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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Trend in Japan

보호무역 리스크, 일본도 발등에 불

이지평 | 269호 (2019년 3월 Issue 2)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피해도 늘어났다. 미·중 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중국 내 설립한 생산 거점에서의 대미 수출 환경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 기업에도 글로벌 분업생산의 중요한 거점이다.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가 일본 서플라이체인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실 자국 내 고용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미국의 얘기만도 아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일본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애플 등 미국계 기업의 중국 시장 매출이 감소함으로써 애플에 부품 및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매출 감소 압박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에 대량으로 사용되는 세라믹 콘덴서의 강자인 무라타제작소도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또한 미·중 간의 갈등으로 인해 양국 경제가 위축돼 일본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승승장구해왔던 소형 모터의 강자인 일본전산(Nidec)의 나가모리 회장은 중국 기업으로부터의 수주 급감으로 인해 6년 만(2019년 3월 기준)에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은 일본 기업들의 큰 걱정거리다. 미국에 의한 중국, 일본 등과의 통상협상 등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많은 일본 기업이 향후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이유다.



현지 시장 완결형 생산 체계 구축
많은 일본 기업이 글로벌 분업 생산 체계에서 점차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가모리 회장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 및 가전용 부품의 일부를 멕시코 공장으로 이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규모만 200억 엔이다. 그렇다고 중국 생산 거점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계속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의 수요가 있는 곳에서 현지 생산하겠다는 기본 원칙인 지산지소(地産地消)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자동차(EV)의 구동용 모터의 생산 체제 확충에 주력하는 한편 자동차의 전자제어 유닛(ECU)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산업용 로봇의 핵심 부품인 감속기 공장의 신설을 고려하는 등 일본전산은 중국의 내수를 겨냥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요타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 지역거점 간의 내부 판매 비중으로 본 글로벌 경영지수[(지역거점 간 내부 거래)/(매출액+지역거점 간 내부거래)]는 2008년 3월 결산기 23%에서 2018년 3월기에는 21.4%로 하락했다. 1

도요타의 각 지역거점 간의 분업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거대 시장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우선 미국 내 생산라인을 확충했다. 도요타는 2018년에 3억7380만 달러를 투자해 공장 생산라인을 5개 늘렸다. 2020년에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현지 생산하기 위해 1억153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인디애나주 공장에 6억 달러, 켄터키주 공장에 13억3000만 달러 투자도 고민하고 있다. 2

중국에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함께 EV 생산 체제 구축에 주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때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도요타가 선택한 전략은 무엇일까. 바로 생산성 향상이다. 사실 도요타는 경쟁사 대비 양산 개시 시기가 다소 늦어진 EV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EV에 맞는 도요타식 생산 시스템의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EV는 기존의 휘발유차와 달리 부품 수가 적기 때문에 도요타의 강점인 ‘한 라인에서 여러 종류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혼합형 생산방식보다 전문 라인에서 대량 생산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이미 경쟁사인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모듈형 EV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앞서 나가려는 속셈이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EV 등의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신설 조직인 ‘도요타 ZEV(Zero Emission Vehicle) Factory’를 2018년 10월1일 자로 설립해 개발, 부품, 공장 라인 전문가 등 200명을 배치했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경쟁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새로운 도요타식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선언이다.

효과적인 협업 체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EV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경우 파나소닉과 합작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대량 주문, 대량 생산을 통해 품질 및 가격 우위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일본 최대 배터리 기업에 주문을 집중함으로써 선행하는 폴크스바겐을 따라잡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파나소닉 등과 함께 배터리 등 EV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에 센서를 부착해 배터리의 사용 패턴, 성능 변화 등의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AS를 효율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품질도 향상할 수 있다. 이 경우 도요타 EV가 중고차 시장에서 고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정액제도 도입을 통한 안정적인 현금흐름책 확보
각국 정부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는 세계 경기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환율, 금리, 원자재 가격 등이 급등락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도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기업 체질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불확실한 시대에 주주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자사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주주를 우대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2018년 9월 말 현재 상장된 일본 기업 중에서 주주에게 자사 제품을 제공하는 등의 우대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의 비중은 38.5%(1450개 사)에 달했으며 전년도에 비해 82개 사가 증가했다. 또한 이들 중 주식을 장기 보유한 주주를 우대하는 기업은 92개 사가 증가한 407개 사에 달하고 있다. 3Daiwa Investor Relations, 2018.11.9. 간장 제조기업인 기코만의 경우 2018년도부터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보유 주식 수에 따라서 차등해서 선물을 증정하기로 했다.

비즈니스 모델의 안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기업들 사이에 구독(Subscription) 비즈니스 모델이 화두가 되고 있다. 4 고객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요금을 받는 구독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과의 유대가 상대적으로 강하고 안정적이면서 제조업의 서비스화에도 효과적인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 워드와 같이 각종 소프트웨어의 판매 비즈니스를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구독 서비스 비즈니스로 전환해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한 사례들을 참고하고 있다.

건설기계 업체 고마쓰와 같이 기계만 판매하는 비즈니스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의 각종 문제점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서비스 요금을 받는 비즈니스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건설기계의 보수 관리뿐만 아니라 건설 공정의 어느 부분에 문제점이 있는지를 파악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기계의 운전 방법의 개선을 통한 에너지 절약 방안 등도 고객에게 제공한다. 도요타도 고객이 일정 요금을 정액으로 지불하면 세단이나 레저용 차량을 번갈아 탈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필자소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 jplee@lgeri.com
필자는 1963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 호세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1988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대통령 자문 기구인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의 남북 대외협력 전문위원회 위원, 산업자원부 제조업 공동화 대책회의 위원, 미래부 미래성장동력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 『일본식 파워경영』 『일본형 자본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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