이 밖에 빈 용기를 인식해 처리하는 속도도 톰라는 개당 약 7∼8초가 걸리지만 네프론은 4∼5초 정도로 훨씬 빠르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빈 병만 수거할 수 있는 톰라와 달리 네프론은 보증금 환급 가능 여부에 관계없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모두 수거할 수 있다. 네프론을 RVM이 아니라 ‘순환 자원 회수 로봇’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능적 차이 외에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쓰레기 회수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달라 비즈니스 모델에도 큰 차이가 있다. 애초에 톰라는 ‘보증금 거래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RVM을 팔기만 할 뿐 회수된 자원(빈 병)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즉, 핵심 매출원은 기계 판매 수익이고, 빈 병은 기계를 설치한 고객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한다.

반면 수퍼빈은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이 회사의 미션이다. 당연히 비즈니스의 초점은 네프론을 통해 수거된 재활용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매일 물류트럭이 돌아다니며 고객사에 판매(혹은 대여)한 네프론에 쌓이는 빈 용기를 회수, 다음 단계 업체(재활용품 재생공장)로 판매하는 것까지가 현재 수퍼빈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현재 전 직원 18명 중 4명이 물류기사다. 당연히 매출원도 ▲네프론 판매(대여) ▲네프론 유지보수 및 관리 ▲재활용 폐기물 판매 수익 등으로 다각화돼 있다.


현재 네프론 보급 현황은?
현재 서울, 인천, 일산, 구미, 제주 등 전국에 33대를 운영 중이다. 상반기 중 51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2017년 8월 경상북도 의성군에 처음 네프론 1대를 설치한 이후 지금까지 캔은 약 320만 개, 페트병은 약 360만 개를 수거했다. 무게로는 약 135t에 달하는 양으로, 캔이나 페트병을 일렬로 세우면 서울∼부산을 2.5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호주 등 해외에서도 네프론에 관심을 갖는 고객사들이 있지만 사실 작년 3분기 이후로는 국내에서도 추가 보급을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라 해외 진출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네프론 한 대가 꽉 차는 데, 즉 최대 2500∼3000개의 페트병이나 캔이 쌓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에서 1시간이다. 그만큼 이용률이 높다. 소위 ‘네프론 헤비 유저(heavy user)’들 가운데는 포인트 적립을 통해 월 20만 원 정도를 보상받은 이들도 있다. i 폐지 수집을 생계로 삼는 어떤 어르신은 “네프론으로 돈을 벌어 수레를 샀다”며 고마움을 표했고, 어떤 분은 네프론 투입구에 감사의 표현으로 한라봉을 놓고 간 적도 있다.


사업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
현재 순환 자원을 수거하는 물류 프로세스가 높은 이용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프론 수거함이 80% 정도 차면 IoT 센서가 신호를 보내 물류팀이 출동하는데, A 지역에서 빈 페트병과 캔을 수거한 후 B 지역으로 이동하는 중에 방금 쓰레기를 비운 A에서 수거함이 벌써 다 찼다고 연락이 오는 식이다. 현재 가장 큰 고객 민원 중 하나도 좀 더 빨리 수거해 달라는 요청이다. 수거 트럭이 가면 네프론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 많은 네프론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물류 동선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수도권 등 특정 지역에 집중해 집적화된 서비스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올해 안에 몇 개 지자체에 집중해 100대 이상의 네프론을 설치한다는 목표다. 작년 10월 휴맥스로부터 2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올해 안에 추가 투자도 유치해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집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올해 상반기 중엔 기존 네프론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개선한 양산모델을 내놓고, 연말까지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2세대 시제품(prototype)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양산모델은 물체 인식 알고리즘을 더욱 정교화해 여러 개의 페트병이 밀려들어 와도 좀 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만들고, 하드웨어의 내구성을 좀 더 강화하는 등의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세대 시제품의 경우엔 컨셉 개발부터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페트병과 캔만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 비닐부터 건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도와 재질의 생활폐기물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정확하게 판별하고 효율적으로 압착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해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지금까지는 주로 지자체 등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에 집중했지만 올해부터는 기업 간(B2B) 영역으로도 사업을 적극 확장할 계획이다. 가령, 소재생산 업체와 생산 단계에서부터 협력해 네프론에서 수거한 순환 자원을 가지고 소재화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음료회사의 리워드 프로그램(예: 포인트 보상)과 연계해 특정 브랜드의 음료수 빈 병을 많이 가져온 고객에게 그에 상응하는 포인트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등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이 밖에 움직이는 차량을 개조한 이동형 네프론(가칭 ‘수퍼큐브’)도 개발할 예정이며, 재활용 체험과 쇼핑을 함께 할 수 오프라인 공간(가칭 ‘쓰레기마트’)도 만들어 재활용 문화 확산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더 장기적으로는 순환 자원을 소재화할 수 있는 재활용품 재생공장 인수도 고려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의 수거·분류 중심 비즈니스에서 재생 사업으로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 더욱 완벽한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수퍼빈의 목표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